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은 ‘논문 저자’…대체 누가 정하나요?

입력 2020.11.26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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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미성년 자녀 저자로 올리는 이른바 '부모 찬스' 논문들
허위 논문 논쟁에 교육부 "명백한 허위" - 검찰 "허위 아냐"
논문 저자에 대한 각각 다른 해석 "연구실 오가고 실험 도구 다루면 저자인가요?"


■ 논문 저자의 '자격'

논문(論文). 어떠한 주제에 대해 저자가 자신의 학문적 연구 결과나 주장을 논리에 맞게 풀어쓴 글이죠. 서론과 본론, 결론 세 가지 단계라는 체계를 갖춰야 하고 전체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가 명확히 담겨야 합니다. 그래서 모든 논문은 학문의 계열과 관계없이 근거를 전개해나갈 자료, 실험, 조사, 설문 등이 포함됩니다. 그 과정을 우리는 '연구'라고 부르죠.


일정한 형식에 갖춰서 써야 하는 논문은 저자를 기록하는 방식에도 나름의 체계가 있습니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논문에 기여한 정도를 따져 저자 이름을 올립니다. 논문이 출판되기까지 모든 과정에 가장 많이 기여한 사람을 '제1저자'라고 합니다.

논문의 성격에 따라 이 제1저자는 한 명일 수도 혹은 여러 명일 수도 있습니다. 또한 논문의 총 책임자, 그러니까 논문을 쓴 저자들을 지도한 사람을 책임저자 또는 '교신저자'라고 부르는데요, 통상적으로 이 교신저자는 총괄 지도 교수입니다.


■ 논문 함께 쓴 저자들…알고 보니 '친인척에 미성년'

여기 하나의 논문이 있습니다. 저자는 이 모 씨 또 다른 이 모 씨, 또 다른 이 모 씨 총 세 명입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라면 앞의 두 명은 제1저자, 마지막 이 모 씨는 교신저자죠.

그런데 이 세 사람, 알고 보면 친인척 관계입니다. 교신저자인 마지막 이 모 씨는 전북대 농생명대 교수이고 제1저자는 이 교수의 아들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은 이 교수의 조카 손녀입니다.


또 한 가지 사실은 교신저자를 제외한 나머지 저자 두 명이 미성년자라는 점입니다. 논문이 완성된 게 2014년 12월인데 당시 이 교수의 아들과 조카 손녀는 고등학교 2학년이었습니다. 미성년자 두 명과 대학교수가 함께 쓴 논문. 이 학술논문은 한국응용생명화학회의 한 학술지에 실렸습니다.

친인척끼리 똘똘 뭉쳐 연구한 결과가 담긴 논문은 이뿐만이 아니었는데요, 해당 교수가 교신저자로 등록된 논문 몇 권이 더 있습니다. 확인된 것만 나열해보면 이렇습니다.

<전북대 이 모 교수가 딸, 아들, 조카 손녀와 함께 쓴 논문 목록>

1. Chemical Composition of _________ ____ Extracted from Five Juniperus
chinensis Varieties in Korea (2013년 1월)
K00, 이00(이 교수 딸, 당시 고등학교 3학년), K00, L00, 이 모 교수

2. Antimicrobial Effect of ______ ________ from cassia tora Linn. Seeds
against Food-Borne Bacteria (2013년 5월)
이00(이 교수 딸, 당시 고3), 이00(이 교수 아들, 당시 고1), S00(이 교수 지인의 딸, 당시 고3), Y00, 이 모 교수

3. Attractive Effects Efficiency of LED trap on Controlling ________ __________ Adults in Greenhouse (2014년 3월)
P00, 이00(이 교수 아들, 당시 고2), L00, 이 모 교수

4. GC-MS Analyses of the _________ ____ Obtained from Pinaceae Leaves in
Korea (2014년 9월)
이00(이 교수 딸, 당시 재수생), 이00(이 교수 아들, 당시 고2), 이00(이 교수 조카), J00, 이 모 교수

5. Phototatic behavior 6: __________ _________ of Myzus persicae(Hemiptera:Aphididae) to light-emitting diodes (2014년 9월)
Y00, 이00(이 교수 아들, 당시 고2), 이 모 교수

