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불 나” 국회 다시 온 故 김용균 어머니

입력 2020.11.18 (17:5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누군가가 희생되면 그 가족은 몇 년 째 계속 투사가 돼야 하는 이 현실이 비정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늘(18일) 오후 국회 기자회견장에 나온 정의당 김종철 대표가 함께 나온 김용균재단의 김미숙 이사장, 고(故) 김용균 노동자의 어머니를 두고 한 말입니다.

김 이사장은 지난 6월 기자회견장을 찾은 이후 3달 만에 같은 곳을, 같은 이유로 찾았습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해달라는 겁니다.

■ 김미숙 "안전 대책보다 사람 목숨값이 더 낮아 이런 것 아닙니까?"

"용균이 공판이 10월 22일 처음 시작됐어요. 거기 원·하청 변호사가 2명씩 나왔는데, 원청에선 하청 줬는데 책임 없다고, 하청에선 벌금을 냈는데 사장이 처벌받는 게 맞는지 법적으로 싸워야 된다고 나왔어요. 이건 구조적 문제이고 법적 안전 장치가 없어서 그렇게 된 겁니다."


김 이사장이 지난 6월에도 강조했던 건 이 같은 구조였습니다. 하청의 말단 직원만 책임을 지는 게 아니라 원청, 그 중에서도 경영 책임자의 책임을 강화해야 사고 예방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거라는 발상이었습니다.

[연관 보도] “‘김용균법’엔 용균이가 없어”…어머니, 다시 국회로

김 이사장은 그로부터 두 달 뒤인 지난 8월에도,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해달라는 글을 올려 1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습니다.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이 충분하지 않기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통해 경영 책임자와 원청 등 실질 책임자를 처벌하고, 고의적이거나 반복해서 법을 위반하면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하자는 거였습니다. 정의당이 발의한 법안과 유사합니다.

그런데 민주당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당론으로 채택하지 않는 와중,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발의됐단 소식에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습니다.

"민주당 의원께서 한 건 낮춘 법안을 또 발의했더라고요. 거기다가 장철민 의원은 산안법 다시 개정하자고. 그것도 이전과 벌금이 거의 비슷한 정도로, 그렇게 하면 산업재해가 막아집니까? 현장에 안전 대책보다 사람 목숨의 값이 더 낮으니까 이런 것 아닙니까. 세상이 미쳐가는 것 같습니다."

김 이사장은 "국민이 이렇게 죽는 건 나라가 기업들한테 살인 면허를 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런 나라 꼬락서니를 보니 가슴에서 불이 난다"고, 강한 표현으로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 법 제정이냐 개정이냐...차이는?

주로 논의되고 있는 법안은 모두 3개입니다. 정의당이 당론으로 추진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강은미 원내대표 발의), 또 민주당 박주민 의원의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민주당 장철민 의원의 산안법 개정안인데요. 민주당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이냐, 산안법 개정이냐를 놓고 각각 상임위에서 논의한다는 방침입니다.

정의당의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장철민 의원의 산안법 개정안을 놓고 보면, 큰 차이점은 산업 현장에서의 사고만 처벌하는지, 기업의 총체적인 안전 관리에 대해 책임을 물을지로 볼 수 있습니다.

또 하나 큰 차이점으로 꼽히는 것 가운데 하나는 징벌적 손해배상입니다. 장 의원의 산안법 개정안에선 노동자가 동시에 3명 이상 숨지면 과징금을 최대 100억까지 내게 했고, 정의당안은 1명이라도 사망하면 손해액의 3~10배까지 배상 책임을 지도록 했습니다.

정의당안의 취지가 일부 반영된 부분도 있긴 합니다. 정의당은 형사 처벌과 벌금의 하한선을 정해야 한다며 법에서 이를 규정했는데, 장 의원의 산안법 개정안에도 벌금 등에 하한선을 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의당은 과징금 강화 대상 범위를 노동자가 3명 이상 숨졌을 때로 한정한 조항도 문제라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강은미 원내대표는 오늘 기자들과 만나 "이천 화재 참사에서도 40명이 죽었는데 기업은 벌금을 2천만 원밖에 물지 않았다"며, 산안법 체계 하에선 경영 책임자의 잘못을 입증하기 어려워 한계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논란이 일자 장철민 의원은 어제(17일) 페이스북에 해명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산안법 개정안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대안으로 나온 것이 아니고,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법도 아니라는 겁니다.

