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속 꿰뚫는 ‘달마’…“스가는 실용주의자”

입력 2020.11.24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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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새 주일 대사로 '일본통'인 강창일 전 민주당 의원을 내정했습니다.

강창일 내정자는 서울대 국사학과를 졸업한 뒤, 일본 도쿄대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고 오랜 기간 일본에 관해 연구한 역사학자입니다. 일본어가 유창해 통역 없이 대화할 수 있다고 합니다.

17대 국회부터 20대까지 고향 제주에서 내리 4선을 한 강 내정자는, 20대 국회에서 한일의원연맹 회장을 지냈습니다. 자민당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 누카가 후쿠시로 일한의원연맹 회장 등과도 친분이 깊습니다.


1년 반 만에 주일 대사를 전격 교체한 건 이례적입니다.

무게감 있는 '일본통' 정치인을 주일대사로 보내, 꽉 막힌 한일 관계를 풀어보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도가 담긴 인사라는 평이 나옵니다.

KBS가 청와대 내정 발표 직후 서울 양재동에서 강창일 주일대사 내정자를 만나, 꽉 막힌 한일 관계를 풀 묘수가 있는지 40분간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 "스가 총리는 실용주의자…한일관계 정상화 힘쓸 것으로 기대"

Q. 일본 대사 내정을 축하드립니다. 최근 박지원 국정원장과 김진표 한일의원연맹 회장의 잇따른 방일이 있었고, 또 주일대사까지 교체하고, 이런 일련의 흐름을 보면, 우리 정부가 한일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봐야겠죠?

A. 문재인 정부는 한일 관계가 정상화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취하고 있었어요. 일본 아베 정권이 원론적인 이야기를 계속하면서 협상에 임하지 않았던 거죠.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 문재인 정부는 똑같은 기조 위에 서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좀 실용주의적인 분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일본의 '국가 이익'이 무엇인지 생각하면서 앞으로 충분히 노선을 바꿀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념형 정치가가 아니어서, 한일 관계를 정상화하는 데 더 힘쓰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일 관계 악화가 일본으로서도 결코 좋은 게 아닙니다. 미국에서 이제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지 않습니까. 바이든 행정부는 한미일 '삼각 공조' 체제를 중요시하죠. 그런 맥락에서 이제는 전체적인 동아시아의 관계들이 풀리지 않을까, 그렇게 기대하고 있습니다.


Q. 일본이 한일 관계를 개선하고 싶어도, 스가 총리 임기가 1년인 데다 일본 내 혐한 분위기도 있어서 움직일 여지가 크지 않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대사로 가시면 큰 걸림돌이 될 텐데 어떻게 풀 생각이신가요?

A. 스가 총리 잘하고 계시니까 재선되실 거라고 봅니다. 이것저것 정비하는 시간이 걸렸고, 본인 페이스를 찾아 나가겠죠. 또 그분이 실용적이고, 이념가형 정치가가 아니니까요. 한일 관계가 나빠지는 건 일본 국가이익에 도움이 안 되기 때문에, 방향을 바꾸지 않겠느냐 기대를 하는 거죠.


■ "지소미아·수출규제 동시에 풀고, 강제징용은 대화해야"

Q. 한일 관계 개선의 핵심은 '강제징용' 문제인데요, 일본은 끊임없이 한국이 먼저 해법을 제시하라고 하는데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보시나요?

A. 저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연기 문제와 일본의 수출 규제 문제를 동시에 풀고,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서는 테이블에 앉아서 대화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강제징용 문제, 이건 시간이 걸립니다. 협상 테이블 앉는 순간 다른 사안들은 보류시킬 수 있는 거니까요.

그리고 일본 측이 주장하는 게 뭔지 이야기를 들어봐야 알 거 아니겠어요. 일본의 요구처럼 먼저 안을 가져와라, 이건 대화하겠다는 자세가 아니라고 봐요. 그런 식으로 나오면 곤란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일본도 테이블에 앉아서 뭘 원하는지 정식으로 이야기해야죠.