6. controlling __________ _____________ Adults in LED-Equipped Y-Maze
Chamber (2014년 12월)
이00(이 교수 아들, 당시 고2), 이00(이 교수 조카 손녀, 당시 고2), 이 모 교수

7. Acaricidal and Insecticidal Activities of _________ ____ against a Stored-
Food Mite and Stored-Grain Insects (2015년 3월)
S00, K00, 이00(이 교수 딸, 당시 대학교 1학년), Y00, 이 모 교수

8. Food Protective Effects of 3-Methylbenzaldehyde Derived from ________ ________ and Its Analogues against Tyrophagus Putrescentiae (2017년 2월)
P00, 이00(이 교수 딸, 당시 대학교 3학년), Y00, 이 모 교수



■ 교육부, 해당 논문들 '허위'로 규정

이 여덟 편의 논문은 지난해 교육부 감사에서 모두 '허위 논문'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유는 연구 부정행위. 논문의 저자가 되기 위해선 출판된 논문에 대한 공적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하는데 이 미성년 저자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겁니다.

특히 제1저자가 되려면 주도적 역할을 하는 등 기여도가 높아야겠죠. 논문 내용과 관련한 전문적인 식견을 갖췄는지 또 논문 작성에 핵심적이고 주도적인 역할을 했는지가 쟁점인데요, 단순히 실험을 보조하고 연구실을 오가는 행위만으로는 제1저자가 될 수 없습니다.


교육부와 전북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당시 미성년 저자들이 국제저명학술지에 등재될 정도의 학문적 전문성을 갖추진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여기에 논문 참여 정도는 연구실을 오가며 실험을 보조하고 장비나 도구를 관리하는 것에 그친다고 봤는데요, 달리 말하면 논문 작성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바가 적다는 뜻입니다.

교육부는 이런 사정을 종합해 미성년자 4명의 제1저자 등재는 연구 부정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에 앞서 4명은 대학 입시 서류에 논문 출판 사실을 기재해 모두 전북대 농생명대에 입학했는데요. 교육부는 이 역시 해당 논문이 입시를 위한 자료로 활용됐다고 판정했습니다.


■ 수사까지 이뤄졌는데…검찰, 처벌 안 해

그렇게 허위 논문이 세상에 알려지고, 입시 부정으로 얼룩지면서 이 교수의 자녀 두 명은 대학 입학이 취소됐습니다. 수사도 이뤄졌는데 검찰은 교육부와 전혀 다른 판단을 내놨습니다.

사건에 적용된 혐의는 '업무방해''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한 전주지방검찰청은 두 혐의 모두 재판에 넘기지 않는 '불기소'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 교수의 연구비 횡령 혐의만 기소했는데, 왜일까요?


검찰은 크게 세 가지 이유를 들어 처벌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첫 번째는 미성년자들이 연구나 실험에 일정한 역할을 담당해 참여했다는 점, 두 번째는 이들이 저자가 된 것이 각 학술지의 출판 업무를 방해하지 않았다는 점, 마지막으로 입시에 논문 등재를 기록한 게 전북대 입학 업무를 방해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하나씩 살펴볼까요?

① 연구에 참여했다?
검찰은 이 교수를 제외한 나머지 공동저자와 연구원의 진술을 종합해 미성년자들의 참여 정도를 파악했습니다. 참고인들이 '미성년자들이 실험했다', '일정한 역할을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는 건데요, 불기소 이유서에 담긴 진술은 이렇습니다.



검찰은 이런 참고인들의 진술을 종합해 미성년자들이 연구와 실험에 일정 역할을 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모든 참고인의 진술을 열람하거나 나열할 수 없어 아쉬운데요, 검찰은 참고인들이 미성년자들의 논문 참여를 인정하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논문에 참여할 기회가 다른 학생들과 공평했는지 따져보는 항목은 빠졌습니다.

② 학술지 출판에 대한 '업무 방해'가 아니다?
검찰에 따르면 한국응용생명화학회는 논문 저자 결정이 전적으로 교신저자의 권한이라며 교육부가 '허위 논문'으로 판단한 이 논문들을 학술지에서 삭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때문에 교신저자인 이 교수가 각 논문 저자들의 기여도를 평가해 저자 자격을 부여한 건 학술지의 출판 업무를 방해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겁니다.


