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있는데, 책임은 없다니”…100일 넘게 조사도 못 해

입력 2020.11.24 (21:29) 수정 2020.11.30 (11:4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불어난 물에 소들이 지붕 위까지 올라갔다 가까스로 구조되던 장면, 기억하십니까?

시가지가 온통 물에 잠겼던 지난 8월 전남 구례군 양정마을 모습입니다.

수해 입은지 벌써 석달이 지났는데 피해자들은 지금 이렇게 삭발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원인 조사에 진척이 없어서 언제 보상받을 수 있을지 기약이 없기 때문입니다.

재난 현장을 다시 찾아가는 KBS 연속 보도, 오늘(24일)은 댐 방류 뒤에 수해를 입은 주민들 얘기 들어봅니다.

김정대, 송근섭 기자가 차례로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소가 죽고 있으면 말을 할 수가 없어요. 우린 안 죽고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마을 이번에 침수로 인해서 완전히 붕괴했습니다."]

천 2백여 가구가 삶의 터전을 잃은 지 석 달째...

집이 무너진 주민에겐 최대 천6백만 원이 지원됐습니다.

집 짓기엔 턱없이 모자랍니다.

[김일순/전남 구례군 양정마을 : "능력이 되면 다른 데 나가서라도 집을 짓는다든지 (하겠지만) 1~2천만 원 가지고 짓는 게 아니잖아요."]

임시주택을 지으면서 규격 미달의 자재를 쓴 사실이 최근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김일순/전남 구례군 양정마을 : "부리나케 이게 50동을 만들어 납품하다 보니까. 구례군에서는 자재를 좋은 걸 쓰던 (신경을 안 썼는지...)"]

집도 못 짓고, 옮길 데도 없던 주민들.

인근 사찰과 학교에 마련된 임시 거처에 머물러 왔지만, 이마저도 기간이 끝났습니다.

[안치부/전남 구례군 마산면 : "군에서 (임시 거처인) 생태공원 계약이 끝났다고. 그래서 억지로 쫓겨나다시피 한 거야. 나가라고..."]

수해 이후 구례군에 복구 예산 3천억 원이 내려왔습니다.

하지만 공공시설물 복구에만 쓰도록 제한돼 주민들에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김일순/전남 구례군 양정마을 : "우리한테 쓰이는 게 아니고 공사업자들한테만 쓰이는 게 아니냐. 이게 지금 우리 삶하고 무슨 상관이냐 이게..."]

수재민들을 더 괴롭게 한 건, 부실한 피해 조사와 더딘 원인 조사입니다.

[안치부/전남 구례군 마산면 : "항공촬영해서 반파라고 해서 반파로 매기는 사람들이 어디에 있대요. 내가 갔으면 자기들이 한 바퀴 싹 돌아보고 실태조사를 해야 할 것 아니에요. 실태 조사도 없었어..."]

[김봉용/섬진강 수해참사 구례군 비대위원장 : "섬진강 수해 참사가 난 지 지금 100일이 훌쩍 넘었습니다. 수해 원인에 대한 조사 자체도 하고 있지 못한 상태예요."]

주민 비상대책위는 곧 청와대와 국회 앞에서 농성에 들어갈 계획입니다.

[김봉용/섬진강 수해참사 구례군 비대위원장 : "지금까지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책임지는 사람도 없고. 저는 이게 정상적인 사회인가 반문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KBS 뉴스 김정대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피해자 있는데, 책임은 없다니”…100일 넘게 조사도 못 해
    • 입력 2020-11-24 21:29:30
    • 수정2020-11-30 11:45:58
    뉴스 9
[앵커]

불어난 물에 소들이 지붕 위까지 올라갔다 가까스로 구조되던 장면, 기억하십니까?

시가지가 온통 물에 잠겼던 지난 8월 전남 구례군 양정마을 모습입니다.

수해 입은지 벌써 석달이 지났는데 피해자들은 지금 이렇게 삭발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원인 조사에 진척이 없어서 언제 보상받을 수 있을지 기약이 없기 때문입니다.

재난 현장을 다시 찾아가는 KBS 연속 보도, 오늘(24일)은 댐 방류 뒤에 수해를 입은 주민들 얘기 들어봅니다.

김정대, 송근섭 기자가 차례로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소가 죽고 있으면 말을 할 수가 없어요. 우린 안 죽고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마을 이번에 침수로 인해서 완전히 붕괴했습니다."]

천 2백여 가구가 삶의 터전을 잃은 지 석 달째...

집이 무너진 주민에겐 최대 천6백만 원이 지원됐습니다.

집 짓기엔 턱없이 모자랍니다.

[김일순/전남 구례군 양정마을 : "능력이 되면 다른 데 나가서라도 집을 짓는다든지 (하겠지만) 1~2천만 원 가지고 짓는 게 아니잖아요."]

임시주택을 지으면서 규격 미달의 자재를 쓴 사실이 최근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김일순/전남 구례군 양정마을 : "부리나케 이게 50동을 만들어 납품하다 보니까. 구례군에서는 자재를 좋은 걸 쓰던 (신경을 안 썼는지...)"]

집도 못 짓고, 옮길 데도 없던 주민들.

인근 사찰과 학교에 마련된 임시 거처에 머물러 왔지만, 이마저도 기간이 끝났습니다.

[안치부/전남 구례군 마산면 : "군에서 (임시 거처인) 생태공원 계약이 끝났다고. 그래서 억지로 쫓겨나다시피 한 거야. 나가라고..."]

수해 이후 구례군에 복구 예산 3천억 원이 내려왔습니다.

하지만 공공시설물 복구에만 쓰도록 제한돼 주민들에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김일순/전남 구례군 양정마을 : "우리한테 쓰이는 게 아니고 공사업자들한테만 쓰이는 게 아니냐. 이게 지금 우리 삶하고 무슨 상관이냐 이게..."]

수재민들을 더 괴롭게 한 건, 부실한 피해 조사와 더딘 원인 조사입니다.

[안치부/전남 구례군 마산면 : "항공촬영해서 반파라고 해서 반파로 매기는 사람들이 어디에 있대요. 내가 갔으면 자기들이 한 바퀴 싹 돌아보고 실태조사를 해야 할 것 아니에요. 실태 조사도 없었어..."]

[김봉용/섬진강 수해참사 구례군 비대위원장 : "섬진강 수해 참사가 난 지 지금 100일이 훌쩍 넘었습니다. 수해 원인에 대한 조사 자체도 하고 있지 못한 상태예요."]

주민 비상대책위는 곧 청와대와 국회 앞에서 농성에 들어갈 계획입니다.

[김봉용/섬진강 수해참사 구례군 비대위원장 : "지금까지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책임지는 사람도 없고. 저는 이게 정상적인 사회인가 반문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KBS 뉴스 김정대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