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는 아니라지만…사실상 막힌 ‘한-중 기업인 신속통로’

입력 2020.11.15 (13:1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우리나라 기업인들의 숨통을 틔워줬던 ‘한-중 기업인 신속통로(패스트트랙) 제도. 하지만 중국 측이 우리 측 전세기를 잇달아 취소하면서 이 제도가 사실상 폐지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13일 중국 시안과 톈진으로 떠날 예정이었던 삼성전자 전세기 2편이 모두 취소됐고, LG화학 측도 ’더 이상 전세기 추가 접수를 받지 않겠다‘는 중국 측 입장을 전해 들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계속 ’제도는 현행 유지‘라고 설명하고 있는데요,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봤습니다.

■ ‘신속통로’ 비자는 살아있지만…입국 위한 전세기는 ‘불허’


'신속통로 제도'는 중국을 찾는 우리 기업인들이 2주 이상의 자가격리 부담 없이 중국 현지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한 제도입니다. 외교부에 따르면 지난 5월부터 신속통로를 통해 만 명의 기업인이 중국에 들어갔습니다. 이 제도의 핵심은 특별한 비자입니다. 중국에 있는 기업으로부터 초청장을 발급받은 뒤, 이걸 첨부해 중국 대사관에 신청하면 '신속통로' 이용을 위한 특별한 비자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 비자가 있으면 14일에서 최장 28일에 이르는 긴 자가격리 없이 PCR검사만 하고 바로 중국 현지에서 활동이 가능합니다.

비자 업무이기 때문에 당연히 주무부서는 중국 대사관입니다. 그런데 현재까지도 중국 대사관에서 이 비자발급 제도를 중단하겠다는 얘기는 특별히 없습니다. 정부에서 '신속통로 제도 자체가 폐지된 건 아니'라고 설명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제도의 핵심인 특별 비자 발급이 중단되지는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중국 대사관이 아닌 다른 곳에서 제동을 걸었습니다. 바로 중국 민항국입니다. 중국을 오가는 항공편들의 노선을 관리하는 곳인데, 여기서 우리 측 기업인들이 이용하는 전세기 입국 자체를 불허해 버린 것입니다. 특별비자를 받은 우리 기업인 대부분이 '전세기'를 이용해 중국에 입국했었는데, 아예 들어가질 못하게 됐으니 어렵게 받은 특별 비자도 소용이 없어졌습니다. 이에 대해 중국 민항국 측은 별다른 불허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해외 유입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자 조치를 강화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을 뿐입니다.

■ “최근 전세기 불허 많아지던 추세…예측 어렵지만 당장 정상화는 어려울 듯”

무역협회 관계자는 “최근 중국이 중소기업들을 위한 공용 전세기를 승인하지 않는 경향은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대기업들처럼 단독으로 전세기를 운영할 여건이 되지 않는 중소기업들의 경우 무역협회 등의 도움을 받아 공동 전세기로 들어가곤 했었는데, 최근 이런 전세기들을 중국이 승인하지 않아 곤란을 겪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에는 대기업의 전세기까지 취소해 버린 겁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대규모 취소가 났는데 당장 정상복구가 되긴 어려울 것”이라며 “이전에도 전세기 승인 여부에 있어서는 중국이 다소 일방적으로 굴었던 만큼 우리가 ’언제쯤 복구가 가능하다‘고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전했습니다. 또 “취소된 대기업 중에서도 ’센터 측에서 좀 도와줄 수 없겠냐‘는 문의가 오기도 했지만, 사실상 추가 전세기 운항은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 “일반 항공편으로 ’신속통로‘ 이용…? 사실상 어렵다”


그럼 전세기가 아니라 일반 정기항공편을 이용하면 되지 않을까요? 정기항공편은 아직 운항하고 있으니까요. 사실 외교부는 이게 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일반항공편으로 중국에 들어가 특별 비자를 사용하면 ’원칙적으로는‘ 가능하다는 겁니다. 하지만 실제로 성사된 사례가 얼마나 있는지는 확인해주지 않았습니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힘들다‘며 고개를 가로젓습니다. 비자발급은 중국 기업의 ’신속통로 초청장‘이 있어야 가능한데, 전세기 항공편이 아니라면 초청장 발급이 어렵다는 겁니다. 또 우여곡절 끝에 어떻게 특별비자를 받았다 하더라도 정기항공편 예매라는 또 다른 난관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정기항공편 수가 그다지 많지 않은 데다가, 자리가 열린다 하더라도 중국 교포 등의 수요가 많아 자리를 잡기가 어렵습니다. 미리 자리를 선점한 뒤 비싸게 파는 업자들까지 등장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당장 업무상 급하게 들어가야 하는 우리 기업인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이런 기업인들의 고충을 조금이라도 돕기 위해 무역협회는 급히 ’남경/청두 입국지원 패키지‘를 마련해 운영 중입니다. 일반 정기 항공편의 좌석 일부를 항공사로부터 협조받아 기업인들에게 사전예약이 가능하도록 하는 서비스입니다. 출국 전 두 번으로 강화된 코로나19 진단검사도 편리하게 할 수 있고, 귀국 뒤 자가격리도 면제받을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다만 중국 내에서의 ’2주 자가격리‘는 그대로 해야 합니다. ’정기항공편‘으로 들어가는 일반입국이기 때문입니다.

