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또 시작됐다’ 중국발 스모그…한중 청천(晴天)대책은?

입력 2020.11.17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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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뿌연 하늘, 어슴푸레 보이는 자금성. 며칠째 이어지고 있는 중국 베이징 모습이다. 중국의 공기가 나쁜 건 에너지 다소비 업종인 제조업 중심 산업구조가 가장 큰 원인이다. 또 차량이 많고, 여전히 석탄으로 발전과 난방을 하는 것도 이유다.

겨울철 석탄 난방 같은 계절성 오염원까지 더해지면 대기오염 물질이 30% 더 증가한다. 중국은 등록 차량이 3억4천만 대에 이르고, 전 세계 석탄 59%를 사용한다. 결국 화석 연료 중심의 에너지 소비 구조가 중국 스모그의 핵심적 원인인 거다.

오늘(17일) 중국 베이징 간선도로 장안대로 모습. 스모그로 건물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오늘(17일) 중국 베이징 간선도로 장안대로 모습. 스모그로 건물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징진지(京津冀, 베이징 톈진 허베이성) 덮친 스모그

중국 환경관측센터가 발표한 17일 오전 8시 베이징 초미세먼지(pm 2.5) 농도는 한국 기준으로 하면 모두 '매우 나쁨' 수준이다. 한국 교민이 많이 사는 왕징(望京)이 있는 차오양(朝阳)구 관측지점 두 곳의 농도는 107㎍/㎥, 108㎍/㎥를 기록했다.

지난주 부터 이어지는 중국의 스모그는 베이징뿐 아니라, 중국 동북부 일대를 덮쳤다.

동북 지린성(吉林)과 랴오닝성(辽宁), 베이징을 둘러싸고 있는 허베이성(河北), 그리고 산시성(山西), 허난성(河南), 톈진(天津) 지역이 모두 짙은 스모그에 갇혔다.

이들 지역에는 오늘도 스모그 황색경보가 내려졌다. 중국에선 안개로 가시거리가 3km 이내로 줄어들고, pm 2.5 농도가 115~150㎍/㎥까지 치솟을 때 '황색경보'가 내려진다.

중국 기상청은 오늘, 내일 베이징에 비가 내리고, 특히 모레 북풍이 불면서 스모그를 씻어낼 것으로 예보했다. 중국 동북부 지역을 덮친 올가을 첫 스모그가 없어지는 거다. 그럼 그 스모그는 어디로 갈까?

오늘 중국 베이징과 허베이성의 공기 질 지수 AQI는 대부분 200을 넘어섰다. AQI(air quality index)는 PM 2.5, PM 10, SO2, NO2, CO, O3 등 6대 대기오염물질 농도를 계량화환 공기 질 지수다.오늘 중국 베이징과 허베이성의 공기 질 지수 AQI는 대부분 200을 넘어섰다. AQI(air quality index)는 PM 2.5, PM 10, SO2, NO2, CO, O3 등 6대 대기오염물질 농도를 계량화환 공기 질 지수다.

중국발 스모그, 서풍 타고 한국으로!!

기상 예보 모델을 보면 베이징을 비롯한 중국 동북부지역에서 발생한 스모그는 강한 북풍이 불면 중국 남부로 이동한다. 하지만 북서풍이 불면 서해를 넘어 한국과 북한에 유입된다.

어제, 오늘 한국 공기 질이 나빠진 것도 대기가 정체돼 한국발 오염원이 증가한 데다, 중국발 스모그까지 유입된 탓이다.

중국발 스모그는 우리 대기 환경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지금까지 발표된 가장 공신력 있는 자료는 작년 11월 발표된 한·중·일 3국 정부의 '동북아 장거리 이동 대기오염물질 공동연구서'다.

한·중·일 3국 과학자들이 2000년 이후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미세먼지 이동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고, 여기에 2013~2017년 초미세먼지(pm 2.5)까지 더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보고서를 보면 2017년 기준 한국 자체 오염원 비중은 51%다. 중국 오염원은 우리나라 3개 도시(서울, 대전, 부산) 대기 오염에 연평균 32% 영향을 끼친다.

일본과 몽골, 북한도 영향을 주지만 중국만 못하다. 한국 자체 오염원을 빼고는 단연 중국발 영향이 크다.

연평균 32%니까, 계절적 요인으로 실제 공기 질이 가장 나쁜 겨울에는 중국발 스모그 영향이 더 클 게 분명하다.

한국의 공기 질 개선을 위해선 자체 오염원 51%를 줄이는 노력과 함께 한중 양국이 함께 대기오염 물질을 줄이기 위해 협력해야 하는 이유다.

