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신공항 운명 가른 ‘안전’…“목숨 걸고 비행기 못 탄다”

입력 2020.11.17 (18:59)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 부산시장 보궐선거 앞두고 정치적 결정?

이런저런 말들이 오갑니다.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치러져, 정부와 여·야당이 지역 민심을 얻기 위해 부산·울산 ·경남의 염원에 못 이겨 김해신공항 폐기(가덕도신공항 건설) 절차에 들어간 것 아니냐고. 그런데 1년 6개월 전 김해신공항 검증에 들어갈 때,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치러질 줄 누가 알았을까요. 김해신공항 검증 발표는 선거를 의식한 ‘정치적 결정’이 아니라, 그동안 진행 중인 결과였습니다.

아무튼 국무총리실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사실상, 김해신공항 백지화 결론을 냈습니다. 18년 동안 끌어온 논란의 역사가 종지부를 찍은 셈입니다. 김해신공항 운명을 가른 건 무엇이었을까요.


■ 김해신공항 신설 활주로 ‘불완전’

결정적인 이유는 역시, ‘안전’ 문제였습니다. 계획 중인 김해신공항으로는 항공기 안전을 담보할 수 없어 활주로를 재설계하거나 인근 산봉우리를 대거 깎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를 보완하려면 경제성마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거죠. 공항에 들어오던 항공기가 정상적으로 착륙하기 어려울 때 조종사는 약속된 고도로 이륙했다가 다시 착륙을 시도합니다. 전문 용어로 ‘복행’이라 하고요, 공식 용어로는 ‘착륙실패 접근절차’라고 합니다.

검증위원회의 안전분과의 검증 결과, 김해신공항 신설 활주로의 ‘착륙실패 접근절차’는 기준은 충족한다, 다만, 완전하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문제가 없는데 불완전하다? 좀 애매하게 들리죠. 검증위원회 안전 분과 내부에서 얼마나 논란(?)을 벌였는지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다른 이유를 찾아보면 “불완전하다”에 사실상, 무게중심이 실렸음을 알 수 있습니다.

김해신공항 계획대로라면, 신설 활주로가 예상보다 200m 줄어듭니다. 그래서 3,000m로 추진되면, 항공기 착륙실패 때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고 검증위가 명시했습니다. 김수삼 검증위원장도 기자회견을 통해 “비행절차 수립이 완전하지는 않으며 향후 비행절차를 완전하게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래도 여기까지 보면 “재설계해서 보완하면 되지 않으냐”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다음 문제를 들여다보면 “신설 활주로 안전에 문제가 크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항공기 충돌을 막으려면 경운산과 오봉산, 임호산 등 인근 산악지형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이 났기 때문입니다. 공항시설법 34조에, ‘항공기 안전 운항을 위해 비행장 주변 장애물을 제거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거든요. 법제처의 판단도 결정적이었습니다. 법제처는 최근 “장애물 즉, 산악지형을 제거하려면 국토교통부가 해당 자치단체와 협의해야 한다”는 유권 해석을 내린 바 있습니다.

공항 안전 문제에 민감한 부산·울산·경남이 산을 깎는 걸 받아들일까요? 만약 7개 산을 깎더라도 환경 훼손 논란과 함께 (김해신공항 계획안에 없던) 공사 비용만 최소 7천억 원이 더 들 것으로 추산됩니다.


■ 김해신공항 확장성·경제성도 ‘문제’…“근본적 검토 필요”

공항 확장성도 문제였습니다. 김해신공항 주변에는 향후 공항을 확장할 땅이 없습니다. 당장, 기본 계획안만 놓고 보더라도 신규 활주로를 위한 ‘서편 유도로’ 설치를 놓쳤습니다. 국토부는 서편 유도로를 설치할 때 미군 부대 13만 7000㎡의 땅과 대한항공 데크센터(비행기 정비소) 2만 6000㎡의 땅을 편입할 계획이라 밝힌 바 있습니다. 이 중 대한항공 땅 매입비용만 4,000억~6,00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됩니다. 김해신공항의 경제적 타당성이 기존보다 더 떨어질 수밖에 없는 셈입니다.