Q. 한일 간에 협상 테이블에 올릴 아이디어들은 대부분 만들어져있고, 이제 선택과 결단만 남았다고 봐야 하는 것 아닌가요?

A. 그렇지는 않아요. 우리는 아직 정식으로 일본의 생각을 들은 게 없어요. 해결 방안을 가져오라고만 하는데, 그러지 말고 협상 테이블에 앉아서, 역지사지로 그쪽 사정도 듣고, 이쪽 사정도 들으면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아갈지 진지하게 토론하고, 그렇게 좋은 안을 만들어가자는 거죠.

Q. 양국 정상이 테이블에 앉아서 이른바 '빅딜'을 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을까요?

A. 물밑에서 어느 정도 얘기가 된 다음에 이른바 '탑 다운'이 되어야죠. 지금은 서로 아예 감을 못 잡고 있잖아요. 지금 일본은 한국의 상황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한국은 일본을 이해를 시켜야죠. 대법원판결이 이렇게 나왔다고 설명을 해야죠. 한국 대법원 판결과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서 서로 상충하는 부분이 있으니 지혜를 짜 모아보자는 거죠. 저는 법과 원칙 이전에 양국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봐요.

Q. 경제단체에서 기업이 자발적 성금을 내는 방안이나, 피해자 구제 차원에서 우리 정부가 채권을 사서 지급하고 일본 기업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안 등도 거론됐는데, 모두 살아있는 카드라고 봐야 할까요?

A. 다양한 방안이 있을 수 있어요. 이런 아이디어도 있고, 저런 아이디어도 있고, 서로 대화하고 논의하면서 접점을 찾아 나가자는 거죠.

Q. 그중에 어떤 방식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보시나요?

A. 그 이야기는 제가 얘기할 수 없죠. 제가 이제는 정치인이 아니고 대사이니까요. 앞으로 정부의 이야기를 듣고 해야죠. 정부는 정부 나름대로 고민을 하고 있고 많은 이야기를 수렴하고 있어요. 저는 정부를 대표해서 가는 거니까요.


■ "도쿄 올림픽 계기로 새로운 국제 정세 만들어야"

Q. 일본기업 자산 현금화가 될 경우 한일 관계는 '파탄'일 거란 얘기도 나옵니다. 현금화 시한이 다가오고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저희가 객관적으로 봐도, 한일 관계가 파탄될 수가 있죠. 그 상황까지 가지 말자는 거죠. 최후에 가서 현금화되는데 그 전에 해결하는 지혜를 찾아보자는 거죠. 현금화가 되면 한일관계가 어려워질 거라는 건 우리도 알아요. 현금화되기 전에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Q. 대화하면서 내년 도쿄 올림픽까지 강제징용 문제를 유예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네 저도 그런 얘기를 했었고요. 도쿄 올림픽도 성공해야 하거든요. 도쿄 올림픽으로 끝나는 게 아니고, 내후년엔 베이징 올림픽도 있어요. 한·중·일, 북·미, 북·일, 여러 가지가 걸려있는 문제거든요. 도쿄 올림픽을 세계 축제의 장으로 하기 위해선 일본이 모든 주변 나라의 도움, 박수 속에서 올림픽 치러야 하죠. 그 계기로 새로운 국제 정세의 장을 만드는 노력을 해야죠.

Q. 북일 관계도 말씀하셨는데, 일본이 요구하는 '납북 일본인' 문제에 대해선 어떻게 접근하실 건가요?

A. 한국 정부에선 계속 북한 측에도 납북자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얘기했어요. 이걸 풀어서 북일 수교 조약을 맺는 게 좋지 않느냐고 계속 북한 쪽에 메시지를 전달했죠. 인도주의적인 문제니까요. 북한도 좀 전향적으로 생각해야 할 문제 아닌가 싶습니다.


■ "한·중·일 정상회의는 내년 초 개최도 가능하다고 생각"

Q. 올해 개최 예정이었던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가 불투명해졌습니다. 스가 일본 총리는 '강제징용' 해법을 한국이 제시하지 않으면 방한이 어렵다는 입장인데요, 대사로서 당면한 첫 과제 아닐까 싶은데, 어떻게 하실 계획이신지요?

