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치면 이용자 책임?’…‘전동킥보드’ 불공정 약관 고쳤다

입력 2020.11.17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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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거리를 걷다 보면 자주 보이는 신(?)문물이 있습니다. 바로 전동킥보드입니다. 타고 다니는 사람들도 많고 길 한옆에 세워져 있는 모습도 종종 보입니다. 걷기엔 멀고 차를 타기엔 가까운 애매한 거리를 간단하고 빠르게 갈 수 있어서 인기가 많은데요, 인기만큼 사고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16년도에 84건에 불과했던 관련 사고가 지난 10월에는 480여 건, 4년 만에 6배가 늘어났을 정돕니다.


이용자들의 부주의로 인한 사고도 많지만, 전동킥보드 자체의 문제로 인한 사고들도 종종 일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업체에 피해보상을 요구하기는 쉽지 않았는데요. 피해보상을 요구하려 할 때마다 이용자들의 발목을 잡는 '불공정 약관' 때문이었습니다.

이용자들의 피해가 늘어나자 공정위가 나섰습니다. 공정위 약관심사과에서 전동킥보드 상위업체인 올룰로, 피유엠피, 매스아시아, 지바이크, 라임 등 5개 업체를 대상으로 약관 시정조치를 내린 건데요? 약관의 어떤 부분이 문제였고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중과실'로 한정됐던 업체 책임 '과실'로 확대


기존 약관: 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로 인하여 회원에게 상해, 손해가 발생한 경우 그러한 상해, 손해가 회사의 고의나 중과실에 기해 발생한 경우에 한하여 회사에서 책임을 부담합니다"

기존 약관의 일붑니다. 업체의 '중과실'이 있는 경우에 한해 회사가 책임을 부담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민법상에는 '고의 또는 과실'이 인정되는 경우 사업자가 배상책임을 부담하도록 하고 있는데, 업체의 약관에서는 과실을 '중과실'로 범위를 좁혀 한정한 겁니다. 이조차도 개별 사고마다 과실의 경중을 따져야 했습니다.

관련 민원을 접수하고 있는 소비자원에 따르면 킥보드의 핸들이나 브레이크 고장으로 인한 사고의 경우에도 전액 보상을 받지 못하고 일부 보상으로 합의하거나, 이로 인한 분쟁으로 업체와 소송까지 가는 케이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바뀐 약관: 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로 인하여 회원에게 상해, 손해가 발생한 경우 그러한 상해, 손해가 회사의 고의나 과실에 기해 발생한 경우에 한하여 회사에서 책임을 부담합니다.

공정위는 사업자의 책임을 '중과실'로만 한정하고 가벼운 과실은 책임을 면피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은 타당하지 않다고 봤습니다. 공정위 관계자는 "경과실에 의해서 무는 책임의 범위와 중과실로 인해서 지는 책임의 범위는 위법성 판단뿐만 아니라 최종적인 손해배상 액수 등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경과실로 했을 때 소비자들이 조금 더 보상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배상액수 10만원 제한'은 부당...충전 포인트 환불 불가 규정도 수정


약관 내용에는 업체의 손해배상 책임 액수를 10만 원으로 제한하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이런 문구입니다.

기존 약관: 회사는 회사에서 제공하는 보호프로그램에 명시된 한도 내에서 보호프로그램 정책에 따라 책임을 부담하며, 한도를 초과하는 손해에 대해서는 회원이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에 대한 책임을 직접 부담해야 합니다.

공정위는 이 조항이 사업자의 배상책임 범위를 부당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봤습니다. 이건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바뀐 약관: 회사는 회사에서 제공하는 가입한 보험의 한도 내에서 책임을 부담하며, 한도를 초과하는 손해에 대해서는 민법 등 관계 법령에 따라 책임을 부담합니다.

손해배상의 일반적인 범위라는 게 존재하긴 하지만, 그걸 넘어서는 경우라도 사업자가 이걸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는 배상의 책임이 있다는 겁니다.

