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감염 공무원 문책? 이게 최선입니까?

입력 2020.11.23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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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오늘부터 공무원과 공공기관, 지방 공기업에 적용하는 <공공부문 방역관리 특별 지침> 입니다.


코로나 확산세가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공무원과 공기업 임직원부터 방역에 솔선수범 하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가 엿보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네번째 항목 입니다.


이 지침대로라면, 모임을 하거나 다른 대면 식사 자리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공무원은 '문책'을 받게 됩니다.

사실 코로나19 감염 자체만으로도 개인에게는 큰 고통일텐데 인사상의 불이익까지 받게 되는거죠.

정부 지침을 고의로 위반한 공무원을 징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이 지침은 2가지 의미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어 보입니다.


먼저 굳이 방역 지침에 '문책'이라는 단어까지 넣어서 공무원들을 피동적 관리 대상으로 만들어야 했냐는 겁니다.

실제로 기자가 만난 적잖은 공무원들이 "문책을 하면 방역 수칙을 지키고 그렇지 않으면 안 지키는 것인가?" "대한민국 공무원을 그렇게 신뢰하지 못하는가?" "업무상 감염된 것만으로 힘든데, 징계까지 하는건 너무한거 아닌가?" 라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었습니다.

공연히 듣기 거북한 단어를 넣어서 일하는 사람들의 사기를 떨어 뜨린다는 얘기죠.

또 하나의 논란 거리는 검사 기피 우려입니다. 사실 이게 더 심각한 문제로 보이는데요.

열이 난다든지 다른 의심 증상이 있어도 혹시나 확진 판정을 받아 호된 '문책'을 받게 될까봐 아예 진단 검사를 꺼리게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조기에 감염자를 선별해 선제적으로 방역 관리를 하는 K-방역의 근간을 해치게 됩니다.

사실 정부에서는 불법 체류중인 외국인이 검사를 기피할까봐 코로나19 검사를 받는 불법 체류자의 경우 단속과 통보를 유예해 주기도 했습니다.

공무원에 대한 강력한 처벌 방침은 그간의 이런 방역 기조와도 어긋나 보입니다.


기자와 통화한 감염병 전문가 역시 공공 부문에서 앞장서 방역 수칙을 준수하려는 뜻은 이해하지만, 꼭 '문책'이라는 표현을 써야 했냐는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공무원 사기 진작 차원에서도 방역 관리 차원에서도 적절한 단어는 아니라는 겁니다.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휴일 밤낮 없이 방역 현장에 뛰어든 건 의료진과 더불어 공무원들이었습니다.

방역 관리와 관련해 정말로 문책을 받을만한 일을 한 공무원이 있다면 굳이 특별 지침이 아니더라도 문책과 징계가 가능할 겁니다.

코로나19 재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이긴 하지만, 표현 하나 하나 조금만 더 신중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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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 감염 공무원 문책? 이게 최선입니까?
    • 입력 2020-11-23 15:06:07
    취재K

정부가 오늘부터 공무원과 공공기관, 지방 공기업에 적용하는 <공공부문 방역관리 특별 지침> 입니다.


코로나 확산세가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공무원과 공기업 임직원부터 방역에 솔선수범 하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가 엿보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네번째 항목 입니다.


이 지침대로라면, 모임을 하거나 다른 대면 식사 자리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공무원은 '문책'을 받게 됩니다.

사실 코로나19 감염 자체만으로도 개인에게는 큰 고통일텐데 인사상의 불이익까지 받게 되는거죠.

정부 지침을 고의로 위반한 공무원을 징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이 지침은 2가지 의미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어 보입니다.


먼저 굳이 방역 지침에 '문책'이라는 단어까지 넣어서 공무원들을 피동적 관리 대상으로 만들어야 했냐는 겁니다.

실제로 기자가 만난 적잖은 공무원들이 "문책을 하면 방역 수칙을 지키고 그렇지 않으면 안 지키는 것인가?" "대한민국 공무원을 그렇게 신뢰하지 못하는가?" "업무상 감염된 것만으로 힘든데, 징계까지 하는건 너무한거 아닌가?" 라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었습니다.

공연히 듣기 거북한 단어를 넣어서 일하는 사람들의 사기를 떨어 뜨린다는 얘기죠.

또 하나의 논란 거리는 검사 기피 우려입니다. 사실 이게 더 심각한 문제로 보이는데요.

열이 난다든지 다른 의심 증상이 있어도 혹시나 확진 판정을 받아 호된 '문책'을 받게 될까봐 아예 진단 검사를 꺼리게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조기에 감염자를 선별해 선제적으로 방역 관리를 하는 K-방역의 근간을 해치게 됩니다.

사실 정부에서는 불법 체류중인 외국인이 검사를 기피할까봐 코로나19 검사를 받는 불법 체류자의 경우 단속과 통보를 유예해 주기도 했습니다.

공무원에 대한 강력한 처벌 방침은 그간의 이런 방역 기조와도 어긋나 보입니다.


기자와 통화한 감염병 전문가 역시 공공 부문에서 앞장서 방역 수칙을 준수하려는 뜻은 이해하지만, 꼭 '문책'이라는 표현을 써야 했냐는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공무원 사기 진작 차원에서도 방역 관리 차원에서도 적절한 단어는 아니라는 겁니다.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휴일 밤낮 없이 방역 현장에 뛰어든 건 의료진과 더불어 공무원들이었습니다.

방역 관리와 관련해 정말로 문책을 받을만한 일을 한 공무원이 있다면 굳이 특별 지침이 아니더라도 문책과 징계가 가능할 겁니다.

코로나19 재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이긴 하지만, 표현 하나 하나 조금만 더 신중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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