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브레이크가 안 들어”…현대 전기차 ‘코나’에 무슨 일이?

입력 2020.11.24 (08:02) 수정 2021.01.28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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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숙한 길, 뜻밖의 사고

익숙한 길이었습니다. 집에서 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내리막길을 달리다 옹벽을 들이받았습니다. 차는 완전히 부서졌고 운전자는 전치 6주의 중상을 입었습니다.

지난달 13일 경남 밀양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블랙박스가 당시 상황을 설명합니다.

운전자 A씨가 몰던 코나 전기차는 평범하게 길을 가다 속력이 빨라지기 시작합니다. A씨의 차는 내리막길을 따라 붙은 가속도로 걷잡을 수 없게 됐고, 마주 오던 차를 간신히 피했지만 결국 벽을 들이받습니다.

A씨는 브레이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는데 압력이 느껴지지 않았고 차량도 멈추지 않았다는 겁니다.

착각했나 싶어 브레이크와 액셀 페달을 번갈아가며 밟아봤다고도 했습니다. 충돌 직전 A씨 차량의 속력은 150킬로미터 가량이었습니다. 더 내려갔다는 죽겠구나 싶어 A 씨는 일부러 옹벽을 들이받았다고 합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긴 걸까요.

사고로 부서진 A씨의 코나 전기차사고로 부서진 A씨의 코나 전기차

■ 5초 VS 25초

코나 전기차의 제조사인 현대자동차에 이 사고에 관해 물어봤습니다. 절대 브레이크 문제일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사고기록장치(EDR)에 A씨가 브레이크를 밟은 기록이 없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액셀을 밟은 기록만 뚜렷하다고 했습니다. 브레이크를 밟은 기록이 없는데 어떻게 이 사고가 '브레이크 결함' 과 관련이 있냐는 겁니다.

하지만 사고기록장치에는 사고 직전 5초 동안의 차량 조작 행위가 기록됩니다. A씨가 사고 직전 길을 달린 시간은 30초에 달합니다. 일부 기록만 있는 겁니다. 이 기록만으로 사고 당시 상황을 정확히 추론하거나 이 사고가 브레이크 문제가 아니라고 확언할 수 있을까요?

네티즌 반응도 비슷했습니다.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면 네티즌들은 '그 오랜 시간 내리막길을 내려오며 정말 브레이크 한 번 안 밟았다고 보느냐', '죽기라도 하려고 했다는 거냐'고 말합니다.

정말 안전한 게 맞는지 묻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평범한 50대 가장인 A씨가 집 근처 도로에서 이런 사고를 당했다는 걸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이겠지요.

A씨의 사고가 차량 결함 때문이 아님을 법적으로 증명하는 데 5초면 충분할지도 모르지만 사람들은 나머지 25초 동안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묻고 있었습니다.

브레이크 문제가 생긴 B씨의 코나 전기차브레이크 문제가 생긴 B씨의 코나 전기차
브레이크 문제로 교체된 코나 전기차의 브레이크 모듈브레이크 문제로 교체된 코나 전기차의 브레이크 모듈

■ 브레이크 문제를 겪은 더 많은 차주들

더 큰 문제는 A씨 말고도 코나 전기차의 브레이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입니다.

충남 천안의 B씨도 그중 한 명입니다. B씨의 코나 전기차는 2주 전쯤 브레이크 경고등이 들어오더니 브레이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B씨가 겪은 증상은 A씨와 비슷합니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는데 압력이 느껴지지 않고 헐겁게 느껴졌다고 말합니다.

서비스센터는 '브레이크 모듈' 문제로 추정된다며 부품을 교환해줬습니다. 하지만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었습니다. B씨의 코나 전기차는 출고한 지 두 달 정도밖에 되지 않은 상황. B씨는 "이게 무슨 차인가 싶다"고 말했습니다.

인터넷 전기차 카페에는 A씨 같은 사례가 10여 건 정도 더 있습니다. 차주들은 브레이크 경고등이 들어오더니 브레이크를 밟아도 페달이 헐렁하게 느껴지고, 실제 브레이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등 유사한 증상을 겪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차량 결함을 조사하는 국토부 산하 한국자동차안전연구원에도 코나 차량의 브레이크 결함 신고가 최근 3년 동안 19건이나 들어왔습니다. 연구원은 코나 전기차에 문제가 있는지 관련 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왜 그랬을까?

