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사려고 ‘영끌 베팅’은 이제 안녕

입력 2020.11.18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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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넣어서 2주 받았습니다" - 빅히트 공모 청약자

올해 하반기 증시는 '공모주 광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SK바이오팜부터 시작해서 카카오게임즈와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최근에는 교촌에프앤비까지. 새로운 공모가 진행될 때마다 청약증거금과 경쟁률 등 각종 청약 관련 기록이 새로 쓰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 물량이 한정돼 있다 보니, 관심과 경쟁률이 높아질수록 소액을 청약한 개인 투자자들이 손에 쥐는 공모주는 몇 주 되지 않았습니다. 공모주 상장을 통해 기대하는 수익 역시 적을 수 밖에 없었죠.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주식 시장에 새로 유입된 '동학 개미'들 은 "투자의 기회를 주지 않아 불공평하다"며 갈수록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고, 금융위가 18일 그 답을 내놨습니다.

요약하자면 "돈이 많은 사람이 더 많은 공모주를 배정받는 현재의 청약 제도"를 좀 더 공평하게 바꾸겠다는 겁니다.


■ 금융당국이 노린 건 '소수의 고액 자산가'

금융위가 주목한 것은 개인투자자들의 "과도한 청약증거금 부담"이었습니다. 현재 공모주의 일반청약 물량은 ‘청약증거금’ 액수에 따라 비례해 배정됩니다. 증거금을 많이 넣을수록 공모주 물량을 더 많이 배정받는 구조인데, 소수의 고액 자산가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었죠.

앞으로는 더 많은 수의 개인투자자들에게 공모의 기회가 열립니다. 개인 투자자 배정 물량 가운데 절반 이상에 대해서는 청약자들이 균등하게 배분하고, 나머지를 청약증거금 비례방식으로 배분하게 됩니다. 더 적은 청약증거금으로도 공모주를 배정받을 수 있도록 한 겁니다.

공모주 100만 주에 10만명의 청약자가 몰렸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균등 방식 물량 50만주를 청약자수 10만명으로 나누면 최소 배정 가능 수량은 5주입니다.

3주(A), 5주(B), 70주(C), 500주(D)를 받으려고 해당하는 금액을 청약 증거금으로 넣은 투자자들은 균등 방식에 따라서 A는 3주, B·C·D는 각각 최소 배정 물량인 5주를 받게 됩니다.

나머지 물량 50만 주는 현재와 마찬가지로 증거금을 많이 낸 투자자에게 많이 돌아가는 비례 방식이 적용되게 됩니다.

소수의 고액자산가가 여러 증권사를 통해 중복으로 청약하는 것 역시 금지됩니다. 소액 청약자들의 경우 한 증권사를 통해서만 청약하는 데 비해, 고액자산가들은 증권사별 한도를 넘는 금액으로 더 많은 공모주를 싹쓸이해왔는데 이를 막겠다는 겁니다. 이를 위해 내년 상반기부터는 주관사 간 청약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전산시스템을 구축될 예정입니다.

물론 이번 금융위의 개선조치가 자본시장의 기본 원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많은 증거금을 내는 고액 투자자들이 그만큼 해당 기업의 투자에 관심이 높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그에 맞게 주식을 배정하는 게 오히려 형평성에 맞는다는 설명입니다.


■ 개인투자자 배정 물량도 증가 "20% ▶ 30%"

금융위는 개인투자자 내부의 분배방식 개선뿐만 아니라, 개인투자자 전체에 배정되는 물량도 늘렸습니다. 우리사주조합에 배정했다가 미달한 물량 중 최대 5%(전체 공모 물량의 5%)와 '고위험' 하이일드펀드에 우선 배정됐던 물량의 5%(전체 공모 물량의 5%)를 개인투자자 몫으로 돌렸습니다. 개인투자자 배정물량이 현행 20% 수준에서 최대 30% 수준으로 1.5배 가까이 늘어나게 되는 겁니다.

우리사주조합의 경우 현재는 공모 전체물량의 20% 내에서 배정을 받아왔는데, 그동안은 청약미달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남은 물량이 기관투자자에게 배정됐습니다. 앞으론 이 물량도 최대 5%까지 개인투자자에게 가게 됩니다.

하이일드펀드는 신용등급 BBB+ 이하 채권과 코넥스 주식 45%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고위험 투자 펀드’를 말합니다. 정부는 채권 시장 활성화를 위해 2014년부터 하이일드 펀드에 대해 10%의 공모주 물량을 우선 배정하는 정책을 시행해 왔습니다. 이 정책이 끝나는 게 올해 말까지라서 내년부터는 5%의 혜택만 주고 나머지 5%는 개인투자자에게 배정되게 됩니다.


