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비 내년엔 오르나?…‘과로 방지 대책’에 포함

입력 2020.11.12 (13:50) 수정 2020.11.12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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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로사' 추정 택배 노동자 올 한 해 15명...택배 물량 급증

택배 노조에 따르면 올 한 해 과로로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택배 노동자는 15명. 대부분 심혈관 질환이 원인으로 산재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1992년 처음 시작된 택배 서비스는 시장 규모가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택배물량은 2014년 16억2천만 개에서 지난해 27억 9천만 개, 올해는 32억 개로 6년 만에 2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우리나라 국민 1명당 1년에 64개의 택배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최근 코로나 19로 인해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서 택배 수요는 더 늘었습니다. 하지만 택배기사 수는 2014년 3.31만 명에서 올해 5.4만 명으로 연평균 8%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택배 물량 및 택배기사 수 추이 택배 물량 및 택배기사 수 추이

■하루 평균 12시간·주 6일 근로 보편화

택배 물량은 빠르게 느는데 택배노동자 수는 부족하니 작업환경은 점점 열악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택배 노동자들의 1일 평균 작업시간은 12.1시간, 이 가운데 6~8시간은 분류작업이 차지한다고 택배노조는 말합니다.

넘쳐나는 물량에 주말에도 배송을 하다 보니 일요일·공휴일 외에는 쉬지 못하는 주 6일 배송이 보편화되었고, 아파도 쉬지 못하고 휴가도 가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었습니다.

근로시간 못지 않게 강도도 높습니다. 택배 노동자 한 사람의 1개월 평균 작업량은 6,250건, 1일 평균 작업량은 약 250건에 달합니다.



문제는, 택배 물량 증가로 작업량은 급격히 많아졌지만 배송수수료는 1건당 800원 내외로 유지되고 있어 택배 노동자들의 소득은 크게 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2002년 1건당 3,265원이던 택배가격이 지난해 2,269원까지 인하되면서 택배 노동자들에게 돌아가는 배송수수료도 1건당 1,200원에서 800원으로 낮아졌습니다.

이렇게 수수료가 낮아지는 추세이다 보니 일정한 수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물량을 배송해야 하고, 장시간 노동은 불가피하다고 택배 노동자들은 호소합니다.

■대형화주, 1건당 600원 '백마진'...택배기사 몫은 더 줄어

택배가격 인하 외에도 업계에 만연한 이른바 '백마진' 관행도 택배 수수료를 낮추는 데 큰 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

백마진 관행이란, 예를 들어 소비자가 대형화주인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1건당 평균 2,500원의 택배비를 지불하면 화주인 온라인 쇼핑몰은 택배회사에 평균 1,900원의 택배비만 지급하고 나머지 600원의 이득을 챙기는 것을 말합니다.

택배비는 점점 낮아지는데 백마진 관행까지 있으니 택배 노동자들이 받는 수수료는 점점 더 떨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택배 대리점이 택배 노동자들에게 위약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기도 하고, 수익률이 높은 구역을 할당받으려면 거액의 권리금을 내라고 요구하는 등의 불공정한 관행도 문제로 꼽힙니다.

온라인 쇼핑몰 ‘백마진’ 구조  (출처 : 국토교통부·고용노동부)온라인 쇼핑몰 ‘백마진’ 구조 (출처 : 국토교통부·고용노동부)

■대책 1 - 하루 최대 작업시간 설정·심야배송 차단 등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택배업계도 자체적으로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정부도 종합적인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는 오늘(12일) 오후 정부 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택배 기사 과로방지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정부는 우선, 장시간 노동을 해결하기 위해 택배회사별로 상황에 맞게 1일 최대 작업시간을 정하도록 하고 그 한도에서 작업을 유도하기로 했습니다.

이를 위해 택배기사가 요구하면 물량축소, 배송구역 조정 등의 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하고 물량 조정으로 인한 지연 배송이 생겨도 기사에 대해 불이익 조치를 못 하도록 할 방침입니다.

특히 주간 택배기사의 밤 10시 이후 심야 배송을 막기 위해 앱 차단 등을 권고하고, 노사 협의를 거쳐 주5일제 확산도 유도하기로 했습니다.

이와 함께 택배 노동자의 건강검진이 의무화되고, 택배사와 대리점이 직접 택배 노동자의 보건 대책을 마련하도록 했습니다.

