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인 가구 63% “나 혼자 살겠다, 계속”

입력 2020.11.25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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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라고 하면 '부부와 미혼 자녀'로 이루어진 구성을 떠올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에 비해 요즘은 가족 구성원 수도 줄고, 구성도 예전보다 다양해졌습니다. 그래도 1인 가구는 여전히 일시적인 상태로 여기지기 일쑤입니다. 독립했지만 결혼해서 가정을 이루기 전 임시적인 상태이거나, 또는 이혼이나 사별로 불가피하게 혼자 생활하게 된 상황이라고 말입니다.

이런 통념을 깨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서울시가 조사해봤더니, 1인 가구의 62.8%는 계속해서 1인 가구로 남기를 원한다는 겁니다. 서울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65세 이하 1인 가구 500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조사 결과입니다.

■ "서울서 혼자 살기 힘들어도 계속 혼자 살겠다." 절반

이들은 대체로 서울이 '1인 가구가 살기에 적합한 사회'라고 생각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서울에서 1인 가구로 살아가기가 어렵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도, 계속 1인 가구로 살겠다는 응답이 더 많았습니다.


1인 가구라서 가장 만족스러운 점은 간섭받지 않는 독립된 생활(73.1%), 나 자신을 위한 투자·지출 가능(31.1%), 효율적인 시간 활용(30.3%)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가족이나 친지와 갈등이 줄었고(19%), 나만의 취미가 가능한 점(13.3%), 삶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12.7%)는 응답도 장점으로 꼽혔습니다.

반대로, 1인 가구라서 겪는 사회적 편견은 "문제가 있어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부족한 사람"이란 인식이라고 답했습니다. 외톨이, 비혼주의자, 경제적 무능력자, 개인주의자·이기주의자, 손쉬운 대상 등으로 여겨진다는 겁니다.

1인 가구의 만족도는 연령대별로 달라졌는데요, 행복도를 10점으로 매겼을 때, 29살 이하에선 1인 가구의 행복도가 다인 가구주보다 높았습니다. 하지만 개인 재정상태 만족도, 사회생활 행복도, 자신의 건강상태 만족도는 40대부터, 직업 만족도는 50대부터 1인 가구의 만족도 폭이 크게 감소했습니다.

■ 1인 가구가 원하는 지원정책은 '주거안정지원'

올해 기준 서울의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33.9%를 차지합니다. 1980년 4.5%에 비해 40년 만에 16배나 늘었습니다. 하지만 사회정책은 그동안 다수였던 정상가족을 기준으로 설계됐습니다. 서울시가 '1인 가구 종합 지원 계획'을 세운 건 지난해가 처음입니다.

1인 가구가 늘고, 나아가 1인 가구로 계속 살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정책 설계도 변화가 필요해졌습니다. 이번 조사에서 1인 가구가 가장 원하는 지원 정책은 '주거안정지원'이 55%로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성별, 연령대를 통틀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모두 주거지원을 1순위로 꼽았습니다. 주거비 부담이 1인 가구의 가장 큰 고충이라고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가구원이 몇 명이든 최소한 1개 이상의 화장실과 부엌 등 기본 설비를 갖춘 주택이 필요하다 보니 그 비용을 혼자 감당해야 하는 1인 가구는 주거비 부담이 큽니다. 가구소득 대비 주거비 부담이 30% 이상인 1인 가구가 10가구당 3가구꼴입니다. 하지만 부양가족 수에 따라 최고 30점의 차이가 나는 청약가점에서 볼 수 있듯 주거 정책에서 1인 가구는 뒤로 밀려나 있습니다.

게다가 서울은 인구는 감소세지만 1인 가구의 증가로 가구 수는 늘어났습니다. 서울 인구가 정점이었던 1993년 1,092만 5천여 명은 올해 960만 명대로 낮아졌습니다. 반면 가구 수는 93년 대략 290만 가구에서 올해 385만 가구로 늘었습니다. 인구 변동으로 인한 주택 수요는 도리어 늘고 있는 겁니다.

