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해진 ‘친환경’ 경쟁…‘착한 투자’로 돈 벌 수 있을까

입력 2020.11.22 (09:01) 수정 2020.11.22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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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영끌’ 투자 성행…부동산 이어 코스피 역대 최고치 근접
美 바이든 당선으로 세계는 ‘친환경’ 주도권 경쟁
기후변화 대응 ‘착한 투자’ 대세로


투자 열풍이 거셉니다. 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이른바 '영끌' 투자가 부동산뿐 아니라 주식에도 쏠리고 있습니다. 집값은 말할 것 없고 코스피지수도 역대 최고치에 근접하고 있습니다. 중장년층은 불안한 노후를 위해, 젊은 층은 그들대로 절박한 심정을 갖고 투자하는 듯합니다.

하지만 아르바이트나 주식투자 해본 사람은 남의 돈 버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 겁니다. 너도나도 예측하지만, 사실은 아무도 모르는 시장이 언제 어떻게 흔들릴지 불안합니다. 거의 언제나 '축제'의 끝에는 허망한 폭락이 있었습니다.

돈을 버는 게 투자의 가장 큰 목적이겠지만, 이왕이면 지속할 수 있고 세상을 좋은 쪽으로 바꿀 것이라는 스토리를 가진 '착한 투자'가 있다면 무작위에 의한 등락 속에서 그나마 위안으로 삼을 수 있을 듯합니다.

■ 美 바이든 시대의 개막 …유럽·중국과 '친환경' 주도권 경쟁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일관되게 기후변화가 가짜뉴스, 음모라며 미국 굴뚝 산업의 이해를 대변해 왔습니다. 미국을 포함한 세계 195개국이 2015년 합의한 파리기후변화협약도 탈퇴해 버렸습니다. 파리기후변화협약은 지구 평균온도가 산업혁명 이전보다 2도 이상 올라가지 않게 하는 조치들을 담고 있습니다.

(출처 : https://buildbackbetter.com/ 바이든 당선자 인수위 홈페이지)

바이든 당선자는 다릅니다. 대통령 인수위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우선순위 정책 네 개가 첫 페이지에 떠 있습니다. 코로나 19, 경제회복, 인종 평등, 그리고 기후변화입니다. 바이든은 당선 일성으로 파리기후변화협약 재가입을 천명했습니다.

대선 공약에도 친환경 정책들이 빼곡히 담겼습니다. 10년간 청정에너지 인프라 구축에 2조 달러 투자, 관련 일자리 100만 개 창출, 2030년까지 전기차 충전소 50만 개 건설, 태양광 패널 500만 개, 풍력발전용 터빈 6만 개 설치 등등입니다.

유럽은 일찌감치 선제적 조치를 취해왔습니다. 영국은 최근 석유로 달리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판매금지 시기를 2035년에서 2030년으로 앞당기기로 했습니다. 독일도 2030년, 프랑스·스페인 2040년 등 줄줄이 내연기관 자동차 퇴출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이산화탄소 최대 배출국인 중국까지 지난달 민·관 합동으로 2035년 내연기관 차량 생산을 중단하겠다는 로드맵을 발표했습니다. 미국까지 합류하면서 전 세계는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거스르기 힘든 명분을 걸고, 전기차 등 산업적 이해관계가 얽힌 치열한 주도권 다툼을 벌이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글로벌 기업들도 분주합니다. 시총 세계 1위 애플을 비롯해 구글, MS, 아마존, 포드 등은 앞다퉈 탄소 중립을 선언했습니다. 이혼 위자료만으로 전 부인을 세계 여성 부호 4위에 올려주고도 여전히 부자 순위 1위인 아마존의 CEO 제프 베이조스는 '지구기금'을 설립해 최근 국제자연보호협회 등 16곳에 기후변화 대응에 쓰라며 8,70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기후변화에 주목하는 소비자와 거대 투자사 등의 시선을 외면하기 어렵기 때문으로 해석됩니다.

■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펀드 , '착한 투자'의 성과는

펀드 평가사 모닝스타에 따르면 한국의 ESG 펀드 자산규모가 3분기 역대 최대 규모인 8천 429억 원으로 커졌고, 최근 1년 수익률도 38.01%로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17.50%)을 크게 웃돌았습니다. 이른바 '착한 투자'는 수익률이 낮을 거라는 편견을 깨는 수치입니다.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합니다. ESG펀드는 이 분야를 지표화해 환경과 사회에 긍정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건전한 지배구조를 갖춘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입니다. '착한 투자' 펀드로 일컬어지기도 합니다.

