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태훈의 시사본부] “한국은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공공정자은행 없는 나라”

입력 2020.11.18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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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명윤리법, 여성이 임신 위해서 정자 기증 받으려면 법적 남편의 동의 필요
- 한국은 OECD 국가 중에 유일하게 공공정자은행 없는 나라
- 민간에서 운영되는 것은 있지만 기증보다는 본인 정자 보관 위주로 서비스
- 여성가족부, 아직 비혼 여성을 위한 난임 지원 검토하고 있지 않아
- 인구 30%가 ‘결혼 없이도 자녀 가질 수 있다’고 대답, 고정관념 깨지고 있어
- 더 ‘열린사회’로 가기 위해 어떤 것들이 필요할 지에 대한 선제적 대처 필요

■ 프로그램명 : 오태훈의 시사본부
■ 코너명 : 이종근의 그냥갈 수 없잖아
■ 방송시간 : 11월 18일(수요일) 12:20~14:00 KBS 1라디오
■ 출연자 : 이종근 시사평론가



▷ 오태훈 : 우리 사회에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이슈들을 다뤄보는 시간입니다. <그냥 갈 수 없잖아> 오늘 주제는 “사유리의 용감한 선택, 잔잔하지만 큰 울림” 이렇게 좀 정해봤습니다. 이종근 시사평론가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 이종근 : 안녕하십니까?

▷ 오태훈 : 사유리 씨 방송인이고 뭐 예능 프로그램라든가 요리 프로그램이라든가 이런 곳에서 자주 등장을 하셨던 일본인 출신이시잖아요.

▶ 이종근 : 그렇죠. 우리나라 방송에서 외국인들이 출연하는 건 거의 일상화돼서 특이한 일이 아니지만 사유리 씨는 거의 1세대죠. 그러니까 지금처럼 이렇게 많이 출연하시기 전부터 거의 처음 방송에 출연하시기 시작했죠.

▷ 오태훈 : 한데 이 사유리 씨가 아들을 낳았다는 소식이 들렸어요.

▶ 이종근 : 네, 축하할 일이죠. 득남을 했다고 16일 밤입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자신이 만삭이던 때의 사진과 함께 “4일 한 아들의 엄마가 되었다. 모든 분들게 감사하다고 전해주고 싶고 또 지금까지는 나 자신을 위해서 살았는데 앞으로는 아들을 위해서 살 거다”라고 득남 소식을 전하면서 알려졌습니다. 어제 KBS가 또 보도를 했고요. 3.2kg의 남자 아이.

▷ 오태훈 : 건강하네요.

▶ 이종근 : 건강한 아이를 출산했다고 소식을 전했습니다.

▷ 오태훈 : 한데 사유리 씨가 아들 낳았다는 것 이것보다도 화제가 되는 것은 사유리 씨가 자발적인 비혼모, 그러니까 스스로 결혼하지 않고 엄마가 된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우리 전통적인 생각으로는 좀 낯선 부분인 거예요.

▶ 이종근 : 그렇죠. 보통은 미혼모는 지금까지 개념이 있었잖아요. 혼인을 하지 않고도 어쨌든 남성과 여성으로 인해서 어떤 아이가 태어나고 그것을 혼인 없이 그냥 기르는 그런 편모라든지 미혼모라고 그런 개념은 있었는데 둘이 비혼모, 즉 어떤 남성과 여성의 어떤 결합이 아니고 정자를 기증 받아서 출산을 하는 그런 비혼모라고 지금 붙여지는데 사유리 씨가 그런 선택을 하게 된 건 몸이 좀 불편해서 산부인과를 갔더니 산부인과에서 난자의 생물학적 나이가 48세. 지금 사실 41세거든요. 그런데 48세 정도로 아주 상태가 그렇게 좋지 않다.

▷ 오태훈 : 자연 임신을 하기 좋지 않은 몸이다?

