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촌 이내 근친혼 금지’ 위헌일까…헌재서 오늘 격론

입력 2020.11.12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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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민법은 근친혼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정확히는 '8촌 이내 혈족' 사이의 혼인을 금지하고 있고, 이를 위반해 혼인 신고를 하더라도 그 혼인은 무효가 됩니다.

이런 내용은 지금까진 당연한 상식이었지만, 앞으로는 아니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1997년 동성동본 혼인금지를 위헌으로 선언한 헌재가, 이번에는 '8촌 이내' 근친혼 조항에 대해 위헌 여부를 심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해당 조항이 '혼인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입니다.

■민법 '8촌 이내 혼인 금지' 조항 대상…헌재 첫 공개변론

헌법재판소는 오늘(12일) 민법 제809조 제1항 등 위헌소원 사건의 공개 변론을 엽니다.

앞서 A 씨는 B 씨와 2016년 혼인 신고를 했습니다. 그러나 B 씨는 결혼한 지 3개월 만에 A 씨와 6촌 사이임을 이유로 혼인무효확인 소송을 냈고, 가정법원 1심은 현행 민법을 근거로 둘 사이의 혼인이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8촌 이내의 혈족 사이에서는 혼인하지 못한다'고 근친혼을 금지한 민법 제809조, '8촌 이내의 혈족과 혼인한 때(혼인이 제809조 제1항의 규정을 위반한 때)에는 혼인을 무효로 본다'는 제815조가 가정법원 판단의 근거였습니다.

해당 조항은 헌재가 1997년 '동성동본인 혈족 사이에서는 혼인하지 못한다'는 옛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8촌 이내의 근친혼을 금지하는 내용으로 2005년 개정됐습니다.

A 씨는 항소했고, 재판이 계속되던 2018년 해당 민법 규정들의 위헌 여부를 확인해달라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습니다. 법 개정 이후 해당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이 제기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청구인 "8촌은 너무 넓은 범위… 혼인 상대방 선택의 자유 침해"

쟁점은 근친혼의 범위입니다. '8촌 이내'로 규정하고 있는 근친혼의 범위가 입법 목적이나 외국 사례에 비해 지나치게 넓고 오늘날의 친족관념이나 가족개념에 부합하지 않아, 배우자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침해하는지를 판단하게 됩니다.

A 씨는 "근친혼 금지는 조선 시대에 이르러서야 확립된 것으로 우리나라 전통의 가족제도나 사회질서라고 보기 어렵고, 1997년 동성동본금혼 조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과 2005년 민법 개정을 통하여 동성동본금혼제도가 근친혼 금지 제도로 전환된 이래 친족관념이 변화했고 혼인과 가족에 대한 인식도 급격히 변화했지만 법이 그러한 사정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A 씨는 "유전학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6촌에서 8촌인 혈족 사이 혼인의 경우에는 그 자녀에게 유전질환이 발현된 가능성이 비근친혼 자녀의 경우와 거의 차이가 없음에도 심판대상조항은 유전학적 위험성을 근거로 혼인을 금지하고 있다"며 민법 조항들이 자신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독일과 스위스, 오스트리아는 3촌 이상 방계혈족 사이의 혼인을 허용하고 있고, 미국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은 4촌 이상 방계혈족 사이의 혼인을 허용하고 있는 점에 비해, 우리 민법이 정하고 있는 근친혼 금지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는 것이었습니다.

청구인 측 참고인인 현소혜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근친혼은 혼인과 가족이라는 사회의 기초적 생활단위를 보장하기에 필요한 최소한의 한도에서는 반드시 금지되어야 하지만, 그 제도적 보장에 필요한 정도를 넘어서 개인의 자유를 무익하게 또는 과도하게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헌재에 제출했습니다.

직계혈족과 형제자매 사이의 혼인 금지는 혼인과 가족생활의 제도적 보장을 위한 본질적 요소지만, 그 외 3촌 이상 방계혈족 사이의 혼인 금지는 시대적‧사회적 산물로 혼인과 가족생활의 제도적 보장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라 할 수 없다는 겁니다.

현 교수는 "근친혼 금지의 목적이 가족 구성원 간의 성적 경쟁이나 성적 착취의 방지라는 사회적‧심리적 목적에 있다 하더라도, 5촌 이상 방계혈족 간에는 더 이상 생활공동체라는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정을 고려한다면, 근친혼 금지의 범위를 4촌 이내의 방계혈족으로 축소하는 게 타당하다"고 봤습니다.

현 교수는 이어 "혼인을 통한 가족 집단 간의 교류나 새로운 문화의 유입은 추상적인 법익에 불과한 반면, 혼인이 무효로 됨으로써 일방 당사자가 축출이혼을 당하거나 부당하게 상속권을 박탈당할 수 있고, 자녀가 혼인 외 출생자의 지위를 갖는 등 침해되는 사익은 구체적이고 현저하므로 심판대상조항은 법익균형성에 위반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법무부 "근친혼 금지, 유전질환 방지·공동체 질서유지 위한 것"

법무부는 해당 민법 조항이 합헌이라는 입장입니다.

