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컵 갑질’·‘직원 폭행’ 일가 경영 그대로인데…한진 특혜 논란

입력 2020.11.19 (16:13) 수정 2020.11.19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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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컵 갑질’ 조현민 ‘직원 상습폭행·밀수’ 이명희, 여전히 한진그룹 직책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동생 조현민 씨가 저지른 이른바 ‘물컵 갑질’ 사건은 2018년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당시 조양호 회장은 조현민 씨를 모든 직책에서 사퇴시키겠다며 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사퇴한 기간은 짧았습니다.

불과 1년 2개월 뒤 조현민 씨는 복귀했습니다. 대한항공의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전무와 발권 관련 회사 토파스여행정보의 부사장, 물류회사 (주)한진의 총괄전무, 부동산 계열사 정석기업 부사장 등 4개의 직책을 맡고 있습니다.


남매의 어머니 이명희 씨는 운전기사 등 직원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손으로 때리는 등 상습폭행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이 씨는 밀수와 필리핀인 가정부 불법 고용 등으로 2건의 유죄판결도 받은 상태입니다.

이명희 씨도 지난해부터 정석기업의 고문과 수하물 하역 및 지상조업을 담당하는 한국공항의 자문 역을 맡고 있습니다. 결국, 갑질 사건으로 전국민적 공분을 일으켰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한진그룹의 주요 직책을 맡게 된 것입니다.

■조원태 회장, 아시아나 인수 안 했다면 경영권 지킬 수 있나?

한진칼은 경영권 분쟁 상황입니다. 조원태 회장의 지분은 고작 6.52%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동생과 어머니, 그리고 협력관계인 미국 델타항공의 보유지분과 자신의 지분 등을 합쳐서 41%가량을 우호지분으로 확보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경쟁 관계인 KCGI 펀드와 반도건설, 조현아 씨 측 ‘3자연합’의 지분은 이보다 많은 46%입니다. 만약 아시아나 인수가 없었다면 조원태 회장은 경영권을 넘겨야 했을 수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조현민 씨도 이명희 씨도 직책에서 물러나야 했을 수 있습니다.

조 회장 측은 아시아나 인수로 이런 위기에서 벗어나게 됐습니다. 산업은행이 한진칼 지분 10%를 확보했고 명시적으로 조 회장의 우군이 된 것은 아니지만, 계약의 상대방이 조 회장인 만큼 당분간 경영권을 쥐게 됐기 때문입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그림을 보면, 갑질 사건을 일으킨 총수 일가가 여전히 직책을 맡고 있는 기업의 경영권 방어에 산업은행의 공적 자금이 투입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산업은행 “조원태 회장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 전체가 담보”…그래서 얼마?

산업은행도 이런 비판에 대해서 잘 알고 있습니다. 지난 16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통합을 발표하면서 산업은행 최대현 부행장은 “한진칼의 현 경영진과 계약을 체결한 이유가 무엇인가”하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특혜에 대한 의문들... 현 경영진은 경영을 맡고 있기 때문에 계약의 주 대상이었습니다” 라고요.

이어서 특혜를 부인하는 취지에서 “조원태 회장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 전체 및 한진칼이 인수하게 될 대한항공 지분을 담보로 제공하고, 통합 추진 및 경영성과 미흡 때 경영 일선에서 퇴진하도록 한다”는 내용을 밝혔습니다.

최대현 부행장이 말한 담보 가운데 ‘한진칼이 인수하게 될 대한항공 지분’이라는 부분은 조 회장 개인이 아니라 한진칼이라는 회사가 책임을 져야 할 부분입니다. 한진칼이 소유할 대한항공의 지분이 담보가 된다는 뜻이고, 한진칼은 조 회장의 개인 회사가 아니라 더 많은 주식을 보유한 주주도 있는 주식회사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조원태 회장이 개인적으로 책임을 질 부분은 결국 “조원태 회장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 전체”에 국한됩니다. 그게 얼마쯤 되는 재산일까요?

조원태 회장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6.52%입니다. 하지만 조 회장은 지분 중 3.5%를 우리은행 등 4곳의 은행에 대출 담보를 설정해둔 상황입니다.

