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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① 닷새째 ‘고농도’…원인은 ‘대기 정체’라고?
입력 2020.11.16 (14:42) 취재K
지난 주말 하늘을 뒤덮었던 미세먼지가 월요일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정확히 날짜로 따지면 지난 12일부터 벌써 닷새 연속입니다. 그동안 수도권과 충청 대부분의 지역에서 '나쁨' 수준의 고농도 미세먼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고농도 미세먼지가 장기간 지속하면 '중국'부터 떠올리시는 분들 많죠. 더군다나 최근에는 코로나 효과가 끝나면서 중국이 공장을 다시 가동한 것이 미세먼지 농도를 높인 주원인이라는 주장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오늘과 내일 연속 기사를 통해 이번 고농도 미세먼지의 원인과 올해 유난히 하늘이 깨끗했던 원인을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 "이번 고농도 초미세먼지 주요 원인은 '해외 유입' 아닌 '대기 정체' 때문"

과거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했을 때 '중국 영향'이 컸던 사례는 이미 여러 차례 알려진 바 있습니다. 그러나 미세먼지는 각각의 사례마다 발생 원인이나 환경이 크게 다릅니다. 이번 사례도 그렇습니다.

국립환경과학원의 미세먼지 예보문을 보면 지난 12일부터 오늘(16일)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내용이 '대기 정체로 국내 발생 미세먼지가 축적'됐다는 설명입니다.

지난 13일과 오늘(16일) 중국과 북한발 미세먼지가 일부 유입되긴 했지만, 지난 닷새 동안 이어진 고농도 미세먼지의 주원인은 국내 요인이 크다는 게 국립환경과학원의 분석입니다.

"중국 눈치 보느라 예보도 제대로 못 내는 거 아니냐"라고 의심하는 분도 많겠지만, 이번 사례의 경우 국내 요인이 뚜렷한 증거가 몇 가지 보입니다.

먼저 중국 유입을 가장 뚜렷이 확인할 수 있는 백령도의 농도를 살펴보겠습니다.


위 그림은 지난 12일부터 오늘 오전 9시까지 백령도와 서울 중구의 초미세먼지 농도를 비교한 자료입니다.

서울(파란 선)의 경우 지난 12일 '나쁨' 수준으로 높아진 뒤 오늘까지 대부분 '나쁨' 수준을 유지했고, 중간중간 '매우 나쁨' 단계까지 치솟았습니다.

반면 백령도(붉은 선)는 지난 14~15일 사이 4시간 동안 잠시 '나쁨' 수준으로 높아졌을 뿐, 닷새 내내 '좋음'~'보통'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이 기간 백령도의 평균 농도는 16㎍/㎥로 서울 중구(51㎍/㎥)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어스윈드맵(earth.nullschool.net)의 12~15일 초미세먼지 예측 자료어스윈드맵(earth.nullschool.net)의 12~15일 초미세먼지 예측 자료

이번 미세먼지의 주범이 국내 발생 요인이라는 사실은 위 그림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그동안 국내에 중국발 미세먼지를 널리 알려줬던 어스윈드맵(earth.nullschool.net)의 12~15일 초미세먼지 예측 자료입니다.

위 그림을 보시면 한반도에서 배출량이 많은 수도권과 충남 지역부터 미세먼지 띠가 만들어져, 바람을 타고 서해와 한반도 서쪽 지역을 오가는 모습이 예측됐습니다. 그리고 이는 실제 관측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습니다.

중국발 미세먼지가 유입될 때 어스윈드맵에서 붉은 먼지 띠가 서해를 건너 한반도 북서쪽 지역부터 붉게 물들였던 과거 사례와는 차이가 확연합니다.

■ 겨울을 미세먼지의 계절로 만드는 '대기 정체' 원리는?

그렇다면 이렇게 국내 오염 물질을 쌓이게 한 '대기 정체'는 어떤 현상일까요?