③ 대학 입학 업무 방해가 아니다?
이 혐의의 핵심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입니다. 그러니까 미성년 학생들이 대학 입시서류에 논문 등재 사실을 쓴 게 전북대 입학관리과의 입학 관련 업무를 방해하려면 '허위'가 우선 인정되어야 하는데요, 검찰은 앞선 1, 2번을 토대로 논문 자체가 허위가 아니므로 입학 업무 방해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 검찰은 증거 불충분 - 교육부는 수사 불충분

이런 검찰의 불기소 결정은 지역사회를 꽤 시끄럽게 만들었습니다. 감사를 벌여 관련 비리를 파헤친 교육부는 당황했고, 연구 부정 판정을 받은 허위 논문을 토대로 이 교수의 두 자녀 입학을 취소한 전북대도 난감하긴 마찬가지입니다.

교육부는 일단 고등검찰청에 전주지검의 판단이 부당하다며 항고한 상태인데요, 검찰의 수사가 미성년자들이 논문에 역할을 했는지만 확인했을 뿐 해당 분야에 대한 고도의 전문성과 학식을 갖춘 전문가의 자문을 거치지 않아 수사가 미진하다는 겁니다.


■ 몇 가지 의혹이 남았다
이 교수는 이 사건으로 두 자녀가 대학 입학을 취소당한 것과 관련해 전북대에 '입학취소 철회'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교육부의 연구 부정 결론으로 취소된 두 자녀 대학 입학이 검찰의 무혐의 결론으로 새로운 소용돌이를 만난 건데요, 법원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 불확실한 가운데 여전히 석연치 않은 몇 가지 점을 짚어보면 이렇습니다.

① 실험 참여했다는 두 자녀 '연구 공책'…감사 과정에서 새로 쓰였다
이 교수의 딸과 아들은 논문 작성이 이뤄진 시점에 썼던 연구 공책을 학교 자체 감사 때 제출했습니다. 당시 3, 4일에 걸쳐 연구 자료를 보충해 다시 썼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형식에 맞춰서 다시 쓴 것뿐, 새로 써서 낸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② 그렇게 입학한 농생명대…1년 뒤 공대로 전과?
이 교수의 아들은 아버지가 있는 단과대에 입학한 뒤 1학년을 마치고 공과대학으로 과를 옮깁니다. 전과한 뒤에도 농생명대 수업을 수강했는데요, 이 교수보다 늦게 임용된 다른 교수의 수업에서는 원래 받은 성적보다 높은 점수를 받은 정황이 혐의에 담겼습니다. 아들뿐 아니라 이 교수 딸 역시 해당 교수의 수업에서 성적이 상향된 정황이 있었는데요, 이 교수는 후임 교수에게 성적을 올려달라 한 적이 없다 말했고 검찰은 '의심이 드나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없다'고 결론 내립니다.

③ 당시 미성년이었던 저자들…수사기관에 한 말
수사 과정에서 이 교수의 두 자녀 등이 진술한 내용을 요약해보면 이렇습니다.



검찰은 이 진술을 종합해 이들을 논문의 저자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대학과 교육부, 해당 학문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고 판단했고요. 어떤가요? 진술에서 학술지 게재 논문의 제1저자가 지녀야 할 '공적 책임'이 느껴지나요?


■ 평등 가치 훼손하는 '부모찬스'…논쟁은 계속

최근 우리 사회는 이른바 '부모 찬스'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부모 찬스'가 공분을 사는 이유는 태어나면서부터 비롯된 불평등이 현실로 나타났기 때문일 겁니다. 자녀에게 찬스를 만들어주지 못하는 부모, '부모 찬스'를 쓸 수 없는 자녀 , 양쪽 모두 이런 사건들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되는 '피해'를 보게 됐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이 사건.
우리 사회가 지켜야 할 '평등과 공정의 가치'를 훼손한 건 아니었는지,
한 번쯤 다시 생각해 볼 일입니다.

