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 씨 측에 국가배상 판결

입력 2020.11.12 (10:11) 수정 2020.11.12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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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 씨와 그 가족에게, 국가가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지고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재판장 김지숙)는 유우성 씨와 그 아버지가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오늘(12일)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유 씨 부자가 청구한 금액 3억 3천만 원 가운데 모두 1억 5천만 원을 위자료로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또 유 씨의 여동생 가려 씨가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낸 1억 5천만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도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하고, 대한민국이 가려 씨에게 위자료 8천만 원을 지급하라고 했습니다.

유 씨는 서울시 계약직 공무원으로 일하던 2013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습니다. 당시 검찰은 북한 화교 출신인 유 씨가 탈북자로 위장 침투해, 국내 거주 탈북자 2백여 명의 신원 정보를 여동생을 통해 북한 국가안전보위부에 넘겼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재판 과정에서는 검찰 기소의 핵심 증거였던 유 씨 여동생의 자백이, 국정원 수사관들의 회유와 협박에서 비롯된 허위 진술임이 드러났습니다. 항소심에서는 검찰이 새로운 증거로 냈던 유 씨의 중국-북한 출입경 기록 등이 조작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결국 유 씨는 2015년 대법원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후 유 씨와 유 씨의 부친, 여동생 가려 씨는 공무원들이 가혹 행위로 가려 씨의 허위 자백을 강요하고 이를 바탕으로 유 씨를 기소한 점, 재판에 증거로 낸 공문서를 위조한 점 등 불법 행위로 큰 고통을 받았다며 2017년 11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소송 제기 3년 만인 오늘 재판부는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그 근거로 국정원 수사관들이 유 씨 여동생 가려 씨를 유 씨의 공범으로 조사하면서도 구속영장없이 불법구금하고, 헌법에 규정된 변호인 조력권을 보장하지 않으면서 모욕적 행동과 회유를 통해 유 씨를 조사했던 점을 들었습니다.

또 위법하게 수집된 가려 씨의 허위 진술을 토대로 유우성 씨를 체포·구속하고, 재판 과정에서 증거를 위조한 것도 국가기관의 불법 행위라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검사가 유 씨의 외국환관리법 위반 혐의에 대해 기존엔 기소유예 처분을 해놓고도 나중에 재수사해 유 씨를 뒤늦게 기소한 것은 공소권 남용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다만 가려 씨가 국정원 수사관들에게 폭행, 욕설, 폭언 등 가혹행위를 당했다는 원고 측 주장에 대해서는 증거가 없다며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해당 수사관들은 가혹행위 등의 직권남용 혐의(국정원법 위반) 등으로 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재판부는 이같은 검찰과 국정원의 불법 행위로 유 씨와 그 가족이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임이 명백하다며, 국가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증거 위조에 대해서는 "민주주의 법치국가에서 결코 일어나서는 안될 뿐 아니라 현 시대상황에서 일어나리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재판부는 이러한 수사기관의 불법 행위가 피해자들의 인권을 침해했을 뿐만 아니라 형사사법절차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저버렸다며, 그 불법성의 정도가 매우 크고 유사 사건의 재발을 억제할 필요가 있는 점도 고려해 위자료 액수를 정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오늘 선고 직후 기자들과 만난 유 씨는 "어느덧 7년, 8년이 되어가는데 진실을 받아내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라며 "민사사건 1심도 끝났지만 사건을 조작했던 가해자들, 그에 가담했던 사람들에 대한 처벌은 여전히 미진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피해자들에게 피해를 배상해준다고 사건이 끝나는 것은 아니고, 재발 방지가 더 중요하다"라며 "앞으로 간첩 조작 사건이나 국가보안법으로 피해를 보는 사건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간곡히 바란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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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1-12 10:11:21
    • 수정2020-11-12 20:04:03
    사회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 씨와 그 가족에게, 국가가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지고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재판장 김지숙)는 유우성 씨와 그 아버지가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오늘(12일)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유 씨 부자가 청구한 금액 3억 3천만 원 가운데 모두 1억 5천만 원을 위자료로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또 유 씨의 여동생 가려 씨가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낸 1억 5천만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도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하고, 대한민국이 가려 씨에게 위자료 8천만 원을 지급하라고 했습니다.

유 씨는 서울시 계약직 공무원으로 일하던 2013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습니다. 당시 검찰은 북한 화교 출신인 유 씨가 탈북자로 위장 침투해, 국내 거주 탈북자 2백여 명의 신원 정보를 여동생을 통해 북한 국가안전보위부에 넘겼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재판 과정에서는 검찰 기소의 핵심 증거였던 유 씨 여동생의 자백이, 국정원 수사관들의 회유와 협박에서 비롯된 허위 진술임이 드러났습니다. 항소심에서는 검찰이 새로운 증거로 냈던 유 씨의 중국-북한 출입경 기록 등이 조작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결국 유 씨는 2015년 대법원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후 유 씨와 유 씨의 부친, 여동생 가려 씨는 공무원들이 가혹 행위로 가려 씨의 허위 자백을 강요하고 이를 바탕으로 유 씨를 기소한 점, 재판에 증거로 낸 공문서를 위조한 점 등 불법 행위로 큰 고통을 받았다며 2017년 11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소송 제기 3년 만인 오늘 재판부는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그 근거로 국정원 수사관들이 유 씨 여동생 가려 씨를 유 씨의 공범으로 조사하면서도 구속영장없이 불법구금하고, 헌법에 규정된 변호인 조력권을 보장하지 않으면서 모욕적 행동과 회유를 통해 유 씨를 조사했던 점을 들었습니다.

또 위법하게 수집된 가려 씨의 허위 진술을 토대로 유우성 씨를 체포·구속하고, 재판 과정에서 증거를 위조한 것도 국가기관의 불법 행위라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검사가 유 씨의 외국환관리법 위반 혐의에 대해 기존엔 기소유예 처분을 해놓고도 나중에 재수사해 유 씨를 뒤늦게 기소한 것은 공소권 남용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다만 가려 씨가 국정원 수사관들에게 폭행, 욕설, 폭언 등 가혹행위를 당했다는 원고 측 주장에 대해서는 증거가 없다며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해당 수사관들은 가혹행위 등의 직권남용 혐의(국정원법 위반) 등으로 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재판부는 이같은 검찰과 국정원의 불법 행위로 유 씨와 그 가족이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임이 명백하다며, 국가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증거 위조에 대해서는 "민주주의 법치국가에서 결코 일어나서는 안될 뿐 아니라 현 시대상황에서 일어나리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재판부는 이러한 수사기관의 불법 행위가 피해자들의 인권을 침해했을 뿐만 아니라 형사사법절차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저버렸다며, 그 불법성의 정도가 매우 크고 유사 사건의 재발을 억제할 필요가 있는 점도 고려해 위자료 액수를 정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오늘 선고 직후 기자들과 만난 유 씨는 "어느덧 7년, 8년이 되어가는데 진실을 받아내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라며 "민사사건 1심도 끝났지만 사건을 조작했던 가해자들, 그에 가담했던 사람들에 대한 처벌은 여전히 미진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피해자들에게 피해를 배상해준다고 사건이 끝나는 것은 아니고, 재발 방지가 더 중요하다"라며 "앞으로 간첩 조작 사건이나 국가보안법으로 피해를 보는 사건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간곡히 바란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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