한국거래소가 개발해 지난 16일 처음 발표한 탄소효율 그린뉴딜지수도 1414.14를 기록해 기준 시점인 2015년 3월의 1000에 비해 41.4% 올랐습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24.8%보다 높았습니다. 그린뉴딜지수는 같은 산업군에서 매출액에 비해 탄소 배출량이 적은 기업에 가중치를 매겨 편입 비중을 결정하는 지수입니다.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착한 투자'가 돈까지 벌어준 셈입니다. 거래소는 운용자금 규모가 커질수록 편입된 기업들이 투자를 이끌기 위해 탄소 배출량 감축 필요성을 느낄 것으로 기대한다고 합니다.

세계적으로는 ESG 관련 투자금이 40조 달러를 넘었습니다. 펀드뿐 아니라 개별 기업도 ESG 평가 등급이 높은 기업에 투자가 몰리고 수익도 높아 대세가 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MS, 구글, 테슬라 등이고 국내기업으론 LG전자, 네이버 등입니다.

반면에 한국전력 같은 경우 해외에서 석탄발전에 참여하고 있다는 이유로 네덜란드 공적연금이 지난 2월 약 790억 원 상당의 지분을 매각해 투자를 회수하는 등 고전하고 있습니다.

■ 심해지는 기후위기 … 이왕이면 '착한 투자'

"현대 산업기술 문명은 인류라는 종(種)의 '거대한 집단자살체제'와 다름없다."
(故 김종철 前 녹색평론 발행인, 생태사상가)

성장에 목매는 지금의 경제구조와 대량소비를 바탕으로 하는 생활양식은, 자원고갈과 기후변화로 파탄할 것이라는 경고입니다.

기후변화 전문가인 조천호 前국립기상과학원장도 지금의 온난화 추세를 막지 못한다면, 머지않아 인류는 과거 한 번도 살아본 적 없는 기온대에 살며 생존할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오를 거라고 합니다.

기후 변화를 막으려면 근원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공감하면서 하는 데까지 해야겠지만, 현실을 모두 바꾸기는 요원해 보입니다.


그나마 기업들이 기후대응을 외면할 수 없는 것은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주식투자 대기 자금인 증권사 예탁금이 역대 최고에 근접했다는데, 이 에너지를 활용하면 현실적으로 도움이 될 듯합니다. 물론 투자자들이 돈도 안 되는데 순진하게 '착한 투자'를 할 리는 없겠죠. 기업은 경쟁력을 갖추고 투자자는 이왕이면 '착한 투자'로 지구도 살리고 이익도 얻는다면 금상첨화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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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열해진 ‘친환경’ 경쟁…‘착한 투자’로 돈 벌 수 있을까
    • 입력 2020-11-22 09:01:47
    • 수정2020-11-22 09:05:24
    취재K
‘영끌’ 투자 성행…부동산 이어 코스피 역대 최고치 근접<br />美 바이든 당선으로 세계는 ‘친환경’ 주도권 경쟁<br />기후변화 대응 ‘착한 투자’ 대세로

투자 열풍이 거셉니다. 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이른바 '영끌' 투자가 부동산뿐 아니라 주식에도 쏠리고 있습니다. 집값은 말할 것 없고 코스피지수도 역대 최고치에 근접하고 있습니다. 중장년층은 불안한 노후를 위해, 젊은 층은 그들대로 절박한 심정을 갖고 투자하는 듯합니다.

하지만 아르바이트나 주식투자 해본 사람은 남의 돈 버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 겁니다. 너도나도 예측하지만, 사실은 아무도 모르는 시장이 언제 어떻게 흔들릴지 불안합니다. 거의 언제나 '축제'의 끝에는 허망한 폭락이 있었습니다.

돈을 버는 게 투자의 가장 큰 목적이겠지만, 이왕이면 지속할 수 있고 세상을 좋은 쪽으로 바꿀 것이라는 스토리를 가진 '착한 투자'가 있다면 무작위에 의한 등락 속에서 그나마 위안으로 삼을 수 있을 듯합니다.

■ 美 바이든 시대의 개막 …유럽·중국과 '친환경' 주도권 경쟁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일관되게 기후변화가 가짜뉴스, 음모라며 미국 굴뚝 산업의 이해를 대변해 왔습니다. 미국을 포함한 세계 195개국이 2015년 합의한 파리기후변화협약도 탈퇴해 버렸습니다. 파리기후변화협약은 지구 평균온도가 산업혁명 이전보다 2도 이상 올라가지 않게 하는 조치들을 담고 있습니다.

(출처 : https://buildbackbetter.com/ 바이든 당선자 인수위 홈페이지)

바이든 당선자는 다릅니다. 대통령 인수위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우선순위 정책 네 개가 첫 페이지에 떠 있습니다. 코로나 19, 경제회복, 인종 평등, 그리고 기후변화입니다. 바이든은 당선 일성으로 파리기후변화협약 재가입을 천명했습니다.