법무부는 "8촌 이내 혼인금지 조항은 근친혼 부부 사이에서 출생한 자녀들에게 나타날 수 있는 유전질환 및 생물학적 취약성을 방지하고, 우리 민족의 혼인풍속 및 친족 관념에 기초한 전통을 이어받으며 공동체 내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해당 조항의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고 맞섰습니다.

법무부는 이어 "민법이 '8촌 이내의 혈족'을 친족으로 규정하고 있고 핵가족화된 오늘날에도 여전히 혈족을 중심으로 한 공동체 의식은 우리 사회의 기초를 이루고 있으며, 고령가구나 2세대 이상의 가구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인구구조나 가족구성을 고려하더라도 8촌 이내 혈족 사이의 혼인 금지는 침해의 최소성에 부합한다"면서 "8촌 이내의 혈족과 혼인할 자유가 우리 사회의 혼인 및 가족에 관한 질서를 유지하려는 공익보다 우월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도 주장했습니다.

정부 측 참고인으로 나선 서종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위헌론에서는 다른 나라에 비하여 근친혼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는 점을 강조하나, 친족 간 어느 정도 친소관계가 있어야 혼인이 꺼려질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국가마다 경험적·관습적·감정적 인식이 다르다"며 "근친혼을 어디까지 수용할 수 있는지는 해당 공동체의 구성원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할 문제이므로 근친혼 금지의 범위를 결정하는 것은 입법 재량사항"이라고 봤습니다.

입법자가 정한 근친혼 금지의 범위가 외국 사례에 비하여 지나치게 넓다고 해서 반드시 위헌이라는 결론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서 교수는 이어 "독일 등은 민법에 친족의 범위를 명시적으로 규율하고 있지 않지만 우리 민법은 8촌 이내의 혈족을 친족으로 규정함으로써 8촌 이내의 혈족이 근친이라는 점을 법률적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기존 조항과의 정합성을 고려해 근친혼 금지의 범위를 8촌 이내의 혈족으로 정한 해당 조항이 입법재량의 범위를 초과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서 교수는 또 해당 민법 조항 입법 당시 유전학적 목적이 적극적으로 고려되지 않았고, 혼인을 금지한다고 해서 출산까지 막을 수는 없으므로 유전학적 이유는 근친혼을 금지하는 부수적인 이유에 불과하다고도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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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촌 이내 근친혼 금지’ 위헌일까…헌재서 오늘 격론
    • 입력 2020-11-12 08:04:27
    취재K

현행 민법은 근친혼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정확히는 '8촌 이내 혈족' 사이의 혼인을 금지하고 있고, 이를 위반해 혼인 신고를 하더라도 그 혼인은 무효가 됩니다.

이런 내용은 지금까진 당연한 상식이었지만, 앞으로는 아니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1997년 동성동본 혼인금지를 위헌으로 선언한 헌재가, 이번에는 '8촌 이내' 근친혼 조항에 대해 위헌 여부를 심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해당 조항이 '혼인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입니다.

■민법 '8촌 이내 혼인 금지' 조항 대상…헌재 첫 공개변론

헌법재판소는 오늘(12일) 민법 제809조 제1항 등 위헌소원 사건의 공개 변론을 엽니다.

앞서 A 씨는 B 씨와 2016년 혼인 신고를 했습니다. 그러나 B 씨는 결혼한 지 3개월 만에 A 씨와 6촌 사이임을 이유로 혼인무효확인 소송을 냈고, 가정법원 1심은 현행 민법을 근거로 둘 사이의 혼인이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8촌 이내의 혈족 사이에서는 혼인하지 못한다'고 근친혼을 금지한 민법 제809조, '8촌 이내의 혈족과 혼인한 때(혼인이 제809조 제1항의 규정을 위반한 때)에는 혼인을 무효로 본다'는 제815조가 가정법원 판단의 근거였습니다.

해당 조항은 헌재가 1997년 '동성동본인 혈족 사이에서는 혼인하지 못한다'는 옛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8촌 이내의 근친혼을 금지하는 내용으로 2005년 개정됐습니다.

A 씨는 항소했고, 재판이 계속되던 2018년 해당 민법 규정들의 위헌 여부를 확인해달라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습니다. 법 개정 이후 해당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이 제기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청구인 "8촌은 너무 넓은 범위… 혼인 상대방 선택의 자유 침해"

쟁점은 근친혼의 범위입니다. '8촌 이내'로 규정하고 있는 근친혼의 범위가 입법 목적이나 외국 사례에 비해 지나치게 넓고 오늘날의 친족관념이나 가족개념에 부합하지 않아, 배우자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침해하는지를 판단하게 됩니다.

