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신공항 백지화’에…들썩이는 與, 곤혹스런 野

입력 2020.11.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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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장 보궐선거를 5개월 앞두고, '동남권 신공항'이 정치권을 강타했습니다. 어제(17일) 국무총리실 산하 검증위원회의 김해신공항 원점 재검토 결정으로, 보궐선거를 준비하는 여야의 수 싸움도 예상보다 앞당겨졌습니다. 오거돈 전 시장의 성폭력으로 수세에 몰렸던 더불어민주당은 부산·경남이 요구해온 '가덕도 신공항' 추진에 팔을 걷어붙였지만, 국민의힘은 마냥 환영할 수도, 비판할 수만도 없는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습니다.


■ 더불어민주당 "노무현이 시작한 신공항, 문재인이 완성"
신공항 건설을 추진했던 더불어민주당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습니다.

민주당 최인호 대변인은 2006년 12월 故 노무현 대통령이 동남권 신공항을 검토 지시한 점을 들며 "노무현 대통령이 시작한 동남권 신공항이 문재인 정부에서 확정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습니다.

이낙연 대표는 부산 가덕도를 새 공항 부지로 공개 지목했습니다.

이 대표는 어제(17일) 국회에서 '동남권 관문 공항 추진을 위한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부·울·경 시도민의 오랜 염원인 가덕도 신공항의 가능성이 열렸다"면서 "저도 오래전부터 가덕도 신공항을 지지했고, 국민의힘 김종인 위원장도 검토 의사를 밝혔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이 대표는 " 더 이상의 희망 고문은 없어야 한다"면서, 당내에 전담 기구를 설치하는 등 가덕도 신공항 추진을 '거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더 나아가 이 대표는 신공항이 2030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에도 영향을 줄 거라며, 부산 표심을 자극했습니다.

김태년 원내대표도 후속 조치를 신속하게 추진하겠다면서 현재 국회가 심사 중인 내년도 예산안에 동남권 신공항 관련 정책연구개발비 증액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2016년 6월 박근혜 정부의 김해 신공항 확장 결정에 대해 "지역 간 갈등을 무마하기 위해 정치적으로 결단했다는 비판이 많았다"고 지적하며, 국민의힘을 향해 "지역갈등을 조장하지 말고, 검증위의 결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를 촉구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민주당은 검증위 발표 직후 '동남권 신공항 추진단'을 구성했습니다. 한정애 정책위의장에 단장을 맡기고, 부단장에 부·울·경 시도당 위원장과 국토위 간사인 조응천 의원을 임명했습니다. 한정애 정책위 의장은 "이달 중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발의하겠다"면서 야당과도 협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엇갈린 지도부… 국민의힘은 '곤혹'

반면 국민의힘은 난감한 상황에 놓였습니다. 정부·여당이 내년 보궐선거를 앞두고 무리해서 신공항을 추진한다고 비판해야 하는 입장이지만, 자칫 부산시장 선거에서 역풍을 맞을 거란 우려가 제기됩니다.

일단 주호영 원내대표는 어제 화상 의원총회에서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어떻게든 선거에서 득을 보려고 (사업을) 무리하게 변경 추진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김해공항 확장 백지화가 월성1호기 조기폐쇄를 서둘러 결정한 것과 '판박이'라면서, 논의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감사원 감사를 청구하겠다고 했습니다.

반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어제 국회에서 기자들에게 "정부의 정책 일관성이 지켜지지 않은 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일단 신공항 논의가 시작되면 가덕도 공항에 대해 적극적으로 논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1일 부산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정부가 검증결과를 발표하면 신공항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했는데, 정부·여당을 비판하려다 신공항을 반대하는 것처럼 비춰지면 부산 표심을 잃을 거라는 우려가 작용한 거로 보입니다.

다만 주호영 원내대표와 엇박자가 난다는 지적을 고려한 듯, 김 위원장은 감사원 감사 청구 필요성에는 동의한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 TK 민심 어찌하랴…쪼개진 국민의힘, 부담없는 민주당

국민의힘 의원들도 '동상이몽'입니다. PK(부산·경남) 의원들은 신공항을 환영했지만, 4년 전 인접한 경남 밀양을 후보지로 밀었던 TK(대구·경북) 의원들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습니다. 핵심 지지기반인 TK 민심 악화도 국민의힘에 큰 부담입니다.

