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 ‘우산’이 있다면 태국엔 ‘오리 튜브’가 있다

입력 2020.11.18 (18:03) 수정 2020.11.19 (09:3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개헌안을 논의하는 태국 의사당 앞에 어제 격렬한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경찰을 이를 저지하기 위해 물대포와 최루탄으로 대응했습니다. 경찰이 고무탄이 사용됐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5명이 총상을 입고 41명이 부상으로 치료를 받았습니다.

■ 시위대, 물대포 막기 위해 '오리 튜브' 등장

태국 경찰은 시위대의 의사당 접근을 막기 위해 최루액이 섞인 물대포를 쏘아댔는데요. 반정부 시위대에서는 물대포를 막기 위한 새로운 방어장치가 등장했습니다. 바로 워터파크 등에서 사용하는 대형 '오리 튜브'입니다.

[사진 출처: 로이터·AFP=연합뉴스][사진 출처: 로이터·AFP=연합뉴스]


경찰이 물대포를 발사하자 시위 참가자들이 '오리 튜브'를 앞에 세우고 뒤에 숨어 물대포를 피합니다. 비옷과 고글, 고무장갑까지 갖춰 입은 시위 참가자들이 '오리 튜브'까지 들고 있는 모습은 그동안 다른 시위 현장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장면입니다.

■ 홍콩 시위대 전술 배우기... '우산'에서 '오리 튜브'로

사실 그동안 태국 시위대는 홍콩 민주화 시위에서 사용했던 전술들을 속속 도입해 활용해 왔습니다. 경찰의 최루탄과 물대포 사용에 대응해 최근까지도 태국 반정부 시위대는 지난해 홍콩 시위에서 사용됐던 우산을 들고 나왔습니다.

경찰의 물대포를 우산으로 막는 홍콩 민주화 시위대(좌)와 태국 반정부 시위대(우)경찰의 물대포를 우산으로 막는 홍콩 민주화 시위대(좌)와 태국 반정부 시위대(우)

우산으로 시작된 태국 반정부 시위대의 홍콩 시위대 전술 배우기는 이후 헬멧과 방독면, 플래시 몹까지 확대됐는데요. 이후 태국 시위대는 홍콩 시위대의 전술을 응용해 시위대끼리 의사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수신호를 개발하는 등 독창적인 방법을 고안해 냈습니다.

■ '오리 튜브'의 원래 용도는?

시위대 참가자들은 경찰의 물대포 공격(?)을 막는 '오리 튜브'를 자신들의 '해군'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태국 반정부 시위대가 시위 현장에 이 '오리 튜브'를 들고 온 이유는 경찰의 물대포 공격을 막기 위한 것도 있지만, 사실은 현 태국 정부와 의회를 조롱하기 위해서입니다.

[사진 출처: AFP=연합뉴스][사진 출처: AFP=연합뉴스]

현재 태국 의회는 여야와 시민단체가 제출한 7개 개헌안을 논의 중인데 총리 퇴진과 군주제 개혁을 요구하고 있는 반정부 시위대는 시민단체 'iLaw'가 제출한 개헌안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시위대는 경찰에 막혀 육로로 의사당 접근이 불가능할 경우 대신 의사당과 가까운 짜오프라야 강으로 '오리 튜브'를 띄워 자신들의 의사를 전달하고 정부와 의회를 조롱하려는 의도로 일종의 퍼포먼스를 기획한 것입니다.

태국 의회가 야당이나 시민단체가 제출한 개헌안을 채택할 가능성은 매우 낮은 상황인데요. 태국 젊은 층을 중심으로 총리 퇴진을 넘어 그동안 금기시됐던 태국의 군주제 개혁 요구까지 분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태국 정국이 어디로 흘러갈지 주목됩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홍콩에 ‘우산’이 있다면 태국엔 ‘오리 튜브’가 있다
    • 입력 2020-11-18 18:03:07
    • 수정2020-11-19 09:32:10
    취재K
개헌안을 논의하는 태국 의사당 앞에 어제 격렬한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경찰을 이를 저지하기 위해 물대포와 최루탄으로 대응했습니다. 경찰이 고무탄이 사용됐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5명이 총상을 입고 41명이 부상으로 치료를 받았습니다.

■ 시위대, 물대포 막기 위해 '오리 튜브' 등장

태국 경찰은 시위대의 의사당 접근을 막기 위해 최루액이 섞인 물대포를 쏘아댔는데요. 반정부 시위대에서는 물대포를 막기 위한 새로운 방어장치가 등장했습니다. 바로 워터파크 등에서 사용하는 대형 '오리 튜브'입니다.

[사진 출처: 로이터·AFP=연합뉴스]

경찰이 물대포를 발사하자 시위 참가자들이 '오리 튜브'를 앞에 세우고 뒤에 숨어 물대포를 피합니다. 비옷과 고글, 고무장갑까지 갖춰 입은 시위 참가자들이 '오리 튜브'까지 들고 있는 모습은 그동안 다른 시위 현장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장면입니다.

■ 홍콩 시위대 전술 배우기... '우산'에서 '오리 튜브'로

사실 그동안 태국 시위대는 홍콩 민주화 시위에서 사용했던 전술들을 속속 도입해 활용해 왔습니다. 경찰의 최루탄과 물대포 사용에 대응해 최근까지도 태국 반정부 시위대는 지난해 홍콩 시위에서 사용됐던 우산을 들고 나왔습니다.

경찰의 물대포를 우산으로 막는 홍콩 민주화 시위대(좌)와 태국 반정부 시위대(우)
우산으로 시작된 태국 반정부 시위대의 홍콩 시위대 전술 배우기는 이후 헬멧과 방독면, 플래시 몹까지 확대됐는데요. 이후 태국 시위대는 홍콩 시위대의 전술을 응용해 시위대끼리 의사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수신호를 개발하는 등 독창적인 방법을 고안해 냈습니다.

■ '오리 튜브'의 원래 용도는?

시위대 참가자들은 경찰의 물대포 공격(?)을 막는 '오리 튜브'를 자신들의 '해군'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태국 반정부 시위대가 시위 현장에 이 '오리 튜브'를 들고 온 이유는 경찰의 물대포 공격을 막기 위한 것도 있지만, 사실은 현 태국 정부와 의회를 조롱하기 위해서입니다.

[사진 출처: AFP=연합뉴스]
현재 태국 의회는 여야와 시민단체가 제출한 7개 개헌안을 논의 중인데 총리 퇴진과 군주제 개혁을 요구하고 있는 반정부 시위대는 시민단체 'iLaw'가 제출한 개헌안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시위대는 경찰에 막혀 육로로 의사당 접근이 불가능할 경우 대신 의사당과 가까운 짜오프라야 강으로 '오리 튜브'를 띄워 자신들의 의사를 전달하고 정부와 의회를 조롱하려는 의도로 일종의 퍼포먼스를 기획한 것입니다.

태국 의회가 야당이나 시민단체가 제출한 개헌안을 채택할 가능성은 매우 낮은 상황인데요. 태국 젊은 층을 중심으로 총리 퇴진을 넘어 그동안 금기시됐던 태국의 군주제 개혁 요구까지 분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태국 정국이 어디로 흘러갈지 주목됩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