A. 지금 한 달밖에 안 남았잖아요. 외교당국 레벨에서 어떤 식으로 얘기되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한·중·일 정상회의와 한일 관계는 전혀 다른 사안이잖아요. 한·중·일 정상회의도 나름의 목적이 있어요.

Q. 연말이 넘어가도 개최는 가능하다고 보시나요?

A. 올해 12월도 연말이고 내년 1월도 연말 아니겠어요? 오늘이냐, 내일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고요. 미국 대통령이 바뀌잖아요. 정세가 요동치고 있는데, 이때 한·중·일이 만나서 코로나 대응 문제 등도 서로 논의하고, 진지하게 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 "내가 가면 허심탄회하게 한일 관계 논의 가능"

Q. 문재인 정부 들어 첫 정치인 출신 주일대사세요. 정치인 출신이 학자 출신, 공무원 출신과 가장 다른 점이 뭘까요?

A. 잘 모르겠어요. 좌우지간 일본통이긴 하죠. 제가 동경대에서 공부했고 일본 역사가 제 전공입니다. 한일 관계사가 제 전공이거든요. 일본에 지인이 좀 많죠. 한일 의원연맹 간사장과 회장을 쭉 해왔고, 현재 명예회장이라 일본 지인들이 많아서 허심탄회하게 한일 관계를 이야기할 분위기가 있어요. 그래서 우리 대통령께서 저를 일본 대사를 시킨 게 아닐까 생각해요.

Q. 일본 대사로 가시면 가장 중점적으로 하고 싶은 건 어떤 건가요?

A. 그렇게 서둘러서 됩니까. 우선 가서 인사를 다녀야 해요, 각 당으로요. 전부 아는 지인들이니까요. 여야 관계없이 인사 다니는 게 가장 급한 일이죠. 그러면서 일본 이야기도 듣고 우리 입장도 전달하고.

Q. 그런 과정에서 한일 정상회담 조기 개최에도 역할 하실 수 있을까요?

A. 그건 한일 관계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서 다를 거 같아요. 가장 바람직한 건 한·중·일 정상회의를 열고 그다음에 그 회의에서 따로 독자적으로 한일 정상회담을 하는 방법이죠.

Q. 일본에서 '위안부 합의'를 파기했다고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데요.

A. 일본 측에서 오해가 많아요. 우리가 합의를 파기한 적이 없어요. 화해치유재단은 이사들이 저절로 손을 놔버려서 이사 구성 안 됐고, 그래서 저절로 없어졌죠. 그리고 '위안부 합의'의 핵심은, 양국 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다시 거론하지 않겠다는 거였어요. 그런데 합의 이후 우리 정부가 정부 차원에서 위안부 문제를 재론한 적이 없어요. 한국이 합의를 파기했다고 하는 건 여론 조작이라고 생각해요.


Q. 스가 총리와 개인적인 친분은 있으신가요?

A.얼굴을 본 적은 있는데 개인적 친분은 없어요. 다만 아주 훌륭하신 분이라고 생각해요.

Q. 스가 총리가 실용주의자라고 평가하셨는데, 일본 자민당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한일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기엔 부담 있을 거 같은데요?

A. 그렇지 않아요. 니카이 간사장이나 누카가 회장이나 다 지한파고, 한일관계를 풀기를 원해요. 이분들이 다 일본 정치 파벌의 영수들인데, 스가 총리를 지원해줬잖아요. 아베 총리 때는 혼자서 결정해서 밀어붙였는데, 스가 총리는 그런 분들의 의견도 경청할 걸로 기대합니다. 그분들은 강제징용 해법에 대해서도 고민을 많이 해요. 한일관계가 꽁꽁 막혀 있으니, 사석에서는 고민을 이야기하죠. 이거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거에요. 그분들은 한일 관계가 정상화 되길 바래서 그러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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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속 꿰뚫는 ‘달마’…“스가는 실용주의자”
    • 입력 2020-11-24 18:01:08
    취재K
문재인 대통령이 새 주일 대사로 '일본통'인 강창일 전 민주당 의원을 내정했습니다.