▶ 이종근 : 즉, 정상적인 어떤 임신이 불가능할 것 같다는 얘기를 듣고 워낙 출산에 관심이 많고 엄마가 되고 싶다는 그런 마음이 많았던 사유리 씨가 당시에 굉장히 절망을 느꼈다는 겁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갑작스럽게 아직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와 급하게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는다? 또 아이를 낳아도 사실 쉽지 않은 어떤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에 가서 아이의 정자를 기증 받아서 낳기로 결심하고 그걸 실행에 옮긴 것입니다.

▷ 오태훈 : 이렇게 비혼 출산을 결심하게 된, 또 그걸 자신 스스로가 SNS라든가 언론을 통해서 밝힌 이유는 뭐라고 지금 이해가 돼요?

▶ 이종근 : 이렇게 어제 KBS에서 인터뷰를 하더라고요. 내용을 들여다봤더니 아이를 안고 밖에 나가면 계속 아빠가 한국분이시죠? 이렇게 물어보고. 한국에서 활동을 하니까. 그런데 그런 어떤 질문에 대해서 사실대로 얘기하면 죄송합니다라고 미안해하더라는 거예요. 그러니까 그런 경우가 앞으로도 계속될 텐데 차라리 거짓말을 하느니 아이한테도 이제 거짓말하지 말라고 가르쳐야 하는데 내가 엄마로서 거짓말을 하면서 삶을 살 수는 없지 않느냐? 차라리 언론에 공개하면 사람들이 물어보지도 않을 거고 다 인정해 줄 것 같다는 그런 생각으로 아예 공개하게 됐다고 합니다.

▷ 오태훈 : 지금 사유리 씨는 일본에 있어요. 일본에서 그리고 이제 아이를 낳았는데 기증 받고 이런 부분들이 우리나라에서는 안 됐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 이종근 : 그렇습니다. 이번에 저도 자세하게 알게 되었는데요. 생명윤리법, 즉 생명 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서 정자 기증을 아주 까다롭게 지금 하고 있어요. 즉, 여성이 임신을 위해서 정자를 기증받을 때 꼭 법적 남편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 오태훈 : 그 얘기는 결혼한 사람만 정자 기증을 받을 수 있다?

▶ 이종근 : 그렇죠. 난임에 대한 시술이 부부여야만 가능하다는 것이고요. 그런데 보니까 이 경우에도 남편에게 무정자증이 있거나 심각한 유전 질환이 있는 경우로 좀 제한된다고 해요. 그런데 저도 이번에 알았어요. OECD 국가 중에 우리나라가 유일하게 공공정자은행이 없더라고요. 외국은 다 있다고 합니다, OECD 국가들은.

▷ 오태훈 : 그래요?

▶ 이종근 : 보통 가장 유명한 회사가 덴마크의 크리오스 사인데 우리나라에 100억을 투자하겠다 하고 정자은행 설립을 추진했어요. 작년입니다. 그런데 정부가 반대를 했더군요. 반대 이유는 제가 못 찾아봤지만 어쨌든 정부가 그것을 반대했고요. 국내에서 사실 운영되는 정자은행이 있습니다. 공공 부문만 없다는 말씀을 드린 거죠.

▷ 오태훈 : 그러니까 민간에서 이게 운영되고 있다는 거죠?

▶ 이종근 : 그렇죠. 그런데 이것도 역시 기증이 아니라 본인의 정자 위주로 내가 건강한 나이에 정자를 동결시키겠다 그러한 본인 정자 보관 위주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어찌됐든 이런 부문과 관련해서 우리나라가 아직도 이것이 공론화돼 있지 않구나라는 것을 또다시 느끼게 됐어요.

▷ 오태훈 : 왜 우리나라만 이렇게 이런 부분에서 좀 생각이 다른 건지, 뒤떨어진 것인지.

