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걸작 ‘백제미소보살’ 환수비용 42억? 150억?…환수 가능할까?

입력 2020.11.18 (10:45) 수정 2020.11.18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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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금동관음보살입상(백제미소보살)백제금동관음보살입상(백제미소보살)

■ 7세기 백제 최고의 걸작 ‘백제미소보살’...일제 강점기에 반출

지금으로부터 110여 년 전인 1907년 충남 부여군 규암면의 한 절터에서 한 농부가 금동보살 2점을 발견했습니다. 7세기 중엽 제작돼 백제시대 불교 유물 가운데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들인데, 한 점은 국보 제293호로 지정돼 현재 국립부여박물관에 소장중입니다. 그런데 자비롭고 온화한 미소로 ‘백제 3대 미소 보살’(국립중앙박물관의 금동반가사유상,서산 마애삼존상)로 불리는 다른 한 점은 현재 일본의 한 사업가가 소장하고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 일본군에 의해 압수된 뒤 경매를 통해 일본 수집가에 의해 반출됐습니다. 이 ‘백제미소보살’은 국립부여박물관에 보관중인 국보 제293호보다 미소가 더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역사성은 물론 학술성과 예술성으로도 가치가 높을 뿐 아니라 당시 이 같은 작품을 만들어낸 백제의 과학기술도 잘 알려지지 않아 연구 보존이 시급하다는 얘기가 학계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더욱이 보물급 이상으로 지정된 백제불상은 모두 13건 정도로 신라의 110여 점 이상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편입니다. 그래서 백제 불상의 희소성 차원에서라도 환수가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밝혔습니다

‘백제미소불’ 부여 귀환 위한 기자회견‘백제미소불’ 부여 귀환 위한 기자회견

■ ‘백제미소보살’ 예상 환수 비용 42억 원~150억 원대...문화재청도 환수에 제동 걸려

‘백제미소보살’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자 2018년 7월 충남 국외소재반출문화재실태 조사단과 부여군 등이 일본 현지로 가 불상을 직접 확인하고 국회 문화유산회복 포럼 등과 함께 본격적인 환수작업에 착수했습니다. 아름다운 백제의 미소에 반해 “꼭 제자리에 돌려놓자”는 운동이 벌어진 것입니다. 하지만 국보급 문화재에 대한 가격 차가 발목을 잡았습니다. 문화재청에서 추산한 환수비용은 42억 원 정도입니다. 반면, 소장자는 150억 원을 받아야 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문제는 3배 정도되는 가격 차이 때문에 문화재청도 쉽게 환수에 나설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이에 따라 충청남도와 부여군이 나서 예산을 세우고 민간 모금까지 곁들여 환수움직임에 나서고 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습니다. 충청남도는 특히 관련 조례까지 만들어 지난해 10억 원, 올해부터 3년간 20억 원씩 총 70억 원의 기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고 부여군도 국민 성금을 통해 수십억을 모으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화재청은 난색을 표하고 있습니다. 법적인 근거도 없고 국가와 자치단체, 민간이 공동으로 비용을 들여 반출 문화재를 사들일 경우 소유권과 관리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학계와 관련 단체에서는 환수비용은 공동으로 하더라도 국보급 문화재인 만큼 소유권은 당연히 국유재산으로 국가가 갖고, 대신 전시와 관리는 해당 불상이 출토된 국립부여박물관에서 하는 방향으로 충분히 타협할 수 있다며 우선 매입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문화재기금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이병훈의원 대표 발의)문화재기금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이병훈의원 대표 발의)

■ 국회· 정부· 지자체 문화재 환수에 총력...문화재 환수 관련 입법도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고 역사는 역시 오늘에도 살아 숨 쉬는 걸까? 백제의 미소를 환수할 수 있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이병훈 의원이 문체부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문제점이 노출되자 관련 예산 증액을 요구해 현재 문체위 상임위를 통과했습니다. 증액된 예산은 100억 원가량, 직접적인 ‘백제미소보살’ 구입비로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국내외 유물구입비로 배정해 일단 물꼬를 튼 것입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필요합니다. 문화재청이 제출한 국외 문화재 긴급매입비 예산 및 집행 추이에 따르면 2019년 60억 원을 제외하고 최근 5년간 매년 30억 원 안팎, 이렇다 보니 비싼 국보급 문화재는 사지도 못해 불용액 처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실례로 경매 출품 문화재 매입과 관련해 2014년에는 예산 부족 등으로 금니사경을 5백만 원 차이로 낙찰에 실패한 경험이 있고, 이밖에 응찰 상한액 초과로 인한 포기와 낙찰에 실패한 사례 등이 많습니다. 문화재 환수 관련 입법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국회 문체위 이병훈 의원이 국내외 중요 문화재를 긴급 매입할 경우 문화재보호기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문화재기금보호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발의한 상태입니다. 현재 시행령에 규정된 것을 법률로 승격해 안정적인 중요 문화재 환수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법안을 마련하려는 것입니다. 당장 올 연말에는 상정이 어렵지만 충분한 숙려기간을 거쳐 내년 초쯤 국회에 상정되면 문화강국으로 가는 또 하나의 초석이 되지 않겠냐는 기대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백제금동관음보살입상(백제미소보살)백제금동관음보살입상(백제미소보살)

