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육지거북은 왜 안성천에 나타났나?

입력 2020.11.25 (09:24) 수정 2020.11.25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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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된 육지거북 ‘설가타’구조된 육지거북 ‘설가타’

지난 10일, 경기도 안성시 공도읍 안성천 지류 인근에서 아프리카가 원산지인 육지거북 '설가타'가 나타났습니다.

100년을 넘게 산다는 육지거북은 어떻게 아프리카에서 지구 반바퀴나 멀리 떨어진 한국에, 게다가 안성천까지 온 걸까요?

■ 신기해서 키우다가 힘들면 버린다?…희귀동물도 피하지 못한 '유기'

이 육지거북은 구조가 됐긴 했는데요, 발견 당시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등갑은 낙타처럼 여기저기 굽었고 배갑 쪽은 짓물러 있었습니다. 일정기간 영양섭취가 부족할 경우 거북의 몸을 감싸는 갑각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해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합니다.

이 육지거북은 국제적으로 멸종될 위기에 처할 우려가 있어서 학술이나 연구, 상업적 목적에 한해 허가를 받아 국내 반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들어온 동물 상당수는 전문 번식업체나 개인 분양 등을 통해 별다른 양도 양수 절차 없이 제3자에게 거래되곤 합니다. 육지거북을 임시 보호하고 있는 시설의 사육사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어릴 때는 사람 손바닥 안에 들어올 정도로 작아서 많이들 신기해 키우려 합니다. 하지만 성장하면 1미터에서 1.5미터까지 커지고 계속해서 전진하려는 습성이 있어서 넓은 사육공간이 필요한 동물입니다. 가정에서 쉽게 키울 수 있는 종류가 아닙니다."

■ 미국너구리 '라쿤'…왜 '생태계위해우려 생물 1호'가 됐을까?

지난 8일 서울 마포구에서 구조된 미국 너구리 ‘라쿤’, 임시보호소에서 지내고 있다. 지난 8일 서울 마포구에서 구조된 미국 너구리 ‘라쿤’, 임시보호소에서 지내고 있다.
비슷한 시기,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공원에서는 미국 너구리 '라쿤'이 구조됐습니다. 열흘의 공고 기간이 지난지만 결국 주인이 나타나지 않았고, 지금은 동물 보호 단체인 '동물권행동 카라'가 지자체를 대신해 보호 중입니다.

한때 라쿤 카페와 분양 업체가 성업할 정도로 라쿤은 특유의 귀여운 생김새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가정에서 키우기에 절대적으로 어려운 동물입니다. 훈련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생태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라쿤은 천적이 없고 먹성이 강해서 삵이나 오소리 등 국내 고유종의 서식지를 해칠 수 있습니다.

■ 국내 반입되는 외래생물 2,160종…'2호가 될 순 없어!?'

환경부와 국립생태원이 올해 4월 발간한 『외래생물 관리 종합 대응 매뉴얼』을 보면, 외래생물의 국내 유입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2017년 기준, 항만과 공항 화물운송을 통해 반입된 외래생물은 2010년 대비 22.2%증가했고 여객기로 들여오는 경우도 47.9% 증가했습니다.

개체 수 만큼 종류도 다양해졌습니다.

2009년 기준 894종이 유입되던 것에서 2018년에는 2,160종으로 2.4배가량 늘었습니다. 점점 더 이색적인 동식물을 키우려는 수요가 늘면서 관련 생물종의 반입도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7월, 관상용 표범 도마뱀이 플리스틱 용기 10여 개에 나눠 담긴 채 인천시 부평구의 주택가 골목에서 발견됐습니다. 전문적으로 번식이나 분양을 하는 업자가 갖고 있던 것인지 개인이 키우던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주인이 이 도마뱀들을 잃어버렸거나 동물 스스로 살던 곳을 이탈한 '유실'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져 있는 표범 도마뱀, 이러한 보관통 14개가 한꺼번에 발견됐다.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져 있는 표범 도마뱀, 이러한 보관통 14개가 한꺼번에 발견됐다.
자치단체별 유기유실 동물 공고에는 족제비과인 '페럿', 날다람쥐의 일종인 '슈가글라이더' 등 다양한 외래종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이들 가운데 또 어느 동물이 라쿤에 이어 '생태계 위해 우려 생물 2호'라는 딱지가 붙을지 모를 일입니다.

'귀엽고 신기해서' 사랑받던 동물이 어느 날 생태계를 위협하는 유해종이 되는 것, 외래종 자체의 문제만은 아닐 겁니다.