■ 여전히 50% 가까운 기관 배정 물량

이번 개선안에도 개인 투자자들은 50% 가까이 차지하는 기관의 물량에 대해 여전히 박탈감을 토로합니다. 특히 보유 기간을 약속하지 않은 채 많은 물량을 배정받아놓고는, 상장 당일 매도 주문을 쏟아내는 외국계 증권사를 보는 눈길이 곱지만은 않습니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는 "기업공개 주식은 상장 이후 가격등락이 심해 투자위험이 크므로 일반청약자 참여를 크게 확대하는 것에는 제약이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기대 속에 상장했지만, 상장 당일부터 '곡소리'를 냈던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경우가 예가 될 수 있겠죠.

투자업계에선 기관투자자에게 더 많은 물량을 배정하는 게 상장 후 기업 주가 흐름 측면에서 더 안정적이라는 주장도 나옵니다. 공모주 투자에 나서는 일반투자자들은 대부분 청약으로 배정받은 물량을 상장 후 곧바로 팔아 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공모주의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고, 결과적으로는 투자자들이 공모 시장을 외면해 시장 위축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겁니다.

■ 공모주의 두 얼굴, '투자의 기회' vs '정보 비대칭'

공모(公募)

새로이 발행한 주식·공사채 등 유가 증권의 인수를 널리 일반에게 모집하는 것


기업의 규모가 점차 커지고 대규모 투자 자금이 필요해지면 불특정 다수의 일반 투자자를 끌어모으는 것이 불가피해집니다. 이 때문에 기업공개(IPO) 과정을 거치고 1주당 가격을 결정짓고 일반 투자자에게 내놓습니다. 바로 이것이 주식 상장을 위한 공모 절차입니다.

공모주 청약을 투자의 기회로 보는 시각이 많지만, 공모주라고 해서 상장 후 무조건 이득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주식 시장은 예측이 너무도 어려운 데다가, 특히나 신규 상장하는 기업의 경우 정보가 더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9월부터 신규 상장한 기업 10곳 중 6곳은 공모가 대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개인투자자의 묻지마 공모주 투자로 인한 피해와 시장 안정성을 신경 써야 하는 금융당국으로서는 개인투자자 배정 물량을 무작정 늘릴 수도 없는 게 현실입니다.

이번 금융위의 개선 조치로 공모주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에게 투자의 기회가 조금 더 열린 건 사실입니다. 자금 조달하는 기업들 역시 최근 공모주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커진 것을 환영하고 있습니다. 개인투자자들이 공모주 투자 시장에서 진정한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투자 기업의 기대가치와 산업의 위험도를 자세히 분석해서 투자하는 자세가 필요해 보입니다. "공모주는 무조건 초장에 던지는 거야"라는 생각만으로 묻지마 투자를 진행했다가는 또 다른 '공모주 환불 원정대'가 결성될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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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모주 사려고 ‘영끌 베팅’은 이제 안녕
    • 입력 2020-11-18 18:29:10
    취재K

"1억 넣어서 2주 받았습니다" - 빅히트 공모 청약자

올해 하반기 증시는 '공모주 광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SK바이오팜부터 시작해서 카카오게임즈와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최근에는 교촌에프앤비까지. 새로운 공모가 진행될 때마다 청약증거금과 경쟁률 등 각종 청약 관련 기록이 새로 쓰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 물량이 한정돼 있다 보니, 관심과 경쟁률이 높아질수록 소액을 청약한 개인 투자자들이 손에 쥐는 공모주는 몇 주 되지 않았습니다. 공모주 상장을 통해 기대하는 수익 역시 적을 수 밖에 없었죠.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주식 시장에 새로 유입된 '동학 개미'들 은 "투자의 기회를 주지 않아 불공평하다"며 갈수록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고, 금융위가 18일 그 답을 내놨습니다.

요약하자면 "돈이 많은 사람이 더 많은 공모주를 배정받는 현재의 청약 제도"를 좀 더 공평하게 바꾸겠다는 겁니다.


■ 금융당국이 노린 건 '소수의 고액 자산가'

금융위가 주목한 것은 개인투자자들의 "과도한 청약증거금 부담"이었습니다. 현재 공모주의 일반청약 물량은 ‘청약증거금’ 액수에 따라 비례해 배정됩니다. 증거금을 많이 넣을수록 공모주 물량을 더 많이 배정받는 구조인데, 소수의 고액 자산가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었죠.

앞으로는 더 많은 수의 개인투자자들에게 공모의 기회가 열립니다. 개인 투자자 배정 물량 가운데 절반 이상에 대해서는 청약자들이 균등하게 배분하고, 나머지를 청약증거금 비례방식으로 배분하게 됩니다. 더 적은 청약증거금으로도 공모주를 배정받을 수 있도록 한 겁니다.

공모주 100만 주에 10만명의 청약자가 몰렸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균등 방식 물량 50만주를 청약자수 10만명으로 나누면 최소 배정 가능 수량은 5주입니다.

3주(A), 5주(B), 70주(C), 500주(D)를 받으려고 해당하는 금액을 청약 증거금으로 넣은 투자자들은 균등 방식에 따라서 A는 3주, B·C·D는 각각 최소 배정 물량인 5주를 받게 됩니다.

나머지 물량 50만 주는 현재와 마찬가지로 증거금을 많이 낸 투자자에게 많이 돌아가는 비례 방식이 적용되게 됩니다.

