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의창] 김정은, 금연 대열 합류하나?…北 ‘담배와의 전쟁’

입력 2020.11.20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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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개된 사진 또는 영상을 보면 항상 담배를 피우고 있거나 손가락에 담배 한 개비를 끼우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공식 회의는 물론이고 주민들이 생활하는 곳을 둘러보는 현장 시찰에서도 담배를 피웁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9년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전용 열차를 타고 베트남으로 가던 도중 중국 남부의 난닝역에서 내려 줄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포착되는 등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애연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국가정책을 결정하는 최고인민회의에서 공공장소 흡연을 금지하는 내용의 금연법을 채택됐습니다. 이제 김 위원장도 금연 대열에 합류하는 걸까요?


북한 금연법, 어길 시 처벌내용도 담겨

지난 4일 북한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채택된 금연법은 담배 생산과 판매, 흡연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금연법은 31개 조문으로 구성됐는데, 극장·영화관 등 공공장소, 어린이 보육기관, 교육기관, 의료·보건시설, 상업·금양 봉사시설, 공공운수수단 등에 흡연금지 장소를 지정하고 흡연질서를 어겼을 때 처벌하는 내용이 상세하게 들어있습니다.

북한은 2005년부터 '금연통제법'을 제정하고 공공장소에서 흡연 등 금연 통제를 강화했습니다. 지난해에는 담배 통제법을 개정해 외국산 담배수입을 제한했고, 전자담배와 연기 없는 담배를 금지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도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올해는 한층 강화된 법안을 채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北 성인남성, 흡연과 음주로 스트레스 풀어"

북한에서 담배는 술과 함께 가장 많이 찾는 기호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과거 우리나라에서도 그랬듯, 주로 남성들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의사 출신의 탈북민 최정훈씨는 '남북의창'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성인 남성 상당수가 흡연을 하고 있고, 장마당 등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은 쉽게 볼 수 있다" 며 "먹고 살기 힘들뿐더러 당국 차원에서 감시 통제 등 여러 가지 고충이 겹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수단이 음주와 흡연밖에 없다"라고 전했습니다.


북한 담배 종류만 2백여 개…. 담배 품질 향상 주문

북한에서 담배산업이 한 단계 발전하게 된 건 김정일 국방위원장 때입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경우 담배공장을 찾아 담배 생산을 독려하기도 했습니다. 담배는 국가가 운영하는 산업이기 때문에 내수든 수출이든 수익을 전부 국가가 가지고 갈 수 있는 점에서 알짜배기 사업으로 본 것입니다.

특히 담배의 품질을 향상시킬 것을 주문하면서 2000년대 들어 북한 담배 품질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북한 담배종류도 천지, 고향, 727, 려명 등 200여 가지로 늘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역시 집권 초기에는 담배의 국산화를 장려했고, 외화벌이 수단으로 이용했습니다. 또 담배를 정치적 이미지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현지시찰이나 신무기 시연장 등에서 자신보다 나이 많은 관료들 사이에서도 거침없이 담배를 피우는 김 위원장의 모습은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최고 권력자로서의 이미지를 굳건히 하려는 의도로 분석됩니다.

공공장소 흡연 경고…. 금연 캠페인 펼쳐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북한 내부에서 흡연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공공장소 흡연을 강력히 경고하고, 간접 흡연자들의 불만도 선전매체를 통해 가감 없이 전하고 있습니다. 지난 11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코로나19가 기도와 폐를 통해 침입하기 때문에 흡연자가 걸릴 가능성이 더 크다며 경고성 보도를 하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 금연법이 주민건강 증진을 넘어 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 제정된 것으로 분석합니다. 임을출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남북의창'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주민들은 주로 단체로 흡연하는 경우가 많고 또 단체로 흡연하면서 침방울이 전파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흡연을 그대로 방치를 한다면 전체 근로자들의 생산성을 약화할 수 있다고 북한당국이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금연법이 채택된 이후 김 위원장의 공개 사진을 보면 아직까지는 직접 담배를 피우는 모습은 없습니다. 그런데 지난 15일 열린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 장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회의 탁자에 크리스탈 재떨이가 놓여져 있고, 담배와 성냥으로 추정되는 물건이 재떨이 옆에 놓여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코로나19 방역을 강조하면서 주민들에게는 마스크를 착용할 것을 지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공개 장소에서 마스크를 쓴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금연법 제정으로 김 위원장이 흡연을 자제할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내일(21일) 아침 7시 50분 KBS 1TV에서 방송되는 '남북의창'에서는 김정은식 코로나 정치를 짚어보고, 북한의 '항공체육' 장려 등의 소식을 다룰 예정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 <남북의창>과 유튜브(https://www.youtube.com/channel/UCkLOF14rzE4O9K6WVP-cCJQ)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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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북의창] 김정은, 금연 대열 합류하나?…北 ‘담배와의 전쟁’
    • 입력 2020-11-20 11:15:24
    취재K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개된 사진 또는 영상을 보면 항상 담배를 피우고 있거나 손가락에 담배 한 개비를 끼우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공식 회의는 물론이고 주민들이 생활하는 곳을 둘러보는 현장 시찰에서도 담배를 피웁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9년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전용 열차를 타고 베트남으로 가던 도중 중국 남부의 난닝역에서 내려 줄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포착되는 등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애연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국가정책을 결정하는 최고인민회의에서 공공장소 흡연을 금지하는 내용의 금연법을 채택됐습니다. 이제 김 위원장도 금연 대열에 합류하는 걸까요?