검증위는 또 소음 피해 범위나 수요 예측 또한, 사업 확장 당시 충분히 검토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미래 변화에 대응하기 힘든 계획안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래서 검증위는 “동남권 관문공항으로 ‘김해신공항’ 추진은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결론 내린 겁니다.


■ 부산·울산·경남의 ‘안전 트라우마’…24시간 운영 가능한 ‘안전한’ 관문 공항

지역민들의 요구는 24시간 운영 가능한 ‘안전한’ 관문 공항을 만들어달라는 겁니다. “목숨 걸고 비행기를 탈 수 없다”는 이유입니다. 왜 지역민들은 안전에 그토록 민감할까요? 지난 2002년 김해 돗대산에 추락한 중국 민항기. 12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고, 김해공항 안전성 문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이 사고가 나자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신공항 건설 이야기를 꺼냈고 이명박 정부가 본격적으로 논의했습니다. 가덕과 밀양을 놓고 경제성이 없다며 백지화됐다가 박근혜 정부 때 다시 동남권 신공항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프랑스 전문기관에 의뢰한 용역 결과 새 활주로 하나를 더 놓는 ‘김해공항 확장’ 으로 결론지었습니다.

7개의 산으로 둘러싼 김해공항에 새 활주로를 놓고 공항을 확장하라고 하니, 지역민들이 트라우마를 가질 수밖에 없는 셈입니다. 여기다 김해공항은 군 공항으로 24시간 운영이 불가합니다. 동남아 노선을 이용하는 부·울·경 지역민들은 밤 10시가 되면 공항이 문을 닫아 자칫 여객기 결함이나 지연 사태가 있으면 밤을 새우거나 집으로 돌아갔다 다시 공항으로 와야 합니다. 게다가 미국이나 유럽을 가야 하면 인천공항을 이용해야 하는데 지역 이용객은 수도권 이용객보다 더 많은 돈을 내고 시간을 들여야 합니다. 지역민들의 18년 염원, 단순히 정치적 결정이라고만 생각해선 안 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김해신공항 운명 가른 ‘안전’…“목숨 걸고 비행기 못 탄다”
    • 입력 2020-11-17 18:59:29
    취재K

■ 부산시장 보궐선거 앞두고 정치적 결정?

이런저런 말들이 오갑니다.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치러져, 정부와 여·야당이 지역 민심을 얻기 위해 부산·울산 ·경남의 염원에 못 이겨 김해신공항 폐기(가덕도신공항 건설) 절차에 들어간 것 아니냐고. 그런데 1년 6개월 전 김해신공항 검증에 들어갈 때,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치러질 줄 누가 알았을까요. 김해신공항 검증 발표는 선거를 의식한 ‘정치적 결정’이 아니라, 그동안 진행 중인 결과였습니다.

아무튼 국무총리실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사실상, 김해신공항 백지화 결론을 냈습니다. 18년 동안 끌어온 논란의 역사가 종지부를 찍은 셈입니다. 김해신공항 운명을 가른 건 무엇이었을까요.


■ 김해신공항 신설 활주로 ‘불완전’

결정적인 이유는 역시, ‘안전’ 문제였습니다. 계획 중인 김해신공항으로는 항공기 안전을 담보할 수 없어 활주로를 재설계하거나 인근 산봉우리를 대거 깎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를 보완하려면 경제성마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거죠. 공항에 들어오던 항공기가 정상적으로 착륙하기 어려울 때 조종사는 약속된 고도로 이륙했다가 다시 착륙을 시도합니다. 전문 용어로 ‘복행’이라 하고요, 공식 용어로는 ‘착륙실패 접근절차’라고 합니다.

검증위원회의 안전분과의 검증 결과, 김해신공항 신설 활주로의 ‘착륙실패 접근절차’는 기준은 충족한다, 다만, 완전하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문제가 없는데 불완전하다? 좀 애매하게 들리죠. 검증위원회 안전 분과 내부에서 얼마나 논란(?)을 벌였는지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다른 이유를 찾아보면 “불완전하다”에 사실상, 무게중심이 실렸음을 알 수 있습니다.