전문가들의 추측은 다양합니다. 코나 전기차에 전자식 브레이크가 사용되는 만큼 '신호체계 전달에 문제가 생겼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전자식 브레이크를 통제하는 소프트웨어에 문제가 생기거나 전선 단락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긴데요. 전자식 브레이크를 작동하게 하는 신호의 전달이 어딘가에서, 어떠한 문제로 끊길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런 분석은 확인된 사실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브레이크 작동에 문제가 생겼다는 사례를 최대한 모으는 게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문제점을 찾아 경향성을 분석하는 게 기본이기 때문입니다.

현대 측도 "문제를 인지하고 있고 원인이 파악되면 조치를 통해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인지된 문제'가 무엇 때문인지 밝혀지기를 기대해봅니다.



■ 제보자의 변심

이번 일을 취재하며 곡절이 많았습니다. 제보자의 변심이 그중 하나인데요. 한 제보자는 촬영을 1시간 앞두고 기자에게 "내가 언제 그랬냐"고 말을 했습니다. 자신이 언제 취재에 협조하기로 했느냐는 겁니다.

해당 제보자 역시 지난달 현대자동차의 코나 전기차를 타고 고속 주행을 하던 도중 브레이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일을 겪었는데요. 블랙박스 증거도 뚜렷했습니다. 전날까지 함께 기사화하기로 의기투합(?)했던 터라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그랬던 제보자가 왜 갑자기 마음이 변했을까요? 기자도 궁금합니다. 누군가를 만나보겠다며 몇 시간 연락이 안 된 뒤에 그랬습니다. 제보자가 만난 건 현대자동차의 한 지역 사업소였습니다.

그의 변심이 그 만남 때문이었는지는 알지 못합니다. 해당 제보자가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었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례자가 없다면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사례자는 또, 그리고 또 나왔습니다.

이번 브레이크 문제의 전장(戰場)은 A씨 사고가 아니라는 점을 말하고 싶습니다.

치열하게 밝혀져야 할 사실은 옹벽을 들이받은 A씨가 브레이크를 밟았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사례자가 계속 나오는 코나 전기차 브레이크 문제의 원인이라는 겁니다. 저도 이제 그 답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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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브레이크가 안 들어”…현대 전기차 ‘코나’에 무슨 일이?
    • 입력 2020-11-24 08:02:03
    • 수정2021-01-28 20:19:08
    취재후·사건후

■ 익숙한 길, 뜻밖의 사고

익숙한 길이었습니다. 집에서 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내리막길을 달리다 옹벽을 들이받았습니다. 차는 완전히 부서졌고 운전자는 전치 6주의 중상을 입었습니다.

지난달 13일 경남 밀양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블랙박스가 당시 상황을 설명합니다.

운전자 A씨가 몰던 코나 전기차는 평범하게 길을 가다 속력이 빨라지기 시작합니다. A씨의 차는 내리막길을 따라 붙은 가속도로 걷잡을 수 없게 됐고, 마주 오던 차를 간신히 피했지만 결국 벽을 들이받습니다.

A씨는 브레이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는데 압력이 느껴지지 않았고 차량도 멈추지 않았다는 겁니다.

착각했나 싶어 브레이크와 액셀 페달을 번갈아가며 밟아봤다고도 했습니다. 충돌 직전 A씨 차량의 속력은 150킬로미터 가량이었습니다. 더 내려갔다는 죽겠구나 싶어 A 씨는 일부러 옹벽을 들이받았다고 합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긴 걸까요.

사고로 부서진 A씨의 코나 전기차
■ 5초 VS 25초

코나 전기차의 제조사인 현대자동차에 이 사고에 관해 물어봤습니다. 절대 브레이크 문제일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사고기록장치(EDR)에 A씨가 브레이크를 밟은 기록이 없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액셀을 밟은 기록만 뚜렷하다고 했습니다. 브레이크를 밟은 기록이 없는데 어떻게 이 사고가 '브레이크 결함' 과 관련이 있냐는 겁니다.

하지만 사고기록장치에는 사고 직전 5초 동안의 차량 조작 행위가 기록됩니다. A씨가 사고 직전 길을 달린 시간은 30초에 달합니다. 일부 기록만 있는 겁니다. 이 기록만으로 사고 당시 상황을 정확히 추론하거나 이 사고가 브레이크 문제가 아니라고 확언할 수 있을까요?

