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미끼 거액 낚아챈 ‘보이스피싱’…당신의 개인정보 안녕하십니까?

입력 2020.11.17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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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은행입니다. 지금 이용하고 계시는 고금리 대출보다 더 낮은 저금리 대출 상품이 있는데요.” 시중은행 직원이 지금 이용하는 고금리 대출보다 더 낮은 금리로 바꿔준다는 말, 직장인에겐 솔깃한 소식입니다.

믿을 수 있는 은행의 안내를 믿고 대출한 돈을 건넨 직장인들은 저금리 대출이 아닌 전화금융사기, 이른바 보이스피싱에 낚인 피해자가 됐습니다.

개인정보를 악용한 전화 금융사기단의 먹잇감이 된 건데 피해 사례가 노인 대상 범죄를 넘어 직장인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어 주의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보이스피싱에 속아 2,000만 원을 날린 대기업 직원 A 씨.보이스피싱에 속아 2,000만 원을 날린 대기업 직원 A 씨.

■‘대기업 직원’도 속았다

충남 아산의 자동차 제조업체에 다니는 대기업 직원 A 씨는 최근 보이스피싱 조직에 속아 거금 2,000만 원을 날렸습니다.
시중은행을 사칭하며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로 바꿔줄 수 있다며 자신이 보내는 사람에게 기존 대출금을 현금으로 전달하라는 말을 믿고 건넨 겁니다.

사기범들은 은행이 의심하지 않도록 돈을 인출할 때 대응 방법까지 사전에 교육을 했습니다. 대기업 직원 A 씨는 “(보이스피싱 일당이) 돈을 어디에 쓸 거냐고 자꾸 묻더라. 그러면서 중고차 사고, 생활비 쓰고, 빚을 좀 갚고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라면서 가르쳐줬다”고 말했습니다.

인근의 다른 대기업 직원 B 씨는 무려 4억 6,000만 원을 보이스피싱으로 잃게 됐습니다. 이번엔 계좌가 범죄에 도용됐다며 통장 돈을 인출해 금융감독원에 전달해야 한다는 말에 속았습니다. A 씨와 B 씨뿐 아니라 이와 유사한 보이스피싱 범죄에 직원 10여 명이 15억 원대 피해를 봤습니다.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수사팀을 편성한 아산경찰서.보이스피싱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수사팀을 편성한 아산경찰서.

■아산에서 보이스피싱 피해액 ‘2배’ 가까이 폭증

보이스피싱 범죄가 노인층에 국한된 말이 옛말이 됐습니다. 경찰이 기업에 공문을 보내 자체 예방교육을 요청하며 각별한 주의를 요구하지만, 피해는 오히려 더 커지고 있습니다.

대기업 직원을 중심으로 피해가 잇따르면서 충남 아산지역에서만 보이스피싱 피해 금액이 지난해에는 21억 원, 올해는 지난 10월 기준 45억 원으로 2배를 뛰어넘었습니다.

특히, 사기범들은 보이스피싱 대처에 취약한 은행까지 파악해 피해자들이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주도면밀함을 보였습니다.
기도균 아산경찰서 수사과장은 “휴대전화에 앱 설치를 요구하거나 아니면 현금으로 인출을 유도하면 절대로 응대하지 말아야 한다”며 “의심되면 전화를 끊고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경찰은 또 은행을 사칭하는 범죄가 빈번한 만큼 금융기관에도 보이스피싱 예방 교육을 강화해 고객 피해를 차단해줄 것을 거듭 당부했습니다.

보이스피싱 일당이 주로 활용한 사기 수법.보이스피싱 일당이 주로 활용한 사기 수법.
■‘저금리 대출’ 미끼... 어떻게 속였나?

‘저금리 대출’ 보이스피싱이 활개를 친 건 충남 아산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대전지방경찰청이 붙잡은 보이스피싱 일당, 이들도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로 바꿔준다는 달콤한 유혹을 사기 수법에 활용했습니다.

일단, 보이스피싱 일당은 피해자를 물색해서 본인들을 시중은행 직원이라고 소개합니다. 고객이 관심을 보이면 대출 전 ‘거래 실적’을 쌓아야 한다며 입금을 유도합니다. 저금리 대출을 미끼로 돈을 가로채는 ‘대환 대출 사기’입니다.

이들은 중국에 콜센터를 두고 다른 범죄 조직으로부터 개인정보를 사들여 무작위로 저금리 대출 상품을 홍보했습니다.
저금리 대출을 받으려면 자신들의 계좌로 상환해야 한다거나 신용점수를 높여야 한다며 입금을 유도했습니다.
가짜 시중은행 명함까지 만들어 피해자들을 감쪽같이 속였습니다.


■모습 드러낸 ‘70억 원’ 규모 보이스피싱 사기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확인된 피해자만 400여 명. 한 명당 많게는 2억 원까지 피해를 봐 피해 금액이 70억 원이 넘습니다.
일부 조직은 피해자들에게 문화상품권을 사도록 유도해 상품권 PIN(개인 식별 번호)을 넘겨받아 현금화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대전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중국 공안과 공조 수사를 통해 현지 조직원 7명도 검거했습니다. 경찰이 검거한 인원은 모두 57명. 이중 총책 C씨 등 53명을 사기 혐의로 구속하고 나머지 4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경찰은 또, 범죄 수익 가운데 26억 원에 대해서는 자금을 묶어두는 기소 전 몰수보전 조치를 내리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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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금리’ 미끼 거액 낚아챈 ‘보이스피싱’…당신의 개인정보 안녕하십니까?
    • 입력 2020-11-17 07:02:39
    취재K

“OO은행입니다. 지금 이용하고 계시는 고금리 대출보다 더 낮은 저금리 대출 상품이 있는데요.” 시중은행 직원이 지금 이용하는 고금리 대출보다 더 낮은 금리로 바꿔준다는 말, 직장인에겐 솔깃한 소식입니다.

