[글로벌 돋보기] 백악관 변호사 대선 직전 총무청 발령…정권이양 비협조 ‘큰 그림’?

입력 2020.11.12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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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 선거 닷새 전이었던 지난달 29일.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소속의 젊은 변호사 한 명을 미 연방 총무청(GSA; General Services Administration)의 법률고문으로 발령냅니다. 미국의 연방 총무청(GSA)는 우리나라의 조달청과 비슷한 조직으로 뉴스에 거의 등장할 일이 없는 곳인데요. 당시 모든 미국 언론도 닷새 후 치러질 대선의 향방에만 집중하고 있던 터라 이 발령에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습니다.

■ 트럼프 행정부의 정권 이양 협조 거부…. 그 중심에 선 연방 총무청

1963년 제정된 미 대통령직 인수법에 따르면 연방 총무청이 당선인의 인수인계에 필요한 인적·물적 자원을 지원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인수위가 제대로 돌아가려면 예산과 사무 공간과 설비를 확보해야 하고, 하다못해 정부 이메일 계정도 내줘야 합니다. 이 때문에 사실상 미국의 총무청이 대통령 당선인을 '공인'해야 정권 인수 작업이 가능합니다.

미국 정권 인수 작업에 필요한 인적·물적 지원을 해주는 역할을 하는 연방 총무청(GSA)미국 정권 인수 작업에 필요한 인적·물적 지원을 해주는 역할을 하는 연방 총무청(GSA)

■ 에밀리 머피 연방 총무청장, 당선인 지원서류 서명 거부

하지만 연방 총무청이 바이든의 대통령 당선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인수작업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상태. 이 때문에 그동안 뉴스의 외곽에 있던 연방 총무청은 바이든 당선 이후 뉴스의 핵심으로 떠오릅니다.

현재 연방 총무청장은 2017년 트럼프가 임명한 에밀리 머피(Emily Murphy)입니다.
바이든 당선인 측은 머피 청장에게 바이든 승리를 공식 인정하라고 촉구하고 있지만, 머피 청장은 요지부동입니다. 그녀는 "아직 승자가 결정되지 않았다"며 대통령 당선인 지원 서류에 서명하지 않고 있습니다. 워싱턴 포스트(WP)는 결국 미 연방 총무청이 협조해주지 않아 조 바이든 인수위 출범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2017년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에밀리 머피 미 연방 총무청장(좌)2017년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에밀리 머피 미 연방 총무청장(좌)

■ 대선 5일 전 연방 총무청 발령 난 백악관 변호사는 누구?

이제 미국 연방 총무청이 뉴스의 핵심으로 등장하면서 선거일을 불과 닷새 앞두고 백악관에서 이곳으로 발령받은 트렌트 베니셱(Trent Benishek)에 대해 언론이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베니섹은 10년 전 공화당 하원의원인 삼촌 댄 베니셱의 보좌관으로 일하다 트럼프 행정부와 관련이 있는 로펌에 들어가게 되는데요. 그 후 백악관에 합류해서는 2019 트럼프 대통령 탄핵 사건의 변호사 12명 가운데 한 명으로 이름을 올리며 백악관 내 트럼프 인맥이 됩니다.

미 연방 총무청 홈페이지에 소개된 에밀리 머피 청장(좌)과 트렌트 베니셱 법률 고문 (우)미 연방 총무청 홈페이지에 소개된 에밀리 머피 청장(좌)과 트렌트 베니셱 법률 고문 (우)

10월 29일 연방 총무청의 법률 고문으로 임명되는데, 이때 그의 역할에 대해 보도자료에는 "연방 총무청의 정책과 규정에 대해 조언하고 소송을 감독하며 전반적인 방향을 제시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연방총무청이 바이든 당선인에 대한 공식 인정을 거부하는 상황에서 베니셱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미 언론은 보고 있습니다.

■ 패배를 염두에 둔 트럼프의 '큰 그림'?

그럼 트럼프 대통령은 왜 대선 닷새 전에 백악관 변호사를 연방 총무청 법률 고문으로 보냈을까요?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가 대선 패배 시 승복 선언을 하지 않고 법정싸움으로 갈 경우를 대비해, 정권 인수 작업을 늦추려는 의도였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연방 총무청이 당선인 측의 정권인수를 아예 막을 수는 없겠지만 측근인 베니셱이 머피 총무청장을 도와 정권 이양작업의 속도를 늦출 수는 있다는 계산에서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법적 소송 등을 통해 흐름을 역전시킬 수 있는 수단을 찾도록 시간을 벌 수는 있기 때문입니다.