네티즌 반응도 비슷했습니다.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면 네티즌들은 '그 오랜 시간 내리막길을 내려오며 정말 브레이크 한 번 안 밟았다고 보느냐', '죽기라도 하려고 했다는 거냐'고 말합니다.

정말 안전한 게 맞는지 묻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평범한 50대 가장인 A씨가 집 근처 도로에서 이런 사고를 당했다는 걸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이겠지요.

A씨의 사고가 차량 결함 때문이 아님을 법적으로 증명하는 데 5초면 충분할지도 모르지만 사람들은 나머지 25초 동안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묻고 있었습니다.

브레이크 문제가 생긴 B씨의 코나 전기차 브레이크 문제로 교체된 코나 전기차의 브레이크 모듈
■ 브레이크 문제를 겪은 더 많은 차주들

더 큰 문제는 A씨 말고도 코나 전기차의 브레이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입니다.

충남 천안의 B씨도 그중 한 명입니다. B씨의 코나 전기차는 2주 전쯤 브레이크 경고등이 들어오더니 브레이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B씨가 겪은 증상은 A씨와 비슷합니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는데 압력이 느껴지지 않고 헐겁게 느껴졌다고 말합니다.

서비스센터는 '브레이크 모듈' 문제로 추정된다며 부품을 교환해줬습니다. 하지만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었습니다. B씨의 코나 전기차는 출고한 지 두 달 정도밖에 되지 않은 상황. B씨는 "이게 무슨 차인가 싶다"고 말했습니다.

인터넷 전기차 카페에는 A씨 같은 사례가 10여 건 정도 더 있습니다. 차주들은 브레이크 경고등이 들어오더니 브레이크를 밟아도 페달이 헐렁하게 느껴지고, 실제 브레이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등 유사한 증상을 겪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차량 결함을 조사하는 국토부 산하 한국자동차안전연구원에도 코나 차량의 브레이크 결함 신고가 최근 3년 동안 19건이나 들어왔습니다. 연구원은 코나 전기차에 문제가 있는지 관련 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왜 그랬을까?

전문가들의 추측은 다양합니다. 코나 전기차에 전자식 브레이크가 사용되는 만큼 '신호체계 전달에 문제가 생겼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전자식 브레이크를 통제하는 소프트웨어에 문제가 생기거나 전선 단락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긴데요. 전자식 브레이크를 작동하게 하는 신호의 전달이 어딘가에서, 어떠한 문제로 끊길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런 분석은 확인된 사실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브레이크 작동에 문제가 생겼다는 사례를 최대한 모으는 게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문제점을 찾아 경향성을 분석하는 게 기본이기 때문입니다.

현대 측도 "문제를 인지하고 있고 원인이 파악되면 조치를 통해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인지된 문제'가 무엇 때문인지 밝혀지기를 기대해봅니다.



■ 제보자의 변심

이번 일을 취재하며 곡절이 많았습니다. 제보자의 변심이 그중 하나인데요. 한 제보자는 촬영을 1시간 앞두고 기자에게 "내가 언제 그랬냐"고 말을 했습니다. 자신이 언제 취재에 협조하기로 했느냐는 겁니다.

해당 제보자 역시 지난달 현대자동차의 코나 전기차를 타고 고속 주행을 하던 도중 브레이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일을 겪었는데요. 블랙박스 증거도 뚜렷했습니다. 전날까지 함께 기사화하기로 의기투합(?)했던 터라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그랬던 제보자가 왜 갑자기 마음이 변했을까요? 기자도 궁금합니다. 누군가를 만나보겠다며 몇 시간 연락이 안 된 뒤에 그랬습니다. 제보자가 만난 건 현대자동차의 한 지역 사업소였습니다.

그의 변심이 그 만남 때문이었는지는 알지 못합니다. 해당 제보자가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었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례자가 없다면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사례자는 또, 그리고 또 나왔습니다.

이번 브레이크 문제의 전장(戰場)은 A씨 사고가 아니라는 점을 말하고 싶습니다.

치열하게 밝혀져야 할 사실은 옹벽을 들이받은 A씨가 브레이크를 밟았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사례자가 계속 나오는 코나 전기차 브레이크 문제의 원인이라는 겁니다. 저도 이제 그 답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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