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면 감찰’ 불발…갈등은 현재진행형

입력 2020.11.20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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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유의 '검찰총장 대면 감찰조사' 불발

법무부 감찰관실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대면 감찰조사를 진행하겠다고 예고한 어제 오후 2시.

대검찰청 청사 주변에서는 분주한 움직임이 이어졌다. 초유의 '검찰총장 대면 감찰' 상황을 취재하려는 취재진이었다.

청사 주요 출입구마다 자리를 잡고 법무부 감찰관실 직원들을 기다렸지만, 시간이 지나도 이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다른 경로로 대검 청사에 들어갔나' 하는 이야기가 나올 즈음, 법무부는 '오늘 감찰조사가 일단 취소됐다'고 공지했다.

윤 총장 감찰을 두고 월요일부터 고조되던 법무부와 대검찰청 간 갈등이 잠시 숨을 고르는 순간이었다.

■ 秋 장관, 尹 총장에 대한 잇단 감찰·진상조사 지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윤 총장과 관련해 총 5건의 감찰 및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법무부 감찰관실이 감찰 중인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언론사 사주와의 만남 의혹을 비롯해 법무부 감찰관실과 대검찰청 감찰부가 합동 감찰 중인 라임자산운용 펀드 사기 사건 관련 로비 의혹과 보고 누락 의혹,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사기 수사 의뢰 무혐의 처분 등이다.

현직 검찰총장에 대한 대면 감찰은 말 그대로 초유의 상황이다.

지난 2013년,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이 '혼외자 의혹'과 관련해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지만, 채 전 총장이 스스로 물러나면서 실제 감찰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 법무부 "대검 비협조…사실상 불응하여 진행 못 해"

"금일 법무부 감찰관실은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을 위한 진상 확인을 위해 대검을 방문해 조사하고자 하였으나 대검에서 협조하지 않아 방문조사가 이뤄지지 않았음"

윤 총장에 대한 대면 감찰 취소와 관련해 법무부가 밝힌 공식 이유다. 감찰조사를 취소하게 된 원인이 어디까지나 대검에 있다는 뜻이다.

법무부는 지난 월요일부터 벌어진 일련의 상황을 전부 나열하며 감찰조사에 '협조하지 않는' 대검의 태도를 비판했다.

"법무부 감찰관실은 지난 월요일 검찰총장에 대한 진상 확인을 위한 대면 조사가 불가피해 일정을 협의하고자 했으나 불발됐다. 지난 화요일 오전 방문조사 일시를 알리고 오후에 방문조사예정서를 친전으로 접수하고자 했으나 (대검은) 인편으로 돌려보냈다. 이에 어제 방문조사예정서를 친전으로 우편을 통하여 송부했으나 당일 대검 직원이 직접 들고와 반송했다. 금일 오전 검찰총장 비서실을 통하여 방문조사 여부를 타진했으나 사실상 불응해 진행하지 못했다"

"사실상 불응"…'절차에 따라 서면으로 답변'

여기서 눈에 띄는 건 '사실상 불응'이라는 표현이다. 대검 측이 '감찰을 받지 않겠다'고 명시적인 의사를 밝힌 것은 아니라는 뜻으로 읽힌다.

실제로 대검 측은 법무부 검찰관실 소속 평검사 2명이 방문조사예정서를 들고온 지난 화요일을 비롯해 여러 차례에 걸쳐 법무부 측에 '절차에 따라 설명을 요구하면 서면으로 답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 '협조'와 '절차'…검찰총장 감찰조사를 보는 시각의 차이

법무부와 대검의 입장을 찬찬히 살펴보면 현재 검찰총장 감찰을 둘러싼 시각의 차이를 볼 수 있다. 바로 '협조'와 '절차'다.