택배 노동자에 대한 각종 사회보험도 확대됩니다. 18.5%에 불과한 택배 노동자 산재보험 가입을 확대하기 위해 관행적으로 이뤄져 온 '산재 적용 제외 신청서' 대리 제출이 금지되고, 이를 어기거나 방해하는 사업주에 대한 처벌 규정도 새로 도입됩니다.

또한 택배 노동자 등 14개 직종을 고용보험 적용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습니다.

■대책 2 - 표준계약서 도입·불공정 관행 개선

노사 간 분쟁이 되고 있는 '택배 분류작업'에 대해 정부는 관련 내용이 구체적으로 포함된 표준계약서를 내년 상반기까지 마련하고 제도가 정착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현재는 분류작업의 비용부담 문제를 두고 노사가 대립하고 있습니다. 이달 10일 CJ대한통운 대리점연합은 분류작업에 대한 비용을 택배기사들에게 부담시키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지만, 정부는 더 나아가 이를 표준계약서에 명시하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정부는 택배사와 대리점, 택배기사와 협의해 내년 상반기까지 표준계약서를 만들고, 표준계약서 사용을 택배사업자 등록 요건에 포함시킬 계획입니다.

또 백마진과 위약금 등 불공정 계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화주-택배사-대리점-택배기사' 간 계약관행과 거래조건 등 시장실태 파악을 위한 점검을 실시하고, 불공정행위가 확인되면 엄정 조치하기로 했습니다.

■대책 3 - "택배가격 인상 필요"...협의회 구성해 사회적 논의

택배가격 인상이 필요하다는 정부 입장도 나왔습니다. 정부는 택배기사의 처우를 위해서 분류인력 확충과 설비투자, 적정 배송 수수료 지급 등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택배가격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택배가격 인상은 소비자 부담 증가로 이어지므로 사회적 논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취했습니다. 이를 위해 택배 사업자·노동자 단체, 소비자 단체, 대형화주, 국회,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협의회를 만들어 내년 상반기까지 택배가격 인상에 대한 개선방안을 내놓기로 했습니다.

이와 함께 정부는 대책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택배 노동자 보호와 택배산업 육성·지원 등의 내용이 담긴 '생활물류서비스법'이 올해 안에 제정될 수 있도록 국회와 긴밀하게 협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현재 계류 중인 법안을 중심으로 산재보험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는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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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택배비 내년엔 오르나?…‘과로 방지 대책’에 포함
    • 입력 2020-11-12 13:50:06
    • 수정2020-11-12 13:51:53
    취재K

■'과로사' 추정 택배 노동자 올 한 해 15명...택배 물량 급증

택배 노조에 따르면 올 한 해 과로로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택배 노동자는 15명. 대부분 심혈관 질환이 원인으로 산재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1992년 처음 시작된 택배 서비스는 시장 규모가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택배물량은 2014년 16억2천만 개에서 지난해 27억 9천만 개, 올해는 32억 개로 6년 만에 2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우리나라 국민 1명당 1년에 64개의 택배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최근 코로나 19로 인해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서 택배 수요는 더 늘었습니다. 하지만 택배기사 수는 2014년 3.31만 명에서 올해 5.4만 명으로 연평균 8%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택배 물량 및 택배기사 수 추이
■하루 평균 12시간·주 6일 근로 보편화

택배 물량은 빠르게 느는데 택배노동자 수는 부족하니 작업환경은 점점 열악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택배 노동자들의 1일 평균 작업시간은 12.1시간, 이 가운데 6~8시간은 분류작업이 차지한다고 택배노조는 말합니다.

넘쳐나는 물량에 주말에도 배송을 하다 보니 일요일·공휴일 외에는 쉬지 못하는 주 6일 배송이 보편화되었고, 아파도 쉬지 못하고 휴가도 가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었습니다.

근로시간 못지 않게 강도도 높습니다. 택배 노동자 한 사람의 1개월 평균 작업량은 6,250건, 1일 평균 작업량은 약 250건에 달합니다.



문제는, 택배 물량 증가로 작업량은 급격히 많아졌지만 배송수수료는 1건당 800원 내외로 유지되고 있어 택배 노동자들의 소득은 크게 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2002년 1건당 3,265원이던 택배가격이 지난해 2,269원까지 인하되면서 택배 노동자들에게 돌아가는 배송수수료도 1건당 1,200원에서 800원으로 낮아졌습니다.

이렇게 수수료가 낮아지는 추세이다 보니 일정한 수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물량을 배송해야 하고, 장시간 노동은 불가피하다고 택배 노동자들은 호소합니다.