강창일 내정자는 서울대 국사학과를 졸업한 뒤, 일본 도쿄대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고 오랜 기간 일본에 관해 연구한 역사학자입니다. 일본어가 유창해 통역 없이 대화할 수 있다고 합니다.

17대 국회부터 20대까지 고향 제주에서 내리 4선을 한 강 내정자는, 20대 국회에서 한일의원연맹 회장을 지냈습니다. 자민당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 누카가 후쿠시로 일한의원연맹 회장 등과도 친분이 깊습니다.


1년 반 만에 주일 대사를 전격 교체한 건 이례적입니다.

무게감 있는 '일본통' 정치인을 주일대사로 보내, 꽉 막힌 한일 관계를 풀어보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도가 담긴 인사라는 평이 나옵니다.

KBS가 청와대 내정 발표 직후 서울 양재동에서 강창일 주일대사 내정자를 만나, 꽉 막힌 한일 관계를 풀 묘수가 있는지 40분간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 "스가 총리는 실용주의자…한일관계 정상화 힘쓸 것으로 기대"

Q. 일본 대사 내정을 축하드립니다. 최근 박지원 국정원장과 김진표 한일의원연맹 회장의 잇따른 방일이 있었고, 또 주일대사까지 교체하고, 이런 일련의 흐름을 보면, 우리 정부가 한일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봐야겠죠?

A. 문재인 정부는 한일 관계가 정상화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취하고 있었어요. 일본 아베 정권이 원론적인 이야기를 계속하면서 협상에 임하지 않았던 거죠.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 문재인 정부는 똑같은 기조 위에 서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좀 실용주의적인 분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일본의 '국가 이익'이 무엇인지 생각하면서 앞으로 충분히 노선을 바꿀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념형 정치가가 아니어서, 한일 관계를 정상화하는 데 더 힘쓰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일 관계 악화가 일본으로서도 결코 좋은 게 아닙니다. 미국에서 이제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지 않습니까. 바이든 행정부는 한미일 '삼각 공조' 체제를 중요시하죠. 그런 맥락에서 이제는 전체적인 동아시아의 관계들이 풀리지 않을까, 그렇게 기대하고 있습니다.


Q. 일본이 한일 관계를 개선하고 싶어도, 스가 총리 임기가 1년인 데다 일본 내 혐한 분위기도 있어서 움직일 여지가 크지 않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대사로 가시면 큰 걸림돌이 될 텐데 어떻게 풀 생각이신가요?

A. 스가 총리 잘하고 계시니까 재선되실 거라고 봅니다. 이것저것 정비하는 시간이 걸렸고, 본인 페이스를 찾아 나가겠죠. 또 그분이 실용적이고, 이념가형 정치가가 아니니까요. 한일 관계가 나빠지는 건 일본 국가이익에 도움이 안 되기 때문에, 방향을 바꾸지 않겠느냐 기대를 하는 거죠.


■ "지소미아·수출규제 동시에 풀고, 강제징용은 대화해야"

Q. 한일 관계 개선의 핵심은 '강제징용' 문제인데요, 일본은 끊임없이 한국이 먼저 해법을 제시하라고 하는데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보시나요?

A. 저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연기 문제와 일본의 수출 규제 문제를 동시에 풀고,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서는 테이블에 앉아서 대화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강제징용 문제, 이건 시간이 걸립니다. 협상 테이블 앉는 순간 다른 사안들은 보류시킬 수 있는 거니까요.

그리고 일본 측이 주장하는 게 뭔지 이야기를 들어봐야 알 거 아니겠어요. 일본의 요구처럼 먼저 안을 가져와라, 이건 대화하겠다는 자세가 아니라고 봐요. 그런 식으로 나오면 곤란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일본도 테이블에 앉아서 뭘 원하는지 정식으로 이야기해야죠.

