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CPTPP 가입 가능한가…미국이 숨겨둔 ‘지뢰’

입력 2020.11.24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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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포위망'이라던 CPTPP에 가입 의사 밝힌 시진핑

지난 20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주석은 뜻밖의 발언을 했습니다.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가입할 것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겠다"고 밝힌 것입니다.

이 말은 단순히 또 하나의 무역 자유화 협정의 가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TPP, 즉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은 오바마 행정부가 중국을 포위, 견제할 목적으로 태평양 지역 시장경제 국가들을 규합한 무역협정이라는 것이 통상 전문가들의 정설입니다.

CPTPP
Comprehensive Progressive Trans Pacific Partnership
포괄적이며 점진적인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
참가국: 일본, 캐나다, 멕시코, 호주, 뉴질랜드,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칠레, 페루, 브루나이 등 11개국
주요 내용: 95~100% 품목에 대한 무역 자유화, 국영기업과 불법어업에 대한 보조금 제한 등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이후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TPP를 탈퇴합니다.

남겨진 일본 등 11개 국가가 이를 수정한 CPTPP로 변경해 명목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맹과 다자주의를 강조하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다시 CPTPP에 복귀해 대중국 포위망을 완성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습니다.

바로 그런 CPTPP에 시 주석이 가입을 천명한 것입니다.


■中, 가입할 수 있을까?

하지만 중국이 CPTPP에 가입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우선 CPTPP의 기준을 중국이 만족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입니다. 국유기업 보조금 제한 관련 규정이나 디지털 경제 관련 규정을 맞추기가 까다롭기 때문입니다. 중국이 적극적으로 기준을 맞추더라도 또 하나의 관문이 남아있습니다.

미국이 북미자유무역협정, USMCA에 숨겨둔 '지뢰'가 그것입니다.


■美, 중국이 TPP 가입 시도하면 거부권 행사할 수도

미국은 캐나다, 멕시코와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USMCA로 개정하면서 이 지뢰를 설치했습니다.

당시 설치한 지뢰는 32조 10항인데 "협정 당사자가 비 시장경제와 FTA를 체결하면 나머지 국가는 협정을 파기할 수 있다"고 한 것입니다.

북미자유무역협정(USMCA) 32조 10항 비 시장경제국가와의 FTA (Non-Market Country FTA)

"이 협정 당사자가 비 시장경제 국가와의 FTA를 체결하면 나머지 국가는 6개월 전 예고를 통해서 이 협정을 파기하고 나머지 당사자와 협정을 체결할 수 있다"

CPTPP 역시 여러 국가 간에 맺는 FTA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북미자유무역협정이 가리키는 '비 시장경제국가'는 미국 정부 보도자료 등을 보면 중국을 의미하고 있음이 명백해 보입니다.

이 조항은 결국 캐나다와 멕시코가 중국이 포함된 TPP 등을 체결하면 북미자유무역협정에서 추방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CPTPP같은 다자협정은 기본적으로 협정국 중 한 나라라도 반대할 경우 신규 가입이 어렵습니다. 캐나다와 멕시코가 비토하면 중국의 협정 가입이 어렵게 되는 것입니다.


■거부권 가능성에도 CPTPP 문 두드리는 이유는?

중국도 USMCA의 지뢰 조항의 존재를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상무부 국제시장연구소의 바이밍(白明) 부소장은 바이든 차기 미 정부가 캐나다와 멕시코를 통해 중국의 가입을 좌절시키거나 중국에 가혹한 조건을 내걸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CPTPP 가입 선언의 의미를 부각하는 중국 내 지지 발언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시 주석이 CPTPP 가입을 적극 고려한다는 중요한 선언을 했다면서 "중국이 개방을 확대하는 데 매진할 것이라는 굳은 결심을 다시 보여줘 국제사회의 관심과 환영을 받았다"고 평가했습니다.

