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K] 의원님의 가족회사 주식…매각할 필요가 없다고요?

입력 2020.11.17 (10:33) 수정 2020.11.17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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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출직 공직자인 국회의원의 권한은 방대합니다. 입법은 물론 국가 예산안을 심의·확정하고 국정 운영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권한도 지닙니다. 그런데 의정활동을 하며 공익과 사익이 충돌하는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KBS 탐사보도부는 시민단체 '세금도둑 잡아라'와 함께 21대 국회의원의 주식 보유 실태와 법의 허점에 대해 취재, 연속 보도하고 있습니다.

■ '가족회사' 백지신탁 하고…상임위 활동은 계속

국회 국토위원을 지낸 박덕흠 의원, 가족회사가 국토위 피감기관들로부터 총 천억 원대 수주를 받은 사실이 논란이 됐습니다. 박 의원 본인 주식은 백지신탁했지만, 박 의원의 아들과 형이 지분을 보유한 채 경영 중인 회사였습니다.

21대 국회에서도 같은 일이 반복될 우려는 없을까요? 한번 논란이 됐으니 미리 예방하고 있을까요? 확인해봤습니다.

KBS 탐사보도부가 3,000만 원 초과 주식을 보유한 21대 의원 65명을 전수조사한 결과, 본인이나 가족이 운영 중인 업체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의원은 14명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인사혁신처로부터 '직무 관련성 있음' 판단을 받고 주식을 백지신탁한 의원은 3명이었습니다.

이 중 한 명은 회사가 '개점폐업' 상태여서 제외했고 나머지 2명, 국민의힘 한무경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 사례를 자세히 들여다봤습니다.

■ 한무경 의원 가족회사, 상임위 소관 기관 '지원금·보증'까지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한무경 국민의힘 의원

국민의힘 한무경 의원은 본인이 설립한 자동차 부품회사, 효림산업을 비롯해 관계사 비상장 주식 327억여 원어치를 갖고 있습니다. 21대 국회 '주식 부자' 2위인데, 회사 대표이사직은 지난해 사임했습니다.

한 의원의 국회 상임위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산자위 피감기관인 산업기술진흥원과 에너지기술평가원은 한 의원이 주식을 보유한 업체 2곳에 지원금을 주고 연구용역을 맡겨놓은 상태였습니다. 또 기술신용보증기금은 효림산업에 26억 원 넘게 지급보증도 하고 있습니다.

주식 백지신탁심사위원회 판단은 '직무 관련성 있음', 한 의원은 심사 결과대로 본인 보유 주식을 농협에 신탁했습니다.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의 정부 수주 내역(11월 현재 진행 중인 사업). 모두 한 의원이 활동 중인 국회 상임위의 피감기관이다.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의 정부 수주 내역(11월 현재 진행 중인 사업). 모두 한 의원이 활동 중인 국회 상임위의 피감기관이다.

■ 자녀 주식, 등록 거부하면 무사통과?

그런데 한 의원 본인 주식만 백지신탁 하면 '이해충돌' 가능성이 사라질까요? 감사보고서 등을 통해 회사 주주 명부를 찾아보니, 한 의원의 장남도 이 회사 대주주였습니다.

- 효림에이치에프 주주 : 한무경 48%, 장ㅇㅇ(아들) 10.4%, 효림산업 41.6%
- 효림정공 주주 : 한무경 35%, 장ㅇㅇ(아들) 25%, 효림산업 10%

공직자윤리법은 의원 본인과 배우자, 직계존비속 보유 주식도 공개하도록 했고 '이해충돌' 심사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 의원의 장남은 주식 심사를 받지 않았고, 신탁이나 매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공직자윤리법에 직무 관련성이 있는 주식을 보유하면 매각 혹은 처분하도록 하면서, 그 대상 중 '재산 등록 사항의 고지를 거부한 사람은 제외한다'고 명시했기 때문입니다.

한 의원의 아들, 바로 '재산 등록 고지 거부자'였습니다.

한 의원은 KBS와의 통화에서 "아들이 독립 생계라서 고지 거부를 했고,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면서 "백지신탁을 해야 한다고 법이 정하면 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법대로 했다는 뜻입니다.

한 의원은 또 본인의 신탁된 주식도 살 사람이 있다면 매각하겠다고 했습니다. 소관 기관들로부터 보조금이나 보증을 받는 것에 대해서는 "백지신탁 등 원칙을 지켰기 때문에 이해충돌로 보는 것은 과도하다"고 말했습니다.

■ '건설 폐기물 회사' 대주주가 국토위 위원으로…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가족 회사' 주식을 가진 또 다른 의원,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입니다. 문 의원은 천안시에 있는 폐기물 업체, 세창이엔텍의 전 대표였고 이 회사 주식 43억 원어치를 보유한 대주주입니다.