Q. 한일 간에 협상 테이블에 올릴 아이디어들은 대부분 만들어져있고, 이제 선택과 결단만 남았다고 봐야 하는 것 아닌가요?

A. 그렇지는 않아요. 우리는 아직 정식으로 일본의 생각을 들은 게 없어요. 해결 방안을 가져오라고만 하는데, 그러지 말고 협상 테이블에 앉아서, 역지사지로 그쪽 사정도 듣고, 이쪽 사정도 들으면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아갈지 진지하게 토론하고, 그렇게 좋은 안을 만들어가자는 거죠.

Q. 양국 정상이 테이블에 앉아서 이른바 '빅딜'을 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을까요?

A. 물밑에서 어느 정도 얘기가 된 다음에 이른바 '탑 다운'이 되어야죠. 지금은 서로 아예 감을 못 잡고 있잖아요. 지금 일본은 한국의 상황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한국은 일본을 이해를 시켜야죠. 대법원판결이 이렇게 나왔다고 설명을 해야죠. 한국 대법원 판결과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서 서로 상충하는 부분이 있으니 지혜를 짜 모아보자는 거죠. 저는 법과 원칙 이전에 양국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봐요.

Q. 경제단체에서 기업이 자발적 성금을 내는 방안이나, 피해자 구제 차원에서 우리 정부가 채권을 사서 지급하고 일본 기업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안 등도 거론됐는데, 모두 살아있는 카드라고 봐야 할까요?

A. 다양한 방안이 있을 수 있어요. 이런 아이디어도 있고, 저런 아이디어도 있고, 서로 대화하고 논의하면서 접점을 찾아 나가자는 거죠.

Q. 그중에 어떤 방식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보시나요?

A. 그 이야기는 제가 얘기할 수 없죠. 제가 이제는 정치인이 아니고 대사이니까요. 앞으로 정부의 이야기를 듣고 해야죠. 정부는 정부 나름대로 고민을 하고 있고 많은 이야기를 수렴하고 있어요. 저는 정부를 대표해서 가는 거니까요.


■ "도쿄 올림픽 계기로 새로운 국제 정세 만들어야"

Q. 일본기업 자산 현금화가 될 경우 한일 관계는 '파탄'일 거란 얘기도 나옵니다. 현금화 시한이 다가오고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저희가 객관적으로 봐도, 한일 관계가 파탄될 수가 있죠. 그 상황까지 가지 말자는 거죠. 최후에 가서 현금화되는데 그 전에 해결하는 지혜를 찾아보자는 거죠. 현금화가 되면 한일관계가 어려워질 거라는 건 우리도 알아요. 현금화되기 전에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Q. 대화하면서 내년 도쿄 올림픽까지 강제징용 문제를 유예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네 저도 그런 얘기를 했었고요. 도쿄 올림픽도 성공해야 하거든요. 도쿄 올림픽으로 끝나는 게 아니고, 내후년엔 베이징 올림픽도 있어요. 한·중·일, 북·미, 북·일, 여러 가지가 걸려있는 문제거든요. 도쿄 올림픽을 세계 축제의 장으로 하기 위해선 일본이 모든 주변 나라의 도움, 박수 속에서 올림픽 치러야 하죠. 그 계기로 새로운 국제 정세의 장을 만드는 노력을 해야죠.

Q. 북일 관계도 말씀하셨는데, 일본이 요구하는 '납북 일본인' 문제에 대해선 어떻게 접근하실 건가요?

A. 한국 정부에선 계속 북한 측에도 납북자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얘기했어요. 이걸 풀어서 북일 수교 조약을 맺는 게 좋지 않느냐고 계속 북한 쪽에 메시지를 전달했죠. 인도주의적인 문제니까요. 북한도 좀 전향적으로 생각해야 할 문제 아닌가 싶습니다.


■ "한·중·일 정상회의는 내년 초 개최도 가능하다고 생각"

Q. 올해 개최 예정이었던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가 불투명해졌습니다. 스가 일본 총리는 '강제징용' 해법을 한국이 제시하지 않으면 방한이 어렵다는 입장인데요, 대사로서 당면한 첫 과제 아닐까 싶은데, 어떻게 하실 계획이신지요?