촬영기자:안광석 김동균/그래픽:전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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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 많은 ‘논문 저자’…대체 누가 정하나요?
    • 입력 2020-11-26 19:46:22
    취재K
미성년 자녀 저자로 올리는 이른바 <strong>'부모 찬스' </strong>논문들<br />허위 논문 논쟁에 <strong>교육부</strong> "명백한 허위" - <strong>검찰</strong> "허위 아냐"<br />논문 저자에 대한 각각 다른 해석 <u><em>"연구실 오가고 실험 도구 다루면 저자인가요?"</em></u>

■ 논문 저자의 '자격'

논문(論文). 어떠한 주제에 대해 저자가 자신의 학문적 연구 결과나 주장을 논리에 맞게 풀어쓴 글이죠. 서론과 본론, 결론 세 가지 단계라는 체계를 갖춰야 하고 전체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가 명확히 담겨야 합니다. 그래서 모든 논문은 학문의 계열과 관계없이 근거를 전개해나갈 자료, 실험, 조사, 설문 등이 포함됩니다. 그 과정을 우리는 '연구'라고 부르죠.


일정한 형식에 갖춰서 써야 하는 논문은 저자를 기록하는 방식에도 나름의 체계가 있습니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논문에 기여한 정도를 따져 저자 이름을 올립니다. 논문이 출판되기까지 모든 과정에 가장 많이 기여한 사람을 '제1저자'라고 합니다.

논문의 성격에 따라 이 제1저자는 한 명일 수도 혹은 여러 명일 수도 있습니다. 또한 논문의 총 책임자, 그러니까 논문을 쓴 저자들을 지도한 사람을 책임저자 또는 '교신저자'라고 부르는데요, 통상적으로 이 교신저자는 총괄 지도 교수입니다.


■ 논문 함께 쓴 저자들…알고 보니 '친인척에 미성년'

여기 하나의 논문이 있습니다. 저자는 이 모 씨 또 다른 이 모 씨, 또 다른 이 모 씨 총 세 명입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라면 앞의 두 명은 제1저자, 마지막 이 모 씨는 교신저자죠.

그런데 이 세 사람, 알고 보면 친인척 관계입니다. 교신저자인 마지막 이 모 씨는 전북대 농생명대 교수이고 제1저자는 이 교수의 아들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은 이 교수의 조카 손녀입니다.


또 한 가지 사실은 교신저자를 제외한 나머지 저자 두 명이 미성년자라는 점입니다. 논문이 완성된 게 2014년 12월인데 당시 이 교수의 아들과 조카 손녀는 고등학교 2학년이었습니다. 미성년자 두 명과 대학교수가 함께 쓴 논문. 이 학술논문은 한국응용생명화학회의 한 학술지에 실렸습니다.

친인척끼리 똘똘 뭉쳐 연구한 결과가 담긴 논문은 이뿐만이 아니었는데요, 해당 교수가 교신저자로 등록된 논문 몇 권이 더 있습니다. 확인된 것만 나열해보면 이렇습니다.

<전북대 이 모 교수가 딸, 아들, 조카 손녀와 함께 쓴 논문 목록>

1. Chemical Composition of _________ ____ Extracted from Five Juniperus
chinensis Varieties in Korea (2013년 1월)
K00, 이00(이 교수 딸, 당시 고등학교 3학년), K00, L00, 이 모 교수

2. Antimicrobial Effect of ______ ________ from cassia tora Linn. Seeds
against Food-Borne Bacteria (2013년 5월)
이00(이 교수 딸, 당시 고3), 이00(이 교수 아들, 당시 고1), S00(이 교수 지인의 딸, 당시 고3), Y00, 이 모 교수

3. Attractive Effects Efficiency of LED trap on Controlling ________ __________ Adults in Greenhouse (2014년 3월)
P00, 이00(이 교수 아들, 당시 고2), L00, 이 모 교수

4. GC-MS Analyses of the _________ ____ Obtained from Pinaceae Leaves in
Korea (2014년 9월)
이00(이 교수 딸, 당시 재수생), 이00(이 교수 아들, 당시 고2), 이00(이 교수 조카), J00, 이 모 교수

5. Phototatic behavior 6: __________ _________ of Myzus persicae(Hemiptera:Aphididae) to light-emitting diodes (2014년 9월)
Y00, 이00(이 교수 아들, 당시 고2), 이 모 교수

