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일출봉 해안에 70m 돌무더기…“원상 복구하라”

입력 2020.11.24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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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성산일출봉수마포구 해안지난 23일 성산일출봉수마포구 해안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성산일출봉 인근 모래 해안에 70m 길이의 돌무더기가 쌓이면서 경관 훼손 논란이 일고 있다. 연안 침식을 방지하기 위한 정비 사업인데, 일부 지역 주민들은 사업 내용을 전혀 알지 못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 23일 현장에서 만난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리 주민 고창권 씨는 "며칠 전에야 공사하는 걸 알게 됐다"며 "모래사장을 당장 원상 복구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주변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정희철 씨 역시 "지역 주민도 모르게 사업이 진행됐다"며 "제주도민과 관광객을 위해서라도 이 사업은 전면 중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안 침식 우려 정비 사업에 주민들 반발

돌무더기가 들어선 곳은 성산일출봉과 광치기해변을 잇는 수마포구 해안이다. 과거 제주산 말을 성산포구에서 다른 지역으로 보낸 것에 유래해 ‘수마포’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곳 해안은 올레 1코스에 포함돼 있고, 검은 모래로 유명해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제주도는 8월부터 이곳에서 연안 정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해양수산부에서 매해 실시하는 연안 침식 모니터링 실태 조사에서 지난 5년 연속 침식이 우려되는 C등급을 받았기 때문이다.

해양수산부는 체계적인 연안 정비를 위해 10년마다 연안 정비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 6월 제3차 연안 정비 기본계획에 해당 사업을 반영해 공사를 시작했다

지난 23일 서귀포시 성산읍 수마포 해안지난 23일 서귀포시 성산읍 수마포 해안

제주도와 성산리 마을회에 따르면, 먼저 정비 사업을 요청한 곳은 마을회였다. 마을회 측은 파도로 인해 일부 석축에 금이 가는 등 안전 문제가 발생하자 2018년 5월 제주도에 석축 유실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제안했다.

두 달 뒤 제주도가 현장 확인에 나섰고, 성산리 개발위원회에 심의가 통과됐다. 해양수산부에서도 2018년 9월 현장을 확인했고 그해 10월 성산리 개발위원회 승인을 거쳤다.

제주도는 사업 진행을 위해 지난 5월 문화재청에 현상 변경 허가를 요청했다. 성산일출봉 일대가 문화재 보호구역이기 때문이다. 문화재청은 현장을 확인한 뒤 지난 6월 이를 허가했다.

전체 사업 구간은 510m로, 제주도는 올해 예산 8억 원을 들여 189m까지 공사를 진행하고 내년에 전 구간 공사를 완료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민원이 잇따르면서 공사는 잠정 중단됐다.

김석보 성산리장은 "코로나19 여파로 주민설명회를 따로 갖지는 못했다"며 "다만 수마포 해안은 위험지구이고, 그 지역에 사시는 분들이 요청해 공사가 시작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주민 의견을 수렴해 공사에 반영하겠다"고 덧붙였다.

성산리 마을회는 오는 26일 오후 5시 30분 마을회관에서 개발위원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문화재 보호구역이라 굴착 불가…모래 위에 쌓을 수밖에"

현재 모래사장은 해안의 토사 등을 보호하기 위해 표면에 쌓는 돌인 피복석으로 뒤덮여있다. 진행된 공사 구간은 70m 가량.

이기우 제주도 해양산업과장은 "수마포해안이 모래 지반이기 때문에 파도가 치면 석축이 무너질 수 있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세굴방지공을 반드시 설치해야 하는데, 문화재 보호구역이기 때문에 굴착 자체가 안 돼, 모래 위에 쌓는 방식으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굴방지공은 파도에 의해 구조물의 지반이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설치하는 매트나 콘크리트 블록 등을 말한다.

이 과장은 "현재 폭이 11m 정도 되다 보니 해안변이 없어지는 시각적인 문제가 생기고 있다"며 "폭을 7m 정도로 줄이고, 세굴방지공을 포설하는 방향으로 문화재청에 재협의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원상회복과 관련해서는 "안전 문제가 있기 때문에 사업은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업 철회를 요구하는 주민들은 "안전 우려는 이해하지만, 최대한 원형을 보존하는 방향으로 사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원형 보존 방안 없나…막대한 예산 필요

제주도는 문화재청과의 재협의를 통해 세굴방지공을 모래 안에 넣어 포설하고, 11m에 달하는 폭을 7m로 줄이는 안을 제안할 계획이다.

지난 23일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일출봉수마포 해안지난 23일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일출봉수마포 해안

수중에 구조물을 축조해 파도 등을 막는 잠제 공법이 경관 훼손과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꼽히지만, 업체 측은 수백억 원에 달하는 공사비용과 효율성 측면에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른 지역 모래를 인공으로 공급해 자연 상태와 유사하게 만드는 양빈 작업도 대안으로 제시되지만, 수마포해안이 검은 모래인 데다 퇴적된 모래가 다른 곳에 유실될 수 있다는 부작용이 있다. 모래가 다른 곳에 퇴적되면 소라나 고둥 등 저서생물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최정훈 한국농어촌공사 해양기술사는 "지역 실정에 맞는 해안침식 방지 공법을 선정할 경우 지형적인 특성이나 모래 공급원, 해양학적 여건 등을 충분히 고려해 사전 모니터링 자료를 수집하고 전문가와 지역 주민 의견수렴을 고쳐 공법을 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도는 지역 주민 의견 수렴을 거쳐 올해 안에 문화재청에 재협의를 요청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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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1-24 19:27:37
    취재K
지난 23일 성산일출봉수마포구 해안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성산일출봉 인근 모래 해안에 70m 길이의 돌무더기가 쌓이면서 경관 훼손 논란이 일고 있다. 연안 침식을 방지하기 위한 정비 사업인데, 일부 지역 주민들은 사업 내용을 전혀 알지 못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 23일 현장에서 만난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리 주민 고창권 씨는 "며칠 전에야 공사하는 걸 알게 됐다"며 "모래사장을 당장 원상 복구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주변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정희철 씨 역시 "지역 주민도 모르게 사업이 진행됐다"며 "제주도민과 관광객을 위해서라도 이 사업은 전면 중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안 침식 우려 정비 사업에 주민들 반발