믿을 수 있는 은행의 안내를 믿고 대출한 돈을 건넨 직장인들은 저금리 대출이 아닌 전화금융사기, 이른바 보이스피싱에 낚인 피해자가 됐습니다.

개인정보를 악용한 전화 금융사기단의 먹잇감이 된 건데 피해 사례가 노인 대상 범죄를 넘어 직장인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어 주의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보이스피싱에 속아 2,000만 원을 날린 대기업 직원 A 씨.
■‘대기업 직원’도 속았다

충남 아산의 자동차 제조업체에 다니는 대기업 직원 A 씨는 최근 보이스피싱 조직에 속아 거금 2,000만 원을 날렸습니다.
시중은행을 사칭하며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로 바꿔줄 수 있다며 자신이 보내는 사람에게 기존 대출금을 현금으로 전달하라는 말을 믿고 건넨 겁니다.

사기범들은 은행이 의심하지 않도록 돈을 인출할 때 대응 방법까지 사전에 교육을 했습니다. 대기업 직원 A 씨는 “(보이스피싱 일당이) 돈을 어디에 쓸 거냐고 자꾸 묻더라. 그러면서 중고차 사고, 생활비 쓰고, 빚을 좀 갚고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라면서 가르쳐줬다”고 말했습니다.

인근의 다른 대기업 직원 B 씨는 무려 4억 6,000만 원을 보이스피싱으로 잃게 됐습니다. 이번엔 계좌가 범죄에 도용됐다며 통장 돈을 인출해 금융감독원에 전달해야 한다는 말에 속았습니다. A 씨와 B 씨뿐 아니라 이와 유사한 보이스피싱 범죄에 직원 10여 명이 15억 원대 피해를 봤습니다.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수사팀을 편성한 아산경찰서.
■아산에서 보이스피싱 피해액 ‘2배’ 가까이 폭증

보이스피싱 범죄가 노인층에 국한된 말이 옛말이 됐습니다. 경찰이 기업에 공문을 보내 자체 예방교육을 요청하며 각별한 주의를 요구하지만, 피해는 오히려 더 커지고 있습니다.

대기업 직원을 중심으로 피해가 잇따르면서 충남 아산지역에서만 보이스피싱 피해 금액이 지난해에는 21억 원, 올해는 지난 10월 기준 45억 원으로 2배를 뛰어넘었습니다.

특히, 사기범들은 보이스피싱 대처에 취약한 은행까지 파악해 피해자들이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주도면밀함을 보였습니다.
기도균 아산경찰서 수사과장은 “휴대전화에 앱 설치를 요구하거나 아니면 현금으로 인출을 유도하면 절대로 응대하지 말아야 한다”며 “의심되면 전화를 끊고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경찰은 또 은행을 사칭하는 범죄가 빈번한 만큼 금융기관에도 보이스피싱 예방 교육을 강화해 고객 피해를 차단해줄 것을 거듭 당부했습니다.

보이스피싱 일당이 주로 활용한 사기 수법. ■‘저금리 대출’ 미끼... 어떻게 속였나?

‘저금리 대출’ 보이스피싱이 활개를 친 건 충남 아산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대전지방경찰청이 붙잡은 보이스피싱 일당, 이들도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로 바꿔준다는 달콤한 유혹을 사기 수법에 활용했습니다.

일단, 보이스피싱 일당은 피해자를 물색해서 본인들을 시중은행 직원이라고 소개합니다. 고객이 관심을 보이면 대출 전 ‘거래 실적’을 쌓아야 한다며 입금을 유도합니다. 저금리 대출을 미끼로 돈을 가로채는 ‘대환 대출 사기’입니다.

이들은 중국에 콜센터를 두고 다른 범죄 조직으로부터 개인정보를 사들여 무작위로 저금리 대출 상품을 홍보했습니다.
저금리 대출을 받으려면 자신들의 계좌로 상환해야 한다거나 신용점수를 높여야 한다며 입금을 유도했습니다.
가짜 시중은행 명함까지 만들어 피해자들을 감쪽같이 속였습니다.


■모습 드러낸 ‘70억 원’ 규모 보이스피싱 사기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확인된 피해자만 400여 명. 한 명당 많게는 2억 원까지 피해를 봐 피해 금액이 70억 원이 넘습니다.
일부 조직은 피해자들에게 문화상품권을 사도록 유도해 상품권 PIN(개인 식별 번호)을 넘겨받아 현금화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대전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중국 공안과 공조 수사를 통해 현지 조직원 7명도 검거했습니다. 경찰이 검거한 인원은 모두 57명. 이중 총책 C씨 등 53명을 사기 혐의로 구속하고 나머지 4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경찰은 또, 범죄 수익 가운데 26억 원에 대해서는 자금을 묶어두는 기소 전 몰수보전 조치를 내리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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