한중 환경장관회의 2019년 11월, 리 간지에 중국 생태환경부 장관과 조명래 환경부 장관한중 환경장관회의 2019년 11월, 리 간지에 중국 생태환경부 장관과 조명래 환경부 장관

한중정부 '청천(晴天, 맑은 하늘) 대책' 추진

한중 양국이 대기 질 개선을 위해 합의한 계획이 '청천 대책'이다. 작년 11월 양국 환경장관이 서명했다. '청천 대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양국 협력은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지난 11일 한중 환경장관 화상 회의가 열렸다. 12일에는 양국 미세먼지 전문가와 정책 담당자가 참여하는 회의도 열렸다. 양국은 작년 11월부터 실시간 오염 자료를 공유하고 있다. 중국의 대기오염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야 우리 예측이 더 정확해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양국은 예보 기술을 공유해 예보 정확도를 더 높여나가기로 했다.

한국 미세먼지는 '한국 탓'이라며 중국발 스모그 유입을 부인했던 2018년 겨울 중국 당국자들의 발언과 비교하면 진전된 변화다.

하지만 한국 공기 질 개선을 위해선 근본적으론 중국의 대기오염 물질이 줄어야 한다.

중국은 2018년 '생태 문명 건설'과 '아름다운 중국 건설' 개념을 헌법에 명시했다. 이때 부터 대기 환경 개선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리커창 총리가 <푸른 하늘 보위전, 蓝天保卫战> 5대 중요 과제를 제시한 뒤 폐업한 오염물질배출 기업만 18만 곳에 이른다.

실제 한·중·일 3국 과학자들은 2018년 중국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2015년 대비 22%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중국은 약속을 지킬까?

더 나가 시진핑 주석은 작년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 "2060년 탄소 중립을 달성할 것"이라고 깜짝 선언했다. 탄소 뿐 아니라 대기오염 물질 배출 주범인 화석 연료 사용을 과감하게 줄이겠다는 거다.

이를 두고 파리 기후협약을 탈퇴한 트럼프 미 대통령보다 낫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정치 전략이라는 지적이 있다.

또 현실적으로 약속을 지키는 게 불가능할 거라는 진단도 나온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중국의 탄소 중립은 기존 시스템을 완전히 뒤집어야 가능한 것"이라며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석탄 중독에서 벗어나 엄청난 양의 풍력과 태양광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전체 에너지의 85%를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탄소 배출 세계 1위 국가'다.

가뜩이나 중국은 코로나 19 사태 이후 미·중 패권 경쟁으로 경제 성장에 사활을 걸고 있다. 2017년, 2018년 중앙 감찰대 2만여 명을 투입하며 대대적으로 벌였던 오염 기업 퇴출이 올해도 가능할지 의문이다.

시진핑 주석은 작년 양회 때 "경제 발전에 약간의 어려움이 있더라도 환경을 희생하면서까지 경제 성장을 취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시진핑 주석이 과연 이 약속을 이행할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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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또 시작됐다’ 중국발 스모그…한중 청천(晴天)대책은?
    • 입력 2020-11-17 14:48:53
    특파원 리포트
희뿌연 하늘, 어슴푸레 보이는 자금성. 며칠째 이어지고 있는 중국 베이징 모습이다. 중국의 공기가 나쁜 건 에너지 다소비 업종인 제조업 중심 산업구조가 가장 큰 원인이다. 또 차량이 많고, 여전히 석탄으로 발전과 난방을 하는 것도 이유다.

겨울철 석탄 난방 같은 계절성 오염원까지 더해지면 대기오염 물질이 30% 더 증가한다. 중국은 등록 차량이 3억4천만 대에 이르고, 전 세계 석탄 59%를 사용한다. 결국 화석 연료 중심의 에너지 소비 구조가 중국 스모그의 핵심적 원인인 거다.

오늘(17일) 중국 베이징 간선도로 장안대로 모습. 스모그로 건물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징진지(京津冀, 베이징 톈진 허베이성) 덮친 스모그

중국 환경관측센터가 발표한 17일 오전 8시 베이징 초미세먼지(pm 2.5) 농도는 한국 기준으로 하면 모두 '매우 나쁨' 수준이다. 한국 교민이 많이 사는 왕징(望京)이 있는 차오양(朝阳)구 관측지점 두 곳의 농도는 107㎍/㎥, 108㎍/㎥를 기록했다.

지난주 부터 이어지는 중국의 스모그는 베이징뿐 아니라, 중국 동북부 일대를 덮쳤다.

동북 지린성(吉林)과 랴오닝성(辽宁), 베이징을 둘러싸고 있는 허베이성(河北), 그리고 산시성(山西), 허난성(河南), 톈진(天津) 지역이 모두 짙은 스모그에 갇혔다.

이들 지역에는 오늘도 스모그 황색경보가 내려졌다. 중국에선 안개로 가시거리가 3km 이내로 줄어들고, pm 2.5 농도가 115~150㎍/㎥까지 치솟을 때 '황색경보'가 내려진다.

