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차별로 영세사업자 지원? ‘5인 미만 사업장’ NO!

입력 2020.11.14 (21:31) 수정 2020.11.14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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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각종 수당과 휴가, 주 40시간 근무, 그리고 부당해고 구제 절차 등 근로기준법에 규정된 노동자의 기본권이죠.

하지만 2020년인 현재, 이마저도 여전히 차별적입니다.

영세사업주 보호를 명목으로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는 이 권리들이 합법적으로 제한되는데, 생각하십니까?

류란 기자가 피해자들을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5개 월 넘게 일한 가게에서 갑자기 해고된 이가은 씨(가명).

업주가 예정보다 일찍 다른 사람을 구하더니, 그날 밤 해고됐습니다.

[이가은/가명/ 구두 해고 후 임금체불/음성변조 : "내일부터 그 알바생이랑 저랑 /나오나요?' 물어보니까 아니래요. '그럼 제가 안 나와요?' 물어보니까 '어!' 이러고 바로 잘린 거예요."]

밀린 임금을 달라고 했더니 업주는 고소로 응답했습니다.

["월급이 안 들어오는 거예요. 그래서 노동청에 진정을 제출을 했더니, 절도죄 고소장이 바로 들어와가지고..."]

허락을 받고 남은 음식 등을 직원들이 나눠 가져오곤 했는데 해고 뒤엔 도둑질이 됐습니다.

[해고 업체 과장/음성변조 : "이것들이 사람을 개똥으로 알고! 근처에 얼씬도 하지 마. 너네들 XX버릴 테니까, 이제 앞으로. 당해봐 어디!"]

무혐의 결정을 받았지만, 체불 임금도 아직 받지 못하고 부당해고 구제는 자격조차 안 됩니다.

'5인 미만 사업장'이기 때문입니다.

["가게가 영세하다고 근로자가 피해를 봐서는 안 되잖아요. 똑같이 근로를 하는데."]

노동부는 이미 2016년 연구용역에서, '근로기준법 확대 정책을 적용하라'는 결과를 받아 놓고도, 올해 국감에서 비판을 받자 또 '연구용역'을 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이재갑 장관/10월 8일 환노위 국정감사 : "10월부터 연구용역을 통해서 법 적용 실태조사를 실시할 것입니다."]

5인 미만 사업장의 이점을 챙기려고 가짜 5인 미만으로 꾸미는 업장의 피해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꽤 이름 있는 여행잡지사에 채용된 남하정 씨(가명).

첫날 인사한 직원만도 20여 명에, 상시 관리직이 3명.

그러나 서류상으로는 5인 미만 사업장.

사장은 26일 만에 남 씨를 구두로 해고했습니다.

[남하정/가명/'구두 해고' 피해자 : "이렇게 자르는 게 거의 습관처럼 된 것 같더라고요. 5인 이상의 기업이라는 건 제가 잘 알고 있으니까 자료를 모아서 대응을 하니까, '그냥 이거에 대해서 다투지 않겠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바로 돈(약 천만 원)을 주고 끝내는 걸로'"]

지방의 한 호텔 체인에 근무하다 해고된 이수영 씨(가명)의 사연도 황당합니다.

[이수영/'부당해고' 소송 중/음성변조 : "6개월 장기근속자는 24시간 날 새고 맞교대로 하니까 너무 피곤하니까 '포상휴가조로 하루만 달라' 그랬더니, 그렇게 불평, 불만 많으시면 한 달의 기한을 줄 테니까 그만 두래요."]

노동자 15명이 모여 상시 업무지시가 이뤄지는 단톡방, "순환근무가 가능하다"고 적힌 근로계약서가 있는데도, 경영인은 5인 미만 사업장이라며 연장근로 수당, 연차휴가 등 모든 책임을 거부 중입니다.

지난 6월부터 이 단체에 접수된 직접 피해 사례만도 100여 건...

업종과 규모를 가리지 않습니다.

[하은성/노무사/권리찾기유니온 : "이번에 고발한 사례 중에는 이제 굴지의 대기업 사례도 있는데요. 위장을 했을 때 걸린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로 처벌되는 것이 아니라서, 사업주 입장에서는 전혀 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거죠."]

근본적으로는 영세사업주를 보호하겠다며 합법적으로 노동자의 권리를 제한하는 제도가 바뀌어야 합니다.

["영세사업자에 대한 보호는 노동부가 영세한 사업자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해야지, 노동자를 합법적으로 차별하는 것을 계속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전국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약 380만 명.

현재 국회에는 근로기준법을 전 사업장으로 확대하는 것을 포함한 내용의 국민청원이 상임위에 상정돼있습니다.

KBS 뉴스 류란입니다.