6. controlling __________ _____________ Adults in LED-Equipped Y-Maze
Chamber (2014년 12월)
이00(이 교수 아들, 당시 고2), 이00(이 교수 조카 손녀, 당시 고2), 이 모 교수

7. Acaricidal and Insecticidal Activities of _________ ____ against a Stored-
Food Mite and Stored-Grain Insects (2015년 3월)
S00, K00, 이00(이 교수 딸, 당시 대학교 1학년), Y00, 이 모 교수

8. Food Protective Effects of 3-Methylbenzaldehyde Derived from ________ ________ and Its Analogues against Tyrophagus Putrescentiae (2017년 2월)
P00, 이00(이 교수 딸, 당시 대학교 3학년), Y00, 이 모 교수



■ 교육부, 해당 논문들 '허위'로 규정

이 여덟 편의 논문은 지난해 교육부 감사에서 모두 '허위 논문'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유는 연구 부정행위. 논문의 저자가 되기 위해선 출판된 논문에 대한 공적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하는데 이 미성년 저자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겁니다.

특히 제1저자가 되려면 주도적 역할을 하는 등 기여도가 높아야겠죠. 논문 내용과 관련한 전문적인 식견을 갖췄는지 또 논문 작성에 핵심적이고 주도적인 역할을 했는지가 쟁점인데요, 단순히 실험을 보조하고 연구실을 오가는 행위만으로는 제1저자가 될 수 없습니다.


교육부와 전북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당시 미성년 저자들이 국제저명학술지에 등재될 정도의 학문적 전문성을 갖추진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여기에 논문 참여 정도는 연구실을 오가며 실험을 보조하고 장비나 도구를 관리하는 것에 그친다고 봤는데요, 달리 말하면 논문 작성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바가 적다는 뜻입니다.

교육부는 이런 사정을 종합해 미성년자 4명의 제1저자 등재는 연구 부정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에 앞서 4명은 대학 입시 서류에 논문 출판 사실을 기재해 모두 전북대 농생명대에 입학했는데요. 교육부는 이 역시 해당 논문이 입시를 위한 자료로 활용됐다고 판정했습니다.


■ 수사까지 이뤄졌는데…검찰, 처벌 안 해

그렇게 허위 논문이 세상에 알려지고, 입시 부정으로 얼룩지면서 이 교수의 자녀 두 명은 대학 입학이 취소됐습니다. 수사도 이뤄졌는데 검찰은 교육부와 전혀 다른 판단을 내놨습니다.

사건에 적용된 혐의는 '업무방해''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한 전주지방검찰청은 두 혐의 모두 재판에 넘기지 않는 '불기소'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 교수의 연구비 횡령 혐의만 기소했는데, 왜일까요?


검찰은 크게 세 가지 이유를 들어 처벌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첫 번째는 미성년자들이 연구나 실험에 일정한 역할을 담당해 참여했다는 점, 두 번째는 이들이 저자가 된 것이 각 학술지의 출판 업무를 방해하지 않았다는 점, 마지막으로 입시에 논문 등재를 기록한 게 전북대 입학 업무를 방해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하나씩 살펴볼까요?

① 연구에 참여했다?
검찰은 이 교수를 제외한 나머지 공동저자와 연구원의 진술을 종합해 미성년자들의 참여 정도를 파악했습니다. 참고인들이 '미성년자들이 실험했다', '일정한 역할을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는 건데요, 불기소 이유서에 담긴 진술은 이렇습니다.



검찰은 이런 참고인들의 진술을 종합해 미성년자들이 연구와 실험에 일정 역할을 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모든 참고인의 진술을 열람하거나 나열할 수 없어 아쉬운데요, 검찰은 참고인들이 미성년자들의 논문 참여를 인정하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논문에 참여할 기회가 다른 학생들과 공평했는지 따져보는 항목은 빠졌습니다.

② 학술지 출판에 대한 '업무 방해'가 아니다?
검찰에 따르면 한국응용생명화학회는 논문 저자 결정이 전적으로 교신저자의 권한이라며 교육부가 '허위 논문'으로 판단한 이 논문들을 학술지에서 삭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때문에 교신저자인 이 교수가 각 논문 저자들의 기여도를 평가해 저자 자격을 부여한 건 학술지의 출판 업무를 방해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겁니다.