주요 업종은 건설 폐기물을 처리하고 건설 자재를 판매하는 일. 문 의원이 국회 국토위에 배정되자 주식 백지신탁심사위는 '직무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실제 이 업체는 과거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철도시설공단 등 국토위 소관 기관 사업을 수주받은 적이 있습니다. 현재는 지자체 사업을 주로 수주하고는 있지만, 국토위와 무관하기가 어렵습니다.

문 의원은 주식 심사 결과대로 본인 주식을 농협에 백지신탁했습니다. KBS와의 통화에서는 "형제들에게 밖에서 색안경을 끼고 볼 테니 아무리 정상적이라도 기관 수주는 가능하면 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제 이해충돌 가능성은 정리된 걸까요?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세창이엔텍'의 홈페이지에서 밝힌 과거 수주 내역. 문 의원은 국회 국토위 소속으로, 해당 발주처들은 국토위 피감기관이다.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세창이엔텍'의 홈페이지에서 밝힌 과거 수주 내역. 문 의원은 국회 국토위 소속으로, 해당 발주처들은 국토위 피감기관이다.

■ 문 의원은 신탁했지만…형제 보유 주식은 어떻게?

문제는 이 회사가 '가족회사'라는 점입니다. 문 의원과 형제가 설립해 돌아가며 대표직을 맡았습니다. 현재는 형이 최대주주로 지분 45%를 보유하고 있고, 형제들이 회사를 함께 경영 중입니다.

그런데 문 의원 본인 주식만 정리한다고 해서 직무 관련성이 사라지는 걸까요? 법대로 하면 그렇습니다.

사실상 형제가 공동경영해온 회사이고 형제가 최대주주여도 국토위 활동이 허용되는 이유, 법에 따른 겁니다. 공직자윤리법상 공직자의 형제자매가 보유한 재산은 등록 대상이 아닙니다. 재산 신고 대상이 아니어서 심사도 받지 않고 매각이나 처분 의무도 없는 것입니다.

국회 사무처는 "형제든 자녀든 독립생계를 꾸린 경우에는 재산 형성을 (공직자와) 따로 했다고 보고 있다"면서 "현행법으로는 제재 기준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막을 법이 없는 국회의원 '가족회사 주식' 실태, 오늘(17일) 밤 KBS 뉴스9에서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연관 기사] [탐사K] 상임위 바꾸겠다더니…한 달 반째 이해충돌?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049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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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탐사K] 의원님의 가족회사 주식…매각할 필요가 없다고요?
    • 입력 2020-11-17 10:33:52
    • 수정2020-11-17 11:32:15
    탐사K
선출직 공직자인 국회의원의 권한은 방대합니다. 입법은 물론 국가 예산안을 심의·확정하고 국정 운영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권한도 지닙니다. 그런데 의정활동을 하며 공익과 사익이 충돌하는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KBS 탐사보도부는 시민단체 '세금도둑 잡아라'와 함께 21대 국회의원의 주식 보유 실태와 법의 허점에 대해 취재, 연속 보도하고 있습니다.

■ '가족회사' 백지신탁 하고…상임위 활동은 계속

국회 국토위원을 지낸 박덕흠 의원, 가족회사가 국토위 피감기관들로부터 총 천억 원대 수주를 받은 사실이 논란이 됐습니다. 박 의원 본인 주식은 백지신탁했지만, 박 의원의 아들과 형이 지분을 보유한 채 경영 중인 회사였습니다.

21대 국회에서도 같은 일이 반복될 우려는 없을까요? 한번 논란이 됐으니 미리 예방하고 있을까요? 확인해봤습니다.

KBS 탐사보도부가 3,000만 원 초과 주식을 보유한 21대 의원 65명을 전수조사한 결과, 본인이나 가족이 운영 중인 업체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의원은 14명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인사혁신처로부터 '직무 관련성 있음' 판단을 받고 주식을 백지신탁한 의원은 3명이었습니다.

이 중 한 명은 회사가 '개점폐업' 상태여서 제외했고 나머지 2명, 국민의힘 한무경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 사례를 자세히 들여다봤습니다.

■ 한무경 의원 가족회사, 상임위 소관 기관 '지원금·보증'까지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
국민의힘 한무경 의원은 본인이 설립한 자동차 부품회사, 효림산업을 비롯해 관계사 비상장 주식 327억여 원어치를 갖고 있습니다. 21대 국회 '주식 부자' 2위인데, 회사 대표이사직은 지난해 사임했습니다.