리하이둥(李海東) 중국외교대 국제관계연구소 교수도 관영 글로벌 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시 주석은 연설을 통해 중국의 역내 다자 구조에 대한 의지와 개방적인 태도를 보여줬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CPTPP 주요 회원국이 비 시장경제 국가인 중국과 FTA를 맺지 못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중국의 가입 가능성은 희박하다"면서 "중국이 다자주의의 수호자라는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전략"으로 이번 선언을 평가했습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강구상 부연구위원도 "중국이 가입하려 해도 다른 국가들이 미국의 눈치를 보면서 가입이 쉽지 않을 수 있다"면서 "공론화를 시킨 뒤 상황을 지켜보면서 추진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즉 실제 당장의 가입 가능성을 보고 타진한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무역협정' 뒤로 미룬 바이든에 '선수' 친 시진핑

바이든 당선인은 여러 차례 동맹국들과의 다자주의를 통해 중국을 압박하겠다는 전략을 천명한 바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국내 문제 해결이 우선이라고 했습니다.

후보 시절 "CPTPP를 지지할 것인가?"는 미국 외교협회의 질문에 "우리 노동자와 기반시설에 많은 투자를 하기 전에는 어떠한 무역 협정에도 서명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바이든이 이렇게 TPP를 뒤로 미뤄둔 사이 시진핑 주석이 이번 제안으로 먼저 탐색을 위한 선수를 펼친 셈입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바이든 역시 어느 시점에서 다자주의 전략을 펼칠 걸로 보고 있습니다.

CPTPP에 노동과 환경, 지적 재산권에 대한 보호 강화 등 중국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을 추가해 우리나라 등 다른 우방국을 추가 가입시키거나 G7을 확대하거나 트럼프가 제안한 경제번영네트워크 (EPN) 비슷한 것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트럼프 시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일대 일의 결투였다면, 이제는 연합군간의 전쟁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형태로 계속될 미-중 무역전쟁 국면에서 실리를 취하는 우리나라의 선택이 중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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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CPTPP 가입 가능한가…미국이 숨겨둔 ‘지뢰’
    • 입력 2020-11-24 14:40:24
    취재K

■'중국 포위망'이라던 CPTPP에 가입 의사 밝힌 시진핑

지난 20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주석은 뜻밖의 발언을 했습니다.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가입할 것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겠다"고 밝힌 것입니다.

이 말은 단순히 또 하나의 무역 자유화 협정의 가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TPP, 즉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은 오바마 행정부가 중국을 포위, 견제할 목적으로 태평양 지역 시장경제 국가들을 규합한 무역협정이라는 것이 통상 전문가들의 정설입니다.

CPTPP
Comprehensive Progressive Trans Pacific Partnership
포괄적이며 점진적인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
참가국: 일본, 캐나다, 멕시코, 호주, 뉴질랜드,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칠레, 페루, 브루나이 등 11개국
주요 내용: 95~100% 품목에 대한 무역 자유화, 국영기업과 불법어업에 대한 보조금 제한 등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이후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TPP를 탈퇴합니다.

남겨진 일본 등 11개 국가가 이를 수정한 CPTPP로 변경해 명목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맹과 다자주의를 강조하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다시 CPTPP에 복귀해 대중국 포위망을 완성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습니다.

바로 그런 CPTPP에 시 주석이 가입을 천명한 것입니다.


■中, 가입할 수 있을까?

하지만 중국이 CPTPP에 가입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우선 CPTPP의 기준을 중국이 만족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입니다. 국유기업 보조금 제한 관련 규정이나 디지털 경제 관련 규정을 맞추기가 까다롭기 때문입니다. 중국이 적극적으로 기준을 맞추더라도 또 하나의 관문이 남아있습니다.

미국이 북미자유무역협정, USMCA에 숨겨둔 '지뢰'가 그것입니다.


■美, 중국이 TPP 가입 시도하면 거부권 행사할 수도

미국은 캐나다, 멕시코와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USMCA로 개정하면서 이 지뢰를 설치했습니다.