공정위는 이 밖에도 일부 업체들이 탈퇴한 회원의 유료 충전 포인트에 대해 '환불 불가'라고 규정한 조항도 '현금으로 환불하도록' 수정하게 했습니다.

또 무료 쿠폰을 회사가 언제든지 마음대로 회수·소멸시킬수 있게 한 조항은 회원들에게 사전 통지해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도록 바꾸고, 회원의 동의 없이 광고성 정보를 제공하거나, '추상적인 이유'로 서비스 이용을 제한하는 조항, 약관 변경 시 공지로 갈음할 수 있는 조항, 부당한 재판관할 합의 조항도 시정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구체적인 케이스를 해결하는 것이라기보다, 나중에 사업자에게 유리하게 적용해서 해석될 여지가 있었던 조항들을 사전에 고쳐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다음달부터 무면허자도 킥보드 이용...선제조치로 안전사고 줄여야


전동킥보드 업체가 이번 시정조치 대상이었던 5곳만 있는 건 아닙니다. 인기에 힘입어 업체들도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데요, 공정위는 "이번에 약관 시정 조치의 대상이 됐던 전동킥보드 상위업체 5곳 뿐 아니라 20여개의 중소업체들도 따라서 약관을 자진시정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습니다. 대상이 됐던 업체 5곳은 공정위 심사 과정에서 불공정 약관을 모두 자진 시정했습니다.

공정위 소비자안전정보과에서도 전동킥보드 관련 내용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내년 업무계획으로 킥보드 사업자에게 '이용자 주의의무 표시', '안전교육 실시' 등의 의무를 부과해 안전대책을 마련할 예정입니다.

다음 달 10일부터는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만 13세 이상 무면허자도 자전거 도로에서 전동 킥보드를 탈 수 있게 됩니다. 전동킥보드 이용도 당분간 급증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는데요. 선제적 조치들로 편리함은 높이고 안전사고를 낮출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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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치면 이용자 책임?’…‘전동킥보드’ 불공정 약관 고쳤다
    • 입력 2020-11-17 18:57:18
    취재K
최근 거리를 걷다 보면 자주 보이는 신(?)문물이 있습니다. 바로 전동킥보드입니다. 타고 다니는 사람들도 많고 길 한옆에 세워져 있는 모습도 종종 보입니다. 걷기엔 멀고 차를 타기엔 가까운 애매한 거리를 간단하고 빠르게 갈 수 있어서 인기가 많은데요, 인기만큼 사고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16년도에 84건에 불과했던 관련 사고가 지난 10월에는 480여 건, 4년 만에 6배가 늘어났을 정돕니다.


이용자들의 부주의로 인한 사고도 많지만, 전동킥보드 자체의 문제로 인한 사고들도 종종 일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업체에 피해보상을 요구하기는 쉽지 않았는데요. 피해보상을 요구하려 할 때마다 이용자들의 발목을 잡는 '불공정 약관' 때문이었습니다.

이용자들의 피해가 늘어나자 공정위가 나섰습니다. 공정위 약관심사과에서 전동킥보드 상위업체인 올룰로, 피유엠피, 매스아시아, 지바이크, 라임 등 5개 업체를 대상으로 약관 시정조치를 내린 건데요? 약관의 어떤 부분이 문제였고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중과실'로 한정됐던 업체 책임 '과실'로 확대


기존 약관: 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로 인하여 회원에게 상해, 손해가 발생한 경우 그러한 상해, 손해가 회사의 고의나 중과실에 기해 발생한 경우에 한하여 회사에서 책임을 부담합니다"

기존 약관의 일붑니다. 업체의 '중과실'이 있는 경우에 한해 회사가 책임을 부담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민법상에는 '고의 또는 과실'이 인정되는 경우 사업자가 배상책임을 부담하도록 하고 있는데, 업체의 약관에서는 과실을 '중과실'로 범위를 좁혀 한정한 겁니다. 이조차도 개별 사고마다 과실의 경중을 따져야 했습니다.