북한 금연법, 어길 시 처벌내용도 담겨

지난 4일 북한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채택된 금연법은 담배 생산과 판매, 흡연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금연법은 31개 조문으로 구성됐는데, 극장·영화관 등 공공장소, 어린이 보육기관, 교육기관, 의료·보건시설, 상업·금양 봉사시설, 공공운수수단 등에 흡연금지 장소를 지정하고 흡연질서를 어겼을 때 처벌하는 내용이 상세하게 들어있습니다.

북한은 2005년부터 '금연통제법'을 제정하고 공공장소에서 흡연 등 금연 통제를 강화했습니다. 지난해에는 담배 통제법을 개정해 외국산 담배수입을 제한했고, 전자담배와 연기 없는 담배를 금지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도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올해는 한층 강화된 법안을 채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北 성인남성, 흡연과 음주로 스트레스 풀어"

북한에서 담배는 술과 함께 가장 많이 찾는 기호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과거 우리나라에서도 그랬듯, 주로 남성들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의사 출신의 탈북민 최정훈씨는 '남북의창'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성인 남성 상당수가 흡연을 하고 있고, 장마당 등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은 쉽게 볼 수 있다" 며 "먹고 살기 힘들뿐더러 당국 차원에서 감시 통제 등 여러 가지 고충이 겹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수단이 음주와 흡연밖에 없다"라고 전했습니다.


북한 담배 종류만 2백여 개…. 담배 품질 향상 주문

북한에서 담배산업이 한 단계 발전하게 된 건 김정일 국방위원장 때입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경우 담배공장을 찾아 담배 생산을 독려하기도 했습니다. 담배는 국가가 운영하는 산업이기 때문에 내수든 수출이든 수익을 전부 국가가 가지고 갈 수 있는 점에서 알짜배기 사업으로 본 것입니다.

특히 담배의 품질을 향상시킬 것을 주문하면서 2000년대 들어 북한 담배 품질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북한 담배종류도 천지, 고향, 727, 려명 등 200여 가지로 늘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역시 집권 초기에는 담배의 국산화를 장려했고, 외화벌이 수단으로 이용했습니다. 또 담배를 정치적 이미지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현지시찰이나 신무기 시연장 등에서 자신보다 나이 많은 관료들 사이에서도 거침없이 담배를 피우는 김 위원장의 모습은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최고 권력자로서의 이미지를 굳건히 하려는 의도로 분석됩니다.

공공장소 흡연 경고…. 금연 캠페인 펼쳐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북한 내부에서 흡연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공공장소 흡연을 강력히 경고하고, 간접 흡연자들의 불만도 선전매체를 통해 가감 없이 전하고 있습니다. 지난 11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코로나19가 기도와 폐를 통해 침입하기 때문에 흡연자가 걸릴 가능성이 더 크다며 경고성 보도를 하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 금연법이 주민건강 증진을 넘어 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 제정된 것으로 분석합니다. 임을출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남북의창'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주민들은 주로 단체로 흡연하는 경우가 많고 또 단체로 흡연하면서 침방울이 전파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흡연을 그대로 방치를 한다면 전체 근로자들의 생산성을 약화할 수 있다고 북한당국이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금연법이 채택된 이후 김 위원장의 공개 사진을 보면 아직까지는 직접 담배를 피우는 모습은 없습니다. 그런데 지난 15일 열린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 장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회의 탁자에 크리스탈 재떨이가 놓여져 있고, 담배와 성냥으로 추정되는 물건이 재떨이 옆에 놓여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코로나19 방역을 강조하면서 주민들에게는 마스크를 착용할 것을 지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공개 장소에서 마스크를 쓴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금연법 제정으로 김 위원장이 흡연을 자제할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내일(21일) 아침 7시 50분 KBS 1TV에서 방송되는 '남북의창'에서는 김정은식 코로나 정치를 짚어보고, 북한의 '항공체육' 장려 등의 소식을 다룰 예정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 <남북의창>과 유튜브(https://www.youtube.com/channel/UCkLOF14rzE4O9K6WVP-cCJQ)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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