당시 설치한 지뢰는 32조 10항인데 "협정 당사자가 비 시장경제와 FTA를 체결하면 나머지 국가는 협정을 파기할 수 있다"고 한 것입니다.

북미자유무역협정(USMCA) 32조 10항 비 시장경제국가와의 FTA (Non-Market Country FTA)

"이 협정 당사자가 비 시장경제 국가와의 FTA를 체결하면 나머지 국가는 6개월 전 예고를 통해서 이 협정을 파기하고 나머지 당사자와 협정을 체결할 수 있다"

CPTPP 역시 여러 국가 간에 맺는 FTA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북미자유무역협정이 가리키는 '비 시장경제국가'는 미국 정부 보도자료 등을 보면 중국을 의미하고 있음이 명백해 보입니다.

이 조항은 결국 캐나다와 멕시코가 중국이 포함된 TPP 등을 체결하면 북미자유무역협정에서 추방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CPTPP같은 다자협정은 기본적으로 협정국 중 한 나라라도 반대할 경우 신규 가입이 어렵습니다. 캐나다와 멕시코가 비토하면 중국의 협정 가입이 어렵게 되는 것입니다.


■거부권 가능성에도 CPTPP 문 두드리는 이유는?

중국도 USMCA의 지뢰 조항의 존재를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상무부 국제시장연구소의 바이밍(白明) 부소장은 바이든 차기 미 정부가 캐나다와 멕시코를 통해 중국의 가입을 좌절시키거나 중국에 가혹한 조건을 내걸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CPTPP 가입 선언의 의미를 부각하는 중국 내 지지 발언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시 주석이 CPTPP 가입을 적극 고려한다는 중요한 선언을 했다면서 "중국이 개방을 확대하는 데 매진할 것이라는 굳은 결심을 다시 보여줘 국제사회의 관심과 환영을 받았다"고 평가했습니다.

리하이둥(李海東) 중국외교대 국제관계연구소 교수도 관영 글로벌 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시 주석은 연설을 통해 중국의 역내 다자 구조에 대한 의지와 개방적인 태도를 보여줬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CPTPP 주요 회원국이 비 시장경제 국가인 중국과 FTA를 맺지 못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중국의 가입 가능성은 희박하다"면서 "중국이 다자주의의 수호자라는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전략"으로 이번 선언을 평가했습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강구상 부연구위원도 "중국이 가입하려 해도 다른 국가들이 미국의 눈치를 보면서 가입이 쉽지 않을 수 있다"면서 "공론화를 시킨 뒤 상황을 지켜보면서 추진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즉 실제 당장의 가입 가능성을 보고 타진한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무역협정' 뒤로 미룬 바이든에 '선수' 친 시진핑

바이든 당선인은 여러 차례 동맹국들과의 다자주의를 통해 중국을 압박하겠다는 전략을 천명한 바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국내 문제 해결이 우선이라고 했습니다.

후보 시절 "CPTPP를 지지할 것인가?"는 미국 외교협회의 질문에 "우리 노동자와 기반시설에 많은 투자를 하기 전에는 어떠한 무역 협정에도 서명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바이든이 이렇게 TPP를 뒤로 미뤄둔 사이 시진핑 주석이 이번 제안으로 먼저 탐색을 위한 선수를 펼친 셈입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바이든 역시 어느 시점에서 다자주의 전략을 펼칠 걸로 보고 있습니다.

CPTPP에 노동과 환경, 지적 재산권에 대한 보호 강화 등 중국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을 추가해 우리나라 등 다른 우방국을 추가 가입시키거나 G7을 확대하거나 트럼프가 제안한 경제번영네트워크 (EPN) 비슷한 것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트럼프 시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일대 일의 결투였다면, 이제는 연합군간의 전쟁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형태로 계속될 미-중 무역전쟁 국면에서 실리를 취하는 우리나라의 선택이 중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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