소수의 고액자산가가 여러 증권사를 통해 중복으로 청약하는 것 역시 금지됩니다. 소액 청약자들의 경우 한 증권사를 통해서만 청약하는 데 비해, 고액자산가들은 증권사별 한도를 넘는 금액으로 더 많은 공모주를 싹쓸이해왔는데 이를 막겠다는 겁니다. 이를 위해 내년 상반기부터는 주관사 간 청약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전산시스템을 구축될 예정입니다.

물론 이번 금융위의 개선조치가 자본시장의 기본 원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많은 증거금을 내는 고액 투자자들이 그만큼 해당 기업의 투자에 관심이 높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그에 맞게 주식을 배정하는 게 오히려 형평성에 맞는다는 설명입니다.


■ 개인투자자 배정 물량도 증가 "20% ▶ 30%"

금융위는 개인투자자 내부의 분배방식 개선뿐만 아니라, 개인투자자 전체에 배정되는 물량도 늘렸습니다. 우리사주조합에 배정했다가 미달한 물량 중 최대 5%(전체 공모 물량의 5%)와 '고위험' 하이일드펀드에 우선 배정됐던 물량의 5%(전체 공모 물량의 5%)를 개인투자자 몫으로 돌렸습니다. 개인투자자 배정물량이 현행 20% 수준에서 최대 30% 수준으로 1.5배 가까이 늘어나게 되는 겁니다.

우리사주조합의 경우 현재는 공모 전체물량의 20% 내에서 배정을 받아왔는데, 그동안은 청약미달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남은 물량이 기관투자자에게 배정됐습니다. 앞으론 이 물량도 최대 5%까지 개인투자자에게 가게 됩니다.

하이일드펀드는 신용등급 BBB+ 이하 채권과 코넥스 주식 45%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고위험 투자 펀드’를 말합니다. 정부는 채권 시장 활성화를 위해 2014년부터 하이일드 펀드에 대해 10%의 공모주 물량을 우선 배정하는 정책을 시행해 왔습니다. 이 정책이 끝나는 게 올해 말까지라서 내년부터는 5%의 혜택만 주고 나머지 5%는 개인투자자에게 배정되게 됩니다.


■ 여전히 50% 가까운 기관 배정 물량

이번 개선안에도 개인 투자자들은 50% 가까이 차지하는 기관의 물량에 대해 여전히 박탈감을 토로합니다. 특히 보유 기간을 약속하지 않은 채 많은 물량을 배정받아놓고는, 상장 당일 매도 주문을 쏟아내는 외국계 증권사를 보는 눈길이 곱지만은 않습니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는 "기업공개 주식은 상장 이후 가격등락이 심해 투자위험이 크므로 일반청약자 참여를 크게 확대하는 것에는 제약이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기대 속에 상장했지만, 상장 당일부터 '곡소리'를 냈던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경우가 예가 될 수 있겠죠.

투자업계에선 기관투자자에게 더 많은 물량을 배정하는 게 상장 후 기업 주가 흐름 측면에서 더 안정적이라는 주장도 나옵니다. 공모주 투자에 나서는 일반투자자들은 대부분 청약으로 배정받은 물량을 상장 후 곧바로 팔아 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공모주의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고, 결과적으로는 투자자들이 공모 시장을 외면해 시장 위축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겁니다.

■ 공모주의 두 얼굴, '투자의 기회' vs '정보 비대칭'

공모(公募)

새로이 발행한 주식·공사채 등 유가 증권의 인수를 널리 일반에게 모집하는 것


기업의 규모가 점차 커지고 대규모 투자 자금이 필요해지면 불특정 다수의 일반 투자자를 끌어모으는 것이 불가피해집니다. 이 때문에 기업공개(IPO) 과정을 거치고 1주당 가격을 결정짓고 일반 투자자에게 내놓습니다. 바로 이것이 주식 상장을 위한 공모 절차입니다.

공모주 청약을 투자의 기회로 보는 시각이 많지만, 공모주라고 해서 상장 후 무조건 이득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주식 시장은 예측이 너무도 어려운 데다가, 특히나 신규 상장하는 기업의 경우 정보가 더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9월부터 신규 상장한 기업 10곳 중 6곳은 공모가 대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개인투자자의 묻지마 공모주 투자로 인한 피해와 시장 안정성을 신경 써야 하는 금융당국으로서는 개인투자자 배정 물량을 무작정 늘릴 수도 없는 게 현실입니다.

이번 금융위의 개선 조치로 공모주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에게 투자의 기회가 조금 더 열린 건 사실입니다. 자금 조달하는 기업들 역시 최근 공모주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커진 것을 환영하고 있습니다. 개인투자자들이 공모주 투자 시장에서 진정한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투자 기업의 기대가치와 산업의 위험도를 자세히 분석해서 투자하는 자세가 필요해 보입니다. "공모주는 무조건 초장에 던지는 거야"라는 생각만으로 묻지마 투자를 진행했다가는 또 다른 '공모주 환불 원정대'가 결성될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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