■ 우리 문화재 19만 3천여 점, 해외 21개국으로 반출...일본에 42%인 8만천여 점

현재 국외에 있는 한국 문화재는 21개국에 19만3천여 점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중 단연 1위는 일본으로 무려 42%를 넘는 8만천여 점이나 됩니다. 그 밖에도 미국이나 중국, 독일 순으로 많습니다. 그냥 아름답게 상호 교류를 통한 문화전파였으면 좋으련만 특히 일본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자명합니다. 선조들의 피와 땀, 삶의 고통과 환희, 희로애락의 역사가 담긴 문화유산도 적잖이, 강제로, 통채로 반출된 것도 많을 것입니다. 다행인 것은 최근 일본의 경우 젊은 세대로 교체 바람이 불면서 개인들이 소장했던 국내 반출 유물이 시장에 많이 나오고 있다는 전언입니다. 상업적인 이유이든 역사에 대한 몰이해든 분명하지는 않지만, 국내 정부 예산만으로는 환수에 한계가 있을 수 있는 만큼 기금 마련 등 대책이 시급한 시점입니다. 고급 유물 하면 옛 왕실이나 사대부, 오늘날에는 재벌이나 호사가 등 기득권층의 전유물로 생각하기 쉽고 굳이 엄청난 돈을 들여 다시 사들여야 할 필요성에도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민족의 집단 기억 속에 면면히 흐르고 있는 자부심, 동아시아의 변방이 아닌 자주 국가의 기상, 미래세대를 위한 역사와 전통 교육을 위해서라도 특히 점점 사라지는 향토의 주체성을 위해서라도 환수는 꼭 필요합니다.
지금 환수에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그 소중한 유물은 다른 곳으로 팔려나갈지도 모릅니다.
“물건을 사는 게 아니라 역사를 되찾는 거다.” 국외 반출 문화재 환수에 국민적인 관심이 요구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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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고 걸작 ‘백제미소보살’ 환수비용 42억? 150억?…환수 가능할까?
    • 입력 2020-11-18 10:45:37
    • 수정2020-11-18 10:46:17
    취재K
백제금동관음보살입상(백제미소보살)
■ 7세기 백제 최고의 걸작 ‘백제미소보살’...일제 강점기에 반출

지금으로부터 110여 년 전인 1907년 충남 부여군 규암면의 한 절터에서 한 농부가 금동보살 2점을 발견했습니다. 7세기 중엽 제작돼 백제시대 불교 유물 가운데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들인데, 한 점은 국보 제293호로 지정돼 현재 국립부여박물관에 소장중입니다. 그런데 자비롭고 온화한 미소로 ‘백제 3대 미소 보살’(국립중앙박물관의 금동반가사유상,서산 마애삼존상)로 불리는 다른 한 점은 현재 일본의 한 사업가가 소장하고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 일본군에 의해 압수된 뒤 경매를 통해 일본 수집가에 의해 반출됐습니다. 이 ‘백제미소보살’은 국립부여박물관에 보관중인 국보 제293호보다 미소가 더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역사성은 물론 학술성과 예술성으로도 가치가 높을 뿐 아니라 당시 이 같은 작품을 만들어낸 백제의 과학기술도 잘 알려지지 않아 연구 보존이 시급하다는 얘기가 학계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더욱이 보물급 이상으로 지정된 백제불상은 모두 13건 정도로 신라의 110여 점 이상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편입니다. 그래서 백제 불상의 희소성 차원에서라도 환수가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밝혔습니다

