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꿈”이라던 왕기춘, 6년 징역형 선고받아

입력 2020.11.20 (17:32) 수정 2020.11.21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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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왕기춘, 힘든 훈련 중에 ‘내 꿈은 평범한 선생님’
미성년자 그루밍 성범죄로 징역 6년형 선고받아


"저는요 그냥 평범하게 여자 고등학교 선생님이 되는 게 소원이에요"

2012년 런던올림픽을 한 달여 앞둔 어느 날, 태릉선수촌 유도훈련장에서 만난 그는 땀으로 범벅이 된 얼굴을 수건으로 닦아내며 '고등학교 선생님이 돼 여고생들을 가르치는 것이 자신의 꿈'이라고 말했다. 국가대표 선수의 소망치고는 소박하다고 생각되는 말이었다.

그는 런던올림픽 남자 유도 73kg급 국가대표 왕기춘(32)이었다. 런던 올림픽 동메달 결정전에서 져 메달 없이 돌아왔지만, 왕기춘은 4년 전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해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결승에서 13초 만에 한판패를 당하긴 했지만, 예선에서 갈비뼈 4개가 금이 가고 발목과 손가락 인대가 끊어지는 심각한 부상을 딛고 결승에 올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가 발휘한 투혼은 금메달을 뛰어넘는 박수를 받았다.

그 왕기춘이 오늘(20일) 대구지방법원으로부터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범죄로 징역 6년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아동과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그에게 징역형과 함께 아동·청소년 관련 및 복지 시설 취업 제한 8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수강도 명령했다.

범죄 내용은 왕기춘이 지난 2017년 2월 자신이 운영하는 체육관에 다니는 17살 A양을 성폭행한 것이다. 또 2019년 8월부터 올 2월까지 체육관에 다니는 16살 미성년 제자인 B양과 10차례에 걸쳐 성관계한 혐의 등이다.

왕기춘은 이 범죄로 유도 영웅에서 범죄자로 한순간에 추락했다. 미성년자 성폭행으로 대한체육회에서도 영구 제명되고 대한유도회에서도 단급이 없어지는 삭단 처분을 받았다.

왕기춘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은메달과 2007년·2009년 세계선수권 금메달 등을 획득해 월 100만 원의 체육연금을 받고 있었는데, 형이 최종 확정되면 연금 수령도 할 수 없다.

이 사건을 조사하며 기소해 9년 징역형을 구형했던 검찰은 왕기춘의 성범죄를 전형적인 '그루밍(grooming)'으로 판단했다. 자신의 우월한 지위와 나이를 이용해 호감을 사며 접근하고 심리적 거리를 좁힌 뒤 미성년 피해자에게 성폭력을 가했다고 본 것이다.

한 명의 스포츠 영웅을 탄생시키는 것은 긴 세월 동안 매우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몹시 어려운 일이다. 그 스포츠 영웅이 반사회적인 범죄자로 추락하는 것을 막기 위한 인성 교육도 절실하다는 것을 이번 사건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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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생님이 꿈”이라던 왕기춘, 6년 징역형 선고받아
    • 입력 2020-11-20 17:32:58
    • 수정2020-11-21 10:5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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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기춘, 힘든 훈련 중에 ‘내 꿈은 평범한 선생님’<br />미성년자 그루밍 성범죄로 징역 6년형 선고받아

"저는요 그냥 평범하게 여자 고등학교 선생님이 되는 게 소원이에요"

2012년 런던올림픽을 한 달여 앞둔 어느 날, 태릉선수촌 유도훈련장에서 만난 그는 땀으로 범벅이 된 얼굴을 수건으로 닦아내며 '고등학교 선생님이 돼 여고생들을 가르치는 것이 자신의 꿈'이라고 말했다. 국가대표 선수의 소망치고는 소박하다고 생각되는 말이었다.

그는 런던올림픽 남자 유도 73kg급 국가대표 왕기춘(32)이었다. 런던 올림픽 동메달 결정전에서 져 메달 없이 돌아왔지만, 왕기춘은 4년 전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해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결승에서 13초 만에 한판패를 당하긴 했지만, 예선에서 갈비뼈 4개가 금이 가고 발목과 손가락 인대가 끊어지는 심각한 부상을 딛고 결승에 올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가 발휘한 투혼은 금메달을 뛰어넘는 박수를 받았다.

그 왕기춘이 오늘(20일) 대구지방법원으로부터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범죄로 징역 6년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아동과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그에게 징역형과 함께 아동·청소년 관련 및 복지 시설 취업 제한 8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수강도 명령했다.

범죄 내용은 왕기춘이 지난 2017년 2월 자신이 운영하는 체육관에 다니는 17살 A양을 성폭행한 것이다. 또 2019년 8월부터 올 2월까지 체육관에 다니는 16살 미성년 제자인 B양과 10차례에 걸쳐 성관계한 혐의 등이다.

왕기춘은 이 범죄로 유도 영웅에서 범죄자로 한순간에 추락했다. 미성년자 성폭행으로 대한체육회에서도 영구 제명되고 대한유도회에서도 단급이 없어지는 삭단 처분을 받았다.

왕기춘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은메달과 2007년·2009년 세계선수권 금메달 등을 획득해 월 100만 원의 체육연금을 받고 있었는데, 형이 최종 확정되면 연금 수령도 할 수 없다.

이 사건을 조사하며 기소해 9년 징역형을 구형했던 검찰은 왕기춘의 성범죄를 전형적인 '그루밍(grooming)'으로 판단했다. 자신의 우월한 지위와 나이를 이용해 호감을 사며 접근하고 심리적 거리를 좁힌 뒤 미성년 피해자에게 성폭력을 가했다고 본 것이다.

한 명의 스포츠 영웅을 탄생시키는 것은 긴 세월 동안 매우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몹시 어려운 일이다. 그 스포츠 영웅이 반사회적인 범죄자로 추락하는 것을 막기 위한 인성 교육도 절실하다는 것을 이번 사건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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