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지 못한 청년들…남북공동사업 내년 봄 가능할까

입력 2020.11.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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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7년만에 돌아온 20대 청년

지난달 14일,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강원도 철원 비무장지대(DMZ) 화살머리고지에서 '송해경'이라고 쓰인 인식표를 찾았습니다. 유해도 함께 발굴했습니다. 유해의 신원은 국군 2보병사단 소속의 고(故) 송해경 이등 중사로 확인됐습니다.

22살이던 1952년에 입대한 송해경 이등 중사는 정전협정이 체결되기 불과 보름 전인 1953년 7월 11일 전사했다는 기록만 남아있었습니다. 비무장지대에 홀로 남겨져 있던 그가 67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것입니다. 6·25전쟁 전사자 가운데 만여 명은 아직도 비무장지대에서 잠들어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화살머리고지에서 발굴된 고(故)송해경 이등 중사의 유품화살머리고지에서 발굴된 고(故)송해경 이등 중사의 유품

■ 남북 공동사업으로 추진됐지만...

2018년 남북은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9.19 군사합의)를 체결해 강원도 철원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 공동 유해발굴사업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화살촉 모양으로 생긴 화살머리고지는 영화 '고지전'의 배경으로 잘 알려진 백마고지 남서쪽에 있는 해발 281m의 고지입니다. 6·25 전쟁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졌던 철의 삼각지대(평강·철원·김화) 중 하나로 1951년 11월~1953년 7월까지 국군 2사단과 9사단·미군 2사단·프랑스대대와 중공군이 전투를 벌였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9.19 군사합의 이후 실무 작업엔 아무런 호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지난 2년 동안 화살머리고지 일대 우리 측 지역에서만 우리 군 단독으로 유해발굴사업이 진행됐습니다.

지난해 국군과 중공군, 유엔군으로 추정되는 유해 261구를 발굴했고 유품 6만 7천여 점도 찾았습니다. 올해는 143구의 유해를 발굴했습니다. 국군 67구, 중공군 64구 등으로 추정됐는데, 이 가운데 고 송해경 이등중사 등 국군 전사자 6명의 신원이 확인됐습니다. 또 국군 계급장과 인식표, 중공군 방독면, 미군 방탄복 등 당시 전투에 참여한 군인들의 유품도 1만 7천여점을 발굴했습니다.


■ 국군·미군·중공군 유해 묻힌 DMZ

6·25전쟁 당시 목숨을 잃었지만, 아직 돌아오지 못한 전사자는 12만 2천여 명에 달합니다. 그들을 찾기 위한 국방부의 유해발굴사업이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비무장지대에서는 다른 지역보다 단위면적당 35배 이상의 유해가 발굴되고 보존도 잘 돼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관계자는 "다른 지역은 발굴된 유해의 80~90%가 부분적인 형태지만 화살머리고지의 경우 완전한 유해의 형태가 40%가 넘는다"고 말했습니다.
화살머리고지를 시작으로 비무장지대 내 유해발굴이 확대돼야 하는 이유입니다.

여기에 국제사회에 보여주는 메시지도 있습니다. 화살머리고지에는 국군 유해 2백여 구와 미군·프랑스군 유해 1백여 구, 그리고 중공군 유해도 상당수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실제 지난해 화살머리고지에서 찾은 프랑스군의 인식표는 우리 국방부 장관이 한-프랑스 국방 장관회담 당시 직접 프랑스 국방장관에게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또 유럽인으로 추정되는 완전한 유해가 발굴돼 프랑스군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현재 신원 확인이 진행 중입니다.

국제법과 인도주의 정신을 존중한다는 차원에서 우리 군이 발굴한 중공군 유해를 매년 송환하기도 합니다. 지난해는 역대 두 번째 규모였는데, 화살머리고지에서만 유해 103구와 유품 1천 3백여 점이 발굴돼 중국에 인도됐습니다. 국방부는 "한중 양국 간 신뢰를 증진하고 협력과 공조의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전달하게 될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화살머리고지에서 발굴된 중공군 방독면화살머리고지에서 발굴된 중공군 방독면

■ 철책 너머 감시만..함께 할 봄날은 언제쯤?

"북한이 감시초소에서 매일 저희 현장을 감시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유해발굴을 위해서 군은 매일 비무장지대로 들어가야 합니다. 북한은 공동유해발굴에 참여하지는 않고 있지만 매일 현장을 주시하고는 있다는 게 군 관계자의 말입니다.