■대형화주, 1건당 600원 '백마진'...택배기사 몫은 더 줄어

택배가격 인하 외에도 업계에 만연한 이른바 '백마진' 관행도 택배 수수료를 낮추는 데 큰 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

백마진 관행이란, 예를 들어 소비자가 대형화주인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1건당 평균 2,500원의 택배비를 지불하면 화주인 온라인 쇼핑몰은 택배회사에 평균 1,900원의 택배비만 지급하고 나머지 600원의 이득을 챙기는 것을 말합니다.

택배비는 점점 낮아지는데 백마진 관행까지 있으니 택배 노동자들이 받는 수수료는 점점 더 떨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택배 대리점이 택배 노동자들에게 위약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기도 하고, 수익률이 높은 구역을 할당받으려면 거액의 권리금을 내라고 요구하는 등의 불공정한 관행도 문제로 꼽힙니다.

온라인 쇼핑몰 ‘백마진’ 구조  (출처 : 국토교통부·고용노동부)
■대책 1 - 하루 최대 작업시간 설정·심야배송 차단 등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택배업계도 자체적으로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정부도 종합적인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는 오늘(12일) 오후 정부 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택배 기사 과로방지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정부는 우선, 장시간 노동을 해결하기 위해 택배회사별로 상황에 맞게 1일 최대 작업시간을 정하도록 하고 그 한도에서 작업을 유도하기로 했습니다.

이를 위해 택배기사가 요구하면 물량축소, 배송구역 조정 등의 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하고 물량 조정으로 인한 지연 배송이 생겨도 기사에 대해 불이익 조치를 못 하도록 할 방침입니다.

특히 주간 택배기사의 밤 10시 이후 심야 배송을 막기 위해 앱 차단 등을 권고하고, 노사 협의를 거쳐 주5일제 확산도 유도하기로 했습니다.

이와 함께 택배 노동자의 건강검진이 의무화되고, 택배사와 대리점이 직접 택배 노동자의 보건 대책을 마련하도록 했습니다.

택배 노동자에 대한 각종 사회보험도 확대됩니다. 18.5%에 불과한 택배 노동자 산재보험 가입을 확대하기 위해 관행적으로 이뤄져 온 '산재 적용 제외 신청서' 대리 제출이 금지되고, 이를 어기거나 방해하는 사업주에 대한 처벌 규정도 새로 도입됩니다.

또한 택배 노동자 등 14개 직종을 고용보험 적용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습니다.

■대책 2 - 표준계약서 도입·불공정 관행 개선

노사 간 분쟁이 되고 있는 '택배 분류작업'에 대해 정부는 관련 내용이 구체적으로 포함된 표준계약서를 내년 상반기까지 마련하고 제도가 정착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현재는 분류작업의 비용부담 문제를 두고 노사가 대립하고 있습니다. 이달 10일 CJ대한통운 대리점연합은 분류작업에 대한 비용을 택배기사들에게 부담시키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지만, 정부는 더 나아가 이를 표준계약서에 명시하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정부는 택배사와 대리점, 택배기사와 협의해 내년 상반기까지 표준계약서를 만들고, 표준계약서 사용을 택배사업자 등록 요건에 포함시킬 계획입니다.

또 백마진과 위약금 등 불공정 계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화주-택배사-대리점-택배기사' 간 계약관행과 거래조건 등 시장실태 파악을 위한 점검을 실시하고, 불공정행위가 확인되면 엄정 조치하기로 했습니다.

■대책 3 - "택배가격 인상 필요"...협의회 구성해 사회적 논의

택배가격 인상이 필요하다는 정부 입장도 나왔습니다. 정부는 택배기사의 처우를 위해서 분류인력 확충과 설비투자, 적정 배송 수수료 지급 등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택배가격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택배가격 인상은 소비자 부담 증가로 이어지므로 사회적 논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취했습니다. 이를 위해 택배 사업자·노동자 단체, 소비자 단체, 대형화주, 국회,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협의회를 만들어 내년 상반기까지 택배가격 인상에 대한 개선방안을 내놓기로 했습니다.

이와 함께 정부는 대책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택배 노동자 보호와 택배산업 육성·지원 등의 내용이 담긴 '생활물류서비스법'이 올해 안에 제정될 수 있도록 국회와 긴밀하게 협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현재 계류 중인 법안을 중심으로 산재보험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는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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