③ 대학 입학 업무 방해가 아니다?
이 혐의의 핵심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입니다. 그러니까 미성년 학생들이 대학 입시서류에 논문 등재 사실을 쓴 게 전북대 입학관리과의 입학 관련 업무를 방해하려면 '허위'가 우선 인정되어야 하는데요, 검찰은 앞선 1, 2번을 토대로 논문 자체가 허위가 아니므로 입학 업무 방해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 검찰은 증거 불충분 - 교육부는 수사 불충분

이런 검찰의 불기소 결정은 지역사회를 꽤 시끄럽게 만들었습니다. 감사를 벌여 관련 비리를 파헤친 교육부는 당황했고, 연구 부정 판정을 받은 허위 논문을 토대로 이 교수의 두 자녀 입학을 취소한 전북대도 난감하긴 마찬가지입니다.

교육부는 일단 고등검찰청에 전주지검의 판단이 부당하다며 항고한 상태인데요, 검찰의 수사가 미성년자들이 논문에 역할을 했는지만 확인했을 뿐 해당 분야에 대한 고도의 전문성과 학식을 갖춘 전문가의 자문을 거치지 않아 수사가 미진하다는 겁니다.


■ 몇 가지 의혹이 남았다
이 교수는 이 사건으로 두 자녀가 대학 입학을 취소당한 것과 관련해 전북대에 '입학취소 철회'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교육부의 연구 부정 결론으로 취소된 두 자녀 대학 입학이 검찰의 무혐의 결론으로 새로운 소용돌이를 만난 건데요, 법원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 불확실한 가운데 여전히 석연치 않은 몇 가지 점을 짚어보면 이렇습니다.

① 실험 참여했다는 두 자녀 '연구 공책'…감사 과정에서 새로 쓰였다
이 교수의 딸과 아들은 논문 작성이 이뤄진 시점에 썼던 연구 공책을 학교 자체 감사 때 제출했습니다. 당시 3, 4일에 걸쳐 연구 자료를 보충해 다시 썼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형식에 맞춰서 다시 쓴 것뿐, 새로 써서 낸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② 그렇게 입학한 농생명대…1년 뒤 공대로 전과?
이 교수의 아들은 아버지가 있는 단과대에 입학한 뒤 1학년을 마치고 공과대학으로 과를 옮깁니다. 전과한 뒤에도 농생명대 수업을 수강했는데요, 이 교수보다 늦게 임용된 다른 교수의 수업에서는 원래 받은 성적보다 높은 점수를 받은 정황이 혐의에 담겼습니다. 아들뿐 아니라 이 교수 딸 역시 해당 교수의 수업에서 성적이 상향된 정황이 있었는데요, 이 교수는 후임 교수에게 성적을 올려달라 한 적이 없다 말했고 검찰은 '의심이 드나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없다'고 결론 내립니다.

③ 당시 미성년이었던 저자들…수사기관에 한 말
수사 과정에서 이 교수의 두 자녀 등이 진술한 내용을 요약해보면 이렇습니다.



검찰은 이 진술을 종합해 이들을 논문의 저자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대학과 교육부, 해당 학문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고 판단했고요. 어떤가요? 진술에서 학술지 게재 논문의 제1저자가 지녀야 할 '공적 책임'이 느껴지나요?


■ 평등 가치 훼손하는 '부모찬스'…논쟁은 계속

최근 우리 사회는 이른바 '부모 찬스'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부모 찬스'가 공분을 사는 이유는 태어나면서부터 비롯된 불평등이 현실로 나타났기 때문일 겁니다. 자녀에게 찬스를 만들어주지 못하는 부모, '부모 찬스'를 쓸 수 없는 자녀 , 양쪽 모두 이런 사건들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되는 '피해'를 보게 됐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이 사건.
우리 사회가 지켜야 할 '평등과 공정의 가치'를 훼손한 건 아니었는지,
한 번쯤 다시 생각해 볼 일입니다.

촬영기자:안광석 김동균/그래픽:전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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