▶ 이종근 : 두 가지일 거예요. 하나는 법적으로 지난번에 우리가 트라우마가 하나 있었어요. 그러니까 황우석 교수 사건 때 그때 황우석 교수가 제자들의 난자를, 그러니까 교수와 제자 간이니까 거절을 못하잖아요. 그래서 기증이라는 어떤 형식을 빌리기는 했지만 어쨌든 그때 실험을 위해서 사용을 했고 그런 부분들이 결과물이 페이크로 드러나면서 생명윤리법이 굉장히 강화됐어요. 그러니까 이 부문이 좀 하나의 어떤 예가 될 수 있겠고 두 번째는 우리가 아직도 윤리적으로 전통적인 그런 윤리의식. 부부가 꼭 결혼해야 한다든지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동거를 하더라도 부부라는 이 제도를 우리가 고집해야 한다든지 이런 인식이 아직도 우리는 깔려 있는 게 아니냐라는 생각이 좀 듭니다.

▷ 오태훈 : 몇 년 전에 방송인 허수경 씨도 이러한 사연을 소개한 적 있었다면서요?

▶ 이종근 :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인식이 그래요. 그때만 해도 제가 다시 사유리 씨 때문에 기억을 하는데 굉장히 동정어린 시선을 보냈거든요. 그런데 허수경 씨도 사실은 똑같은 케이스였어요. 출산을 위해서 정자를 기증받아서 아이를 낳았는데 괜히 안쓰럽게 사람들이 여기더라 이런 얘기가 제가 기억나는데 당시만 하더라도 까다롭지 않았나 봐요. 그 당시에는 그렇게 이게 또 문제가 공론화되지도 않았고. 그렇기 때문에 그때와 지금이 조금 더 다른, 법이 더 강화된 어떤 상황이라고 합니다.

▷ 오태훈 : 그러면 해외에서는 이렇게 자발적인 비혼인 상황에서 아이를 낳는 경우가 꽤 있나 봐요?

▶ 이종근 : 그렇습니다. 지금 호주, 일본, 미국, 덴마크 굉장히 많은 OECD 국가들이 공공 부문이나 혹은 민간 부문에서. 일본은 공공 부문이 하고 있고요. 미국이나 호주 같은 경우는 아예 상업화돼 있고요. 어쨌든 이런 게 굉장히 비일비재한데 중국이 우리랑 좀 비슷해요. 보니까 중국은 조금 더 심하더라고요. 중국은 아예 자국에서 정자를 기증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중국 일부 지역에서는 비혼 출산을 할 경우 아예 페널티를 부과해서 사회부양비를 준조세처럼 내야 하고 또 해외 정자은행을 이용해서 출산을 하면 자녀를 호적에 등록할 때 사회부양비와 함께 추가 벌금을 또 물리는 그런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최근에 30대 CEO가 굉장히 유명한 여성인가 봐요. 혼자 자주성가해서 화장품 등으로 유명해진 그 CEO가 미국에 가서 정자를 기증받아서 아이를 낳았다고 해서 중국에서도 굉장히 크게 화제가 됐습니다.

▷ 오태훈 : 옛날에는, 뭐 옛날이라고 해서 얼마나 오래됐겠습니까? 그냥 전통적인 그리고 그냥 모두가 다 인정하는 그런 집안에서 아이를 낳는 것 위주로만 우리가 생각을 했다면 그 이후에 미혼모라든가 또 미혼부라든가 이런 곳에서의 어떤 출생이라든가 아이를 양육하는 부분에 대해서 국가가 나서야 한다.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는 얘기가 나왔어요. 그런데 이제는 이번에 사유리를 통해서 더 이런 자발적인 비혼 부분에까지도 좀 여러 가지 응원의 소리들이 나오고는 있는데.

▶ 이종근 : 그렇죠. 제도적으로 바꿔야죠.

▷ 오태훈 : 그런데 그 제도들이 좀 바뀌어야 하는데 그걸 지금 하고 있는 건가요? 어떻습니까?

