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항공사’ 탄생 소식에 반응은 ‘제각각’

입력 2020.11.17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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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로 하늘길이 막힌 지 오래입니다. 호황을 누렸던 항공업계와 여행업계는 고사 직전으로 몰렸고 공적자금이 투입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국내 항공업계 1, 2위 기업의 합병을 추진합니다.

기업은 환영, 내부는 반발, 고객은 불안합니다.

■ 초대형' 공룡' 항공사 탄생?


지난주 12일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설이 흘러나온 지 나흘만인 어제(16일), 정부가 전격 발표했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나랏돈 8천억 원을 들여 초대형 국적 항공사를 만들겠다는 겁니다.

이번 인수합병은 HDC 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 인수가 결렬된 뒤 바쁘게 진행된 것으로 추측됩니다.

지금까지 유럽 등에서 항공사 통합으로 위기를 돌파해왔습니다. 프랑스 항공사 에어프랑스가 네덜란드 KLM을 인수했고 이후 유럽 대표 항공사로 자리 잡았죠. 코로나19 변수 앞에 어려워진 항공업계 상황을 고려하면 '통합'으로 반전해보겠다는 의도로 읽힙니다.


간단히 설명하면, 한진칼이 산업은행으로부터 받은 8천억 원 대부분을 아시아나 주식과 채권을 사는 데 쓰게 됩니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의 최대 주주가 되는 거죠. 이 절차를 내년 하반기엔 끝낸다는 게 정부 목표입니다.

■'깜깜이' 합병에 내부 '동요', 노조 '반발'

지난주 금융업계 등을 통해 대한한공의 아시아나 인수설이 나올 때부터 가장 긴장한 건 직원들입니다.

예고했던 대로 어제(16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조종사노동조합 등 노조 5곳은 긴급회의를 열고 인수 합병에 반대한다는 공동 성명을 내놓았습니다. 이들은 19일까지 노사정 협의체를 구성해서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압박했습니다.

송민섭 대한항공 직원연대 지부장은 통화에서 해당 요구에 대해 회사 등으로부터 별다른 연락이 없다며 "직원들에게 알리지도 않고 주식을 얼마 갖지도 않은 총수와 임원들만 알고 인수 합병을 진행했다는 게 이해가 가질 않는다"며 비판했습니다.

신민식 아시아나 조종사 노조 사무국장도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같은 일을 하는 두 회사가 합쳐지는데 (인력) 정리가 없을 수 있겠냐고 반문했습니다. 신 사무국장은 "정부가 계속 지원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같은 일을 하는 부서가 두 개 있을 리가 있겠느냐"며 대한항공과 공동 연대를 지속할 것이란 뜻을 내비쳤습니다.

대한항공 측은 당장 인수합병이 진행되는 것도 아니고 퇴직자 등 자연적으로 감소하는 인력이 있기 때문에 고용 불안은 기우라는 입장이지만 내부 동요는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아시아나항공 측도 내년 4월 초까지 고용 90% 이상을 유지해야 하지만 유지기간이 끝나고 나면 상황을 알 수 없습니다.

■ '독과점'에 소비자 편익은 어디로?

두 회사가 통합되면 항공기 노선 등 중복되는 사업 영역 조정이 불가피해 보이죠.

소비자 입장에서도 반가울 리가 없습니다. 국내선 점유율을 따져봐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합치면 60%를 넘깁니다. 사실상, 소비자 선택권이 사라진다고 봐야 합니다.

강정화 한국 소비자연맹 회장은 대형 항공사가 탄생하게 되면 소비자들이 외국 항공사를 이용하지 않는다면 대안이 별로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강 회장은 "항공권은 시간 등 여러 요소에 따라 가격 변동이 심한데 가격 경쟁이 필요없어지면 할인 프로모션 등이 많이 줄어들 수 있지 않겠느냐" 며 " 소비자 선택권이 보장받기 힘들어지니까 당연히 소비자에게 불리하지 않겠냐"고 내다봤습니다.

또, 두 항공사가 마일리지 시스템도 통합됩니다. 두 회사에서 쌓아왔던 마일리지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통합 비율이 핵심이라고 말합니다.

정지연 한국 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현재 대한항공 마일리지가 아시아나 마일리지보다 높게 평가받고 있기 때문에 통합할 때 비율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러나 경쟁이 줄어들면 서비스 등 소비자 혜택이 기존보다 줄어들지 않겠느냐고 우려했습니다.

■'경영권 분쟁' 정부가 편들기 논란

한진그룹은 이미 몇 차례 요란한 집안싸움을 중계하면서 경영권을 두고 분쟁을 겪고 있죠. 이런 상황에서 산업은행이 주주로 들어가는 것도 논란입니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 도움을 받아 인수 합병 진행 이후, 지분 구조 분석을 해봤습니다.

예상대로, 조원태 회장 측의 주식 보유분이 늘어나게 됩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사모펀드 KCGI측도 법적 대응을 검토해서 저지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고 연일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행보가 인수 절차에 복병으로 작용할 수 있단 전망도 나옵니다.

정부가 닻은 올렸지만 난항이 예고됩니다.

이번 인수합병이 대표적인 기간산업인 항공업계의 위기를 돕는 반전 포인트가 될지, 나랏돈이 기업의 이익에 보탬이 될지 여전히 안갯속입니다.

