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개월에 3번 잠긴 영덕 강구시장…잊혀진 섬 ‘울릉도’

입력 2020.11.26 (21:36) 수정 2020.11.30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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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재난 현장을 다시 찾아가는 KBS 연속보도, 오늘도 이어갑니다.

재난은 언제나,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습니다.

한 번 일어난 재난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철저히 원인을 규명하고, 대비를 하는 게 그래서 중요합니다.

하지만 재난이 나면 딱 그때만 요란할 뿐, 똑같은 피해를 계속 입는 지역이 있습니다.

아예 복구의 손길이 잘 미치지 않는 잊혀진 재난 현장도 있죠.

오늘(26일)은 경북 영덕과 울릉도로 가 보겠습니다.

김민정, 이호준 기자가 차례로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강구시장이 있는 영덕군 오포리는 지난 21개월 동안 3차례나 물에 잠겼습니다.

마을엔 순식간에 물이 찼고, 그때마다 혼비백산 대피하길 되풀이했습니다.

[하복석/오포리 침수피해 대책위원회 위원장 : "1m 60cm 정도는 다 찼어요. 우리 집이 바로 여긴데 여기까지 찼으니까."]

세간살이를 새로 장만할 여력도 없어 빗물에 잠겼던 나무 서랍장을 그대로 말려 씁니다.

[김정자/오포리 주민 : "안 열려요. 이거 보세요. 안 열려서 억지로."]

이젠 비 오는 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덜컹 내려앉습니다.

[김정자/오포리 주민 : "우리 아들이 꿈을 꾼다잖아요. 우리 엄마가 물이 다 차서 죽어서 둥둥 떠 있는 꿈을."]

시장 입구의 이 슈퍼마켓은 식료품이며 냉동고까지 전부 물에 떠내려갔습니다.

제일 답답한 건, 왜 같은 재난이 해마다 되풀이되냐는 겁니다.

[정숙경/오포리 강구시장 상인 : "큰 변화도 바뀌는 것도 없고 솔직히 하루아침에 되는 것도 없고. 큰 기대를 안 하고 살죠 그냥."]

2018년 태풍 콩레이와 지난해 미탁, 올해 7월 집중 호우까지.

매년 가게는 엉망이 되고 물고기는 폐사하고...

여름은 '두려움'이 됐습니다.

[김만복/오포리 강구시장 상인 : "내년에 또 태풍이 온다든가 비가 폭우가 억수같이 쏟아질 때나 이럴 때는 또 어떻게 될지 몰라요."]

보시다시피 이 지역은 인접한 도로에 비해 지대가 확연히 낮습니다.

침수되기 쉬운 지형인데요, 2018년 태풍 콩레이때 침수 피해를 입은 직후 침수를 예방하기 위한 각종 사업들이 추진됐지만, 대부분 차질을 빚거나 지연되기 일쑤였습니다.

토지 보상 문제로 공사가 1년 가까이 멈췄던 배수펌프장 증설사업도, 민원으로 차질을 빚었던 하천 정비사업도 내년에나 마무리될 예정입니다.

주민들이 침수 원인으로 줄곧 지목해 온 철도역에 대한 조사는 이제야 시동을 걸었습니다.

빗물 저류시설이 들어설 곳은 여전히 허허벌판.

사업비가 모자라 착공은 내년으로 미뤘습니다.

[하복석/오포리 침수피해 대책위원회 위원장 : "콩레이, 미탁 올 적에는 '태풍이니까' 생각했죠. 올해는 폭우가 와서 침수돼버렸어요. 이건 인재다."]

[김만복/오포리 강구시장 상인 : "편안하게 생업을 할 수 있고 장사도 하고 아무 걱정 없이 했으면 좋겠고. 바람이 있다면 두 번 다시 이런 태풍이, 수해가 없었으면 좋겠어요."]

지난 세 번의 수해로 오포리 일대에선 주택과 상가 점포 786곳이 물에 잠겼습니다.

