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한 번 안 간 아이였는데”…“‘학대 무혐의로 잘 종결’ 문자 보내기도”

입력 2020.11.18 (14:08) 수정 2020.11.18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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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태어난 A 양은 올해 1월 서울 양천구의 한 가정으로 입양됐습니다. 하지만 입양된 지 약 9개월 뒤인 지난 달 13일 온몸에 멍이 든 채 세상을 떠났습니다.

부검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사인은 외력에 의한 복부 손상. 하지만 병원에 실려 왔을 때 이미 쇄골과 가슴뼈 등 복부가 아닌 여러 곳에서 외부 충격이 가해진 흔적이 확인됐습니다. A 양의 엄마 B 씨는 아동학대치사, 상해 그리고 방임 혐의로 지난 11일 구속됐습니다.


■"병원 한 번 안 갈 정도로 건강했어요"

취재진은 어제(17일) 신 모 씨를 만났습니다. 신 씨는 A 양이 태어난 지 8일이 되던 날부터 입양되기까지 약 7개월 동안 보살핀 위탁모입니다.

신 씨는 지금까지 아이들 20명 정도를 보살펴왔지만 A 양이 누구보다 건강했다고 말했습니다. 매월 건강검진을 하거나 예방접종하는 것을 제외하면 병원에 간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합니다.

신 씨는 "다른 아이들은 거의 다 건강에 문제가 있거나 자주 아프곤 하지만 A양은 정말 건강한 아이로 태어났다"고 기억했습니다.


A 양은 밥도 잘 먹었다고 합니다. 하루에 우유를 여섯 번 먹었고 그 사이에 두세 차례 이유식을 추가로 먹을 정도였습니다. 또래와 비교하면 체격도 좋았다고 신 씨는 기억했습니다.

신 씨는 A 양이 의사 표현도 잘하는 영리한 아이였다고 말했습니다. "A양은 발달이 빨라 6개월부터 '주세요'라는 의사표현을 했다"며 "7개월에 이미 뭔가를 붙잡고 걸을 수 있었고 다른 아기들보다 거의 모든 발달이 빨랐다"고 신 씨는 전했습니다.

■"예전부터 입양 약속했다고 했는데"

보조 기구를 활용해 점프하거나 팔로 장난감을 쳐 소리 내는 걸 좋아했다는 A 양. A 양은 올해 1월 신 씨의 품을 떠나 양부모에게 입양됐습니다.

신 씨는 지난해 8월부터 입양 전까지 다섯 번 정도 입양한 엄마 B 씨를 만났다고 했습니다. 입양이 이뤄지기 전 예비 양부모와 아이가 사회복지기관에서 만나 교류하는 자리였습니다.

신 씨는 B 씨의 첫인상에 대해 "생글생글 웃으며 예쁜 표정을 가진 사람"이었다고 떠올렸습니다.

신 씨는 "젊은 사람들이 어떻게 아이를 입양할 생각을 했는지 물었는데, B 씨가 '결혼 전부터 한 명은 낳고 한 명은 입양하기로 약속했었다'고 말했다"며 "그때는 참 고마웠다"고 했습니다.

더욱이 A 양과 세 살 터울의 여아를 낳아 키우고 있던 B 씨였기에 더 마음이 갔다고 했습니다. 신 씨는 "A 양이 화목한 가정으로 간 것 같아 너무 기뻤고 주변에 자랑도 많이 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달 추석 명절에는 한 방송에 행복한 입양 가정으로 출연하기도 했던 A 양의 새 가정. 신 씨도 그 방송을 보며 마음을 놓았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가정에서 행복할 줄만 알았던 이 아이는, 신 씨의 기대와 달리 점점 말라갔습니다. 먹성 좋던 아이는 입양 후 체중이 감소하고 다리가 후들거려 제대로 서 있기도 어려웠다고 합니다.

결국, A양은 신 씨의 품을 떠난 지 9개월 만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화목한 가정으로 방송된 뒤 불과 10여 일 만의 일이었습니다.

신 씨는 "그 사람들이 너무 선해 보였기 때문에 이 사건이 보도된 뒤에도 '아닐 거다, 전혀 그럴 사람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털어놨습니다.

■"'무혐의로 잘 종결' 문자도 왔어요"

유 모 씨 역시 B 씨가 A 양을 학대했을 거라고 쉽게 생각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유 씨는 B 씨가 자녀를 데리고 자주 오던 미술놀이 키즈카페 운영자입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0월까지 B 씨가 자녀와 함께 통상 2~3주에 한 번씩 예약해 방문했다고 합니다.

유 씨는 "A 양이 숨졌다는 뉴스를 보고도 아이 엄마가 그랬을 거라고는 생각 못 했다. 풀려날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키즈카페에서 첫째가 선생님과 미술놀이를 하면 B 씨는 옆 공간에서 A 양을 돌봤다고 합니다. 다른 부모들보다 개방적인 모습으로 양육했던 것으로 유 씨는 기억했습니다. 유 씨는 "자녀를 과잉보호하지 않고 넘어지면 '응, 일어나'라고 말하는 식이었다"며 "아이에게 영어로 말하는 특징이 있었다"라고 말했습니다.