촬영기자:윤희진 유성주 허용석/영상편집:김형기

※ <취재K/'노동자 11지옥' 을 아십니까?>에서 더 자세한 내용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뉴스.KBS.co.kr/뉴스/view.do?ncd=5047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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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동자 차별로 영세사업자 지원? ‘5인 미만 사업장’ NO!
    • 입력 2020-11-14 21:31:04
    • 수정2020-11-14 22:05:30
    뉴스 9
[앵커]

각종 수당과 휴가, 주 40시간 근무, 그리고 부당해고 구제 절차 등 근로기준법에 규정된 노동자의 기본권이죠.

하지만 2020년인 현재, 이마저도 여전히 차별적입니다.

영세사업주 보호를 명목으로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는 이 권리들이 합법적으로 제한되는데, 생각하십니까?

류란 기자가 피해자들을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5개 월 넘게 일한 가게에서 갑자기 해고된 이가은 씨(가명).

업주가 예정보다 일찍 다른 사람을 구하더니, 그날 밤 해고됐습니다.

[이가은/가명/ 구두 해고 후 임금체불/음성변조 : "내일부터 그 알바생이랑 저랑 /나오나요?' 물어보니까 아니래요. '그럼 제가 안 나와요?' 물어보니까 '어!' 이러고 바로 잘린 거예요."]

밀린 임금을 달라고 했더니 업주는 고소로 응답했습니다.

["월급이 안 들어오는 거예요. 그래서 노동청에 진정을 제출을 했더니, 절도죄 고소장이 바로 들어와가지고..."]

허락을 받고 남은 음식 등을 직원들이 나눠 가져오곤 했는데 해고 뒤엔 도둑질이 됐습니다.

[해고 업체 과장/음성변조 : "이것들이 사람을 개똥으로 알고! 근처에 얼씬도 하지 마. 너네들 XX버릴 테니까, 이제 앞으로. 당해봐 어디!"]

무혐의 결정을 받았지만, 체불 임금도 아직 받지 못하고 부당해고 구제는 자격조차 안 됩니다.

'5인 미만 사업장'이기 때문입니다.

["가게가 영세하다고 근로자가 피해를 봐서는 안 되잖아요. 똑같이 근로를 하는데."]

노동부는 이미 2016년 연구용역에서, '근로기준법 확대 정책을 적용하라'는 결과를 받아 놓고도, 올해 국감에서 비판을 받자 또 '연구용역'을 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이재갑 장관/10월 8일 환노위 국정감사 : "10월부터 연구용역을 통해서 법 적용 실태조사를 실시할 것입니다."]

5인 미만 사업장의 이점을 챙기려고 가짜 5인 미만으로 꾸미는 업장의 피해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꽤 이름 있는 여행잡지사에 채용된 남하정 씨(가명).

첫날 인사한 직원만도 20여 명에, 상시 관리직이 3명.

그러나 서류상으로는 5인 미만 사업장.

사장은 26일 만에 남 씨를 구두로 해고했습니다.

[남하정/가명/'구두 해고' 피해자 : "이렇게 자르는 게 거의 습관처럼 된 것 같더라고요. 5인 이상의 기업이라는 건 제가 잘 알고 있으니까 자료를 모아서 대응을 하니까, '그냥 이거에 대해서 다투지 않겠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바로 돈(약 천만 원)을 주고 끝내는 걸로'"]

지방의 한 호텔 체인에 근무하다 해고된 이수영 씨(가명)의 사연도 황당합니다.

[이수영/'부당해고' 소송 중/음성변조 : "6개월 장기근속자는 24시간 날 새고 맞교대로 하니까 너무 피곤하니까 '포상휴가조로 하루만 달라' 그랬더니, 그렇게 불평, 불만 많으시면 한 달의 기한을 줄 테니까 그만 두래요."]

노동자 15명이 모여 상시 업무지시가 이뤄지는 단톡방, "순환근무가 가능하다"고 적힌 근로계약서가 있는데도, 경영인은 5인 미만 사업장이라며 연장근로 수당, 연차휴가 등 모든 책임을 거부 중입니다.

지난 6월부터 이 단체에 접수된 직접 피해 사례만도 100여 건...

업종과 규모를 가리지 않습니다.

[하은성/노무사/권리찾기유니온 : "이번에 고발한 사례 중에는 이제 굴지의 대기업 사례도 있는데요. 위장을 했을 때 걸린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로 처벌되는 것이 아니라서, 사업주 입장에서는 전혀 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거죠."]

근본적으로는 영세사업주를 보호하겠다며 합법적으로 노동자의 권리를 제한하는 제도가 바뀌어야 합니다.

["영세사업자에 대한 보호는 노동부가 영세한 사업자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해야지, 노동자를 합법적으로 차별하는 것을 계속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전국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약 380만 명.

현재 국회에는 근로기준법을 전 사업장으로 확대하는 것을 포함한 내용의 국민청원이 상임위에 상정돼있습니다.

KBS 뉴스 류란입니다.

촬영기자:윤희진 유성주 허용석/영상편집:김형기

※ <취재K/'노동자 11지옥' 을 아십니까?>에서 더 자세한 내용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뉴스.KBS.co.kr/뉴스/view.do?ncd=5047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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