▶ 이종근 : 아니요, 지금 움직임이 없습니다. 여성가족부 등에 기자들이 어저께 사유리 씨의 사연이 공개된 이후에 오늘도 보건복지부나 여성가족부에 문의를 했어요. 이런 움직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 했는데 공식적인 어떤 답변은 아니지만 아직 비혼 여성을 위한 난임 지원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답이 왔어요. 그런데 앵커께서도 말씀하셨지만 통계청 발표를 제가. 통계청이 오늘 발표했더라고요. 2020 사회조사라는 그런 통계를 발표했는데 여기 눈에 들어오는 어떤 항목이 있어요. 13세 이상의 우리나라 인구 중에 30%가 결혼 없이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대답을 했어요. 그러면 우리나라의 13세 이상 국민 3명 중 1명은 비혼의 자녀를 인정하고 있는 거잖아요. 더군다나 전국 1인 가구가 603만 9천 가구, 즉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에 30%를 차지하고 있어요. 이분들이 전부 다 비혼은 아니지만. 그러니까 이렇게 인식이 바뀌고 있고 또 그만큼 실제로 1인 가구가 이렇게 많이 있다고 한다면 앞으로 이것을 우리가 사회 현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굉장히 큰 것이거든요. 그래서 더불어민주당의 한정혜 정책위의장이 어제 바로 밝혔습니다. 법적으로 이것을 더 열린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해서 아마 좀 움직임이 있을 것 같아요.

▷ 오태훈 : 그러니까 사유리 씨가 어떤 숙제를 던져주신 거예요. 이걸 통해서 우리 사회가 어떻게 좀 바뀌어야 한다고 보세요?

▶ 이종근 : 저는 아까 말씀하셨지만 이제는 인구 절벽에다가 그다음에 거의 어떤 뭐라고 할까요. 혼인이라는 어떤 제도가 우리한테 무조건 있어야만 한다는 그런 고정관념이 깨지고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이 일을 계기로 해서 더 많은 다른 상황들이 있을 거예요. 지금 우리는 닥치면 이거 해야 해 하고 수습을 하고 있는데 보다 더 열린 사회가 되려면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대한, 또 제도가 어떻게 변하고 사회가 변하는 것에 대한 선제적인 그런 인식, 선제적인 그런 대처 이런 것들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 오태훈 : 알겠습니다. ‘사유리의 용감한 선택 잔잔하지만 큰 울림‘ 이 주제로 <그냥 갈 수 없잖아> 이종근 시사평론가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 이종근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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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태훈의 시사본부] “한국은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공공정자은행 없는 나라”
    • 입력 2020-11-18 15:44:05
    최영일의 시사본부
- 생명윤리법, 여성이 임신 위해서 정자 기증 받으려면 법적 남편의 동의 필요
- 한국은 OECD 국가 중에 유일하게 공공정자은행 없는 나라
- 민간에서 운영되는 것은 있지만 기증보다는 본인 정자 보관 위주로 서비스
- 여성가족부, 아직 비혼 여성을 위한 난임 지원 검토하고 있지 않아
- 인구 30%가 ‘결혼 없이도 자녀 가질 수 있다’고 대답, 고정관념 깨지고 있어
- 더 ‘열린사회’로 가기 위해 어떤 것들이 필요할 지에 대한 선제적 대처 필요

■ 프로그램명 : 오태훈의 시사본부
■ 코너명 : 이종근의 그냥갈 수 없잖아
■ 방송시간 : 11월 18일(수요일) 12:20~14:00 KBS 1라디오
■ 출연자 : 이종근 시사평론가



▷ 오태훈 : 우리 사회에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이슈들을 다뤄보는 시간입니다. <그냥 갈 수 없잖아> 오늘 주제는 “사유리의 용감한 선택, 잔잔하지만 큰 울림” 이렇게 좀 정해봤습니다. 이종근 시사평론가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 이종근 : 안녕하십니까?

▷ 오태훈 : 사유리 씨 방송인이고 뭐 예능 프로그램라든가 요리 프로그램이라든가 이런 곳에서 자주 등장을 하셨던 일본인 출신이시잖아요.

▶ 이종근 : 그렇죠. 우리나라 방송에서 외국인들이 출연하는 건 거의 일상화돼서 특이한 일이 아니지만 사유리 씨는 거의 1세대죠. 그러니까 지금처럼 이렇게 많이 출연하시기 전부터 거의 처음 방송에 출연하시기 시작했죠.

▷ 오태훈 : 한데 이 사유리 씨가 아들을 낳았다는 소식이 들렸어요.