대선 공약에도 친환경 정책들이 빼곡히 담겼습니다. 10년간 청정에너지 인프라 구축에 2조 달러 투자, 관련 일자리 100만 개 창출, 2030년까지 전기차 충전소 50만 개 건설, 태양광 패널 500만 개, 풍력발전용 터빈 6만 개 설치 등등입니다.

유럽은 일찌감치 선제적 조치를 취해왔습니다. 영국은 최근 석유로 달리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판매금지 시기를 2035년에서 2030년으로 앞당기기로 했습니다. 독일도 2030년, 프랑스·스페인 2040년 등 줄줄이 내연기관 자동차 퇴출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이산화탄소 최대 배출국인 중국까지 지난달 민·관 합동으로 2035년 내연기관 차량 생산을 중단하겠다는 로드맵을 발표했습니다. 미국까지 합류하면서 전 세계는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거스르기 힘든 명분을 걸고, 전기차 등 산업적 이해관계가 얽힌 치열한 주도권 다툼을 벌이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글로벌 기업들도 분주합니다. 시총 세계 1위 애플을 비롯해 구글, MS, 아마존, 포드 등은 앞다퉈 탄소 중립을 선언했습니다. 이혼 위자료만으로 전 부인을 세계 여성 부호 4위에 올려주고도 여전히 부자 순위 1위인 아마존의 CEO 제프 베이조스는 '지구기금'을 설립해 최근 국제자연보호협회 등 16곳에 기후변화 대응에 쓰라며 8,70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기후변화에 주목하는 소비자와 거대 투자사 등의 시선을 외면하기 어렵기 때문으로 해석됩니다.

■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펀드 , '착한 투자'의 성과는

펀드 평가사 모닝스타에 따르면 한국의 ESG 펀드 자산규모가 3분기 역대 최대 규모인 8천 429억 원으로 커졌고, 최근 1년 수익률도 38.01%로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17.50%)을 크게 웃돌았습니다. 이른바 '착한 투자'는 수익률이 낮을 거라는 편견을 깨는 수치입니다.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합니다. ESG펀드는 이 분야를 지표화해 환경과 사회에 긍정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건전한 지배구조를 갖춘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입니다. '착한 투자' 펀드로 일컬어지기도 합니다.

한국거래소가 개발해 지난 16일 처음 발표한 탄소효율 그린뉴딜지수도 1414.14를 기록해 기준 시점인 2015년 3월의 1000에 비해 41.4% 올랐습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24.8%보다 높았습니다. 그린뉴딜지수는 같은 산업군에서 매출액에 비해 탄소 배출량이 적은 기업에 가중치를 매겨 편입 비중을 결정하는 지수입니다.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착한 투자'가 돈까지 벌어준 셈입니다. 거래소는 운용자금 규모가 커질수록 편입된 기업들이 투자를 이끌기 위해 탄소 배출량 감축 필요성을 느낄 것으로 기대한다고 합니다.

세계적으로는 ESG 관련 투자금이 40조 달러를 넘었습니다. 펀드뿐 아니라 개별 기업도 ESG 평가 등급이 높은 기업에 투자가 몰리고 수익도 높아 대세가 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MS, 구글, 테슬라 등이고 국내기업으론 LG전자, 네이버 등입니다.

반면에 한국전력 같은 경우 해외에서 석탄발전에 참여하고 있다는 이유로 네덜란드 공적연금이 지난 2월 약 790억 원 상당의 지분을 매각해 투자를 회수하는 등 고전하고 있습니다.

■ 심해지는 기후위기 … 이왕이면 '착한 투자'

"현대 산업기술 문명은 인류라는 종(種)의 '거대한 집단자살체제'와 다름없다."
(故 김종철 前 녹색평론 발행인, 생태사상가)

성장에 목매는 지금의 경제구조와 대량소비를 바탕으로 하는 생활양식은, 자원고갈과 기후변화로 파탄할 것이라는 경고입니다.

기후변화 전문가인 조천호 前국립기상과학원장도 지금의 온난화 추세를 막지 못한다면, 머지않아 인류는 과거 한 번도 살아본 적 없는 기온대에 살며 생존할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오를 거라고 합니다.

기후 변화를 막으려면 근원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공감하면서 하는 데까지 해야겠지만, 현실을 모두 바꾸기는 요원해 보입니다.


그나마 기업들이 기후대응을 외면할 수 없는 것은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주식투자 대기 자금인 증권사 예탁금이 역대 최고에 근접했다는데, 이 에너지를 활용하면 현실적으로 도움이 될 듯합니다. 물론 투자자들이 돈도 안 되는데 순진하게 '착한 투자'를 할 리는 없겠죠. 기업은 경쟁력을 갖추고 투자자는 이왕이면 '착한 투자'로 지구도 살리고 이익도 얻는다면 금상첨화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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