또 1.92%는 상속세를 분납하기 위해 종로세무서 등에 담보가 설정돼 있습니다. 3자연합의 KCGI는 이를 근거로 “조원태 회장은 고작 425억 원의 담보로 국민혈세를 투입해 한진칼 경영권을 독차지하려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서 산업은행 최대현 부행장은 오늘(19일) 기자 간담회를 열고 “조원태 회장의 한진칼 지분 전체의 현재 담보가치가 1700억 정도”라고 밝혔습니다. 산업은행 측은 정확한 계산 방법은 밝힐 수 없다면서도, 이 담보액이 맞다는 입장입니다.

■“항공관련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는다”면서 직책 유지

산업은행과 조원태 회장 사이의 합의 내용 중에 조현민 씨나 이명희 씨를 직책에서 물러나게 해야 한다는 내용은 지금까지 나오지 않았습니다.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은 “계열주(총수) 일가는 항공 관련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조현민 씨의 4개 직함과 이명희 씨의 2개 직함 모두가 직간접적으로 ‘항공 관련 경영’이 아니라고 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대한항공에 두 사람이 직책에서 물러나는지를 물었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답했습니다. 오늘 기자는 이명희 고문의 항소심 판결 직후 에게 사퇴할 뜻이 없는지 재차 물었지만 답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경영권 방어 목적의 제3자 신주 배정은 무효” 판례 적용될까?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첫 단계는 한진칼이 주식을 발행에 산업은행에 넘기는 작업입니다. KCGI는 소송으로 여기에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이런 방식의 주식발행을 ‘제3자 신주 배정’이라고 부르는데요. KCGI는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제기한 것입니다.

대법원 판례는 “경영권 방어 목적의 제3자 신주 배정은 무효”( 2008다50776 판결) 라는 입장입니다. 다만 “신기술의 도입이나 재무구조 개선 등 기업 경영의 필요 상 부득이한 예외적인 경우”에는 허용이 된다고 합니다.

이번 신주배정이 과연 경영 필요상 부득이한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는지에 따라서 결론이 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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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1-19 16:13:06
    • 수정2020-11-19 16:52:25
    취재K

■‘물컵 갑질’ 조현민 ‘직원 상습폭행·밀수’ 이명희, 여전히 한진그룹 직책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동생 조현민 씨가 저지른 이른바 ‘물컵 갑질’ 사건은 2018년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당시 조양호 회장은 조현민 씨를 모든 직책에서 사퇴시키겠다며 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사퇴한 기간은 짧았습니다.

불과 1년 2개월 뒤 조현민 씨는 복귀했습니다. 대한항공의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전무와 발권 관련 회사 토파스여행정보의 부사장, 물류회사 (주)한진의 총괄전무, 부동산 계열사 정석기업 부사장 등 4개의 직책을 맡고 있습니다.


남매의 어머니 이명희 씨는 운전기사 등 직원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손으로 때리는 등 상습폭행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이 씨는 밀수와 필리핀인 가정부 불법 고용 등으로 2건의 유죄판결도 받은 상태입니다.

이명희 씨도 지난해부터 정석기업의 고문과 수하물 하역 및 지상조업을 담당하는 한국공항의 자문 역을 맡고 있습니다. 결국, 갑질 사건으로 전국민적 공분을 일으켰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한진그룹의 주요 직책을 맡게 된 것입니다.

■조원태 회장, 아시아나 인수 안 했다면 경영권 지킬 수 있나?

한진칼은 경영권 분쟁 상황입니다. 조원태 회장의 지분은 고작 6.52%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동생과 어머니, 그리고 협력관계인 미국 델타항공의 보유지분과 자신의 지분 등을 합쳐서 41%가량을 우호지분으로 확보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경쟁 관계인 KCGI 펀드와 반도건설, 조현아 씨 측 ‘3자연합’의 지분은 이보다 많은 46%입니다. 만약 아시아나 인수가 없었다면 조원태 회장은 경영권을 넘겨야 했을 수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조현민 씨도 이명희 씨도 직책에서 물러나야 했을 수 있습니다.