▶ 이종근 : 네, 축하할 일이죠. 득남을 했다고 16일 밤입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자신이 만삭이던 때의 사진과 함께 “4일 한 아들의 엄마가 되었다. 모든 분들게 감사하다고 전해주고 싶고 또 지금까지는 나 자신을 위해서 살았는데 앞으로는 아들을 위해서 살 거다”라고 득남 소식을 전하면서 알려졌습니다. 어제 KBS가 또 보도를 했고요. 3.2kg의 남자 아이.

▷ 오태훈 : 건강하네요.

▶ 이종근 : 건강한 아이를 출산했다고 소식을 전했습니다.

▷ 오태훈 : 한데 사유리 씨가 아들 낳았다는 것 이것보다도 화제가 되는 것은 사유리 씨가 자발적인 비혼모, 그러니까 스스로 결혼하지 않고 엄마가 된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우리 전통적인 생각으로는 좀 낯선 부분인 거예요.

▶ 이종근 : 그렇죠. 보통은 미혼모는 지금까지 개념이 있었잖아요. 혼인을 하지 않고도 어쨌든 남성과 여성으로 인해서 어떤 아이가 태어나고 그것을 혼인 없이 그냥 기르는 그런 편모라든지 미혼모라고 그런 개념은 있었는데 둘이 비혼모, 즉 어떤 남성과 여성의 어떤 결합이 아니고 정자를 기증 받아서 출산을 하는 그런 비혼모라고 지금 붙여지는데 사유리 씨가 그런 선택을 하게 된 건 몸이 좀 불편해서 산부인과를 갔더니 산부인과에서 난자의 생물학적 나이가 48세. 지금 사실 41세거든요. 그런데 48세 정도로 아주 상태가 그렇게 좋지 않다.

▷ 오태훈 : 자연 임신을 하기 좋지 않은 몸이다?

▶ 이종근 : 즉, 정상적인 어떤 임신이 불가능할 것 같다는 얘기를 듣고 워낙 출산에 관심이 많고 엄마가 되고 싶다는 그런 마음이 많았던 사유리 씨가 당시에 굉장히 절망을 느꼈다는 겁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갑작스럽게 아직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와 급하게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는다? 또 아이를 낳아도 사실 쉽지 않은 어떤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에 가서 아이의 정자를 기증 받아서 낳기로 결심하고 그걸 실행에 옮긴 것입니다.

▷ 오태훈 : 이렇게 비혼 출산을 결심하게 된, 또 그걸 자신 스스로가 SNS라든가 언론을 통해서 밝힌 이유는 뭐라고 지금 이해가 돼요?

▶ 이종근 : 이렇게 어제 KBS에서 인터뷰를 하더라고요. 내용을 들여다봤더니 아이를 안고 밖에 나가면 계속 아빠가 한국분이시죠? 이렇게 물어보고. 한국에서 활동을 하니까. 그런데 그런 어떤 질문에 대해서 사실대로 얘기하면 죄송합니다라고 미안해하더라는 거예요. 그러니까 그런 경우가 앞으로도 계속될 텐데 차라리 거짓말을 하느니 아이한테도 이제 거짓말하지 말라고 가르쳐야 하는데 내가 엄마로서 거짓말을 하면서 삶을 살 수는 없지 않느냐? 차라리 언론에 공개하면 사람들이 물어보지도 않을 거고 다 인정해 줄 것 같다는 그런 생각으로 아예 공개하게 됐다고 합니다.

▷ 오태훈 : 지금 사유리 씨는 일본에 있어요. 일본에서 그리고 이제 아이를 낳았는데 기증 받고 이런 부분들이 우리나라에서는 안 됐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 이종근 : 그렇습니다. 이번에 저도 자세하게 알게 되었는데요. 생명윤리법, 즉 생명 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서 정자 기증을 아주 까다롭게 지금 하고 있어요. 즉, 여성이 임신을 위해서 정자를 기증받을 때 꼭 법적 남편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 오태훈 : 그 얘기는 결혼한 사람만 정자 기증을 받을 수 있다?