대기가 정체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공기의 흐름, 즉 바람이 느려진다는 것을 뜻하는데요. 보통 옆으로 부는 바람만 떠올리시겠지만, 대기오염에 있어서 더 큰 영향을 주는 요소는 '위아래'로 부는 바람입니다. 이를 대기의 안정도라고도 표현합니다.


위 그림에서처럼 대기층은 지표 부근에서 발생한 대기 오염 물질이 갇히는 '경계층'과 그 위의 '자유대기'로 구분됩니다.

햇볕이 강한 여름철에는 지면 부근에서 달궈진 공기가 위아래로 잘 뒤섞이며 이 경계층이 2km 고도까지 높아지지만, 겨울철에 가까워지면 지면이 식으면서 대기가 안정돼, 이 고도가 크게 낮아집니다.

최근에는 오전에도 2백 미터 안팎까지 낮아졌다는 게 국립환경과학원의 분석입니다.

겨울철이 조그마한 골방에서 담배를 피우는 상황이라면, 여름철에는 이보다 10배 넓은 강당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과 같은 상황으로 비유를 들 수도 있겠습니다.

국내에서 경유차도 똑같이 다니고 석탄화력발전소도 똑같이 가동하는데, 여름에는 왜 미세먼지가 적은지에 대한 가장 중요한 답이 바로 이 '경계층'의 차이입니다.

여기에 고기압 중심부에 놓이게 되면 옆으로 부는 바람도 멎게 돼 배출된 대기 오염 물질이 사방으로 빠져나갈 수 없는, 말 그대로 '정체' 상태에 놓이게 됩니다.

물론 우리나라는 이런 대기 정체에 더해 중국에 쌓여 있던 미세먼지가 서풍을 타고 유입될 때에도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하기 때문에 겨울철 더 많은 미세먼지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 내일(17일) 대기 확산 원활해지며 미세먼지 해소될 듯

가장 궁금한 점은 이 미세먼지가 언제 해소되느냐일 겁니다. 고농도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주원인이 대기 정체라고 했는데요. 이를 해소해주는 것은 대기의 확산입니다.

그동안 우리나라 부근에는 바람이 거의 불지 않는 고기압의 중심이 자리 잡고 있었는데요. 내일부터는 이 고기압이 동쪽으로 이동하고, 한반도는 서쪽에서 다가오는 저기압과의 사이에서 기압 차이가 벌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기압 차이가 벌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공기의 흐름이 강해진다는 것이고, 이는 미세먼지가 흩어질 수 있는 상황으로 이어집니다.
국립환경과학원의 초미세먼지 예측 모델(16~17일)국립환경과학원의 초미세먼지 예측 모델(16~17일)
실제로 미세먼지 예측 모델을 보면 내일 오전까지는 계속해서 고농도 미세먼지가 한반도 부근에 머물지만, 내일 오후부터는 강한 남풍을 타고 미세먼지가 남쪽 지역부터 흩어질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여기에 내일부터 비가 시작돼 수요일과 목요일 사이 전국 대부분 지역에 제법 많은 양의 가을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는데요. 이번 비가 미세먼지를 완전히 씻어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 중국 탓? 국내 탓?...하나의 원인으로 파악 불가