돌무더기가 들어선 곳은 성산일출봉과 광치기해변을 잇는 수마포구 해안이다. 과거 제주산 말을 성산포구에서 다른 지역으로 보낸 것에 유래해 ‘수마포’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곳 해안은 올레 1코스에 포함돼 있고, 검은 모래로 유명해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제주도는 8월부터 이곳에서 연안 정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해양수산부에서 매해 실시하는 연안 침식 모니터링 실태 조사에서 지난 5년 연속 침식이 우려되는 C등급을 받았기 때문이다.

해양수산부는 체계적인 연안 정비를 위해 10년마다 연안 정비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 6월 제3차 연안 정비 기본계획에 해당 사업을 반영해 공사를 시작했다

지난 23일 서귀포시 성산읍 수마포 해안
제주도와 성산리 마을회에 따르면, 먼저 정비 사업을 요청한 곳은 마을회였다. 마을회 측은 파도로 인해 일부 석축에 금이 가는 등 안전 문제가 발생하자 2018년 5월 제주도에 석축 유실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제안했다.

두 달 뒤 제주도가 현장 확인에 나섰고, 성산리 개발위원회에 심의가 통과됐다. 해양수산부에서도 2018년 9월 현장을 확인했고 그해 10월 성산리 개발위원회 승인을 거쳤다.

제주도는 사업 진행을 위해 지난 5월 문화재청에 현상 변경 허가를 요청했다. 성산일출봉 일대가 문화재 보호구역이기 때문이다. 문화재청은 현장을 확인한 뒤 지난 6월 이를 허가했다.

전체 사업 구간은 510m로, 제주도는 올해 예산 8억 원을 들여 189m까지 공사를 진행하고 내년에 전 구간 공사를 완료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민원이 잇따르면서 공사는 잠정 중단됐다.

김석보 성산리장은 "코로나19 여파로 주민설명회를 따로 갖지는 못했다"며 "다만 수마포 해안은 위험지구이고, 그 지역에 사시는 분들이 요청해 공사가 시작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주민 의견을 수렴해 공사에 반영하겠다"고 덧붙였다.

성산리 마을회는 오는 26일 오후 5시 30분 마을회관에서 개발위원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문화재 보호구역이라 굴착 불가…모래 위에 쌓을 수밖에"

현재 모래사장은 해안의 토사 등을 보호하기 위해 표면에 쌓는 돌인 피복석으로 뒤덮여있다. 진행된 공사 구간은 70m 가량.

이기우 제주도 해양산업과장은 "수마포해안이 모래 지반이기 때문에 파도가 치면 석축이 무너질 수 있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세굴방지공을 반드시 설치해야 하는데, 문화재 보호구역이기 때문에 굴착 자체가 안 돼, 모래 위에 쌓는 방식으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굴방지공은 파도에 의해 구조물의 지반이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설치하는 매트나 콘크리트 블록 등을 말한다.

이 과장은 "현재 폭이 11m 정도 되다 보니 해안변이 없어지는 시각적인 문제가 생기고 있다"며 "폭을 7m 정도로 줄이고, 세굴방지공을 포설하는 방향으로 문화재청에 재협의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원상회복과 관련해서는 "안전 문제가 있기 때문에 사업은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업 철회를 요구하는 주민들은 "안전 우려는 이해하지만, 최대한 원형을 보존하는 방향으로 사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원형 보존 방안 없나…막대한 예산 필요

제주도는 문화재청과의 재협의를 통해 세굴방지공을 모래 안에 넣어 포설하고, 11m에 달하는 폭을 7m로 줄이는 안을 제안할 계획이다.

지난 23일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일출봉수마포 해안
수중에 구조물을 축조해 파도 등을 막는 잠제 공법이 경관 훼손과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꼽히지만, 업체 측은 수백억 원에 달하는 공사비용과 효율성 측면에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른 지역 모래를 인공으로 공급해 자연 상태와 유사하게 만드는 양빈 작업도 대안으로 제시되지만, 수마포해안이 검은 모래인 데다 퇴적된 모래가 다른 곳에 유실될 수 있다는 부작용이 있다. 모래가 다른 곳에 퇴적되면 소라나 고둥 등 저서생물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최정훈 한국농어촌공사 해양기술사는 "지역 실정에 맞는 해안침식 방지 공법을 선정할 경우 지형적인 특성이나 모래 공급원, 해양학적 여건 등을 충분히 고려해 사전 모니터링 자료를 수집하고 전문가와 지역 주민 의견수렴을 고쳐 공법을 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도는 지역 주민 의견 수렴을 거쳐 올해 안에 문화재청에 재협의를 요청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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