▶ 이종근 : 그렇죠. 난임에 대한 시술이 부부여야만 가능하다는 것이고요. 그런데 보니까 이 경우에도 남편에게 무정자증이 있거나 심각한 유전 질환이 있는 경우로 좀 제한된다고 해요. 그런데 저도 이번에 알았어요. OECD 국가 중에 우리나라가 유일하게 공공정자은행이 없더라고요. 외국은 다 있다고 합니다, OECD 국가들은.

▷ 오태훈 : 그래요?

▶ 이종근 : 보통 가장 유명한 회사가 덴마크의 크리오스 사인데 우리나라에 100억을 투자하겠다 하고 정자은행 설립을 추진했어요. 작년입니다. 그런데 정부가 반대를 했더군요. 반대 이유는 제가 못 찾아봤지만 어쨌든 정부가 그것을 반대했고요. 국내에서 사실 운영되는 정자은행이 있습니다. 공공 부문만 없다는 말씀을 드린 거죠.

▷ 오태훈 : 그러니까 민간에서 이게 운영되고 있다는 거죠?

▶ 이종근 : 그렇죠. 그런데 이것도 역시 기증이 아니라 본인의 정자 위주로 내가 건강한 나이에 정자를 동결시키겠다 그러한 본인 정자 보관 위주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어찌됐든 이런 부문과 관련해서 우리나라가 아직도 이것이 공론화돼 있지 않구나라는 것을 또다시 느끼게 됐어요.

▷ 오태훈 : 왜 우리나라만 이렇게 이런 부분에서 좀 생각이 다른 건지, 뒤떨어진 것인지.

▶ 이종근 : 두 가지일 거예요. 하나는 법적으로 지난번에 우리가 트라우마가 하나 있었어요. 그러니까 황우석 교수 사건 때 그때 황우석 교수가 제자들의 난자를, 그러니까 교수와 제자 간이니까 거절을 못하잖아요. 그래서 기증이라는 어떤 형식을 빌리기는 했지만 어쨌든 그때 실험을 위해서 사용을 했고 그런 부분들이 결과물이 페이크로 드러나면서 생명윤리법이 굉장히 강화됐어요. 그러니까 이 부문이 좀 하나의 어떤 예가 될 수 있겠고 두 번째는 우리가 아직도 윤리적으로 전통적인 그런 윤리의식. 부부가 꼭 결혼해야 한다든지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동거를 하더라도 부부라는 이 제도를 우리가 고집해야 한다든지 이런 인식이 아직도 우리는 깔려 있는 게 아니냐라는 생각이 좀 듭니다.

▷ 오태훈 : 몇 년 전에 방송인 허수경 씨도 이러한 사연을 소개한 적 있었다면서요?

▶ 이종근 :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인식이 그래요. 그때만 해도 제가 다시 사유리 씨 때문에 기억을 하는데 굉장히 동정어린 시선을 보냈거든요. 그런데 허수경 씨도 사실은 똑같은 케이스였어요. 출산을 위해서 정자를 기증받아서 아이를 낳았는데 괜히 안쓰럽게 사람들이 여기더라 이런 얘기가 제가 기억나는데 당시만 하더라도 까다롭지 않았나 봐요. 그 당시에는 그렇게 이게 또 문제가 공론화되지도 않았고. 그렇기 때문에 그때와 지금이 조금 더 다른, 법이 더 강화된 어떤 상황이라고 합니다.

▷ 오태훈 : 그러면 해외에서는 이렇게 자발적인 비혼인 상황에서 아이를 낳는 경우가 꽤 있나 봐요?