KBS 뉴스 김민정입니다.

촬영기자:황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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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1-26 21:36:36
    • 수정2020-11-30 11:2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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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재난 현장을 다시 찾아가는 KBS 연속보도, 오늘도 이어갑니다.

재난은 언제나,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습니다.

한 번 일어난 재난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철저히 원인을 규명하고, 대비를 하는 게 그래서 중요합니다.

하지만 재난이 나면 딱 그때만 요란할 뿐, 똑같은 피해를 계속 입는 지역이 있습니다.

아예 복구의 손길이 잘 미치지 않는 잊혀진 재난 현장도 있죠.

오늘(26일)은 경북 영덕과 울릉도로 가 보겠습니다.

김민정, 이호준 기자가 차례로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강구시장이 있는 영덕군 오포리는 지난 21개월 동안 3차례나 물에 잠겼습니다.

마을엔 순식간에 물이 찼고, 그때마다 혼비백산 대피하길 되풀이했습니다.

[하복석/오포리 침수피해 대책위원회 위원장 : "1m 60cm 정도는 다 찼어요. 우리 집이 바로 여긴데 여기까지 찼으니까."]

세간살이를 새로 장만할 여력도 없어 빗물에 잠겼던 나무 서랍장을 그대로 말려 씁니다.

[김정자/오포리 주민 : "안 열려요. 이거 보세요. 안 열려서 억지로."]

이젠 비 오는 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덜컹 내려앉습니다.

[김정자/오포리 주민 : "우리 아들이 꿈을 꾼다잖아요. 우리 엄마가 물이 다 차서 죽어서 둥둥 떠 있는 꿈을."]

시장 입구의 이 슈퍼마켓은 식료품이며 냉동고까지 전부 물에 떠내려갔습니다.

제일 답답한 건, 왜 같은 재난이 해마다 되풀이되냐는 겁니다.

[정숙경/오포리 강구시장 상인 : "큰 변화도 바뀌는 것도 없고 솔직히 하루아침에 되는 것도 없고. 큰 기대를 안 하고 살죠 그냥."]

2018년 태풍 콩레이와 지난해 미탁, 올해 7월 집중 호우까지.

매년 가게는 엉망이 되고 물고기는 폐사하고...

여름은 '두려움'이 됐습니다.

[김만복/오포리 강구시장 상인 : "내년에 또 태풍이 온다든가 비가 폭우가 억수같이 쏟아질 때나 이럴 때는 또 어떻게 될지 몰라요."]

보시다시피 이 지역은 인접한 도로에 비해 지대가 확연히 낮습니다.

침수되기 쉬운 지형인데요, 2018년 태풍 콩레이때 침수 피해를 입은 직후 침수를 예방하기 위한 각종 사업들이 추진됐지만, 대부분 차질을 빚거나 지연되기 일쑤였습니다.

토지 보상 문제로 공사가 1년 가까이 멈췄던 배수펌프장 증설사업도, 민원으로 차질을 빚었던 하천 정비사업도 내년에나 마무리될 예정입니다.

주민들이 침수 원인으로 줄곧 지목해 온 철도역에 대한 조사는 이제야 시동을 걸었습니다.

빗물 저류시설이 들어설 곳은 여전히 허허벌판.

사업비가 모자라 착공은 내년으로 미뤘습니다.

[하복석/오포리 침수피해 대책위원회 위원장 : "콩레이, 미탁 올 적에는 '태풍이니까' 생각했죠. 올해는 폭우가 와서 침수돼버렸어요. 이건 인재다."]

[김만복/오포리 강구시장 상인 : "편안하게 생업을 할 수 있고 장사도 하고 아무 걱정 없이 했으면 좋겠고. 바람이 있다면 두 번 다시 이런 태풍이, 수해가 없었으면 좋겠어요."]

지난 세 번의 수해로 오포리 일대에선 주택과 상가 점포 786곳이 물에 잠겼습니다.

KBS 뉴스 김민정입니다.

촬영기자:황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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