이처럼 미세먼지 문제는 '중국 탓' 아니면 '국내 탓'과 같이 단 하나의 원인으로 파악할 수 없습니다. 기상 현상 등 다양한 원인을 복합적으로 분석해야 제대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원인을 잘못 분석하면, 잘못된 대책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 내가 마시는 미세먼지가 어디서 오고, 왜 오는 지를 파악하는 건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올해 파란 하늘이 이어진 원인이 '코로나 19' 때문이었다는 단정적인 판단도 비슷한 맥락에서 곱씹어볼 필요가 있는 문제입니다. 이 문제는 내일 이어지는 기사 '[미세먼지②] 쪽빛에서 잿빛으로…우리 하늘은 왜 달라졌을까?'에서 좀 더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 [미세먼지]① 닷새째 ‘고농도’…원인은 ‘대기 정체’라고?
    • 입력 2020-11-16 14:42:45
    취재K
지난 주말 하늘을 뒤덮었던 미세먼지가 월요일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정확히 날짜로 따지면 지난 12일부터 벌써 닷새 연속입니다. 그동안 수도권과 충청 대부분의 지역에서 '나쁨' 수준의 고농도 미세먼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고농도 미세먼지가 장기간 지속하면 '중국'부터 떠올리시는 분들 많죠. 더군다나 최근에는 코로나 효과가 끝나면서 중국이 공장을 다시 가동한 것이 미세먼지 농도를 높인 주원인이라는 주장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오늘과 내일 연속 기사를 통해 이번 고농도 미세먼지의 원인과 올해 유난히 하늘이 깨끗했던 원인을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 "이번 고농도 초미세먼지 주요 원인은 '해외 유입' 아닌 '대기 정체' 때문"

과거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했을 때 '중국 영향'이 컸던 사례는 이미 여러 차례 알려진 바 있습니다. 그러나 미세먼지는 각각의 사례마다 발생 원인이나 환경이 크게 다릅니다. 이번 사례도 그렇습니다.

국립환경과학원의 미세먼지 예보문을 보면 지난 12일부터 오늘(16일)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내용이 '대기 정체로 국내 발생 미세먼지가 축적'됐다는 설명입니다.

지난 13일과 오늘(16일) 중국과 북한발 미세먼지가 일부 유입되긴 했지만, 지난 닷새 동안 이어진 고농도 미세먼지의 주원인은 국내 요인이 크다는 게 국립환경과학원의 분석입니다.

"중국 눈치 보느라 예보도 제대로 못 내는 거 아니냐"라고 의심하는 분도 많겠지만, 이번 사례의 경우 국내 요인이 뚜렷한 증거가 몇 가지 보입니다.

먼저 중국 유입을 가장 뚜렷이 확인할 수 있는 백령도의 농도를 살펴보겠습니다.


위 그림은 지난 12일부터 오늘 오전 9시까지 백령도와 서울 중구의 초미세먼지 농도를 비교한 자료입니다.

서울(파란 선)의 경우 지난 12일 '나쁨' 수준으로 높아진 뒤 오늘까지 대부분 '나쁨' 수준을 유지했고, 중간중간 '매우 나쁨' 단계까지 치솟았습니다.

반면 백령도(붉은 선)는 지난 14~15일 사이 4시간 동안 잠시 '나쁨' 수준으로 높아졌을 뿐, 닷새 내내 '좋음'~'보통'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이 기간 백령도의 평균 농도는 16㎍/㎥로 서울 중구(51㎍/㎥)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어스윈드맵(earth.nullschool.net)의 12~15일 초미세먼지 예측 자료어스윈드맵(earth.nullschool.net)의 12~15일 초미세먼지 예측 자료

이번 미세먼지의 주범이 국내 발생 요인이라는 사실은 위 그림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그동안 국내에 중국발 미세먼지를 널리 알려줬던 어스윈드맵(earth.nullschool.net)의 12~15일 초미세먼지 예측 자료입니다.

위 그림을 보시면 한반도에서 배출량이 많은 수도권과 충남 지역부터 미세먼지 띠가 만들어져, 바람을 타고 서해와 한반도 서쪽 지역을 오가는 모습이 예측됐습니다. 그리고 이는 실제 관측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습니다.

중국발 미세먼지가 유입될 때 어스윈드맵에서 붉은 먼지 띠가 서해를 건너 한반도 북서쪽 지역부터 붉게 물들였던 과거 사례와는 차이가 확연합니다.

■ 겨울을 미세먼지의 계절로 만드는 '대기 정체' 원리는?

그렇다면 이렇게 국내 오염 물질을 쌓이게 한 '대기 정체'는 어떤 현상일까요?