부산 출신 하태경 의원(3선·부산 해운대갑)은 "부산과 대한민국 발전을 위해 가덕도 신공항은 신속하게 그리고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면서, 가덕 신공항 추진을 위한 특별법 발의를 준비하겠다고 했습니다. 장제원(3선·부산 사상)의원도 정부가 오늘 가덕도 신공항 추진을 발표했어야 했다며, 정부와 여야 모두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국민의힘 대구·경북 의원 24명 전원은 김해신공항 확장사업은 유지돼야 한다는 성명서를 내고, "국책사업이 갑자기 부산시장 보궐선거용으로 뒤바뀌어 참담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의원들은 성명서에서 "아무 권한도 없는 총리실 검증위의 결과에 백지화 절차를 밟는 것은 국민에 대한 횡포"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습니다.

김해공항 확장은 대구·경북을 포함한 5개 영남권 자치단체 합의로 결정된 사안인데, 지역 여론 수렴 없이 졸속으로 결론을 뒤집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겁니다. 부산에 새 공항을 지으면, 대구 K-2공군기지와 대구공항 이전·통합으로 2028년 개항 예정인 대구경북신공항(경북 군위·의성) 수요가 줄어들 거라 우려하는 의원들도 있었습니다. TK 지역 지지세가 비교적 약한 민주당은 큰 부담이 없는 모습입니다.

앞서 정부는 2016년 6월 동남권 신공항 입지로 가덕도와 밀양을 고민하다 김해공항에 활주로 1기를 추가하기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국무총리실 산하에 김해신공항 타당성 검증위원회를 꾸리고, 김해공항 확장의 안전성과 절차적 타당성을 따진 끝에 11개월만인 어제 사실상 사업 백지화를 결정했습니다. 대체 후보지는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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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해신공항 백지화’에…들썩이는 與, 곤혹스런 野
    • 입력 2020-11-18 07:00:31
    취재K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5개월 앞두고, '동남권 신공항'이 정치권을 강타했습니다. 어제(17일) 국무총리실 산하 검증위원회의 김해신공항 원점 재검토 결정으로, 보궐선거를 준비하는 여야의 수 싸움도 예상보다 앞당겨졌습니다. 오거돈 전 시장의 성폭력으로 수세에 몰렸던 더불어민주당은 부산·경남이 요구해온 '가덕도 신공항' 추진에 팔을 걷어붙였지만, 국민의힘은 마냥 환영할 수도, 비판할 수만도 없는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습니다.


■ 더불어민주당 "노무현이 시작한 신공항, 문재인이 완성"
신공항 건설을 추진했던 더불어민주당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습니다.

민주당 최인호 대변인은 2006년 12월 故 노무현 대통령이 동남권 신공항을 검토 지시한 점을 들며 "노무현 대통령이 시작한 동남권 신공항이 문재인 정부에서 확정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습니다.

이낙연 대표는 부산 가덕도를 새 공항 부지로 공개 지목했습니다.

이 대표는 어제(17일) 국회에서 '동남권 관문 공항 추진을 위한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부·울·경 시도민의 오랜 염원인 가덕도 신공항의 가능성이 열렸다"면서 "저도 오래전부터 가덕도 신공항을 지지했고, 국민의힘 김종인 위원장도 검토 의사를 밝혔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이 대표는 " 더 이상의 희망 고문은 없어야 한다"면서, 당내에 전담 기구를 설치하는 등 가덕도 신공항 추진을 '거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더 나아가 이 대표는 신공항이 2030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에도 영향을 줄 거라며, 부산 표심을 자극했습니다.