지난 9월 취임한 서욱 국방부장관은 첫 행보로 화살머리고지 유해발굴현장을 찾았습니다. 9.19군사합의 이행 의지를 표명하는 동시에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고자 하는 의도기도 합니다. 군은 언제라도 공동 유해발굴작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관련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겨울을 앞두고 올해 유해발굴사업은 이제 종료됐습니다. 군은 날이 풀리는 내년 3월쯤 발굴 사업을 재개할 계획입니다. 그때는 남북이 공동으로 유해를 발굴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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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1-20 07:00:17
    취재K
■ 67년만에 돌아온 20대 청년

지난달 14일,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강원도 철원 비무장지대(DMZ) 화살머리고지에서 '송해경'이라고 쓰인 인식표를 찾았습니다. 유해도 함께 발굴했습니다. 유해의 신원은 국군 2보병사단 소속의 고(故) 송해경 이등 중사로 확인됐습니다.

22살이던 1952년에 입대한 송해경 이등 중사는 정전협정이 체결되기 불과 보름 전인 1953년 7월 11일 전사했다는 기록만 남아있었습니다. 비무장지대에 홀로 남겨져 있던 그가 67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것입니다. 6·25전쟁 전사자 가운데 만여 명은 아직도 비무장지대에서 잠들어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화살머리고지에서 발굴된 고(故)송해경 이등 중사의 유품
■ 남북 공동사업으로 추진됐지만...

2018년 남북은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9.19 군사합의)를 체결해 강원도 철원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 공동 유해발굴사업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화살촉 모양으로 생긴 화살머리고지는 영화 '고지전'의 배경으로 잘 알려진 백마고지 남서쪽에 있는 해발 281m의 고지입니다. 6·25 전쟁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졌던 철의 삼각지대(평강·철원·김화) 중 하나로 1951년 11월~1953년 7월까지 국군 2사단과 9사단·미군 2사단·프랑스대대와 중공군이 전투를 벌였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9.19 군사합의 이후 실무 작업엔 아무런 호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지난 2년 동안 화살머리고지 일대 우리 측 지역에서만 우리 군 단독으로 유해발굴사업이 진행됐습니다.

지난해 국군과 중공군, 유엔군으로 추정되는 유해 261구를 발굴했고 유품 6만 7천여 점도 찾았습니다. 올해는 143구의 유해를 발굴했습니다. 국군 67구, 중공군 64구 등으로 추정됐는데, 이 가운데 고 송해경 이등중사 등 국군 전사자 6명의 신원이 확인됐습니다. 또 국군 계급장과 인식표, 중공군 방독면, 미군 방탄복 등 당시 전투에 참여한 군인들의 유품도 1만 7천여점을 발굴했습니다.


■ 국군·미군·중공군 유해 묻힌 DMZ

6·25전쟁 당시 목숨을 잃었지만, 아직 돌아오지 못한 전사자는 12만 2천여 명에 달합니다. 그들을 찾기 위한 국방부의 유해발굴사업이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비무장지대에서는 다른 지역보다 단위면적당 35배 이상의 유해가 발굴되고 보존도 잘 돼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관계자는 "다른 지역은 발굴된 유해의 80~90%가 부분적인 형태지만 화살머리고지의 경우 완전한 유해의 형태가 40%가 넘는다"고 말했습니다.
화살머리고지를 시작으로 비무장지대 내 유해발굴이 확대돼야 하는 이유입니다.

여기에 국제사회에 보여주는 메시지도 있습니다. 화살머리고지에는 국군 유해 2백여 구와 미군·프랑스군 유해 1백여 구, 그리고 중공군 유해도 상당수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실제 지난해 화살머리고지에서 찾은 프랑스군의 인식표는 우리 국방부 장관이 한-프랑스 국방 장관회담 당시 직접 프랑스 국방장관에게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또 유럽인으로 추정되는 완전한 유해가 발굴돼 프랑스군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현재 신원 확인이 진행 중입니다.

국제법과 인도주의 정신을 존중한다는 차원에서 우리 군이 발굴한 중공군 유해를 매년 송환하기도 합니다. 지난해는 역대 두 번째 규모였는데, 화살머리고지에서만 유해 103구와 유품 1천 3백여 점이 발굴돼 중국에 인도됐습니다. 국방부는 "한중 양국 간 신뢰를 증진하고 협력과 공조의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전달하게 될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화살머리고지에서 발굴된 중공군 방독면
■ 철책 너머 감시만..함께 할 봄날은 언제쯤?

"북한이 감시초소에서 매일 저희 현장을 감시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유해발굴을 위해서 군은 매일 비무장지대로 들어가야 합니다. 북한은 공동유해발굴에 참여하지는 않고 있지만 매일 현장을 주시하고는 있다는 게 군 관계자의 말입니다.

지난 9월 취임한 서욱 국방부장관은 첫 행보로 화살머리고지 유해발굴현장을 찾았습니다. 9.19군사합의 이행 의지를 표명하는 동시에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고자 하는 의도기도 합니다. 군은 언제라도 공동 유해발굴작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관련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겨울을 앞두고 올해 유해발굴사업은 이제 종료됐습니다. 군은 날이 풀리는 내년 3월쯤 발굴 사업을 재개할 계획입니다. 그때는 남북이 공동으로 유해를 발굴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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