장 의원은 "오히려 제가 낸 산안법과 중대재해법은 상호보완적"이라며 "박주민 의원의 중대재해법에서도 사업주와 경영책임자가 '산안법 등에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을 때'를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법 취지엔 크게 공감하지만 '다중인명피해처벌특별법'으로 제정하는 게 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다중인명피해처벌특별법'은 지난 6월, 법무부가 이천 화재 참사 대책으로 제정을 추진하던 '다중인명피해범죄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연상케 합니다. 민주당 정책위는 이 특례법을 두고 정부와 협의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나 다중인명피해범죄처벌법을 제정하기보단 산안법에 이 같은 내용을 담자는 의견을 모았던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 소극적인 민주당, 선 그은 청와대...정의당 1인 시위, 내일로 50회

이 같은 배경과 당내 기류를 보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올해 내 제정은 확실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당내에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라는 이름 자체는 살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는 것으로도 전해졌지만, 단순히 이름의 문제만은 아닐 것입니다.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여러 차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엔 상임위에 논의를 맡기겠다는 등, 이 대표를 포함한 지도부 차원에선 소극적인 게 아니냐 하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어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도 '왜 당론으로 채택하지 않고 산안법으로 하는 등 말 바꾸냐는 시민단체 비판이 있다'는 질문에 이 대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이번에 처리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상임위 심의에 적극 임하겠다 이야기했고 원칙에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하나의 법안만 나와 있는 게 아니라 의견이 다른 쟁점이 포함된 몇 개의 법안이 나왔다"며, 법안 사이 상충 여부나 법 체계의 정합성을 따지는 건 당연한 일이고, 당론이냐 아니냐를 쟁점으로 삼는데 과거 정당의 틀로 보지 말았으면 좋겠다고도 전했습니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국무회의에서 산재 사망자를 줄여야 한다고 언급한 데 대해, "대통령 발언은 국회에서 논의 중인 법안(중대재해법)과는 관련이 없다"며 일단은 선을 그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정의당 의원들의 제정 촉구 1인 시위는 내일(19일)로 50번째를 맞게 됐습니다. 정의당은 올해 안에 법 통과를 위해 당 대표 전국 순회 등 총력전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12월 초까지 민주당에서 당론 결정 움직임이 보이지 않으면 수위를 높여 '투쟁'하겠다고 했는데, 1인 시위가 아니라 본격적인 농성에 돌입할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가슴에 불 나” 국회 다시 온 故 김용균 어머니
    • 입력 2020-11-18 17:58:35
    취재K

"누군가가 희생되면 그 가족은 몇 년 째 계속 투사가 돼야 하는 이 현실이 비정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늘(18일) 오후 국회 기자회견장에 나온 정의당 김종철 대표가 함께 나온 김용균재단의 김미숙 이사장, 고(故) 김용균 노동자의 어머니를 두고 한 말입니다.

김 이사장은 지난 6월 기자회견장을 찾은 이후 3달 만에 같은 곳을, 같은 이유로 찾았습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해달라는 겁니다.

■ 김미숙 "안전 대책보다 사람 목숨값이 더 낮아 이런 것 아닙니까?"

"용균이 공판이 10월 22일 처음 시작됐어요. 거기 원·하청 변호사가 2명씩 나왔는데, 원청에선 하청 줬는데 책임 없다고, 하청에선 벌금을 냈는데 사장이 처벌받는 게 맞는지 법적으로 싸워야 된다고 나왔어요. 이건 구조적 문제이고 법적 안전 장치가 없어서 그렇게 된 겁니다."


김 이사장이 지난 6월에도 강조했던 건 이 같은 구조였습니다. 하청의 말단 직원만 책임을 지는 게 아니라 원청, 그 중에서도 경영 책임자의 책임을 강화해야 사고 예방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거라는 발상이었습니다.

[연관 보도] “‘김용균법’엔 용균이가 없어”…어머니, 다시 국회로

김 이사장은 그로부터 두 달 뒤인 지난 8월에도,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해달라는 글을 올려 1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습니다.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이 충분하지 않기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통해 경영 책임자와 원청 등 실질 책임자를 처벌하고, 고의적이거나 반복해서 법을 위반하면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하자는 거였습니다. 정의당이 발의한 법안과 유사합니다.

그런데 민주당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당론으로 채택하지 않는 와중,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발의됐단 소식에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습니다.

"민주당 의원께서 한 건 낮춘 법안을 또 발의했더라고요. 거기다가 장철민 의원은 산안법 다시 개정하자고. 그것도 이전과 벌금이 거의 비슷한 정도로, 그렇게 하면 산업재해가 막아집니까? 현장에 안전 대책보다 사람 목숨의 값이 더 낮으니까 이런 것 아닙니까. 세상이 미쳐가는 것 같습니다."