관련 민원을 접수하고 있는 소비자원에 따르면 킥보드의 핸들이나 브레이크 고장으로 인한 사고의 경우에도 전액 보상을 받지 못하고 일부 보상으로 합의하거나, 이로 인한 분쟁으로 업체와 소송까지 가는 케이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바뀐 약관: 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로 인하여 회원에게 상해, 손해가 발생한 경우 그러한 상해, 손해가 회사의 고의나 과실에 기해 발생한 경우에 한하여 회사에서 책임을 부담합니다.

공정위는 사업자의 책임을 '중과실'로만 한정하고 가벼운 과실은 책임을 면피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은 타당하지 않다고 봤습니다. 공정위 관계자는 "경과실에 의해서 무는 책임의 범위와 중과실로 인해서 지는 책임의 범위는 위법성 판단뿐만 아니라 최종적인 손해배상 액수 등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경과실로 했을 때 소비자들이 조금 더 보상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배상액수 10만원 제한'은 부당...충전 포인트 환불 불가 규정도 수정


약관 내용에는 업체의 손해배상 책임 액수를 10만 원으로 제한하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이런 문구입니다.

기존 약관: 회사는 회사에서 제공하는 보호프로그램에 명시된 한도 내에서 보호프로그램 정책에 따라 책임을 부담하며, 한도를 초과하는 손해에 대해서는 회원이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에 대한 책임을 직접 부담해야 합니다.

공정위는 이 조항이 사업자의 배상책임 범위를 부당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봤습니다. 이건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바뀐 약관: 회사는 회사에서 제공하는 가입한 보험의 한도 내에서 책임을 부담하며, 한도를 초과하는 손해에 대해서는 민법 등 관계 법령에 따라 책임을 부담합니다.

손해배상의 일반적인 범위라는 게 존재하긴 하지만, 그걸 넘어서는 경우라도 사업자가 이걸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는 배상의 책임이 있다는 겁니다.

공정위는 이 밖에도 일부 업체들이 탈퇴한 회원의 유료 충전 포인트에 대해 '환불 불가'라고 규정한 조항도 '현금으로 환불하도록' 수정하게 했습니다.

또 무료 쿠폰을 회사가 언제든지 마음대로 회수·소멸시킬수 있게 한 조항은 회원들에게 사전 통지해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도록 바꾸고, 회원의 동의 없이 광고성 정보를 제공하거나, '추상적인 이유'로 서비스 이용을 제한하는 조항, 약관 변경 시 공지로 갈음할 수 있는 조항, 부당한 재판관할 합의 조항도 시정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구체적인 케이스를 해결하는 것이라기보다, 나중에 사업자에게 유리하게 적용해서 해석될 여지가 있었던 조항들을 사전에 고쳐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다음달부터 무면허자도 킥보드 이용...선제조치로 안전사고 줄여야


전동킥보드 업체가 이번 시정조치 대상이었던 5곳만 있는 건 아닙니다. 인기에 힘입어 업체들도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데요, 공정위는 "이번에 약관 시정 조치의 대상이 됐던 전동킥보드 상위업체 5곳 뿐 아니라 20여개의 중소업체들도 따라서 약관을 자진시정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습니다. 대상이 됐던 업체 5곳은 공정위 심사 과정에서 불공정 약관을 모두 자진 시정했습니다.

공정위 소비자안전정보과에서도 전동킥보드 관련 내용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내년 업무계획으로 킥보드 사업자에게 '이용자 주의의무 표시', '안전교육 실시' 등의 의무를 부과해 안전대책을 마련할 예정입니다.

다음 달 10일부터는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만 13세 이상 무면허자도 자전거 도로에서 전동 킥보드를 탈 수 있게 됩니다. 전동킥보드 이용도 당분간 급증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는데요. 선제적 조치들로 편리함은 높이고 안전사고를 낮출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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