중국 기상청은 오늘, 내일 베이징에 비가 내리고, 특히 모레 북풍이 불면서 스모그를 씻어낼 것으로 예보했다. 중국 동북부 지역을 덮친 올가을 첫 스모그가 없어지는 거다. 그럼 그 스모그는 어디로 갈까?

오늘 중국 베이징과 허베이성의 공기 질 지수 AQI는 대부분 200을 넘어섰다. AQI(air quality index)는 PM 2.5, PM 10, SO2, NO2, CO, O3 등 6대 대기오염물질 농도를 계량화환 공기 질 지수다.
중국발 스모그, 서풍 타고 한국으로!!

기상 예보 모델을 보면 베이징을 비롯한 중국 동북부지역에서 발생한 스모그는 강한 북풍이 불면 중국 남부로 이동한다. 하지만 북서풍이 불면 서해를 넘어 한국과 북한에 유입된다.

어제, 오늘 한국 공기 질이 나빠진 것도 대기가 정체돼 한국발 오염원이 증가한 데다, 중국발 스모그까지 유입된 탓이다.

중국발 스모그는 우리 대기 환경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지금까지 발표된 가장 공신력 있는 자료는 작년 11월 발표된 한·중·일 3국 정부의 '동북아 장거리 이동 대기오염물질 공동연구서'다.

한·중·일 3국 과학자들이 2000년 이후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미세먼지 이동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고, 여기에 2013~2017년 초미세먼지(pm 2.5)까지 더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보고서를 보면 2017년 기준 한국 자체 오염원 비중은 51%다. 중국 오염원은 우리나라 3개 도시(서울, 대전, 부산) 대기 오염에 연평균 32% 영향을 끼친다.

일본과 몽골, 북한도 영향을 주지만 중국만 못하다. 한국 자체 오염원을 빼고는 단연 중국발 영향이 크다.

연평균 32%니까, 계절적 요인으로 실제 공기 질이 가장 나쁜 겨울에는 중국발 스모그 영향이 더 클 게 분명하다.

한국의 공기 질 개선을 위해선 자체 오염원 51%를 줄이는 노력과 함께 한중 양국이 함께 대기오염 물질을 줄이기 위해 협력해야 하는 이유다.

한중 환경장관회의 2019년 11월, 리 간지에 중국 생태환경부 장관과 조명래 환경부 장관
한중정부 '청천(晴天, 맑은 하늘) 대책' 추진

한중 양국이 대기 질 개선을 위해 합의한 계획이 '청천 대책'이다. 작년 11월 양국 환경장관이 서명했다. '청천 대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양국 협력은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지난 11일 한중 환경장관 화상 회의가 열렸다. 12일에는 양국 미세먼지 전문가와 정책 담당자가 참여하는 회의도 열렸다. 양국은 작년 11월부터 실시간 오염 자료를 공유하고 있다. 중국의 대기오염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야 우리 예측이 더 정확해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양국은 예보 기술을 공유해 예보 정확도를 더 높여나가기로 했다.

한국 미세먼지는 '한국 탓'이라며 중국발 스모그 유입을 부인했던 2018년 겨울 중국 당국자들의 발언과 비교하면 진전된 변화다.

하지만 한국 공기 질 개선을 위해선 근본적으론 중국의 대기오염 물질이 줄어야 한다.

중국은 2018년 '생태 문명 건설'과 '아름다운 중국 건설' 개념을 헌법에 명시했다. 이때 부터 대기 환경 개선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리커창 총리가 <푸른 하늘 보위전, 蓝天保卫战> 5대 중요 과제를 제시한 뒤 폐업한 오염물질배출 기업만 18만 곳에 이른다.

실제 한·중·일 3국 과학자들은 2018년 중국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2015년 대비 22%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중국은 약속을 지킬까?

더 나가 시진핑 주석은 작년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 "2060년 탄소 중립을 달성할 것"이라고 깜짝 선언했다. 탄소 뿐 아니라 대기오염 물질 배출 주범인 화석 연료 사용을 과감하게 줄이겠다는 거다.

이를 두고 파리 기후협약을 탈퇴한 트럼프 미 대통령보다 낫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정치 전략이라는 지적이 있다.

또 현실적으로 약속을 지키는 게 불가능할 거라는 진단도 나온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중국의 탄소 중립은 기존 시스템을 완전히 뒤집어야 가능한 것"이라며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석탄 중독에서 벗어나 엄청난 양의 풍력과 태양광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전체 에너지의 85%를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탄소 배출 세계 1위 국가'다.

가뜩이나 중국은 코로나 19 사태 이후 미·중 패권 경쟁으로 경제 성장에 사활을 걸고 있다. 2017년, 2018년 중앙 감찰대 2만여 명을 투입하며 대대적으로 벌였던 오염 기업 퇴출이 올해도 가능할지 의문이다.

시진핑 주석은 작년 양회 때 "경제 발전에 약간의 어려움이 있더라도 환경을 희생하면서까지 경제 성장을 취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시진핑 주석이 과연 이 약속을 이행할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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