법무부는 장관이 지시한 정당한 감찰에 대한 '협조 의무'를, 대검은 '정당한 감찰 절차'를 각각 상대에게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다 보니 하나의 '법무부 감찰규정'을 두고도 양측이 강조하는 조항이 다르다. 법무부가 강조하는 것은 감찰 대상자의 협조를 규정한 제6조다.

제6조(감찰대상자의 협조) ① 감찰대상자는 다음 사항에 대하여 협조하여야 한다.
1. 질문에 대한 답변
2. 증거물 및 자료제출
3. 출석과 진술서 제출
4. 기타 감찰업무 수행에 필요한 협조
②제1항에 규정된 협조사항에 대하여 정당한 사유 없이 불응할 경우 감찰 사안으로 처리한다.

반면, 대검은 '공정'하고 '적법'한 감찰 절차를 규정한 제3조와 조사를 개시할 때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규정한 제15조를 강조한다.

추 장관의 지시로 진행되는 감찰조사가 감찰 대상자에게 충분한 사전 절차를 거치도록 한 규정에 위배될 뿐 아니라, 윤 총장에 대한 감찰 개시가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증거를 공개하라는 것이다.

제3조(감찰의 준칙) 감찰을 수행할 때에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준수하여야 한다.
1. 모든 감찰대상자에게 법령 등을 공정하게 적용한다.
2. 적법절차를 준수하고 감찰대상자 소속 기관장이나 관계인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다.
3.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유의하여야 한다.
4. 감찰에 필요한 자료요청은 필요최소한으로 하고 자료제출의 양과 제출기관의 인력등을 고려하여 충분한 준비기간을 부여하여야 한다.

제15조(조사의 개시등) ① 법무부 및 검찰청 소속 공무원에 대한 진정·비위 사항은 형사처벌 또는 징계처분의 요건이 되는 행위를 범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조사한다.

여기에다 대검 측은 법무부가 이달 초 감찰규정 일부를 개정한 것 역시 윤 총장에 대한 감찰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본다.

법무부는 당시 "중요사항 감찰에 대하여는 법무부 감찰위원회의 자문을 받아야 한다"는 감찰규정 제4조를 "중요사항 감찰에 대하여는 법무부 감찰위원회의 자문을 받을 수 있다"로 바꿨다.

옛 규정에 따르면 검찰총장 감찰은 법무부 감찰위원회의 자문을 거쳐야 하는 사안이었지만, 새 규정에 따르면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 "향후에도 법과 원칙에 따라 절차 진행"

그렇다면 윤 총장에 대한 법무부의 감찰조사는 취소된 걸까? 그렇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 감찰관실은 입장문에서 감찰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이번 사안과 관련하여 수사나 비위감찰에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성역이 있을 수 없으므로 법무부는 향후에도 법과 원칙에 따라 절차를 진행할 예정임"

검찰 안팎에서도 법무부가 윤 총장에 대한 감찰조사를 어떻게든 진행해 마무리 지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다만, 다음 수순이 무엇이 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법무부가 "검찰총장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최대한 예의를 갖춰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힌 만큼, 류혁 감찰관이나 박은정 감찰담당관 등 감찰관실의 고위급 인사가 다시 대면 감찰조사를 시도할 수 있다. 하지만 윤 총장과 대검 측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반대로 법무부가 윤 총장과 대검 측의 요구대로 서면 조사에 나설 수도 있지만, 과연 그렇게 할지는 미지수다.

■ 최악의 상황…'총장 직무 배제'

이런 가운데 검찰 안팎에서는 최악의 상황도 상정된다. 바로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 배제'다.

앞서 본 법무부 감찰규정 제6조는 "정당한 사유 없이 불응할 경우 감찰 사안으로 처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감찰 불응이 또 다른 감찰 사안이 되는 건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시 불이행과 이를 근거로 윤 총장에 대한 직무 배제와 징계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윤 총장이 소송으로 맞서면 법무부와 대검 간 갈등은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고조되는 양측 갈등 속에 법무부가 선택할 다음 수가 무엇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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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尹 대면 감찰’ 불발…갈등은 현재진행형
    • 입력 2020-11-20 10:42:07
    취재K

■ 초유의 '검찰총장 대면 감찰조사' 불발

법무부 감찰관실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대면 감찰조사를 진행하겠다고 예고한 어제 오후 2시.

