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과 20범 체포 형사 “택시기사 출신이라 길 훤했죠!”

입력 2020.11.12 (14:58) 수정 2020.11.12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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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제주시 본인의 주거지에서 이별을 통보한 여성을 감금하고 무차별 폭행한 피의자가 현장을 떠나는 모습지난 5일 제주시 본인의 주거지에서 이별을 통보한 여성을 감금하고 무차별 폭행한 피의자가 현장을 떠나는 모습

"금방 나갔다 올게"

지난 8일 24시간 잠복근무를 마치고 귀가한 김재종 제주동부경찰서 형사2팀장은 5시간도 채 되지 않아 집을 나섰다. 그는 아내에게 "금방 돌아오겠다"고 말한 뒤 개인차를 타고 현장으로 향했다.

이별을 통보한 여자친구를 감금해 무차별 폭행하고 성폭행한 30대 용의자가 도주한 건 지난 5일. 500명이 넘는 경찰과 헬기 등이 수색에 동원됐지만, 용의자는 나흘째 잡히지 않고 있었다. 비번이던 김 팀장이 쉬지 않고 다시 현장에 나선 이유다.

SNS 단체 방에서 용의차량이 제주시 이도이동 한 아파트 단지 근처로 향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본 김 팀장은 오후 3시 30분쯤 예상 도주로 두 곳을 특정해 인근에서 대기했다.

1시간 가량 지나자 용의차량이 눈앞에 나타났고, 김 팀장은 곧바로 시동을 걸어 차를 향해 돌진했다.

"반드시 잡아야 했다!"

도주로를 막아선 김 팀장은 범인을 잡기 위해 차에서 뛰어 내렸다. 비번이었던 탓에 수갑도, 삼단봉도 없었다. 악착같이 소리치며 있는 힘을 다해 맨손으로 유리창을 두들겼다. 김씨는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잡아야 했다"고 검거 당시를 회상했다.

김 팀장이 용의자를 제압하는 동안 뒤따르던 순찰차가 차량을 둘러싸며 나흘 동안 이어진 범인의 도피행각은 막을 내렸다.

김씨는 10년 동안 택시기사를 하다 뒤늦게 공부를 시작해 2005년 35살의 나이에 경찰에 발을 들였다. 범인의 예상도주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던 것도 그의 운전 경력 덕분이었다.

지난 7월 제주시에서 헤어진 40대 여성을 감금 폭행한 뒤 도주한 40대 남성을 검거한 데 큰 공을 세운 것도 그였다. 당시에도 개인차를 타고 현장을 돌며 용의자 차량을 특정해 형사들에게 전파했고, 결국 범인은 도주 3시간 만에 검거됐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노력하는 놈 못 이긴다”

김 팀장이 검거한 감금 폭행 사건 용의자 강모(37) 씨는 2017년에도 이별을 통보한 여성을 공동묘지로 데려가 둔기로 무차별 폭행했다. 이전에도 50대 여성이 성폭행에 저항하자 폭행하는 등 전과만 20회가 넘는 인물이었다.

경찰 등을 따르면, 강씨는 도주 첫날 모친이 있는 제주시 한경면으로 향했다. 그는 집에서 600~800m가량 떨어진 과수원 창고에서 하루를 묵었다. 이튿날 집 현장을 탐문하던 경찰이 창고에서 강씨를 발견했지만, 곧바로 차를 타고 도주했다.

6일 오전 11시 45분 감금 성폭행 피의자 강모(37)씨가 차량을 타고 도주하고 있는 모습 [사진 출처 : 제주지방경찰청 제공]6일 오전 11시 45분 감금 성폭행 피의자 강모(37)씨가 차량을 타고 도주하고 있는 모습 [사진 출처 : 제주지방경찰청 제공]

강씨는 휴대전화를 끈 뒤, 차를 제주 시내 모 병원에 버리고 택시를 타며 이동했다. 모텔에 이틀 치 숙박비를 현금으로 준 뒤 실제로는 묵지 않고 지인의 집에서 잠을 자는 방법 등으로 수사망을 빠져나갔다. 공중전화기를 이용해 지인에게 연락하고, 미용실에 들러 머리를 깎는 치밀함도 보였다.

일반 범죄자가 뛰는 놈이라면, 강씨는 나는 놈이었다.

하지만 김 팀장은 "날고 기어도 노력하는 놈은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아무 생각 안 하고 내일은 좀 잘 수 있겠다"

용의자 검거 당시 기분을 묻자 그는 담담하게 잠을 자고 싶었다고 말했다.

수차례 인터뷰를 거절하다 수락한 김 팀장은 사진 요청만큼은 단호히 거부했다. 현장에 얼굴이 알려지면 범인을 잡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15년 경찰 생활 가운데 12년을 형사로 일한 김씨는 앞으로도 쭉 형사 생활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한 뒤 다시 현장으로 향했다.