A 씨는 "근친혼 금지는 조선 시대에 이르러서야 확립된 것으로 우리나라 전통의 가족제도나 사회질서라고 보기 어렵고, 1997년 동성동본금혼 조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과 2005년 민법 개정을 통하여 동성동본금혼제도가 근친혼 금지 제도로 전환된 이래 친족관념이 변화했고 혼인과 가족에 대한 인식도 급격히 변화했지만 법이 그러한 사정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A 씨는 "유전학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6촌에서 8촌인 혈족 사이 혼인의 경우에는 그 자녀에게 유전질환이 발현된 가능성이 비근친혼 자녀의 경우와 거의 차이가 없음에도 심판대상조항은 유전학적 위험성을 근거로 혼인을 금지하고 있다"며 민법 조항들이 자신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독일과 스위스, 오스트리아는 3촌 이상 방계혈족 사이의 혼인을 허용하고 있고, 미국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은 4촌 이상 방계혈족 사이의 혼인을 허용하고 있는 점에 비해, 우리 민법이 정하고 있는 근친혼 금지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는 것이었습니다.

청구인 측 참고인인 현소혜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근친혼은 혼인과 가족이라는 사회의 기초적 생활단위를 보장하기에 필요한 최소한의 한도에서는 반드시 금지되어야 하지만, 그 제도적 보장에 필요한 정도를 넘어서 개인의 자유를 무익하게 또는 과도하게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헌재에 제출했습니다.

직계혈족과 형제자매 사이의 혼인 금지는 혼인과 가족생활의 제도적 보장을 위한 본질적 요소지만, 그 외 3촌 이상 방계혈족 사이의 혼인 금지는 시대적‧사회적 산물로 혼인과 가족생활의 제도적 보장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라 할 수 없다는 겁니다.

현 교수는 "근친혼 금지의 목적이 가족 구성원 간의 성적 경쟁이나 성적 착취의 방지라는 사회적‧심리적 목적에 있다 하더라도, 5촌 이상 방계혈족 간에는 더 이상 생활공동체라는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정을 고려한다면, 근친혼 금지의 범위를 4촌 이내의 방계혈족으로 축소하는 게 타당하다"고 봤습니다.

현 교수는 이어 "혼인을 통한 가족 집단 간의 교류나 새로운 문화의 유입은 추상적인 법익에 불과한 반면, 혼인이 무효로 됨으로써 일방 당사자가 축출이혼을 당하거나 부당하게 상속권을 박탈당할 수 있고, 자녀가 혼인 외 출생자의 지위를 갖는 등 침해되는 사익은 구체적이고 현저하므로 심판대상조항은 법익균형성에 위반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법무부 "근친혼 금지, 유전질환 방지·공동체 질서유지 위한 것"

법무부는 해당 민법 조항이 합헌이라는 입장입니다.

법무부는 "8촌 이내 혼인금지 조항은 근친혼 부부 사이에서 출생한 자녀들에게 나타날 수 있는 유전질환 및 생물학적 취약성을 방지하고, 우리 민족의 혼인풍속 및 친족 관념에 기초한 전통을 이어받으며 공동체 내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해당 조항의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고 맞섰습니다.

법무부는 이어 "민법이 '8촌 이내의 혈족'을 친족으로 규정하고 있고 핵가족화된 오늘날에도 여전히 혈족을 중심으로 한 공동체 의식은 우리 사회의 기초를 이루고 있으며, 고령가구나 2세대 이상의 가구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인구구조나 가족구성을 고려하더라도 8촌 이내 혈족 사이의 혼인 금지는 침해의 최소성에 부합한다"면서 "8촌 이내의 혈족과 혼인할 자유가 우리 사회의 혼인 및 가족에 관한 질서를 유지하려는 공익보다 우월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도 주장했습니다.

정부 측 참고인으로 나선 서종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위헌론에서는 다른 나라에 비하여 근친혼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는 점을 강조하나, 친족 간 어느 정도 친소관계가 있어야 혼인이 꺼려질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국가마다 경험적·관습적·감정적 인식이 다르다"며 "근친혼을 어디까지 수용할 수 있는지는 해당 공동체의 구성원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할 문제이므로 근친혼 금지의 범위를 결정하는 것은 입법 재량사항"이라고 봤습니다.

입법자가 정한 근친혼 금지의 범위가 외국 사례에 비하여 지나치게 넓다고 해서 반드시 위헌이라는 결론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서 교수는 이어 "독일 등은 민법에 친족의 범위를 명시적으로 규율하고 있지 않지만 우리 민법은 8촌 이내의 혈족을 친족으로 규정함으로써 8촌 이내의 혈족이 근친이라는 점을 법률적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기존 조항과의 정합성을 고려해 근친혼 금지의 범위를 8촌 이내의 혈족으로 정한 해당 조항이 입법재량의 범위를 초과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서 교수는 또 해당 민법 조항 입법 당시 유전학적 목적이 적극적으로 고려되지 않았고, 혼인을 금지한다고 해서 출산까지 막을 수는 없으므로 유전학적 이유는 근친혼을 금지하는 부수적인 이유에 불과하다고도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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