대기가 정체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공기의 흐름, 즉 바람이 느려진다는 것을 뜻하는데요. 보통 옆으로 부는 바람만 떠올리시겠지만, 대기오염에 있어서 더 큰 영향을 주는 요소는 '위아래'로 부는 바람입니다. 이를 대기의 안정도라고도 표현합니다.


위 그림에서처럼 대기층은 지표 부근에서 발생한 대기 오염 물질이 갇히는 '경계층'과 그 위의 '자유대기'로 구분됩니다.

햇볕이 강한 여름철에는 지면 부근에서 달궈진 공기가 위아래로 잘 뒤섞이며 이 경계층이 2km 고도까지 높아지지만, 겨울철에 가까워지면 지면이 식으면서 대기가 안정돼, 이 고도가 크게 낮아집니다.

최근에는 오전에도 2백 미터 안팎까지 낮아졌다는 게 국립환경과학원의 분석입니다.

겨울철이 조그마한 골방에서 담배를 피우는 상황이라면, 여름철에는 이보다 10배 넓은 강당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과 같은 상황으로 비유를 들 수도 있겠습니다.

국내에서 경유차도 똑같이 다니고 석탄화력발전소도 똑같이 가동하는데, 여름에는 왜 미세먼지가 적은지에 대한 가장 중요한 답이 바로 이 '경계층'의 차이입니다.

여기에 고기압 중심부에 놓이게 되면 옆으로 부는 바람도 멎게 돼 배출된 대기 오염 물질이 사방으로 빠져나갈 수 없는, 말 그대로 '정체' 상태에 놓이게 됩니다.

물론 우리나라는 이런 대기 정체에 더해 중국에 쌓여 있던 미세먼지가 서풍을 타고 유입될 때에도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하기 때문에 겨울철 더 많은 미세먼지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 내일(17일) 대기 확산 원활해지며 미세먼지 해소될 듯

가장 궁금한 점은 이 미세먼지가 언제 해소되느냐일 겁니다. 고농도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주원인이 대기 정체라고 했는데요. 이를 해소해주는 것은 대기의 확산입니다.

그동안 우리나라 부근에는 바람이 거의 불지 않는 고기압의 중심이 자리 잡고 있었는데요. 내일부터는 이 고기압이 동쪽으로 이동하고, 한반도는 서쪽에서 다가오는 저기압과의 사이에서 기압 차이가 벌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기압 차이가 벌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공기의 흐름이 강해진다는 것이고, 이는 미세먼지가 흩어질 수 있는 상황으로 이어집니다.
국립환경과학원의 초미세먼지 예측 모델(16~17일)국립환경과학원의 초미세먼지 예측 모델(16~17일)
실제로 미세먼지 예측 모델을 보면 내일 오전까지는 계속해서 고농도 미세먼지가 한반도 부근에 머물지만, 내일 오후부터는 강한 남풍을 타고 미세먼지가 남쪽 지역부터 흩어질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여기에 내일부터 비가 시작돼 수요일과 목요일 사이 전국 대부분 지역에 제법 많은 양의 가을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는데요. 이번 비가 미세먼지를 완전히 씻어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 중국 탓? 국내 탓?...하나의 원인으로 파악 불가

이처럼 미세먼지 문제는 '중국 탓' 아니면 '국내 탓'과 같이 단 하나의 원인으로 파악할 수 없습니다. 기상 현상 등 다양한 원인을 복합적으로 분석해야 제대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원인을 잘못 분석하면, 잘못된 대책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 내가 마시는 미세먼지가 어디서 오고, 왜 오는 지를 파악하는 건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올해 파란 하늘이 이어진 원인이 '코로나 19' 때문이었다는 단정적인 판단도 비슷한 맥락에서 곱씹어볼 필요가 있는 문제입니다. 이 문제는 내일 이어지는 기사 '[미세먼지②] 쪽빛에서 잿빛으로…우리 하늘은 왜 달라졌을까?'에서 좀 더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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