김해신공항 계획대로라면, 신설 활주로가 예상보다 200m 줄어듭니다. 그래서 3,000m로 추진되면, 항공기 착륙실패 때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고 검증위가 명시했습니다. 김수삼 검증위원장도 기자회견을 통해 “비행절차 수립이 완전하지는 않으며 향후 비행절차를 완전하게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래도 여기까지 보면 “재설계해서 보완하면 되지 않으냐”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다음 문제를 들여다보면 “신설 활주로 안전에 문제가 크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항공기 충돌을 막으려면 경운산과 오봉산, 임호산 등 인근 산악지형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이 났기 때문입니다. 공항시설법 34조에, ‘항공기 안전 운항을 위해 비행장 주변 장애물을 제거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거든요. 법제처의 판단도 결정적이었습니다. 법제처는 최근 “장애물 즉, 산악지형을 제거하려면 국토교통부가 해당 자치단체와 협의해야 한다”는 유권 해석을 내린 바 있습니다.

공항 안전 문제에 민감한 부산·울산·경남이 산을 깎는 걸 받아들일까요? 만약 7개 산을 깎더라도 환경 훼손 논란과 함께 (김해신공항 계획안에 없던) 공사 비용만 최소 7천억 원이 더 들 것으로 추산됩니다.


■ 김해신공항 확장성·경제성도 ‘문제’…“근본적 검토 필요”

공항 확장성도 문제였습니다. 김해신공항 주변에는 향후 공항을 확장할 땅이 없습니다. 당장, 기본 계획안만 놓고 보더라도 신규 활주로를 위한 ‘서편 유도로’ 설치를 놓쳤습니다. 국토부는 서편 유도로를 설치할 때 미군 부대 13만 7000㎡의 땅과 대한항공 데크센터(비행기 정비소) 2만 6000㎡의 땅을 편입할 계획이라 밝힌 바 있습니다. 이 중 대한항공 땅 매입비용만 4,000억~6,00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됩니다. 김해신공항의 경제적 타당성이 기존보다 더 떨어질 수밖에 없는 셈입니다.

검증위는 또 소음 피해 범위나 수요 예측 또한, 사업 확장 당시 충분히 검토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미래 변화에 대응하기 힘든 계획안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래서 검증위는 “동남권 관문공항으로 ‘김해신공항’ 추진은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결론 내린 겁니다.


■ 부산·울산·경남의 ‘안전 트라우마’…24시간 운영 가능한 ‘안전한’ 관문 공항

지역민들의 요구는 24시간 운영 가능한 ‘안전한’ 관문 공항을 만들어달라는 겁니다. “목숨 걸고 비행기를 탈 수 없다”는 이유입니다. 왜 지역민들은 안전에 그토록 민감할까요? 지난 2002년 김해 돗대산에 추락한 중국 민항기. 12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고, 김해공항 안전성 문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이 사고가 나자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신공항 건설 이야기를 꺼냈고 이명박 정부가 본격적으로 논의했습니다. 가덕과 밀양을 놓고 경제성이 없다며 백지화됐다가 박근혜 정부 때 다시 동남권 신공항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프랑스 전문기관에 의뢰한 용역 결과 새 활주로 하나를 더 놓는 ‘김해공항 확장’ 으로 결론지었습니다.

7개의 산으로 둘러싼 김해공항에 새 활주로를 놓고 공항을 확장하라고 하니, 지역민들이 트라우마를 가질 수밖에 없는 셈입니다. 여기다 김해공항은 군 공항으로 24시간 운영이 불가합니다. 동남아 노선을 이용하는 부·울·경 지역민들은 밤 10시가 되면 공항이 문을 닫아 자칫 여객기 결함이나 지연 사태가 있으면 밤을 새우거나 집으로 돌아갔다 다시 공항으로 와야 합니다. 게다가 미국이나 유럽을 가야 하면 인천공항을 이용해야 하는데 지역 이용객은 수도권 이용객보다 더 많은 돈을 내고 시간을 들여야 합니다. 지역민들의 18년 염원, 단순히 정치적 결정이라고만 생각해선 안 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