A. 지금 한 달밖에 안 남았잖아요. 외교당국 레벨에서 어떤 식으로 얘기되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한·중·일 정상회의와 한일 관계는 전혀 다른 사안이잖아요. 한·중·일 정상회의도 나름의 목적이 있어요.

Q. 연말이 넘어가도 개최는 가능하다고 보시나요?

A. 올해 12월도 연말이고 내년 1월도 연말 아니겠어요? 오늘이냐, 내일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고요. 미국 대통령이 바뀌잖아요. 정세가 요동치고 있는데, 이때 한·중·일이 만나서 코로나 대응 문제 등도 서로 논의하고, 진지하게 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 "내가 가면 허심탄회하게 한일 관계 논의 가능"

Q. 문재인 정부 들어 첫 정치인 출신 주일대사세요. 정치인 출신이 학자 출신, 공무원 출신과 가장 다른 점이 뭘까요?

A. 잘 모르겠어요. 좌우지간 일본통이긴 하죠. 제가 동경대에서 공부했고 일본 역사가 제 전공입니다. 한일 관계사가 제 전공이거든요. 일본에 지인이 좀 많죠. 한일 의원연맹 간사장과 회장을 쭉 해왔고, 현재 명예회장이라 일본 지인들이 많아서 허심탄회하게 한일 관계를 이야기할 분위기가 있어요. 그래서 우리 대통령께서 저를 일본 대사를 시킨 게 아닐까 생각해요.

Q. 일본 대사로 가시면 가장 중점적으로 하고 싶은 건 어떤 건가요?

A. 그렇게 서둘러서 됩니까. 우선 가서 인사를 다녀야 해요, 각 당으로요. 전부 아는 지인들이니까요. 여야 관계없이 인사 다니는 게 가장 급한 일이죠. 그러면서 일본 이야기도 듣고 우리 입장도 전달하고.

Q. 그런 과정에서 한일 정상회담 조기 개최에도 역할 하실 수 있을까요?

A. 그건 한일 관계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서 다를 거 같아요. 가장 바람직한 건 한·중·일 정상회의를 열고 그다음에 그 회의에서 따로 독자적으로 한일 정상회담을 하는 방법이죠.

Q. 일본에서 '위안부 합의'를 파기했다고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데요.

A. 일본 측에서 오해가 많아요. 우리가 합의를 파기한 적이 없어요. 화해치유재단은 이사들이 저절로 손을 놔버려서 이사 구성 안 됐고, 그래서 저절로 없어졌죠. 그리고 '위안부 합의'의 핵심은, 양국 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다시 거론하지 않겠다는 거였어요. 그런데 합의 이후 우리 정부가 정부 차원에서 위안부 문제를 재론한 적이 없어요. 한국이 합의를 파기했다고 하는 건 여론 조작이라고 생각해요.


Q. 스가 총리와 개인적인 친분은 있으신가요?

A.얼굴을 본 적은 있는데 개인적 친분은 없어요. 다만 아주 훌륭하신 분이라고 생각해요.

Q. 스가 총리가 실용주의자라고 평가하셨는데, 일본 자민당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한일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기엔 부담 있을 거 같은데요?

A. 그렇지 않아요. 니카이 간사장이나 누카가 회장이나 다 지한파고, 한일관계를 풀기를 원해요. 이분들이 다 일본 정치 파벌의 영수들인데, 스가 총리를 지원해줬잖아요. 아베 총리 때는 혼자서 결정해서 밀어붙였는데, 스가 총리는 그런 분들의 의견도 경청할 걸로 기대합니다. 그분들은 강제징용 해법에 대해서도 고민을 많이 해요. 한일관계가 꽁꽁 막혀 있으니, 사석에서는 고민을 이야기하죠. 이거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거에요. 그분들은 한일 관계가 정상화 되길 바래서 그러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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