▶ 이종근 : 그렇습니다. 지금 호주, 일본, 미국, 덴마크 굉장히 많은 OECD 국가들이 공공 부문이나 혹은 민간 부문에서. 일본은 공공 부문이 하고 있고요. 미국이나 호주 같은 경우는 아예 상업화돼 있고요. 어쨌든 이런 게 굉장히 비일비재한데 중국이 우리랑 좀 비슷해요. 보니까 중국은 조금 더 심하더라고요. 중국은 아예 자국에서 정자를 기증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중국 일부 지역에서는 비혼 출산을 할 경우 아예 페널티를 부과해서 사회부양비를 준조세처럼 내야 하고 또 해외 정자은행을 이용해서 출산을 하면 자녀를 호적에 등록할 때 사회부양비와 함께 추가 벌금을 또 물리는 그런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최근에 30대 CEO가 굉장히 유명한 여성인가 봐요. 혼자 자주성가해서 화장품 등으로 유명해진 그 CEO가 미국에 가서 정자를 기증받아서 아이를 낳았다고 해서 중국에서도 굉장히 크게 화제가 됐습니다.

▷ 오태훈 : 옛날에는, 뭐 옛날이라고 해서 얼마나 오래됐겠습니까? 그냥 전통적인 그리고 그냥 모두가 다 인정하는 그런 집안에서 아이를 낳는 것 위주로만 우리가 생각을 했다면 그 이후에 미혼모라든가 또 미혼부라든가 이런 곳에서의 어떤 출생이라든가 아이를 양육하는 부분에 대해서 국가가 나서야 한다.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는 얘기가 나왔어요. 그런데 이제는 이번에 사유리를 통해서 더 이런 자발적인 비혼 부분에까지도 좀 여러 가지 응원의 소리들이 나오고는 있는데.

▶ 이종근 : 그렇죠. 제도적으로 바꿔야죠.

▷ 오태훈 : 그런데 그 제도들이 좀 바뀌어야 하는데 그걸 지금 하고 있는 건가요? 어떻습니까?

▶ 이종근 : 아니요, 지금 움직임이 없습니다. 여성가족부 등에 기자들이 어저께 사유리 씨의 사연이 공개된 이후에 오늘도 보건복지부나 여성가족부에 문의를 했어요. 이런 움직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 했는데 공식적인 어떤 답변은 아니지만 아직 비혼 여성을 위한 난임 지원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답이 왔어요. 그런데 앵커께서도 말씀하셨지만 통계청 발표를 제가. 통계청이 오늘 발표했더라고요. 2020 사회조사라는 그런 통계를 발표했는데 여기 눈에 들어오는 어떤 항목이 있어요. 13세 이상의 우리나라 인구 중에 30%가 결혼 없이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대답을 했어요. 그러면 우리나라의 13세 이상 국민 3명 중 1명은 비혼의 자녀를 인정하고 있는 거잖아요. 더군다나 전국 1인 가구가 603만 9천 가구, 즉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에 30%를 차지하고 있어요. 이분들이 전부 다 비혼은 아니지만. 그러니까 이렇게 인식이 바뀌고 있고 또 그만큼 실제로 1인 가구가 이렇게 많이 있다고 한다면 앞으로 이것을 우리가 사회 현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굉장히 큰 것이거든요. 그래서 더불어민주당의 한정혜 정책위의장이 어제 바로 밝혔습니다. 법적으로 이것을 더 열린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해서 아마 좀 움직임이 있을 것 같아요.

▷ 오태훈 : 그러니까 사유리 씨가 어떤 숙제를 던져주신 거예요. 이걸 통해서 우리 사회가 어떻게 좀 바뀌어야 한다고 보세요?

▶ 이종근 : 저는 아까 말씀하셨지만 이제는 인구 절벽에다가 그다음에 거의 어떤 뭐라고 할까요. 혼인이라는 어떤 제도가 우리한테 무조건 있어야만 한다는 그런 고정관념이 깨지고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이 일을 계기로 해서 더 많은 다른 상황들이 있을 거예요. 지금 우리는 닥치면 이거 해야 해 하고 수습을 하고 있는데 보다 더 열린 사회가 되려면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대한, 또 제도가 어떻게 변하고 사회가 변하는 것에 대한 선제적인 그런 인식, 선제적인 그런 대처 이런 것들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 오태훈 : 알겠습니다. ‘사유리의 용감한 선택 잔잔하지만 큰 울림‘ 이 주제로 <그냥 갈 수 없잖아> 이종근 시사평론가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 이종근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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