1인 가구가 바라는 지원 정책은 다음 순위도 모두 경제 분야였습니다. 생애 소득이 가장 높은 40대만이 연말정산 소득공제 범위 확대를 2순위로 꼽았을 뿐, 모든 성별과 연령대에서 기본소득 지원을 다음으로 바랐습니다. 이어 연말 정산에서 인적 공제를 받을 수 없어 '싱글세'를 더 내야 하는 문제가 3순위로 올랐습니다.

다만 성별, 연령별로 지원 정책의 우선순위에는 차이가 났습니다. 여성은 3순위로 방범과 치안 등 안전 확보 정책을 희망했습니다. 고독사 예방 등 사회적 관계망 지원 정책은 30대 이하에서는 수요가 적었지만, 40대와 60대는 5순위, 50대는 3순위로 필요성을 꼽았습니다.

■ 1인 가구 주거형태는 양극화…다양한 정책 개발 필요

1인 가구의 주거지가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도 이번 조사에서 확인됐습니다. 1995년 이전 1인 가구는 70% 이상이 단독주택에 거주했습니다. 반면 2019년 1인 가구의 거처는 단독주택(40.4%), 아파트(22.1%), 다세대 주택(17.2%) 순으로 거쳐 유형이 다양해졌고 오피스텔 등 주택 이외 거처(오피스텔, 숙박업소객실, 고시원 등) 비율도 15.4%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1인 가구의 주거가 양극화되고 있는 현상은 다른 연구에서도 파악되는데요. 국토연구원의 '연령대별·성별 1인 가구 증가 양상과 주거특성에 따른 정책 대응방향'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다인 가구는 단독과 다가구, 연립 거주 비중이 급격히 감소했습니다. 반면 1인 가구의 주거형태는 단독부터 아파트까지 다양해졌습니다. 그러면서도 70대 여성은 주거 면적이 넓어졌고, 나머지 연령과 세대에서는 주거 면적이 오히려 감소했습니다.

주거형태가 다양화되는 것은 1인 가구의 유형이 그만큼 다양하고, 복지나 정책의 수요도 다양할 것이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줍니다. 서울시는 "1인 가구에 대한 체계적인 모니터링으로 다양해지는 정책수요를 지속적으로 파악해 나가겠다."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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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1인 가구 63% “나 혼자 살겠다, 계속”
    • 입력 2020-11-25 17:30:20
    취재K

가족이라고 하면 '부부와 미혼 자녀'로 이루어진 구성을 떠올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에 비해 요즘은 가족 구성원 수도 줄고, 구성도 예전보다 다양해졌습니다. 그래도 1인 가구는 여전히 일시적인 상태로 여기지기 일쑤입니다. 독립했지만 결혼해서 가정을 이루기 전 임시적인 상태이거나, 또는 이혼이나 사별로 불가피하게 혼자 생활하게 된 상황이라고 말입니다.

이런 통념을 깨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서울시가 조사해봤더니, 1인 가구의 62.8%는 계속해서 1인 가구로 남기를 원한다는 겁니다. 서울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65세 이하 1인 가구 500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조사 결과입니다.

■ "서울서 혼자 살기 힘들어도 계속 혼자 살겠다." 절반

이들은 대체로 서울이 '1인 가구가 살기에 적합한 사회'라고 생각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서울에서 1인 가구로 살아가기가 어렵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도, 계속 1인 가구로 살겠다는 응답이 더 많았습니다.


1인 가구라서 가장 만족스러운 점은 간섭받지 않는 독립된 생활(73.1%), 나 자신을 위한 투자·지출 가능(31.1%), 효율적인 시간 활용(30.3%)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가족이나 친지와 갈등이 줄었고(19%), 나만의 취미가 가능한 점(13.3%), 삶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12.7%)는 응답도 장점으로 꼽혔습니다.

반대로, 1인 가구라서 겪는 사회적 편견은 "문제가 있어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부족한 사람"이란 인식이라고 답했습니다. 외톨이, 비혼주의자, 경제적 무능력자, 개인주의자·이기주의자, 손쉬운 대상 등으로 여겨진다는 겁니다.

1인 가구의 만족도는 연령대별로 달라졌는데요, 행복도를 10점으로 매겼을 때, 29살 이하에선 1인 가구의 행복도가 다인 가구주보다 높았습니다. 하지만 개인 재정상태 만족도, 사회생활 행복도, 자신의 건강상태 만족도는 40대부터, 직업 만족도는 50대부터 1인 가구의 만족도 폭이 크게 감소했습니다.

