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후] “난 널 믿었는데”…‘우정’에 배신당한 친구가 벌인 일

입력 2020.11.18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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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36)씨와 B(36)씨는 한동네에서 자란 친구였다. 두 사람은 5살 때부터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서로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벗’이었다.

하지만 뜻하지 않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영원할 것 같던 두 사람의 우정은 금이 갔고 결국 두 사람의 관계는 ‘루비콘 강을 건너고’ 만다.

사건은 지난해 9월 대전의 한 술집에서 일어났다.

이날 두 사람은 A 씨의 여자친구 C 씨 등과 함께 술을 마셨다. A 씨와 C 씨는 결혼을 약속한 사이였다. 1차에서 끝내기가 아쉬웠던 이들은 C 씨 집으로 자리를 옮겨 술을 더 마시던 중 A 씨가 잠든 사이 B 씨는 A 씨의 여자친구인 C 씨를 준강간했고 결국 불구속 기소됐다.

믿었던 친구에게 큰 배신을 당했다고 생각한 A 씨는 날이 갈수록 친구 B 씨에 대한 분노가 커졌다. 이후 두 사람은 이 문제로 서로 다툼이 잦아지는 등 갈등의 골이 깊어졌고 결국 B 씨에 대한 재판을 한 달여 앞두고 사달이 나고 만다.

지난 3월 2일 낮에 만난 두 사람은 밥을 같이 먹고 한 모텔에 들어가 술을 마셨다. 술잔을 부딪치던 중 B 씨가 C 씨에 대해 모욕적인 말을 했다. 이에 격분한 A 씨는 미리 준비해간 흉기로 B 씨를 살해하고 신체 일부를 훼손한 후 모텔을 나왔다.

결국 A 씨는 살인 및 사체손괴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수사기관 조사 결과 A 씨는 친구 B 씨가 준강간 범행을 부인하고, 이 사건에 대한 공판에 앞서 변호인을 선임한 것에 매우 큰 분노를 느끼고 있는 상태에서 친구가 여자친구에 대해 모욕적인 말을 하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과정에서 A 씨는 B 씨를 살해한 것은 맞지만 ‘계획적 살인’ 이 아닌 ‘우발적’으로 저지른 범행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 씨의 우발적 범행이라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를 만날 때부터 흉기를 가지고 있었다”며 “피고인이 평소 차에 칼을 가지고 다녔다고 하더라도 피해자를 만나면서 굳이 이를 꺼내 품에 들고 갈 뚜렷한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피해자 부검결과 피해자의 목, 옆구리 등 온몸에 수십 군데 상처가 발견됐다”며 “이러한 피고인의 범행 방법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은 우발적으로 범행한 것이 아니라, 피해자에 대한 극심한 복수심 또는 적대적 감정으로 이 사건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결혼을 앞둔 여자친구를 성폭행한 것이 사실일지라도 준강간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있었고, 법과 원칙에 따라 처벌받고 피해를 회복할 정당한 절차에 따랐어야 했다”며 “법치주의의 근간을 훼손한 준엄한 범죄 행위로 참작 동기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런 근거를 들어 A 씨 주장을 일축하고 A 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A 씨는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1심을 파기하고 형량을 더 높였다.

대전고법 형사1부(이준명 부장판사)는 A 씨에 대해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극한의 복수심으로 오랜 친구의 목숨을 빼앗았다. 비문명 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사적 보복행위”라며 “살인 범죄를 저지를 재범의 가능성이 크고 진정으로 사죄하는지도 의심이 든다. 또 유족들은 고통 속에서 엄벌을 호소하고 있기 때문에 피고인은 평생 사죄하면서 수형생활을 하기 바란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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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건후] “난 널 믿었는데”…‘우정’에 배신당한 친구가 벌인 일
    • 입력 2020-11-18 11:06:07
    취재후·사건후

A(36)씨와 B(36)씨는 한동네에서 자란 친구였다. 두 사람은 5살 때부터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서로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벗’이었다.

하지만 뜻하지 않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영원할 것 같던 두 사람의 우정은 금이 갔고 결국 두 사람의 관계는 ‘루비콘 강을 건너고’ 만다.

사건은 지난해 9월 대전의 한 술집에서 일어났다.

이날 두 사람은 A 씨의 여자친구 C 씨 등과 함께 술을 마셨다. A 씨와 C 씨는 결혼을 약속한 사이였다. 1차에서 끝내기가 아쉬웠던 이들은 C 씨 집으로 자리를 옮겨 술을 더 마시던 중 A 씨가 잠든 사이 B 씨는 A 씨의 여자친구인 C 씨를 준강간했고 결국 불구속 기소됐다.

믿었던 친구에게 큰 배신을 당했다고 생각한 A 씨는 날이 갈수록 친구 B 씨에 대한 분노가 커졌다. 이후 두 사람은 이 문제로 서로 다툼이 잦아지는 등 갈등의 골이 깊어졌고 결국 B 씨에 대한 재판을 한 달여 앞두고 사달이 나고 만다.

지난 3월 2일 낮에 만난 두 사람은 밥을 같이 먹고 한 모텔에 들어가 술을 마셨다. 술잔을 부딪치던 중 B 씨가 C 씨에 대해 모욕적인 말을 했다. 이에 격분한 A 씨는 미리 준비해간 흉기로 B 씨를 살해하고 신체 일부를 훼손한 후 모텔을 나왔다.

결국 A 씨는 살인 및 사체손괴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수사기관 조사 결과 A 씨는 친구 B 씨가 준강간 범행을 부인하고, 이 사건에 대한 공판에 앞서 변호인을 선임한 것에 매우 큰 분노를 느끼고 있는 상태에서 친구가 여자친구에 대해 모욕적인 말을 하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과정에서 A 씨는 B 씨를 살해한 것은 맞지만 ‘계획적 살인’ 이 아닌 ‘우발적’으로 저지른 범행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 씨의 우발적 범행이라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를 만날 때부터 흉기를 가지고 있었다”며 “피고인이 평소 차에 칼을 가지고 다녔다고 하더라도 피해자를 만나면서 굳이 이를 꺼내 품에 들고 갈 뚜렷한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피해자 부검결과 피해자의 목, 옆구리 등 온몸에 수십 군데 상처가 발견됐다”며 “이러한 피고인의 범행 방법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은 우발적으로 범행한 것이 아니라, 피해자에 대한 극심한 복수심 또는 적대적 감정으로 이 사건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결혼을 앞둔 여자친구를 성폭행한 것이 사실일지라도 준강간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있었고, 법과 원칙에 따라 처벌받고 피해를 회복할 정당한 절차에 따랐어야 했다”며 “법치주의의 근간을 훼손한 준엄한 범죄 행위로 참작 동기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런 근거를 들어 A 씨 주장을 일축하고 A 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A 씨는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1심을 파기하고 형량을 더 높였다.

대전고법 형사1부(이준명 부장판사)는 A 씨에 대해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극한의 복수심으로 오랜 친구의 목숨을 빼앗았다. 비문명 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사적 보복행위”라며 “살인 범죄를 저지를 재범의 가능성이 크고 진정으로 사죄하는지도 의심이 든다. 또 유족들은 고통 속에서 엄벌을 호소하고 있기 때문에 피고인은 평생 사죄하면서 수형생활을 하기 바란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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