이런 상황을 알고 있는 정부도 여러 우려에 대해 '적극 관리' '감시 역할' '면밀하게 살펴볼 것' 등을 대답으로 내놨지만, 앞으로 얼마나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할지가 관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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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룡 항공사’ 탄생 소식에 반응은 ‘제각각’
    • 입력 2020-11-17 13:27:43
    취재K

코로나19 여파로 하늘길이 막힌 지 오래입니다. 호황을 누렸던 항공업계와 여행업계는 고사 직전으로 몰렸고 공적자금이 투입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국내 항공업계 1, 2위 기업의 합병을 추진합니다.

기업은 환영, 내부는 반발, 고객은 불안합니다.

■ 초대형' 공룡' 항공사 탄생?


지난주 12일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설이 흘러나온 지 나흘만인 어제(16일), 정부가 전격 발표했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나랏돈 8천억 원을 들여 초대형 국적 항공사를 만들겠다는 겁니다.

이번 인수합병은 HDC 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 인수가 결렬된 뒤 바쁘게 진행된 것으로 추측됩니다.

지금까지 유럽 등에서 항공사 통합으로 위기를 돌파해왔습니다. 프랑스 항공사 에어프랑스가 네덜란드 KLM을 인수했고 이후 유럽 대표 항공사로 자리 잡았죠. 코로나19 변수 앞에 어려워진 항공업계 상황을 고려하면 '통합'으로 반전해보겠다는 의도로 읽힙니다.


간단히 설명하면, 한진칼이 산업은행으로부터 받은 8천억 원 대부분을 아시아나 주식과 채권을 사는 데 쓰게 됩니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의 최대 주주가 되는 거죠. 이 절차를 내년 하반기엔 끝낸다는 게 정부 목표입니다.

■'깜깜이' 합병에 내부 '동요', 노조 '반발'

지난주 금융업계 등을 통해 대한한공의 아시아나 인수설이 나올 때부터 가장 긴장한 건 직원들입니다.

예고했던 대로 어제(16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조종사노동조합 등 노조 5곳은 긴급회의를 열고 인수 합병에 반대한다는 공동 성명을 내놓았습니다. 이들은 19일까지 노사정 협의체를 구성해서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압박했습니다.

송민섭 대한항공 직원연대 지부장은 통화에서 해당 요구에 대해 회사 등으로부터 별다른 연락이 없다며 "직원들에게 알리지도 않고 주식을 얼마 갖지도 않은 총수와 임원들만 알고 인수 합병을 진행했다는 게 이해가 가질 않는다"며 비판했습니다.

신민식 아시아나 조종사 노조 사무국장도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같은 일을 하는 두 회사가 합쳐지는데 (인력) 정리가 없을 수 있겠냐고 반문했습니다. 신 사무국장은 "정부가 계속 지원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같은 일을 하는 부서가 두 개 있을 리가 있겠느냐"며 대한항공과 공동 연대를 지속할 것이란 뜻을 내비쳤습니다.

대한항공 측은 당장 인수합병이 진행되는 것도 아니고 퇴직자 등 자연적으로 감소하는 인력이 있기 때문에 고용 불안은 기우라는 입장이지만 내부 동요는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아시아나항공 측도 내년 4월 초까지 고용 90% 이상을 유지해야 하지만 유지기간이 끝나고 나면 상황을 알 수 없습니다.

■ '독과점'에 소비자 편익은 어디로?

두 회사가 통합되면 항공기 노선 등 중복되는 사업 영역 조정이 불가피해 보이죠.

소비자 입장에서도 반가울 리가 없습니다. 국내선 점유율을 따져봐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합치면 60%를 넘깁니다. 사실상, 소비자 선택권이 사라진다고 봐야 합니다.

강정화 한국 소비자연맹 회장은 대형 항공사가 탄생하게 되면 소비자들이 외국 항공사를 이용하지 않는다면 대안이 별로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강 회장은 "항공권은 시간 등 여러 요소에 따라 가격 변동이 심한데 가격 경쟁이 필요없어지면 할인 프로모션 등이 많이 줄어들 수 있지 않겠느냐" 며 " 소비자 선택권이 보장받기 힘들어지니까 당연히 소비자에게 불리하지 않겠냐"고 내다봤습니다.

또, 두 항공사가 마일리지 시스템도 통합됩니다. 두 회사에서 쌓아왔던 마일리지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통합 비율이 핵심이라고 말합니다.

정지연 한국 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현재 대한항공 마일리지가 아시아나 마일리지보다 높게 평가받고 있기 때문에 통합할 때 비율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러나 경쟁이 줄어들면 서비스 등 소비자 혜택이 기존보다 줄어들지 않겠느냐고 우려했습니다.

■'경영권 분쟁' 정부가 편들기 논란

한진그룹은 이미 몇 차례 요란한 집안싸움을 중계하면서 경영권을 두고 분쟁을 겪고 있죠. 이런 상황에서 산업은행이 주주로 들어가는 것도 논란입니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 도움을 받아 인수 합병 진행 이후, 지분 구조 분석을 해봤습니다.

예상대로, 조원태 회장 측의 주식 보유분이 늘어나게 됩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사모펀드 KCGI측도 법적 대응을 검토해서 저지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고 연일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행보가 인수 절차에 복병으로 작용할 수 있단 전망도 나옵니다.

정부가 닻은 올렸지만 난항이 예고됩니다.

이번 인수합병이 대표적인 기간산업인 항공업계의 위기를 돕는 반전 포인트가 될지, 나랏돈이 기업의 이익에 보탬이 될지 여전히 안갯속입니다.

이런 상황을 알고 있는 정부도 여러 우려에 대해 '적극 관리' '감시 역할' '면밀하게 살펴볼 것' 등을 대답으로 내놨지만, 앞으로 얼마나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할지가 관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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