유 씨는 "아이 몸에 멍 같은 게 있어 물어보면 '몽고반점'이라고 했고 코 부위 상처에 대해서는 '모기가 물어 긁은 거'라고 했다"며 "A 양은 매우 순한 편이어서 보채지도 않았다"고 기억했습니다.

B 씨는 이 시설에 약 20번 방문한 거로 기록돼 있습니다. 주로 평일 오후 5시 전후로 키즈카페에 왔었습니다. 하지만 매번 A 양을 볼 수 있는 건 아니었다고 합니다. A 양이 함께 방문한 건 3번에 1번꼴이었고, 나머지 경우에는 B 씨와 첫째 아이만 왔었다고 합니다.

특히 지난 6월 24일 오후에는 B 씨가 주차장에 세워 놓은 차량에 A 양만 남겨 놓고 첫째 아이하고만 왔다고 합니다. 이를 본 다른 고객이 경찰에 신고했었다고 합니다. A 양과 관련한 세 차례 학대 의심 신고 중 두 번째 일이었습니다.

학대 의심 신고 후 약 한 달 만에 본 B씨는 먼저 그 일을 꺼냈다고 합니다. 유 씨는 "7월에 방문한 B씨가 '여기서 무슨 일 있지 않았느냐'고 물어봐 '손님들끼리 뭔가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답했다"며 "그러자 B 씨는 '아기를 안고 경찰서 조사를 받느라 불편했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리고 약 한 달이 지나 8월 B씨는 유 씨에게 "무혐의로 잘 종결됐어요"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숨지기 사흘 전에도 A 양 없이 방문"

특히 지난달 10일에도 B 씨는 남편과 첫째 아이하고만 키즈카페에 왔었다고 합니다. A 양이 숨지기 사흘 전의 일입니다. 유 씨는 "주 양육자가 B씨라면 첫째하고만 키즈카페에 왔을 때 A 양은 누구와 어디에 있었는지 모르겠다"며 A 양에 대한 상습적인 방치를 의심했습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 5월과 6월 그리고 9월, 3차례나 학대 의심 신고를 받고도 별다른 조치 없이 사건을 종결한 양천경찰서에 대해 감찰을 진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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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병원 한 번 안 간 아이였는데”…“‘학대 무혐의로 잘 종결’ 문자 보내기도”
    • 입력 2020-11-18 14:08:42
    • 수정2020-11-18 14:12:02
    취재K

지난해 6월 태어난 A 양은 올해 1월 서울 양천구의 한 가정으로 입양됐습니다. 하지만 입양된 지 약 9개월 뒤인 지난 달 13일 온몸에 멍이 든 채 세상을 떠났습니다.

부검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사인은 외력에 의한 복부 손상. 하지만 병원에 실려 왔을 때 이미 쇄골과 가슴뼈 등 복부가 아닌 여러 곳에서 외부 충격이 가해진 흔적이 확인됐습니다. A 양의 엄마 B 씨는 아동학대치사, 상해 그리고 방임 혐의로 지난 11일 구속됐습니다.


■"병원 한 번 안 갈 정도로 건강했어요"

취재진은 어제(17일) 신 모 씨를 만났습니다. 신 씨는 A 양이 태어난 지 8일이 되던 날부터 입양되기까지 약 7개월 동안 보살핀 위탁모입니다.

신 씨는 지금까지 아이들 20명 정도를 보살펴왔지만 A 양이 누구보다 건강했다고 말했습니다. 매월 건강검진을 하거나 예방접종하는 것을 제외하면 병원에 간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합니다.

신 씨는 "다른 아이들은 거의 다 건강에 문제가 있거나 자주 아프곤 하지만 A양은 정말 건강한 아이로 태어났다"고 기억했습니다.


A 양은 밥도 잘 먹었다고 합니다. 하루에 우유를 여섯 번 먹었고 그 사이에 두세 차례 이유식을 추가로 먹을 정도였습니다. 또래와 비교하면 체격도 좋았다고 신 씨는 기억했습니다.

신 씨는 A 양이 의사 표현도 잘하는 영리한 아이였다고 말했습니다. "A양은 발달이 빨라 6개월부터 '주세요'라는 의사표현을 했다"며 "7개월에 이미 뭔가를 붙잡고 걸을 수 있었고 다른 아기들보다 거의 모든 발달이 빨랐다"고 신 씨는 전했습니다.

■"예전부터 입양 약속했다고 했는데"

보조 기구를 활용해 점프하거나 팔로 장난감을 쳐 소리 내는 걸 좋아했다는 A 양. A 양은 올해 1월 신 씨의 품을 떠나 양부모에게 입양됐습니다.