사실상 중단된 ’신속통로‘ 제도,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인들에게는 한숨 쉴 일이 더 늘어났습니다. 정부의 대안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폐지는 아니라지만…사실상 막힌 ‘한-중 기업인 신속통로’
    • 입력 2020-11-15 13:10:17
    취재K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우리나라 기업인들의 숨통을 틔워줬던 ‘한-중 기업인 신속통로(패스트트랙) 제도. 하지만 중국 측이 우리 측 전세기를 잇달아 취소하면서 이 제도가 사실상 폐지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13일 중국 시안과 톈진으로 떠날 예정이었던 삼성전자 전세기 2편이 모두 취소됐고, LG화학 측도 ’더 이상 전세기 추가 접수를 받지 않겠다‘는 중국 측 입장을 전해 들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계속 ’제도는 현행 유지‘라고 설명하고 있는데요,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봤습니다.

■ ‘신속통로’ 비자는 살아있지만…입국 위한 전세기는 ‘불허’


'신속통로 제도'는 중국을 찾는 우리 기업인들이 2주 이상의 자가격리 부담 없이 중국 현지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한 제도입니다. 외교부에 따르면 지난 5월부터 신속통로를 통해 만 명의 기업인이 중국에 들어갔습니다. 이 제도의 핵심은 특별한 비자입니다. 중국에 있는 기업으로부터 초청장을 발급받은 뒤, 이걸 첨부해 중국 대사관에 신청하면 '신속통로' 이용을 위한 특별한 비자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 비자가 있으면 14일에서 최장 28일에 이르는 긴 자가격리 없이 PCR검사만 하고 바로 중국 현지에서 활동이 가능합니다.

비자 업무이기 때문에 당연히 주무부서는 중국 대사관입니다. 그런데 현재까지도 중국 대사관에서 이 비자발급 제도를 중단하겠다는 얘기는 특별히 없습니다. 정부에서 '신속통로 제도 자체가 폐지된 건 아니'라고 설명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제도의 핵심인 특별 비자 발급이 중단되지는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중국 대사관이 아닌 다른 곳에서 제동을 걸었습니다. 바로 중국 민항국입니다. 중국을 오가는 항공편들의 노선을 관리하는 곳인데, 여기서 우리 측 기업인들이 이용하는 전세기 입국 자체를 불허해 버린 것입니다. 특별비자를 받은 우리 기업인 대부분이 '전세기'를 이용해 중국에 입국했었는데, 아예 들어가질 못하게 됐으니 어렵게 받은 특별 비자도 소용이 없어졌습니다. 이에 대해 중국 민항국 측은 별다른 불허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해외 유입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자 조치를 강화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을 뿐입니다.

■ “최근 전세기 불허 많아지던 추세…예측 어렵지만 당장 정상화는 어려울 듯”

무역협회 관계자는 “최근 중국이 중소기업들을 위한 공용 전세기를 승인하지 않는 경향은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대기업들처럼 단독으로 전세기를 운영할 여건이 되지 않는 중소기업들의 경우 무역협회 등의 도움을 받아 공동 전세기로 들어가곤 했었는데, 최근 이런 전세기들을 중국이 승인하지 않아 곤란을 겪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에는 대기업의 전세기까지 취소해 버린 겁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대규모 취소가 났는데 당장 정상복구가 되긴 어려울 것”이라며 “이전에도 전세기 승인 여부에 있어서는 중국이 다소 일방적으로 굴었던 만큼 우리가 ’언제쯤 복구가 가능하다‘고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전했습니다. 또 “취소된 대기업 중에서도 ’센터 측에서 좀 도와줄 수 없겠냐‘는 문의가 오기도 했지만, 사실상 추가 전세기 운항은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 “일반 항공편으로 ’신속통로‘ 이용…? 사실상 어렵다”


그럼 전세기가 아니라 일반 정기항공편을 이용하면 되지 않을까요? 정기항공편은 아직 운항하고 있으니까요. 사실 외교부는 이게 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일반항공편으로 중국에 들어가 특별 비자를 사용하면 ’원칙적으로는‘ 가능하다는 겁니다. 하지만 실제로 성사된 사례가 얼마나 있는지는 확인해주지 않았습니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힘들다‘며 고개를 가로젓습니다. 비자발급은 중국 기업의 ’신속통로 초청장‘이 있어야 가능한데, 전세기 항공편이 아니라면 초청장 발급이 어렵다는 겁니다. 또 우여곡절 끝에 어떻게 특별비자를 받았다 하더라도 정기항공편 예매라는 또 다른 난관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정기항공편 수가 그다지 많지 않은 데다가, 자리가 열린다 하더라도 중국 교포 등의 수요가 많아 자리를 잡기가 어렵습니다. 미리 자리를 선점한 뒤 비싸게 파는 업자들까지 등장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당장 업무상 급하게 들어가야 하는 우리 기업인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이런 기업인들의 고충을 조금이라도 돕기 위해 무역협회는 급히 ’남경/청두 입국지원 패키지‘를 마련해 운영 중입니다. 일반 정기 항공편의 좌석 일부를 항공사로부터 협조받아 기업인들에게 사전예약이 가능하도록 하는 서비스입니다. 출국 전 두 번으로 강화된 코로나19 진단검사도 편리하게 할 수 있고, 귀국 뒤 자가격리도 면제받을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다만 중국 내에서의 ’2주 자가격리‘는 그대로 해야 합니다. ’정기항공편‘으로 들어가는 일반입국이기 때문입니다.

사실상 중단된 ’신속통로‘ 제도,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인들에게는 한숨 쉴 일이 더 늘어났습니다. 정부의 대안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