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원인’ 최초 규명…“중증 반응성 별세포 막아야”

입력 2020.11.17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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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환자는 우리나라에서만 5년 안에 10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될 정도로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암보다 무서운 병’으로 꼽히기도 하는 치매, 병의 원인부터 밝혀내는 것이 의·과학계의 숙원이었는데요. 국내 연구진이 치매의 원인을 세계 최초로 규명해냈습니다.

■치매 원인…‘뇌 독성물질’ 분해하다 생긴 ‘반응성 별세포’

지금까지는 뇌의 독성물질인 ‘아밀로이드베타’가 치매의 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 치매를 앓다 숨진 환자의 뇌에서 아밀로이드베타가 다량 발견되곤 했기 때문에, 치매 치료제는 이 아밀로이드베타를 제거하기 위한 방향으로 개발돼 왔습니다. 하지만 아밀로이드베타를 제거한 뒤에도 중증의 치매 증세가 계속되거나, 아밀로이드베타가 많아도 치매 증세가 보이지 않는 사례가 발견되면서 치매 치료는 여전히 미궁에 빠져있었습니다.

[기초과학연구원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소속 이창준 단장과 전희정 선임연구원의 연구팀,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뇌과학연구소] 류훈 단장의 연구팀은 오히려 알려진 독성물질보다 치매 초기에 나타나는 ‘반응성 별세포’에 주목했습니다.

‘별세포’는 우리 뇌에서 가장 많이 차지하는 별 모양의 세포로, 뇌세포에 영양분을 공급하거나 불순물을 제거하는 등 뇌 상태를 유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 ‘별세포’는 뇌 속에서 독성물질을 분해할 때 그 수가 늘어나고 크기도 커지면서 기능적으로도 변화합니다. 정도에 따라 ‘경증’과 ‘중증’ 반응성 별세포로 나뉘는데, 이중에 중증 반응성 별세포가 신경세포를 파괴하고 치매 증세를 진행시킨다는 새로운 사실을 발견한 것입니다.

즉, 연구팀은 우리 뇌에서 생기는 독성물질 자체보다는 그 독성물질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반응성 별세포’에 주목했는데요. 경증일 때는 자연적으로 회복되지만, 중증으로 넘어가 버리면 회복하지 못하고 결국 신경세포를 죽이면서 치매로 이어진단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뇌 속 별세포 반응성 정도에 따른 형태 차이(제공화면 : IBS, KIST)뇌 속 별세포 반응성 정도에 따른 형태 차이(제공화면 : IBS, KIST)

■‘중증 반응성 별세포’ + ‘스트레스·뇌손상·바이러스 감염’ = ‘치매’

연구진은 좀 더 구체적으로 이 ‘반응성 별세포’들이 치매를 일으키는 원리를 규명했습니다.

뇌의 별세포는 독성물질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모노아민 산화효소 B (MAO-B) 단백질’을 활성화시키는데요. 이로 인해 활성산소인 과산화수소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생성하는 ‘중증 반응성 별세포’가 됩니다. 여기에 뇌염증 등이 유도되면서 신경세포를 죽게 하는 겁니다.

쉽게 말해, 뇌 속에서 독성물질을 분해하며 변한 ‘중증 반응성 별세포’가 과산화수소를 만들어내는 상태에서, 스트레스와 물리적 뇌손상 혹은 바이러스 감염 등까지 겹치면 뇌의 신경세포가 죽기 시작해 치매가 발생한다는 겁니다.

따라서 연구진은 ‘반응성 별세포’를 표적으로 하는 과산화수소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치매 진행이 억제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전희정 선임연구원은 “중증 반응성 별세포를 발생하는 것을 막으면 치매의 진행을 차단할 수 있다” 설명했습니다.

■원인은 알았는데...치매 정복의 길 열리나

이번 연구는 뇌의 독성물질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신경세포를 죽게 만드는 원리를 명확히 확인하고 그 주범이 ‘중증 반응성 별세포’라고 밝혀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특히 지금까지 독성물질 ‘아밀로이드베타’만으로 설명되지 않았던 치매의 원인과 증세를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설명함으로써 더욱 선명한 치료법을 마련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 희망적입니다.

과산화수소를 억제한 중증 반응성 별세포 관찰(제공화면 : IBS, KIST)과산화수소를 억제한 중증 반응성 별세포 관찰(제공화면 : IBS, KIST)

치매는 오랜 시간에 걸쳐 진행되는 질병입니다. 발병 후기 단계에서 이미 많은 뇌 신경세포들이 죽으면 더 이상의 진행을 막을 수 없어 초기에 원인을 파악해 치료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번 연구 성과를 토대로 치매의 초기 단계 발견율을 높이는 검사법과 초기 병 진행 차단을 막을 수 있는 치료법을 마련할 길이 열리는 것도 기대해볼 만합니다.

