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점’ 차이로 살릴 수 있었던 16개월 여아…“믿기 어려운 판정”

입력 2020.11.18 (21:35) 수정 2020.11.18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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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얼마 전 생후 16개월 딸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된 엄마가 자주 가던 키즈카페 사장에게 보낸 문자입니다.

엄마는 이 키즈카페 앞에서 차 안에 딸을 방치했다며 학대의심 신고를 당해 경찰 조사를 받았었는데, 무혐의로 마무리됐다며 메시지를 보낸 겁니다.

이 아이에 대해선 숨지기 전 세 차례나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동보호전문기관도, 경찰도 그냥 넘어갔습니다.

학대 의심 신고가 접수되면 아동보호전문기관과 경찰이 함께 조사하는데, 이 조사 결과가 학대 판정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KBS는 지난 9월 마지막 학대 신고 당시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작성한 평가 결과서를 입수했습니다.

정재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난해 12월 위탁가정에서 살던 A 양.

생후 6개월 만에 소파를 잡고 설 정도로 건강합니다.

그런데 한 달 뒤 입양된 A 양은 날로 수척해져 갔습니다.

올해 5월과 6월 두 차례 학대 의심 신고가 있었지만 아무런 조치가 없었습니다.

9월에도 소아과 의사가 혼자 걷지도 못할 정도로 영양 상태가 안 좋다며 학대 의심 신고를 했습니다.

당시 조사에 나섰던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위험도 평가서입니다.

학대 위험도 평가 9개 문항 중 '외부 손상 관찰' 등 3개 문항에만 해당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4개 문항에 해당해야 분리 조치가 고려되는데 단 한 문항이 부족했습니다.

그런데 의아한 대목이 있습니다.

당시 A 양은 몸무게가 한두 달 만에 약 1kg이나 줄었고,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도 '방임이나 학대로 초래된 발육부진이나 영양실조 등이 관찰된다'는 문항에 '아니오'가 체크됐습니다.

[황옥경/서울신학대 보육학과 교수 : "신체적인 발달상태가 지체되고 지연되고 있고, 신체의 상흔이 있었기 때문에 그게 아동학대로 인한 신체발달의 지연이 아니다라고 하는데 대답을 했다는 거 자체가 사실 믿기 어려운, 어떻게 그게 가능할지..."]

결국 이 한 문항은 A 양이 분리 조치 검토 대상에서 제외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A 양은 20여 일 뒤 멍투성이로 응급실에 실려 와 숨졌습니다.

평가 문항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학대 행위자로부터 분리 보호 요구 의사를 표현한다'는 문항이 16개월 아이를 대상으로 적절한 거냐는 겁니다.

[신현영/더불어민주당 의원 : "연령에 맞는 개월 수에 맞는 체크리스트가 아닙니다. 학대를 받는다 하더라도 표현하지 못하는 문항이라고 보입니다."]

이런 지적에 대해 평가서를 작성한 강서아동보호전문기관은 수사 중인 사안이라 답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정재우입니다.

촬영기자:유성주/영상편집:이태희/그래픽:최창준 김현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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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점’ 차이로 살릴 수 있었던 16개월 여아…“믿기 어려운 판정”
    • 입력 2020-11-18 21:35:37
    • 수정2020-11-18 22:08:24
    뉴스 9
[앵커]

얼마 전 생후 16개월 딸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된 엄마가 자주 가던 키즈카페 사장에게 보낸 문자입니다.

엄마는 이 키즈카페 앞에서 차 안에 딸을 방치했다며 학대의심 신고를 당해 경찰 조사를 받았었는데, 무혐의로 마무리됐다며 메시지를 보낸 겁니다.

이 아이에 대해선 숨지기 전 세 차례나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동보호전문기관도, 경찰도 그냥 넘어갔습니다.

학대 의심 신고가 접수되면 아동보호전문기관과 경찰이 함께 조사하는데, 이 조사 결과가 학대 판정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KBS는 지난 9월 마지막 학대 신고 당시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작성한 평가 결과서를 입수했습니다.

정재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난해 12월 위탁가정에서 살던 A 양.

생후 6개월 만에 소파를 잡고 설 정도로 건강합니다.

그런데 한 달 뒤 입양된 A 양은 날로 수척해져 갔습니다.

올해 5월과 6월 두 차례 학대 의심 신고가 있었지만 아무런 조치가 없었습니다.

9월에도 소아과 의사가 혼자 걷지도 못할 정도로 영양 상태가 안 좋다며 학대 의심 신고를 했습니다.

당시 조사에 나섰던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위험도 평가서입니다.

학대 위험도 평가 9개 문항 중 '외부 손상 관찰' 등 3개 문항에만 해당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4개 문항에 해당해야 분리 조치가 고려되는데 단 한 문항이 부족했습니다.

그런데 의아한 대목이 있습니다.

당시 A 양은 몸무게가 한두 달 만에 약 1kg이나 줄었고,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도 '방임이나 학대로 초래된 발육부진이나 영양실조 등이 관찰된다'는 문항에 '아니오'가 체크됐습니다.

[황옥경/서울신학대 보육학과 교수 : "신체적인 발달상태가 지체되고 지연되고 있고, 신체의 상흔이 있었기 때문에 그게 아동학대로 인한 신체발달의 지연이 아니다라고 하는데 대답을 했다는 거 자체가 사실 믿기 어려운, 어떻게 그게 가능할지..."]

결국 이 한 문항은 A 양이 분리 조치 검토 대상에서 제외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A 양은 20여 일 뒤 멍투성이로 응급실에 실려 와 숨졌습니다.

평가 문항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학대 행위자로부터 분리 보호 요구 의사를 표현한다'는 문항이 16개월 아이를 대상으로 적절한 거냐는 겁니다.

[신현영/더불어민주당 의원 : "연령에 맞는 개월 수에 맞는 체크리스트가 아닙니다. 학대를 받는다 하더라도 표현하지 못하는 문항이라고 보입니다."]

이런 지적에 대해 평가서를 작성한 강서아동보호전문기관은 수사 중인 사안이라 답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정재우입니다.

촬영기자:유성주/영상편집:이태희/그래픽:최창준 김현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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