한 의원의 국회 상임위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산자위 피감기관인 산업기술진흥원과 에너지기술평가원은 한 의원이 주식을 보유한 업체 2곳에 지원금을 주고 연구용역을 맡겨놓은 상태였습니다. 또 기술신용보증기금은 효림산업에 26억 원 넘게 지급보증도 하고 있습니다.

주식 백지신탁심사위원회 판단은 '직무 관련성 있음', 한 의원은 심사 결과대로 본인 보유 주식을 농협에 신탁했습니다.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의 정부 수주 내역(11월 현재 진행 중인 사업). 모두 한 의원이 활동 중인 국회 상임위의 피감기관이다.
■ 자녀 주식, 등록 거부하면 무사통과?

그런데 한 의원 본인 주식만 백지신탁 하면 '이해충돌' 가능성이 사라질까요? 감사보고서 등을 통해 회사 주주 명부를 찾아보니, 한 의원의 장남도 이 회사 대주주였습니다.

- 효림에이치에프 주주 : 한무경 48%, 장ㅇㅇ(아들) 10.4%, 효림산업 41.6%
- 효림정공 주주 : 한무경 35%, 장ㅇㅇ(아들) 25%, 효림산업 10%

공직자윤리법은 의원 본인과 배우자, 직계존비속 보유 주식도 공개하도록 했고 '이해충돌' 심사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 의원의 장남은 주식 심사를 받지 않았고, 신탁이나 매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공직자윤리법에 직무 관련성이 있는 주식을 보유하면 매각 혹은 처분하도록 하면서, 그 대상 중 '재산 등록 사항의 고지를 거부한 사람은 제외한다'고 명시했기 때문입니다.

한 의원의 아들, 바로 '재산 등록 고지 거부자'였습니다.

한 의원은 KBS와의 통화에서 "아들이 독립 생계라서 고지 거부를 했고,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면서 "백지신탁을 해야 한다고 법이 정하면 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법대로 했다는 뜻입니다.

한 의원은 또 본인의 신탁된 주식도 살 사람이 있다면 매각하겠다고 했습니다. 소관 기관들로부터 보조금이나 보증을 받는 것에 대해서는 "백지신탁 등 원칙을 지켰기 때문에 이해충돌로 보는 것은 과도하다"고 말했습니다.

■ '건설 폐기물 회사' 대주주가 국토위 위원으로…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가족 회사' 주식을 가진 또 다른 의원,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입니다. 문 의원은 천안시에 있는 폐기물 업체, 세창이엔텍의 전 대표였고 이 회사 주식 43억 원어치를 보유한 대주주입니다.

주요 업종은 건설 폐기물을 처리하고 건설 자재를 판매하는 일. 문 의원이 국회 국토위에 배정되자 주식 백지신탁심사위는 '직무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실제 이 업체는 과거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철도시설공단 등 국토위 소관 기관 사업을 수주받은 적이 있습니다. 현재는 지자체 사업을 주로 수주하고는 있지만, 국토위와 무관하기가 어렵습니다.

문 의원은 주식 심사 결과대로 본인 주식을 농협에 백지신탁했습니다. KBS와의 통화에서는 "형제들에게 밖에서 색안경을 끼고 볼 테니 아무리 정상적이라도 기관 수주는 가능하면 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제 이해충돌 가능성은 정리된 걸까요?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세창이엔텍'의 홈페이지에서 밝힌 과거 수주 내역. 문 의원은 국회 국토위 소속으로, 해당 발주처들은 국토위 피감기관이다.
■ 문 의원은 신탁했지만…형제 보유 주식은 어떻게?

문제는 이 회사가 '가족회사'라는 점입니다. 문 의원과 형제가 설립해 돌아가며 대표직을 맡았습니다. 현재는 형이 최대주주로 지분 45%를 보유하고 있고, 형제들이 회사를 함께 경영 중입니다.

그런데 문 의원 본인 주식만 정리한다고 해서 직무 관련성이 사라지는 걸까요? 법대로 하면 그렇습니다.

사실상 형제가 공동경영해온 회사이고 형제가 최대주주여도 국토위 활동이 허용되는 이유, 법에 따른 겁니다. 공직자윤리법상 공직자의 형제자매가 보유한 재산은 등록 대상이 아닙니다. 재산 신고 대상이 아니어서 심사도 받지 않고 매각이나 처분 의무도 없는 것입니다.

국회 사무처는 "형제든 자녀든 독립생계를 꾸린 경우에는 재산 형성을 (공직자와) 따로 했다고 보고 있다"면서 "현행법으로는 제재 기준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막을 법이 없는 국회의원 '가족회사 주식' 실태, 오늘(17일) 밤 KBS 뉴스9에서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연관 기사] [탐사K] 상임위 바꾸겠다더니…한 달 반째 이해충돌?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049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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