한때 그들을 누구보다 좋아해서 선택했던 사람들이 '반려'를 포기하면서 만들어낸 것은 아닌지 반문해볼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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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프리카 육지거북은 왜 안성천에 나타났나?
    • 입력 2020-11-25 09:24:42
    • 수정2020-11-25 09:24:52
    취재K
구조된 육지거북 ‘설가타’
지난 10일, 경기도 안성시 공도읍 안성천 지류 인근에서 아프리카가 원산지인 육지거북 '설가타'가 나타났습니다.

100년을 넘게 산다는 육지거북은 어떻게 아프리카에서 지구 반바퀴나 멀리 떨어진 한국에, 게다가 안성천까지 온 걸까요?

■ 신기해서 키우다가 힘들면 버린다?…희귀동물도 피하지 못한 '유기'

이 육지거북은 구조가 됐긴 했는데요, 발견 당시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등갑은 낙타처럼 여기저기 굽었고 배갑 쪽은 짓물러 있었습니다. 일정기간 영양섭취가 부족할 경우 거북의 몸을 감싸는 갑각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해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합니다.

이 육지거북은 국제적으로 멸종될 위기에 처할 우려가 있어서 학술이나 연구, 상업적 목적에 한해 허가를 받아 국내 반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들어온 동물 상당수는 전문 번식업체나 개인 분양 등을 통해 별다른 양도 양수 절차 없이 제3자에게 거래되곤 합니다. 육지거북을 임시 보호하고 있는 시설의 사육사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어릴 때는 사람 손바닥 안에 들어올 정도로 작아서 많이들 신기해 키우려 합니다. 하지만 성장하면 1미터에서 1.5미터까지 커지고 계속해서 전진하려는 습성이 있어서 넓은 사육공간이 필요한 동물입니다. 가정에서 쉽게 키울 수 있는 종류가 아닙니다."

■ 미국너구리 '라쿤'…왜 '생태계위해우려 생물 1호'가 됐을까?

지난 8일 서울 마포구에서 구조된 미국 너구리 ‘라쿤’, 임시보호소에서 지내고 있다. 비슷한 시기,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공원에서는 미국 너구리 '라쿤'이 구조됐습니다. 열흘의 공고 기간이 지난지만 결국 주인이 나타나지 않았고, 지금은 동물 보호 단체인 '동물권행동 카라'가 지자체를 대신해 보호 중입니다.

한때 라쿤 카페와 분양 업체가 성업할 정도로 라쿤은 특유의 귀여운 생김새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가정에서 키우기에 절대적으로 어려운 동물입니다. 훈련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생태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라쿤은 천적이 없고 먹성이 강해서 삵이나 오소리 등 국내 고유종의 서식지를 해칠 수 있습니다.

■ 국내 반입되는 외래생물 2,160종…'2호가 될 순 없어!?'

환경부와 국립생태원이 올해 4월 발간한 『외래생물 관리 종합 대응 매뉴얼』을 보면, 외래생물의 국내 유입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2017년 기준, 항만과 공항 화물운송을 통해 반입된 외래생물은 2010년 대비 22.2%증가했고 여객기로 들여오는 경우도 47.9% 증가했습니다.

개체 수 만큼 종류도 다양해졌습니다.

2009년 기준 894종이 유입되던 것에서 2018년에는 2,160종으로 2.4배가량 늘었습니다. 점점 더 이색적인 동식물을 키우려는 수요가 늘면서 관련 생물종의 반입도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7월, 관상용 표범 도마뱀이 플리스틱 용기 10여 개에 나눠 담긴 채 인천시 부평구의 주택가 골목에서 발견됐습니다. 전문적으로 번식이나 분양을 하는 업자가 갖고 있던 것인지 개인이 키우던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주인이 이 도마뱀들을 잃어버렸거나 동물 스스로 살던 곳을 이탈한 '유실'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져 있는 표범 도마뱀, 이러한 보관통 14개가 한꺼번에 발견됐다. 자치단체별 유기유실 동물 공고에는 족제비과인 '페럿', 날다람쥐의 일종인 '슈가글라이더' 등 다양한 외래종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이들 가운데 또 어느 동물이 라쿤에 이어 '생태계 위해 우려 생물 2호'라는 딱지가 붙을지 모를 일입니다.

'귀엽고 신기해서' 사랑받던 동물이 어느 날 생태계를 위협하는 유해종이 되는 것, 외래종 자체의 문제만은 아닐 겁니다.

한때 그들을 누구보다 좋아해서 선택했던 사람들이 '반려'를 포기하면서 만들어낸 것은 아닌지 반문해볼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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