조 회장 측은 아시아나 인수로 이런 위기에서 벗어나게 됐습니다. 산업은행이 한진칼 지분 10%를 확보했고 명시적으로 조 회장의 우군이 된 것은 아니지만, 계약의 상대방이 조 회장인 만큼 당분간 경영권을 쥐게 됐기 때문입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그림을 보면, 갑질 사건을 일으킨 총수 일가가 여전히 직책을 맡고 있는 기업의 경영권 방어에 산업은행의 공적 자금이 투입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산업은행 “조원태 회장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 전체가 담보”…그래서 얼마?

산업은행도 이런 비판에 대해서 잘 알고 있습니다. 지난 16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통합을 발표하면서 산업은행 최대현 부행장은 “한진칼의 현 경영진과 계약을 체결한 이유가 무엇인가”하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특혜에 대한 의문들... 현 경영진은 경영을 맡고 있기 때문에 계약의 주 대상이었습니다” 라고요.

이어서 특혜를 부인하는 취지에서 “조원태 회장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 전체 및 한진칼이 인수하게 될 대한항공 지분을 담보로 제공하고, 통합 추진 및 경영성과 미흡 때 경영 일선에서 퇴진하도록 한다”는 내용을 밝혔습니다.

최대현 부행장이 말한 담보 가운데 ‘한진칼이 인수하게 될 대한항공 지분’이라는 부분은 조 회장 개인이 아니라 한진칼이라는 회사가 책임을 져야 할 부분입니다. 한진칼이 소유할 대한항공의 지분이 담보가 된다는 뜻이고, 한진칼은 조 회장의 개인 회사가 아니라 더 많은 주식을 보유한 주주도 있는 주식회사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조원태 회장이 개인적으로 책임을 질 부분은 결국 “조원태 회장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 전체”에 국한됩니다. 그게 얼마쯤 되는 재산일까요?

조원태 회장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6.52%입니다. 하지만 조 회장은 지분 중 3.5%를 우리은행 등 4곳의 은행에 대출 담보를 설정해둔 상황입니다.

또 1.92%는 상속세를 분납하기 위해 종로세무서 등에 담보가 설정돼 있습니다. 3자연합의 KCGI는 이를 근거로 “조원태 회장은 고작 425억 원의 담보로 국민혈세를 투입해 한진칼 경영권을 독차지하려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서 산업은행 최대현 부행장은 오늘(19일) 기자 간담회를 열고 “조원태 회장의 한진칼 지분 전체의 현재 담보가치가 1700억 정도”라고 밝혔습니다. 산업은행 측은 정확한 계산 방법은 밝힐 수 없다면서도, 이 담보액이 맞다는 입장입니다.

■“항공관련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는다”면서 직책 유지

산업은행과 조원태 회장 사이의 합의 내용 중에 조현민 씨나 이명희 씨를 직책에서 물러나게 해야 한다는 내용은 지금까지 나오지 않았습니다.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은 “계열주(총수) 일가는 항공 관련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조현민 씨의 4개 직함과 이명희 씨의 2개 직함 모두가 직간접적으로 ‘항공 관련 경영’이 아니라고 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대한항공에 두 사람이 직책에서 물러나는지를 물었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답했습니다. 오늘 기자는 이명희 고문의 항소심 판결 직후 에게 사퇴할 뜻이 없는지 재차 물었지만 답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경영권 방어 목적의 제3자 신주 배정은 무효” 판례 적용될까?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첫 단계는 한진칼이 주식을 발행에 산업은행에 넘기는 작업입니다. KCGI는 소송으로 여기에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이런 방식의 주식발행을 ‘제3자 신주 배정’이라고 부르는데요. KCGI는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제기한 것입니다.

대법원 판례는 “경영권 방어 목적의 제3자 신주 배정은 무효”( 2008다50776 판결) 라는 입장입니다. 다만 “신기술의 도입이나 재무구조 개선 등 기업 경영의 필요 상 부득이한 예외적인 경우”에는 허용이 된다고 합니다.

이번 신주배정이 과연 경영 필요상 부득이한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는지에 따라서 결론이 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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