대검찰청 청사 주변에서는 분주한 움직임이 이어졌다. 초유의 '검찰총장 대면 감찰' 상황을 취재하려는 취재진이었다.

청사 주요 출입구마다 자리를 잡고 법무부 감찰관실 직원들을 기다렸지만, 시간이 지나도 이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다른 경로로 대검 청사에 들어갔나' 하는 이야기가 나올 즈음, 법무부는 '오늘 감찰조사가 일단 취소됐다'고 공지했다.

윤 총장 감찰을 두고 월요일부터 고조되던 법무부와 대검찰청 간 갈등이 잠시 숨을 고르는 순간이었다.

■ 秋 장관, 尹 총장에 대한 잇단 감찰·진상조사 지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윤 총장과 관련해 총 5건의 감찰 및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법무부 감찰관실이 감찰 중인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언론사 사주와의 만남 의혹을 비롯해 법무부 감찰관실과 대검찰청 감찰부가 합동 감찰 중인 라임자산운용 펀드 사기 사건 관련 로비 의혹과 보고 누락 의혹,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사기 수사 의뢰 무혐의 처분 등이다.

현직 검찰총장에 대한 대면 감찰은 말 그대로 초유의 상황이다.

지난 2013년,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이 '혼외자 의혹'과 관련해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지만, 채 전 총장이 스스로 물러나면서 실제 감찰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 법무부 "대검 비협조…사실상 불응하여 진행 못 해"

"금일 법무부 감찰관실은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을 위한 진상 확인을 위해 대검을 방문해 조사하고자 하였으나 대검에서 협조하지 않아 방문조사가 이뤄지지 않았음"

윤 총장에 대한 대면 감찰 취소와 관련해 법무부가 밝힌 공식 이유다. 감찰조사를 취소하게 된 원인이 어디까지나 대검에 있다는 뜻이다.

법무부는 지난 월요일부터 벌어진 일련의 상황을 전부 나열하며 감찰조사에 '협조하지 않는' 대검의 태도를 비판했다.

"법무부 감찰관실은 지난 월요일 검찰총장에 대한 진상 확인을 위한 대면 조사가 불가피해 일정을 협의하고자 했으나 불발됐다. 지난 화요일 오전 방문조사 일시를 알리고 오후에 방문조사예정서를 친전으로 접수하고자 했으나 (대검은) 인편으로 돌려보냈다. 이에 어제 방문조사예정서를 친전으로 우편을 통하여 송부했으나 당일 대검 직원이 직접 들고와 반송했다. 금일 오전 검찰총장 비서실을 통하여 방문조사 여부를 타진했으나 사실상 불응해 진행하지 못했다"

"사실상 불응"…'절차에 따라 서면으로 답변'

여기서 눈에 띄는 건 '사실상 불응'이라는 표현이다. 대검 측이 '감찰을 받지 않겠다'고 명시적인 의사를 밝힌 것은 아니라는 뜻으로 읽힌다.

실제로 대검 측은 법무부 검찰관실 소속 평검사 2명이 방문조사예정서를 들고온 지난 화요일을 비롯해 여러 차례에 걸쳐 법무부 측에 '절차에 따라 설명을 요구하면 서면으로 답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 '협조'와 '절차'…검찰총장 감찰조사를 보는 시각의 차이

법무부와 대검의 입장을 찬찬히 살펴보면 현재 검찰총장 감찰을 둘러싼 시각의 차이를 볼 수 있다. 바로 '협조'와 '절차'다.