신 씨는 지난해 8월부터 입양 전까지 다섯 번 정도 입양한 엄마 B 씨를 만났다고 했습니다. 입양이 이뤄지기 전 예비 양부모와 아이가 사회복지기관에서 만나 교류하는 자리였습니다.

신 씨는 B 씨의 첫인상에 대해 "생글생글 웃으며 예쁜 표정을 가진 사람"이었다고 떠올렸습니다.

신 씨는 "젊은 사람들이 어떻게 아이를 입양할 생각을 했는지 물었는데, B 씨가 '결혼 전부터 한 명은 낳고 한 명은 입양하기로 약속했었다'고 말했다"며 "그때는 참 고마웠다"고 했습니다.

더욱이 A 양과 세 살 터울의 여아를 낳아 키우고 있던 B 씨였기에 더 마음이 갔다고 했습니다. 신 씨는 "A 양이 화목한 가정으로 간 것 같아 너무 기뻤고 주변에 자랑도 많이 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달 추석 명절에는 한 방송에 행복한 입양 가정으로 출연하기도 했던 A 양의 새 가정. 신 씨도 그 방송을 보며 마음을 놓았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가정에서 행복할 줄만 알았던 이 아이는, 신 씨의 기대와 달리 점점 말라갔습니다. 먹성 좋던 아이는 입양 후 체중이 감소하고 다리가 후들거려 제대로 서 있기도 어려웠다고 합니다.

결국, A양은 신 씨의 품을 떠난 지 9개월 만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화목한 가정으로 방송된 뒤 불과 10여 일 만의 일이었습니다.

신 씨는 "그 사람들이 너무 선해 보였기 때문에 이 사건이 보도된 뒤에도 '아닐 거다, 전혀 그럴 사람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털어놨습니다.

■"'무혐의로 잘 종결' 문자도 왔어요"

유 모 씨 역시 B 씨가 A 양을 학대했을 거라고 쉽게 생각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유 씨는 B 씨가 자녀를 데리고 자주 오던 미술놀이 키즈카페 운영자입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0월까지 B 씨가 자녀와 함께 통상 2~3주에 한 번씩 예약해 방문했다고 합니다.

유 씨는 "A 양이 숨졌다는 뉴스를 보고도 아이 엄마가 그랬을 거라고는 생각 못 했다. 풀려날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키즈카페에서 첫째가 선생님과 미술놀이를 하면 B 씨는 옆 공간에서 A 양을 돌봤다고 합니다. 다른 부모들보다 개방적인 모습으로 양육했던 것으로 유 씨는 기억했습니다. 유 씨는 "자녀를 과잉보호하지 않고 넘어지면 '응, 일어나'라고 말하는 식이었다"며 "아이에게 영어로 말하는 특징이 있었다"라고 말했습니다.

유 씨는 "아이 몸에 멍 같은 게 있어 물어보면 '몽고반점'이라고 했고 코 부위 상처에 대해서는 '모기가 물어 긁은 거'라고 했다"며 "A 양은 매우 순한 편이어서 보채지도 않았다"고 기억했습니다.

B 씨는 이 시설에 약 20번 방문한 거로 기록돼 있습니다. 주로 평일 오후 5시 전후로 키즈카페에 왔었습니다. 하지만 매번 A 양을 볼 수 있는 건 아니었다고 합니다. A 양이 함께 방문한 건 3번에 1번꼴이었고, 나머지 경우에는 B 씨와 첫째 아이만 왔었다고 합니다.

특히 지난 6월 24일 오후에는 B 씨가 주차장에 세워 놓은 차량에 A 양만 남겨 놓고 첫째 아이하고만 왔다고 합니다. 이를 본 다른 고객이 경찰에 신고했었다고 합니다. A 양과 관련한 세 차례 학대 의심 신고 중 두 번째 일이었습니다.

학대 의심 신고 후 약 한 달 만에 본 B씨는 먼저 그 일을 꺼냈다고 합니다. 유 씨는 "7월에 방문한 B씨가 '여기서 무슨 일 있지 않았느냐'고 물어봐 '손님들끼리 뭔가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답했다"며 "그러자 B 씨는 '아기를 안고 경찰서 조사를 받느라 불편했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리고 약 한 달이 지나 8월 B씨는 유 씨에게 "무혐의로 잘 종결됐어요"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숨지기 사흘 전에도 A 양 없이 방문"

특히 지난달 10일에도 B 씨는 남편과 첫째 아이하고만 키즈카페에 왔었다고 합니다. A 양이 숨지기 사흘 전의 일입니다. 유 씨는 "주 양육자가 B씨라면 첫째하고만 키즈카페에 왔을 때 A 양은 누구와 어디에 있었는지 모르겠다"며 A 양에 대한 상습적인 방치를 의심했습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 5월과 6월 그리고 9월, 3차례나 학대 의심 신고를 받고도 별다른 조치 없이 사건을 종결한 양천경찰서에 대해 감찰을 진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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