■ 1인 가구가 원하는 지원정책은 '주거안정지원'

올해 기준 서울의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33.9%를 차지합니다. 1980년 4.5%에 비해 40년 만에 16배나 늘었습니다. 하지만 사회정책은 그동안 다수였던 정상가족을 기준으로 설계됐습니다. 서울시가 '1인 가구 종합 지원 계획'을 세운 건 지난해가 처음입니다.

1인 가구가 늘고, 나아가 1인 가구로 계속 살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정책 설계도 변화가 필요해졌습니다. 이번 조사에서 1인 가구가 가장 원하는 지원 정책은 '주거안정지원'이 55%로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성별, 연령대를 통틀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모두 주거지원을 1순위로 꼽았습니다. 주거비 부담이 1인 가구의 가장 큰 고충이라고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가구원이 몇 명이든 최소한 1개 이상의 화장실과 부엌 등 기본 설비를 갖춘 주택이 필요하다 보니 그 비용을 혼자 감당해야 하는 1인 가구는 주거비 부담이 큽니다. 가구소득 대비 주거비 부담이 30% 이상인 1인 가구가 10가구당 3가구꼴입니다. 하지만 부양가족 수에 따라 최고 30점의 차이가 나는 청약가점에서 볼 수 있듯 주거 정책에서 1인 가구는 뒤로 밀려나 있습니다.

게다가 서울은 인구는 감소세지만 1인 가구의 증가로 가구 수는 늘어났습니다. 서울 인구가 정점이었던 1993년 1,092만 5천여 명은 올해 960만 명대로 낮아졌습니다. 반면 가구 수는 93년 대략 290만 가구에서 올해 385만 가구로 늘었습니다. 인구 변동으로 인한 주택 수요는 도리어 늘고 있는 겁니다.

1인 가구가 바라는 지원 정책은 다음 순위도 모두 경제 분야였습니다. 생애 소득이 가장 높은 40대만이 연말정산 소득공제 범위 확대를 2순위로 꼽았을 뿐, 모든 성별과 연령대에서 기본소득 지원을 다음으로 바랐습니다. 이어 연말 정산에서 인적 공제를 받을 수 없어 '싱글세'를 더 내야 하는 문제가 3순위로 올랐습니다.

다만 성별, 연령별로 지원 정책의 우선순위에는 차이가 났습니다. 여성은 3순위로 방범과 치안 등 안전 확보 정책을 희망했습니다. 고독사 예방 등 사회적 관계망 지원 정책은 30대 이하에서는 수요가 적었지만, 40대와 60대는 5순위, 50대는 3순위로 필요성을 꼽았습니다.

■ 1인 가구 주거형태는 양극화…다양한 정책 개발 필요

1인 가구의 주거지가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도 이번 조사에서 확인됐습니다. 1995년 이전 1인 가구는 70% 이상이 단독주택에 거주했습니다. 반면 2019년 1인 가구의 거처는 단독주택(40.4%), 아파트(22.1%), 다세대 주택(17.2%) 순으로 거쳐 유형이 다양해졌고 오피스텔 등 주택 이외 거처(오피스텔, 숙박업소객실, 고시원 등) 비율도 15.4%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1인 가구의 주거가 양극화되고 있는 현상은 다른 연구에서도 파악되는데요. 국토연구원의 '연령대별·성별 1인 가구 증가 양상과 주거특성에 따른 정책 대응방향'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다인 가구는 단독과 다가구, 연립 거주 비중이 급격히 감소했습니다. 반면 1인 가구의 주거형태는 단독부터 아파트까지 다양해졌습니다. 그러면서도 70대 여성은 주거 면적이 넓어졌고, 나머지 연령과 세대에서는 주거 면적이 오히려 감소했습니다.

주거형태가 다양화되는 것은 1인 가구의 유형이 그만큼 다양하고, 복지나 정책의 수요도 다양할 것이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줍니다. 서울시는 "1인 가구에 대한 체계적인 모니터링으로 다양해지는 정책수요를 지속적으로 파악해 나가겠다."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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