■ "연방 총무청장 감시…. 충성심 안 보이면 해임 의도"

더 나아가 2008년 오바마 행정부 인수위에 참가했던 한 인사는 "베니셱 변호사가 연방 총무청장을 감시하기 위해 배치됐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대선 패배 시 '배신자'를 막기 위한 트럼프의 계산된 인사 조처라는 분석입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마크 에스퍼 국방부 장관과 고위 인사들을 줄줄이 해임하는 것도 측근을 심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으로 볼 때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

충성심을 보이지 않으면 에스퍼 국방장관처럼 연방 청장도 해임하고 베니섹이 총무청을 접수하도록 할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트럼프 자신이 임명한 청장이지만 최측근이 아닌 이상 충성심을 완전히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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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1-12 07: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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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 선거 닷새 전이었던 지난달 29일.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소속의 젊은 변호사 한 명을 미 연방 총무청(GSA; General Services Administration)의 법률고문으로 발령냅니다. 미국의 연방 총무청(GSA)는 우리나라의 조달청과 비슷한 조직으로 뉴스에 거의 등장할 일이 없는 곳인데요. 당시 모든 미국 언론도 닷새 후 치러질 대선의 향방에만 집중하고 있던 터라 이 발령에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습니다.

■ 트럼프 행정부의 정권 이양 협조 거부…. 그 중심에 선 연방 총무청

1963년 제정된 미 대통령직 인수법에 따르면 연방 총무청이 당선인의 인수인계에 필요한 인적·물적 자원을 지원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인수위가 제대로 돌아가려면 예산과 사무 공간과 설비를 확보해야 하고, 하다못해 정부 이메일 계정도 내줘야 합니다. 이 때문에 사실상 미국의 총무청이 대통령 당선인을 '공인'해야 정권 인수 작업이 가능합니다.

미국 정권 인수 작업에 필요한 인적·물적 지원을 해주는 역할을 하는 연방 총무청(GSA)
■ 에밀리 머피 연방 총무청장, 당선인 지원서류 서명 거부

하지만 연방 총무청이 바이든의 대통령 당선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인수작업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상태. 이 때문에 그동안 뉴스의 외곽에 있던 연방 총무청은 바이든 당선 이후 뉴스의 핵심으로 떠오릅니다.

현재 연방 총무청장은 2017년 트럼프가 임명한 에밀리 머피(Emily Murphy)입니다.
바이든 당선인 측은 머피 청장에게 바이든 승리를 공식 인정하라고 촉구하고 있지만, 머피 청장은 요지부동입니다. 그녀는 "아직 승자가 결정되지 않았다"며 대통령 당선인 지원 서류에 서명하지 않고 있습니다. 워싱턴 포스트(WP)는 결국 미 연방 총무청이 협조해주지 않아 조 바이든 인수위 출범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2017년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에밀리 머피 미 연방 총무청장(좌)
■ 대선 5일 전 연방 총무청 발령 난 백악관 변호사는 누구?

이제 미국 연방 총무청이 뉴스의 핵심으로 등장하면서 선거일을 불과 닷새 앞두고 백악관에서 이곳으로 발령받은 트렌트 베니셱(Trent Benishek)에 대해 언론이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베니섹은 10년 전 공화당 하원의원인 삼촌 댄 베니셱의 보좌관으로 일하다 트럼프 행정부와 관련이 있는 로펌에 들어가게 되는데요. 그 후 백악관에 합류해서는 2019 트럼프 대통령 탄핵 사건의 변호사 12명 가운데 한 명으로 이름을 올리며 백악관 내 트럼프 인맥이 됩니다.

미 연방 총무청 홈페이지에 소개된 에밀리 머피 청장(좌)과 트렌트 베니셱 법률 고문 (우)
10월 29일 연방 총무청의 법률 고문으로 임명되는데, 이때 그의 역할에 대해 보도자료에는 "연방 총무청의 정책과 규정에 대해 조언하고 소송을 감독하며 전반적인 방향을 제시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연방총무청이 바이든 당선인에 대한 공식 인정을 거부하는 상황에서 베니셱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미 언론은 보고 있습니다.

■ 패배를 염두에 둔 트럼프의 '큰 그림'?

그럼 트럼프 대통령은 왜 대선 닷새 전에 백악관 변호사를 연방 총무청 법률 고문으로 보냈을까요?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가 대선 패배 시 승복 선언을 하지 않고 법정싸움으로 갈 경우를 대비해, 정권 인수 작업을 늦추려는 의도였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연방 총무청이 당선인 측의 정권인수를 아예 막을 수는 없겠지만 측근인 베니셱이 머피 총무청장을 도와 정권 이양작업의 속도를 늦출 수는 있다는 계산에서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법적 소송 등을 통해 흐름을 역전시킬 수 있는 수단을 찾도록 시간을 벌 수는 있기 때문입니다.

■ "연방 총무청장 감시…. 충성심 안 보이면 해임 의도"

더 나아가 2008년 오바마 행정부 인수위에 참가했던 한 인사는 "베니셱 변호사가 연방 총무청장을 감시하기 위해 배치됐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대선 패배 시 '배신자'를 막기 위한 트럼프의 계산된 인사 조처라는 분석입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마크 에스퍼 국방부 장관과 고위 인사들을 줄줄이 해임하는 것도 측근을 심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으로 볼 때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

충성심을 보이지 않으면 에스퍼 국방장관처럼 연방 청장도 해임하고 베니섹이 총무청을 접수하도록 할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트럼프 자신이 임명한 청장이지만 최측근이 아닌 이상 충성심을 완전히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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