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요에도 성차별이? 서울시 ‘성평등 어린이사전’ 제안

입력 2020.11.20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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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굴개굴 개구리 노래를 한다, 아들 손자 며느리 다 모여서
익숙한 동요지만, 최근엔 가사를 바꿔 부르자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아들과 손자, 며느리’로 특정된 개구리 가족 구성이 가부장적이라는 지적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불러야 차별 없는 동요가 될까? 지난해 서울녹색당 양육자모임 ‘초록육아당’은 동요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가사를 제안했습니다. (유튜브 링크 : https://youtu.be/SZvQ3Dq3JKo)

“개굴개굴 개구리 노래를 한다, 우리 가족 모두들 다 모여서
아들과 손자, 며느리뿐이던 개구리 가족은 ‘우리 가족 모두’로 바뀌며 손녀와 사위, 딸까지 모두 모여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됐습니다.

이렇게 동요에서도 성차별 요소를 발견할 수 있는데, 아이들이 겪는 일상에서는 어떨까요.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은 오늘(20일) ‘세계 어린이날’을 맞아 ‘성평등 어린이 사전’을 발표했습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학교에서 아이들이 겪는 성차별적 말과 행동을 통해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 또는 차별로 다가올 수 있으니 바꿔보자는 겁니다.

이달 초, 여성가족재단은 홈페이지를 통해 설문조사를 했는데, 천 53명의 시민이 설문에 참여해 1,400여 건의 개선안을 제시했습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학교생활에서 성차별이 가장 우려되는 부분으로는 ‘선생님의 말과 행동’(31.4%)이 1위로 꼽혔습니다. 이어 교육 프로그램(26.1%), 친구들의 말과 행동(21.8%), 교재와 교구 등 교육내용(19.1%)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멋진 왕자님, 예쁜 공주님’ 이제 그만
“어머님, OO 이가 오늘은 형님 반에 있는 장수풍뎅이에 많은 관심을 보였어요.”

어린이집 알림장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서울시 어린이 성 평등 사전에 따르면 이 짧은 문장에서도 두 가지 개선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우선 ‘형님반’.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통상적으로 6세, 7세 반을 지칭하는 말이지만, 이를 남아와 여아 모두를 어우를 수 있는 이름으로 바꾸자는 겁니다. ‘6세 반’, ‘7세 반’ 또는 ‘나무반’처럼 성별 구분 없는 언어로 사용하자고 제안합니다.

다음은 ‘어머님’. 가정통신문 등의 알림장에서 ‘어머님’으로 시작하는 것 역시 바뀌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보호자의 역할이 엄마에게만 부여하는 것처럼 전달될 수 있는 만큼, ‘어머님’보다는 ‘보호자’로 바꾸자는 의견입니다.


일과 중 선생님들이 사용하는 용어에 대한 개선안도 나왔습니다. 바닥에 앉아 놀이하거나 수업을 들을 때 주로 하는 ‘아빠 다리’를 성별을 지칭하는 용어가 아닌, 다리 모양에 따라 ‘나비 다리’로 바꾸자고 제안했습니다.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나비 날개 모양을 본뜬 말로 바꾸자는 겁니다.

‘멋진 왕자님’ ‘예쁜 공주님’ 등 성별로 구분하는 수식어도 개선해야 할 말과 행동으로 꼽혔습니다. 멋지고 예쁘다는 표현보다는 ‘튼튼한’, ‘씩씩한’, ‘밝은’ 등 아이들 특성에 맞는 수식을 사용할 것을 권했습니다.

발레와 태권도, 핑크와 파랑도 자유롭게
수업과 놀이, 학예회 등에 대한 개선 요구도 있었습니다. ‘남자는 파랑, 여자는 핑크’처럼 아직도 남아 있는 성별 고정관념 이제는 개선하자는 겁니다.

학예회에서 여아는 발레 공연, 남아는 태권도 시범공연을 하는 등 성별에 따라 구분되는 것을 아이들이 원하는 것으로 자유롭게 선택하게 하고, 이름표나 학용품 등에서 색이나 무늬에 대한 구분 역시 아이들의 선택에 따르자고 제안합니다.

또, 치마와 바지로 정해진 원복과 교복은 편의에 따라 선택해서 입을 수 있도록 하고, 졸업앨범에 공통으로 들어가는 드레스와 턱시도 촬영 역시 자유복으로 바꿀 것을 권했습니다.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은 어린이집 보육 교직원과 양육자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 ‘세 살 성평등, 세상을 바꾼다’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교육 신청은 서울시 여성가족재단 보육서비스지원센터 홈페이지(https://child.seoulwomen.or.kr)를 통해서 하면 됩니다.