김 이사장은 "국민이 이렇게 죽는 건 나라가 기업들한테 살인 면허를 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런 나라 꼬락서니를 보니 가슴에서 불이 난다"고, 강한 표현으로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 법 제정이냐 개정이냐...차이는?

주로 논의되고 있는 법안은 모두 3개입니다. 정의당이 당론으로 추진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강은미 원내대표 발의), 또 민주당 박주민 의원의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민주당 장철민 의원의 산안법 개정안인데요. 민주당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이냐, 산안법 개정이냐를 놓고 각각 상임위에서 논의한다는 방침입니다.

정의당의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장철민 의원의 산안법 개정안을 놓고 보면, 큰 차이점은 산업 현장에서의 사고만 처벌하는지, 기업의 총체적인 안전 관리에 대해 책임을 물을지로 볼 수 있습니다.

또 하나 큰 차이점으로 꼽히는 것 가운데 하나는 징벌적 손해배상입니다. 장 의원의 산안법 개정안에선 노동자가 동시에 3명 이상 숨지면 과징금을 최대 100억까지 내게 했고, 정의당안은 1명이라도 사망하면 손해액의 3~10배까지 배상 책임을 지도록 했습니다.

정의당안의 취지가 일부 반영된 부분도 있긴 합니다. 정의당은 형사 처벌과 벌금의 하한선을 정해야 한다며 법에서 이를 규정했는데, 장 의원의 산안법 개정안에도 벌금 등에 하한선을 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의당은 과징금 강화 대상 범위를 노동자가 3명 이상 숨졌을 때로 한정한 조항도 문제라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강은미 원내대표는 오늘 기자들과 만나 "이천 화재 참사에서도 40명이 죽었는데 기업은 벌금을 2천만 원밖에 물지 않았다"며, 산안법 체계 하에선 경영 책임자의 잘못을 입증하기 어려워 한계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논란이 일자 장철민 의원은 어제(17일) 페이스북에 해명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산안법 개정안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대안으로 나온 것이 아니고,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법도 아니라는 겁니다.

장 의원은 "오히려 제가 낸 산안법과 중대재해법은 상호보완적"이라며 "박주민 의원의 중대재해법에서도 사업주와 경영책임자가 '산안법 등에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을 때'를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법 취지엔 크게 공감하지만 '다중인명피해처벌특별법'으로 제정하는 게 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다중인명피해처벌특별법'은 지난 6월, 법무부가 이천 화재 참사 대책으로 제정을 추진하던 '다중인명피해범죄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연상케 합니다. 민주당 정책위는 이 특례법을 두고 정부와 협의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나 다중인명피해범죄처벌법을 제정하기보단 산안법에 이 같은 내용을 담자는 의견을 모았던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 소극적인 민주당, 선 그은 청와대...정의당 1인 시위, 내일로 50회

이 같은 배경과 당내 기류를 보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올해 내 제정은 확실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당내에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라는 이름 자체는 살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는 것으로도 전해졌지만, 단순히 이름의 문제만은 아닐 것입니다.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여러 차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엔 상임위에 논의를 맡기겠다는 등, 이 대표를 포함한 지도부 차원에선 소극적인 게 아니냐 하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어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도 '왜 당론으로 채택하지 않고 산안법으로 하는 등 말 바꾸냐는 시민단체 비판이 있다'는 질문에 이 대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이번에 처리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상임위 심의에 적극 임하겠다 이야기했고 원칙에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하나의 법안만 나와 있는 게 아니라 의견이 다른 쟁점이 포함된 몇 개의 법안이 나왔다"며, 법안 사이 상충 여부나 법 체계의 정합성을 따지는 건 당연한 일이고, 당론이냐 아니냐를 쟁점으로 삼는데 과거 정당의 틀로 보지 말았으면 좋겠다고도 전했습니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국무회의에서 산재 사망자를 줄여야 한다고 언급한 데 대해, "대통령 발언은 국회에서 논의 중인 법안(중대재해법)과는 관련이 없다"며 일단은 선을 그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정의당 의원들의 제정 촉구 1인 시위는 내일(19일)로 50번째를 맞게 됐습니다. 정의당은 올해 안에 법 통과를 위해 당 대표 전국 순회 등 총력전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12월 초까지 민주당에서 당론 결정 움직임이 보이지 않으면 수위를 높여 '투쟁'하겠다고 했는데, 1인 시위가 아니라 본격적인 농성에 돌입할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