김태년 원내대표도 후속 조치를 신속하게 추진하겠다면서 현재 국회가 심사 중인 내년도 예산안에 동남권 신공항 관련 정책연구개발비 증액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2016년 6월 박근혜 정부의 김해 신공항 확장 결정에 대해 "지역 간 갈등을 무마하기 위해 정치적으로 결단했다는 비판이 많았다"고 지적하며, 국민의힘을 향해 "지역갈등을 조장하지 말고, 검증위의 결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를 촉구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민주당은 검증위 발표 직후 '동남권 신공항 추진단'을 구성했습니다. 한정애 정책위의장에 단장을 맡기고, 부단장에 부·울·경 시도당 위원장과 국토위 간사인 조응천 의원을 임명했습니다. 한정애 정책위 의장은 "이달 중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발의하겠다"면서 야당과도 협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엇갈린 지도부… 국민의힘은 '곤혹'

반면 국민의힘은 난감한 상황에 놓였습니다. 정부·여당이 내년 보궐선거를 앞두고 무리해서 신공항을 추진한다고 비판해야 하는 입장이지만, 자칫 부산시장 선거에서 역풍을 맞을 거란 우려가 제기됩니다.

일단 주호영 원내대표는 어제 화상 의원총회에서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어떻게든 선거에서 득을 보려고 (사업을) 무리하게 변경 추진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김해공항 확장 백지화가 월성1호기 조기폐쇄를 서둘러 결정한 것과 '판박이'라면서, 논의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감사원 감사를 청구하겠다고 했습니다.

반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어제 국회에서 기자들에게 "정부의 정책 일관성이 지켜지지 않은 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일단 신공항 논의가 시작되면 가덕도 공항에 대해 적극적으로 논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1일 부산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정부가 검증결과를 발표하면 신공항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했는데, 정부·여당을 비판하려다 신공항을 반대하는 것처럼 비춰지면 부산 표심을 잃을 거라는 우려가 작용한 거로 보입니다.

다만 주호영 원내대표와 엇박자가 난다는 지적을 고려한 듯, 김 위원장은 감사원 감사 청구 필요성에는 동의한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 TK 민심 어찌하랴…쪼개진 국민의힘, 부담없는 민주당

국민의힘 의원들도 '동상이몽'입니다. PK(부산·경남) 의원들은 신공항을 환영했지만, 4년 전 인접한 경남 밀양을 후보지로 밀었던 TK(대구·경북) 의원들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습니다. 핵심 지지기반인 TK 민심 악화도 국민의힘에 큰 부담입니다.

부산 출신 하태경 의원(3선·부산 해운대갑)은 "부산과 대한민국 발전을 위해 가덕도 신공항은 신속하게 그리고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면서, 가덕 신공항 추진을 위한 특별법 발의를 준비하겠다고 했습니다. 장제원(3선·부산 사상)의원도 정부가 오늘 가덕도 신공항 추진을 발표했어야 했다며, 정부와 여야 모두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국민의힘 대구·경북 의원 24명 전원은 김해신공항 확장사업은 유지돼야 한다는 성명서를 내고, "국책사업이 갑자기 부산시장 보궐선거용으로 뒤바뀌어 참담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의원들은 성명서에서 "아무 권한도 없는 총리실 검증위의 결과에 백지화 절차를 밟는 것은 국민에 대한 횡포"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습니다.

김해공항 확장은 대구·경북을 포함한 5개 영남권 자치단체 합의로 결정된 사안인데, 지역 여론 수렴 없이 졸속으로 결론을 뒤집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겁니다. 부산에 새 공항을 지으면, 대구 K-2공군기지와 대구공항 이전·통합으로 2028년 개항 예정인 대구경북신공항(경북 군위·의성) 수요가 줄어들 거라 우려하는 의원들도 있었습니다. TK 지역 지지세가 비교적 약한 민주당은 큰 부담이 없는 모습입니다.

앞서 정부는 2016년 6월 동남권 신공항 입지로 가덕도와 밀양을 고민하다 김해공항에 활주로 1기를 추가하기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국무총리실 산하에 김해신공항 타당성 검증위원회를 꾸리고, 김해공항 확장의 안전성과 절차적 타당성을 따진 끝에 11개월만인 어제 사실상 사업 백지화를 결정했습니다. 대체 후보지는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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