백미순 서울시 여성가족재단 대표이사는 “어린이들이 집 이외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학교에서 아직도 성차별 개선 과제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아동기부터 성평등한 돌봄과 교육으로 나아가길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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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요에도 성차별이? 서울시 ‘성평등 어린이사전’ 제안
    • 입력 2020-11-20 16:04:07
    취재K
“개굴개굴 개구리 노래를 한다, 아들 손자 며느리 다 모여서
익숙한 동요지만, 최근엔 가사를 바꿔 부르자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아들과 손자, 며느리’로 특정된 개구리 가족 구성이 가부장적이라는 지적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불러야 차별 없는 동요가 될까? 지난해 서울녹색당 양육자모임 ‘초록육아당’은 동요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가사를 제안했습니다. (유튜브 링크 : https://youtu.be/SZvQ3Dq3JKo)

“개굴개굴 개구리 노래를 한다, 우리 가족 모두들 다 모여서
아들과 손자, 며느리뿐이던 개구리 가족은 ‘우리 가족 모두’로 바뀌며 손녀와 사위, 딸까지 모두 모여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됐습니다.

이렇게 동요에서도 성차별 요소를 발견할 수 있는데, 아이들이 겪는 일상에서는 어떨까요.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은 오늘(20일) ‘세계 어린이날’을 맞아 ‘성평등 어린이 사전’을 발표했습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학교에서 아이들이 겪는 성차별적 말과 행동을 통해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 또는 차별로 다가올 수 있으니 바꿔보자는 겁니다.

이달 초, 여성가족재단은 홈페이지를 통해 설문조사를 했는데, 천 53명의 시민이 설문에 참여해 1,400여 건의 개선안을 제시했습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학교생활에서 성차별이 가장 우려되는 부분으로는 ‘선생님의 말과 행동’(31.4%)이 1위로 꼽혔습니다. 이어 교육 프로그램(26.1%), 친구들의 말과 행동(21.8%), 교재와 교구 등 교육내용(19.1%)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멋진 왕자님, 예쁜 공주님’ 이제 그만
“어머님, OO 이가 오늘은 형님 반에 있는 장수풍뎅이에 많은 관심을 보였어요.”

어린이집 알림장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서울시 어린이 성 평등 사전에 따르면 이 짧은 문장에서도 두 가지 개선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우선 ‘형님반’.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통상적으로 6세, 7세 반을 지칭하는 말이지만, 이를 남아와 여아 모두를 어우를 수 있는 이름으로 바꾸자는 겁니다. ‘6세 반’, ‘7세 반’ 또는 ‘나무반’처럼 성별 구분 없는 언어로 사용하자고 제안합니다.

다음은 ‘어머님’. 가정통신문 등의 알림장에서 ‘어머님’으로 시작하는 것 역시 바뀌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보호자의 역할이 엄마에게만 부여하는 것처럼 전달될 수 있는 만큼, ‘어머님’보다는 ‘보호자’로 바꾸자는 의견입니다.


일과 중 선생님들이 사용하는 용어에 대한 개선안도 나왔습니다. 바닥에 앉아 놀이하거나 수업을 들을 때 주로 하는 ‘아빠 다리’를 성별을 지칭하는 용어가 아닌, 다리 모양에 따라 ‘나비 다리’로 바꾸자고 제안했습니다.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나비 날개 모양을 본뜬 말로 바꾸자는 겁니다.

‘멋진 왕자님’ ‘예쁜 공주님’ 등 성별로 구분하는 수식어도 개선해야 할 말과 행동으로 꼽혔습니다. 멋지고 예쁘다는 표현보다는 ‘튼튼한’, ‘씩씩한’, ‘밝은’ 등 아이들 특성에 맞는 수식을 사용할 것을 권했습니다.

발레와 태권도, 핑크와 파랑도 자유롭게
수업과 놀이, 학예회 등에 대한 개선 요구도 있었습니다. ‘남자는 파랑, 여자는 핑크’처럼 아직도 남아 있는 성별 고정관념 이제는 개선하자는 겁니다.

학예회에서 여아는 발레 공연, 남아는 태권도 시범공연을 하는 등 성별에 따라 구분되는 것을 아이들이 원하는 것으로 자유롭게 선택하게 하고, 이름표나 학용품 등에서 색이나 무늬에 대한 구분 역시 아이들의 선택에 따르자고 제안합니다.

또, 치마와 바지로 정해진 원복과 교복은 편의에 따라 선택해서 입을 수 있도록 하고, 졸업앨범에 공통으로 들어가는 드레스와 턱시도 촬영 역시 자유복으로 바꿀 것을 권했습니다.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은 어린이집 보육 교직원과 양육자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 ‘세 살 성평등, 세상을 바꾼다’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교육 신청은 서울시 여성가족재단 보육서비스지원센터 홈페이지(https://child.seoulwomen.or.kr)를 통해서 하면 됩니다.

백미순 서울시 여성가족재단 대표이사는 “어린이들이 집 이외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학교에서 아직도 성차별 개선 과제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아동기부터 성평등한 돌봄과 교육으로 나아가길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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