류훈 단장은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뇌에서는 반응성 별세포가 신경세포를 손상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해 이 반응성 별세포의 비정상적 활성을 제어하는 연구가 중요하다”고 말하며 치매 치료의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이창준 단장은 “지금까지 알츠하이머 치매의 부산물로만 여겼던 반응성 별세포가 신경세포사멸의 주원인임을 새롭게 밝혀서 기쁘고, 치매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의 연구 성과는 오늘(17일) 새벽 1시(한국시간)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Nature Neuroscience, IF 21.126)>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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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매 원인’ 최초 규명…“중증 반응성 별세포 막아야”
    • 입력 2020-11-17 01:00:11
    취재K
치매 환자는 우리나라에서만 5년 안에 10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될 정도로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암보다 무서운 병’으로 꼽히기도 하는 치매, 병의 원인부터 밝혀내는 것이 의·과학계의 숙원이었는데요. 국내 연구진이 치매의 원인을 세계 최초로 규명해냈습니다.

■치매 원인…‘뇌 독성물질’ 분해하다 생긴 ‘반응성 별세포’

지금까지는 뇌의 독성물질인 ‘아밀로이드베타’가 치매의 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 치매를 앓다 숨진 환자의 뇌에서 아밀로이드베타가 다량 발견되곤 했기 때문에, 치매 치료제는 이 아밀로이드베타를 제거하기 위한 방향으로 개발돼 왔습니다. 하지만 아밀로이드베타를 제거한 뒤에도 중증의 치매 증세가 계속되거나, 아밀로이드베타가 많아도 치매 증세가 보이지 않는 사례가 발견되면서 치매 치료는 여전히 미궁에 빠져있었습니다.

[기초과학연구원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소속 이창준 단장과 전희정 선임연구원의 연구팀,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뇌과학연구소] 류훈 단장의 연구팀은 오히려 알려진 독성물질보다 치매 초기에 나타나는 ‘반응성 별세포’에 주목했습니다.

‘별세포’는 우리 뇌에서 가장 많이 차지하는 별 모양의 세포로, 뇌세포에 영양분을 공급하거나 불순물을 제거하는 등 뇌 상태를 유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 ‘별세포’는 뇌 속에서 독성물질을 분해할 때 그 수가 늘어나고 크기도 커지면서 기능적으로도 변화합니다. 정도에 따라 ‘경증’과 ‘중증’ 반응성 별세포로 나뉘는데, 이중에 중증 반응성 별세포가 신경세포를 파괴하고 치매 증세를 진행시킨다는 새로운 사실을 발견한 것입니다.

즉, 연구팀은 우리 뇌에서 생기는 독성물질 자체보다는 그 독성물질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반응성 별세포’에 주목했는데요. 경증일 때는 자연적으로 회복되지만, 중증으로 넘어가 버리면 회복하지 못하고 결국 신경세포를 죽이면서 치매로 이어진단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뇌 속 별세포 반응성 정도에 따른 형태 차이(제공화면 : IBS, KIST)
■‘중증 반응성 별세포’ + ‘스트레스·뇌손상·바이러스 감염’ = ‘치매’

연구진은 좀 더 구체적으로 이 ‘반응성 별세포’들이 치매를 일으키는 원리를 규명했습니다.

뇌의 별세포는 독성물질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모노아민 산화효소 B (MAO-B) 단백질’을 활성화시키는데요. 이로 인해 활성산소인 과산화수소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생성하는 ‘중증 반응성 별세포’가 됩니다. 여기에 뇌염증 등이 유도되면서 신경세포를 죽게 하는 겁니다.

쉽게 말해, 뇌 속에서 독성물질을 분해하며 변한 ‘중증 반응성 별세포’가 과산화수소를 만들어내는 상태에서, 스트레스와 물리적 뇌손상 혹은 바이러스 감염 등까지 겹치면 뇌의 신경세포가 죽기 시작해 치매가 발생한다는 겁니다.

따라서 연구진은 ‘반응성 별세포’를 표적으로 하는 과산화수소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치매 진행이 억제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전희정 선임연구원은 “중증 반응성 별세포를 발생하는 것을 막으면 치매의 진행을 차단할 수 있다” 설명했습니다.

■원인은 알았는데...치매 정복의 길 열리나

이번 연구는 뇌의 독성물질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신경세포를 죽게 만드는 원리를 명확히 확인하고 그 주범이 ‘중증 반응성 별세포’라고 밝혀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특히 지금까지 독성물질 ‘아밀로이드베타’만으로 설명되지 않았던 치매의 원인과 증세를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설명함으로써 더욱 선명한 치료법을 마련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 희망적입니다.

과산화수소를 억제한 중증 반응성 별세포 관찰(제공화면 : IBS, KIST)
치매는 오랜 시간에 걸쳐 진행되는 질병입니다. 발병 후기 단계에서 이미 많은 뇌 신경세포들이 죽으면 더 이상의 진행을 막을 수 없어 초기에 원인을 파악해 치료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번 연구 성과를 토대로 치매의 초기 단계 발견율을 높이는 검사법과 초기 병 진행 차단을 막을 수 있는 치료법을 마련할 길이 열리는 것도 기대해볼 만합니다.

류훈 단장은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뇌에서는 반응성 별세포가 신경세포를 손상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해 이 반응성 별세포의 비정상적 활성을 제어하는 연구가 중요하다”고 말하며 치매 치료의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이창준 단장은 “지금까지 알츠하이머 치매의 부산물로만 여겼던 반응성 별세포가 신경세포사멸의 주원인임을 새롭게 밝혀서 기쁘고, 치매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의 연구 성과는 오늘(17일) 새벽 1시(한국시간)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Nature Neuroscience, IF 21.126)>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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