김 팀장이 검거한 용의자 강씨는 지난 10일 중감금치상과 강간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은 강씨의 도주를 도운 지인 2명을 범인 도피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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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과 20범 체포 형사 “택시기사 출신이라 길 훤했죠!”
    • 입력 2020-11-12 14:58:05
    • 수정2020-11-12 15:01:11
    취재K
지난 5일 제주시 본인의 주거지에서 이별을 통보한 여성을 감금하고 무차별 폭행한 피의자가 현장을 떠나는 모습
"금방 나갔다 올게"

지난 8일 24시간 잠복근무를 마치고 귀가한 김재종 제주동부경찰서 형사2팀장은 5시간도 채 되지 않아 집을 나섰다. 그는 아내에게 "금방 돌아오겠다"고 말한 뒤 개인차를 타고 현장으로 향했다.

이별을 통보한 여자친구를 감금해 무차별 폭행하고 성폭행한 30대 용의자가 도주한 건 지난 5일. 500명이 넘는 경찰과 헬기 등이 수색에 동원됐지만, 용의자는 나흘째 잡히지 않고 있었다. 비번이던 김 팀장이 쉬지 않고 다시 현장에 나선 이유다.

SNS 단체 방에서 용의차량이 제주시 이도이동 한 아파트 단지 근처로 향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본 김 팀장은 오후 3시 30분쯤 예상 도주로 두 곳을 특정해 인근에서 대기했다.

1시간 가량 지나자 용의차량이 눈앞에 나타났고, 김 팀장은 곧바로 시동을 걸어 차를 향해 돌진했다.

"반드시 잡아야 했다!"

도주로를 막아선 김 팀장은 범인을 잡기 위해 차에서 뛰어 내렸다. 비번이었던 탓에 수갑도, 삼단봉도 없었다. 악착같이 소리치며 있는 힘을 다해 맨손으로 유리창을 두들겼다. 김씨는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잡아야 했다"고 검거 당시를 회상했다.

김 팀장이 용의자를 제압하는 동안 뒤따르던 순찰차가 차량을 둘러싸며 나흘 동안 이어진 범인의 도피행각은 막을 내렸다.

김씨는 10년 동안 택시기사를 하다 뒤늦게 공부를 시작해 2005년 35살의 나이에 경찰에 발을 들였다. 범인의 예상도주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던 것도 그의 운전 경력 덕분이었다.

지난 7월 제주시에서 헤어진 40대 여성을 감금 폭행한 뒤 도주한 40대 남성을 검거한 데 큰 공을 세운 것도 그였다. 당시에도 개인차를 타고 현장을 돌며 용의자 차량을 특정해 형사들에게 전파했고, 결국 범인은 도주 3시간 만에 검거됐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노력하는 놈 못 이긴다”

김 팀장이 검거한 감금 폭행 사건 용의자 강모(37) 씨는 2017년에도 이별을 통보한 여성을 공동묘지로 데려가 둔기로 무차별 폭행했다. 이전에도 50대 여성이 성폭행에 저항하자 폭행하는 등 전과만 20회가 넘는 인물이었다.

경찰 등을 따르면, 강씨는 도주 첫날 모친이 있는 제주시 한경면으로 향했다. 그는 집에서 600~800m가량 떨어진 과수원 창고에서 하루를 묵었다. 이튿날 집 현장을 탐문하던 경찰이 창고에서 강씨를 발견했지만, 곧바로 차를 타고 도주했다.

6일 오전 11시 45분 감금 성폭행 피의자 강모(37)씨가 차량을 타고 도주하고 있는 모습 [사진 출처 : 제주지방경찰청 제공]
강씨는 휴대전화를 끈 뒤, 차를 제주 시내 모 병원에 버리고 택시를 타며 이동했다. 모텔에 이틀 치 숙박비를 현금으로 준 뒤 실제로는 묵지 않고 지인의 집에서 잠을 자는 방법 등으로 수사망을 빠져나갔다. 공중전화기를 이용해 지인에게 연락하고, 미용실에 들러 머리를 깎는 치밀함도 보였다.

일반 범죄자가 뛰는 놈이라면, 강씨는 나는 놈이었다.

하지만 김 팀장은 "날고 기어도 노력하는 놈은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아무 생각 안 하고 내일은 좀 잘 수 있겠다"

용의자 검거 당시 기분을 묻자 그는 담담하게 잠을 자고 싶었다고 말했다.

수차례 인터뷰를 거절하다 수락한 김 팀장은 사진 요청만큼은 단호히 거부했다. 현장에 얼굴이 알려지면 범인을 잡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15년 경찰 생활 가운데 12년을 형사로 일한 김씨는 앞으로도 쭉 형사 생활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한 뒤 다시 현장으로 향했다.

김 팀장이 검거한 용의자 강씨는 지난 10일 중감금치상과 강간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은 강씨의 도주를 도운 지인 2명을 범인 도피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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