법무부는 장관이 지시한 정당한 감찰에 대한 '협조 의무'를, 대검은 '정당한 감찰 절차'를 각각 상대에게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다 보니 하나의 '법무부 감찰규정'을 두고도 양측이 강조하는 조항이 다르다. 법무부가 강조하는 것은 감찰 대상자의 협조를 규정한 제6조다.

제6조(감찰대상자의 협조) ① 감찰대상자는 다음 사항에 대하여 협조하여야 한다.
1. 질문에 대한 답변
2. 증거물 및 자료제출
3. 출석과 진술서 제출
4. 기타 감찰업무 수행에 필요한 협조
②제1항에 규정된 협조사항에 대하여 정당한 사유 없이 불응할 경우 감찰 사안으로 처리한다.

반면, 대검은 '공정'하고 '적법'한 감찰 절차를 규정한 제3조와 조사를 개시할 때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규정한 제15조를 강조한다.

추 장관의 지시로 진행되는 감찰조사가 감찰 대상자에게 충분한 사전 절차를 거치도록 한 규정에 위배될 뿐 아니라, 윤 총장에 대한 감찰 개시가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증거를 공개하라는 것이다.

제3조(감찰의 준칙) 감찰을 수행할 때에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준수하여야 한다.
1. 모든 감찰대상자에게 법령 등을 공정하게 적용한다.
2. 적법절차를 준수하고 감찰대상자 소속 기관장이나 관계인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다.
3.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유의하여야 한다.
4. 감찰에 필요한 자료요청은 필요최소한으로 하고 자료제출의 양과 제출기관의 인력등을 고려하여 충분한 준비기간을 부여하여야 한다.

제15조(조사의 개시등) ① 법무부 및 검찰청 소속 공무원에 대한 진정·비위 사항은 형사처벌 또는 징계처분의 요건이 되는 행위를 범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조사한다.

여기에다 대검 측은 법무부가 이달 초 감찰규정 일부를 개정한 것 역시 윤 총장에 대한 감찰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본다.

법무부는 당시 "중요사항 감찰에 대하여는 법무부 감찰위원회의 자문을 받아야 한다"는 감찰규정 제4조를 "중요사항 감찰에 대하여는 법무부 감찰위원회의 자문을 받을 수 있다"로 바꿨다.

옛 규정에 따르면 검찰총장 감찰은 법무부 감찰위원회의 자문을 거쳐야 하는 사안이었지만, 새 규정에 따르면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 "향후에도 법과 원칙에 따라 절차 진행"

그렇다면 윤 총장에 대한 법무부의 감찰조사는 취소된 걸까? 그렇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 감찰관실은 입장문에서 감찰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이번 사안과 관련하여 수사나 비위감찰에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성역이 있을 수 없으므로 법무부는 향후에도 법과 원칙에 따라 절차를 진행할 예정임"

검찰 안팎에서도 법무부가 윤 총장에 대한 감찰조사를 어떻게든 진행해 마무리 지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다만, 다음 수순이 무엇이 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법무부가 "검찰총장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최대한 예의를 갖춰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힌 만큼, 류혁 감찰관이나 박은정 감찰담당관 등 감찰관실의 고위급 인사가 다시 대면 감찰조사를 시도할 수 있다. 하지만 윤 총장과 대검 측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반대로 법무부가 윤 총장과 대검 측의 요구대로 서면 조사에 나설 수도 있지만, 과연 그렇게 할지는 미지수다.

■ 최악의 상황…'총장 직무 배제'

이런 가운데 검찰 안팎에서는 최악의 상황도 상정된다. 바로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 배제'다.

앞서 본 법무부 감찰규정 제6조는 "정당한 사유 없이 불응할 경우 감찰 사안으로 처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감찰 불응이 또 다른 감찰 사안이 되는 건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시 불이행과 이를 근거로 윤 총장에 대한 직무 배제와 징계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윤 총장이 소송으로 맞서면 법무부와 대검 간 갈등은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고조되는 양측 갈등 속에 법무부가 선택할 다음 수가 무엇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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