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데나 놔두는 전동킥보드…“시각장애인에겐 지뢰밭”

입력 2020.11.22 (21:28) 수정 2020.11.22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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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곳곳에 세워진 전동킥보드, 많이 보실 텐데요.

이런 곳에 있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아무 곳에나 방치되곤 하는데, 통행에 방해가 될 때가 적지 않죠.

그런데 시각장애인들에게는 불편함 정도가 아니라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위험 요인이라고 합니다.

이유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중증 시각장애인 이차용 씨는 두 달 전, 길에서 넘어져 치아가 깨졌습니다.

길 위의 점자 역할을 하는 ‘유도블록’에 놓인 전동킥보드에 발이 걸려 넘어진 겁니다.

[이차용/시각장애인 : “유도블록에 그게 있다는 것 자체를 상상을 못 하니까….”]

허리 높이까지 오는 자전거와 달리, 전동킥보드는 딱 성인 발목만큼의 높이라 걸리면 부딪히는 데 끝나지 않고 대부분 넘어집니다.

[이차용/시각장애인 : “이렇게 가다가 걸리면 몸이 쏠려 버리니까…. 무심코 놓고 가는 게 저희한테는 지뢰밭이에요.”]

아무 데나 세워둔 전동킥보드로 인한 민원이 이어지면서 지자체와 운영업체는 뒤늦게 주차 제한 구역을 지정했습니다.

시각장애인 점자 유도블록 위나 건널목 앞, 지하철역과 버스 정류장 10m 이내 등입니다.

잘 지켜지고 있을까.

버스승강장에서 불과 2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전동킥보드가 세워져 있습니다.

주차 제한구역에 세워둔 것이지만 처벌규정이 없다 보니 실제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겁니다.

지하철역 인근은 물론 건널목 신호등 색을 알려주는 시각장애인 음향신호기 앞까지 전동킥보드가 점령했습니다.

[오병철/동서울자립센터 소장 : “지팡이로 보행하면 바닥에 너무 낮게 있거나 무릎 정도 있는 경우는 걸리기도 하고 안 걸리기도 해서…. 좀 더 일정한 공간에 주차했으면 좋겠고요.”]

당장 다음 달 10일부터는 원동기 면허가 없어도 전동킥보드를 탈 수 있어 이용량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제한 구역에 세워진 전동킥보드를 견인할 수 있도록 하고, 견인비는 운영업체에 물리는 서울시 조례 개정안은 내년 시행을 목표로 추진 중입니다.

현실보다 늦게 변하는 규제와 인식 탓에 시각장애인은 오늘도 지뢰밭을 걷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유민입니다.

촬영기자:권준용 조창훈/영상편집:서정혁/그래픽: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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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무 데나 놔두는 전동킥보드…“시각장애인에겐 지뢰밭”
    • 입력 2020-11-22 21:28:00
    • 수정2020-11-22 21:36:59
    뉴스 9
[앵커]

요즘 곳곳에 세워진 전동킥보드, 많이 보실 텐데요.

이런 곳에 있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아무 곳에나 방치되곤 하는데, 통행에 방해가 될 때가 적지 않죠.

그런데 시각장애인들에게는 불편함 정도가 아니라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위험 요인이라고 합니다.

이유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중증 시각장애인 이차용 씨는 두 달 전, 길에서 넘어져 치아가 깨졌습니다.

길 위의 점자 역할을 하는 ‘유도블록’에 놓인 전동킥보드에 발이 걸려 넘어진 겁니다.

[이차용/시각장애인 : “유도블록에 그게 있다는 것 자체를 상상을 못 하니까….”]

허리 높이까지 오는 자전거와 달리, 전동킥보드는 딱 성인 발목만큼의 높이라 걸리면 부딪히는 데 끝나지 않고 대부분 넘어집니다.

[이차용/시각장애인 : “이렇게 가다가 걸리면 몸이 쏠려 버리니까…. 무심코 놓고 가는 게 저희한테는 지뢰밭이에요.”]

아무 데나 세워둔 전동킥보드로 인한 민원이 이어지면서 지자체와 운영업체는 뒤늦게 주차 제한 구역을 지정했습니다.

시각장애인 점자 유도블록 위나 건널목 앞, 지하철역과 버스 정류장 10m 이내 등입니다.

잘 지켜지고 있을까.

버스승강장에서 불과 2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전동킥보드가 세워져 있습니다.

주차 제한구역에 세워둔 것이지만 처벌규정이 없다 보니 실제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겁니다.

지하철역 인근은 물론 건널목 신호등 색을 알려주는 시각장애인 음향신호기 앞까지 전동킥보드가 점령했습니다.

[오병철/동서울자립센터 소장 : “지팡이로 보행하면 바닥에 너무 낮게 있거나 무릎 정도 있는 경우는 걸리기도 하고 안 걸리기도 해서…. 좀 더 일정한 공간에 주차했으면 좋겠고요.”]

당장 다음 달 10일부터는 원동기 면허가 없어도 전동킥보드를 탈 수 있어 이용량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제한 구역에 세워진 전동킥보드를 견인할 수 있도록 하고, 견인비는 운영업체에 물리는 서울시 조례 개정안은 내년 시행을 목표로 추진 중입니다.

현실보다 늦게 변하는 규제와 인식 탓에 시각장애인은 오늘도 지뢰밭을 걷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유민입니다.

촬영기자:권준용 조창훈/영상편집:서정혁/그래픽: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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