‘백제미소불’ 부여 귀환 위한 기자회견
■ ‘백제미소보살’ 예상 환수 비용 42억 원~150억 원대...문화재청도 환수에 제동 걸려

‘백제미소보살’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자 2018년 7월 충남 국외소재반출문화재실태 조사단과 부여군 등이 일본 현지로 가 불상을 직접 확인하고 국회 문화유산회복 포럼 등과 함께 본격적인 환수작업에 착수했습니다. 아름다운 백제의 미소에 반해 “꼭 제자리에 돌려놓자”는 운동이 벌어진 것입니다. 하지만 국보급 문화재에 대한 가격 차가 발목을 잡았습니다. 문화재청에서 추산한 환수비용은 42억 원 정도입니다. 반면, 소장자는 150억 원을 받아야 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문제는 3배 정도되는 가격 차이 때문에 문화재청도 쉽게 환수에 나설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이에 따라 충청남도와 부여군이 나서 예산을 세우고 민간 모금까지 곁들여 환수움직임에 나서고 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습니다. 충청남도는 특히 관련 조례까지 만들어 지난해 10억 원, 올해부터 3년간 20억 원씩 총 70억 원의 기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고 부여군도 국민 성금을 통해 수십억을 모으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화재청은 난색을 표하고 있습니다. 법적인 근거도 없고 국가와 자치단체, 민간이 공동으로 비용을 들여 반출 문화재를 사들일 경우 소유권과 관리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학계와 관련 단체에서는 환수비용은 공동으로 하더라도 국보급 문화재인 만큼 소유권은 당연히 국유재산으로 국가가 갖고, 대신 전시와 관리는 해당 불상이 출토된 국립부여박물관에서 하는 방향으로 충분히 타협할 수 있다며 우선 매입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문화재기금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이병훈의원 대표 발의)
■ 국회· 정부· 지자체 문화재 환수에 총력...문화재 환수 관련 입법도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고 역사는 역시 오늘에도 살아 숨 쉬는 걸까? 백제의 미소를 환수할 수 있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이병훈 의원이 문체부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문제점이 노출되자 관련 예산 증액을 요구해 현재 문체위 상임위를 통과했습니다. 증액된 예산은 100억 원가량, 직접적인 ‘백제미소보살’ 구입비로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국내외 유물구입비로 배정해 일단 물꼬를 튼 것입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필요합니다. 문화재청이 제출한 국외 문화재 긴급매입비 예산 및 집행 추이에 따르면 2019년 60억 원을 제외하고 최근 5년간 매년 30억 원 안팎, 이렇다 보니 비싼 국보급 문화재는 사지도 못해 불용액 처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실례로 경매 출품 문화재 매입과 관련해 2014년에는 예산 부족 등으로 금니사경을 5백만 원 차이로 낙찰에 실패한 경험이 있고, 이밖에 응찰 상한액 초과로 인한 포기와 낙찰에 실패한 사례 등이 많습니다. 문화재 환수 관련 입법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국회 문체위 이병훈 의원이 국내외 중요 문화재를 긴급 매입할 경우 문화재보호기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문화재기금보호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발의한 상태입니다. 현재 시행령에 규정된 것을 법률로 승격해 안정적인 중요 문화재 환수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법안을 마련하려는 것입니다. 당장 올 연말에는 상정이 어렵지만 충분한 숙려기간을 거쳐 내년 초쯤 국회에 상정되면 문화강국으로 가는 또 하나의 초석이 되지 않겠냐는 기대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백제금동관음보살입상(백제미소보살)
■ 우리 문화재 19만 3천여 점, 해외 21개국으로 반출...일본에 42%인 8만천여 점

현재 국외에 있는 한국 문화재는 21개국에 19만3천여 점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중 단연 1위는 일본으로 무려 42%를 넘는 8만천여 점이나 됩니다. 그 밖에도 미국이나 중국, 독일 순으로 많습니다. 그냥 아름답게 상호 교류를 통한 문화전파였으면 좋으련만 특히 일본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자명합니다. 선조들의 피와 땀, 삶의 고통과 환희, 희로애락의 역사가 담긴 문화유산도 적잖이, 강제로, 통채로 반출된 것도 많을 것입니다. 다행인 것은 최근 일본의 경우 젊은 세대로 교체 바람이 불면서 개인들이 소장했던 국내 반출 유물이 시장에 많이 나오고 있다는 전언입니다. 상업적인 이유이든 역사에 대한 몰이해든 분명하지는 않지만, 국내 정부 예산만으로는 환수에 한계가 있을 수 있는 만큼 기금 마련 등 대책이 시급한 시점입니다. 고급 유물 하면 옛 왕실이나 사대부, 오늘날에는 재벌이나 호사가 등 기득권층의 전유물로 생각하기 쉽고 굳이 엄청난 돈을 들여 다시 사들여야 할 필요성에도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민족의 집단 기억 속에 면면히 흐르고 있는 자부심, 동아시아의 변방이 아닌 자주 국가의 기상, 미래세대를 위한 역사와 전통 교육을 위해서라도 특히 점점 사라지는 향토의 주체성을 위해서라도 환수는 꼭 필요합니다.
지금 환수에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그 소중한 유물은 다른 곳으로 팔려나갈지도 모릅니다.
“물건을 사는 게 아니라 역사를 되찾는 거다.” 국외 반출 문화재 환수에 국민적인 관심이 요구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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