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LA 카운티 오늘부터 야외 영업 금지…왜 우리만?

입력 2020.11.27 (00:04) 수정 2020.12.01 (11:39)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LA 시내 주차장에서 영업하는 음식점. 오늘이 11월의 마지막 야외 식사인 셈

LA 시내 주차장에서 영업하는 음식점. 오늘이 11월의 마지막 야외 식사인 셈

요즘 LA 시내 모든 야외 주차장을 보면 사진처럼 부분마다 천막이 설치돼 있습니다. 코로나가 심해지면서 음식점이나 술집의 실내 영업을 제한하자 야외 주차장에 천막을 설치하고 손님을 받는 겁니다. 손님이 한 명이라도 아쉬운 업주들은 너도나도 천막을 설치해 영업했습니다. 그런데 여름철에는 사방이 뚫려 있었지만, 날이 추워지면서 벽이 만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요즘엔 난로까지 갖다놓는 음식점과 술집도 생겼습니다. 마치 겨울철 한국의 포장마차가 된 셈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코로나 19가 또 급속히 확산하면서 LA 카운티 정부가 식당과 음식점의 야외 영업도 금지했습니다. 25일 수요일 밤 10시 한국시각 오늘(26일) 오후 3시부터 입니다. 이번 조치는 12월 16일까지 최소 3주간 이어집니다. 이로써 LA 카운티 일대 식당과 술집은 야외 영업 대신 테이크아웃 드라이브스루 배달만 제공할 수 있습니다. 카운티 보건국장은 최근 들어 코로나 확산 세가 심각해지고 있어 마스크를 쓰지 않는 영업에 제한을 가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음식점 술집은 야외라 하더라도 음식을 먹기 위해 마스크를 벗어야 해서 조치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LA카운티는 지난 20일부터 밤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음식점과 술집 등 모든 영업을 금지했습니다. 영업 가능 시간에도 식당과 술집의 경우 영업 규모를 50% 제한했습니다. 엿새 만에 여기에 또 야외 영업 금지를 추가한 겁니다.


가장 분노하는 사람들이 업주들입니다. 상당수 식당 업주들은 코로나로 인해 수입이 줄었음에도 종업원들을 위한 개인 보호 장비, 야외영업에 필요한 각종 장비를 사들여야만 했는데 야외 영업까지 못 하게 하면 엄청난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추수감사절 연휴에 12월 크리스마스 등 연말연시 대목을 앞둔 상태라 업주들의 불만은 말 그대로 하늘을 찌르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레스토랑 연합은 LA 카운티 법원에 야외 식사 금지 명령의 시행을 유보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러면서 야외 식사를 중단해야 하는 의학적 과학적 증거를 제시해달라고 요구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미국에선 확진자의 동선을 한국처럼 밝히지 않습니다. 동선은 프라이버시 문제이기 때문에 아예 고려 대상이 아닙니다. 따라서 추적할 시스템도 인력도 없습니다. 이러다 보니 어디서 누구한테 감염됐는지 정확히 알 길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음식점이나 술집이 코로나 확산의 온상이 된 것처럼 걸핏하면 영업 중단 제한 조처를 한다는 게 업주들이 분노한 이윱니다. 요식업계는 전체 코로나 확진 사례 중 식당에서 감염된 것으로 조사된 비율은 3%에 불과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카운티 정부가 야외영업을 금지한 것은 제일 만만한 대상이고 쉬운 조치라는 게 업주들의 생각입니다. 최근 코로나가 확산하면서 조치는 취해야겠는데 마땅히 할 수 있는 조치가 없으니 무능한 공무원들이 음식점이나 술집 영업만 쥐었다 풀었다 한다는 겁니다.


실효성 없는 조치로 비판에 오른 게 하나 더 있습니다.
LA 카운티에 이어 LA 시는 캘리포니아주를 방문하는 여행객들을 상대로 2주 자가격리 준수 안내서 서명을 의무화했습니다.
오늘부터 LA에 도착하는 여행객은 자가 격리 권고 안내서를 받은 뒤 서명하고 제출해야 합니다. 만약 지키지 않으면 최대 500달러의 벌금을 부과합니다. 그런데 자가 격리를 어기면 벌금을 부과하는 게 아니라 서류를 제출하지 않으면 벌금을 부과합니다. 즉 자가 격리를 제대로 하는지 여부는 확인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결국, 불편한 절차 하나만 늘려놨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로스앤젤레스 카운티는 누적 확진자 37만 4천 명으로 미국 내에서 가장 심각한 카운티라는 불명예를 벗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주부터 '에릭 가세티' LA 시장 관사 앞에 시위가 시작됐습니다. 시위대는 캘리포니아주와 LA 시의 조치를 성토하며 야간 통행금지와 야외 영업금지 명령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가세티 시장은 새로 출범하는 바이든 정부의 연방 교통부 장관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분노는 더욱 커지는 모습입니다. '우리는 못살게 해 놓고 당신은 좋은 데 가냐'는 겁니다.
그래서 시위대의 손에 'STAY HOME ERIC'도 적혀있습니다.
▶ ‘ 코로나19 현황과 대응’ 최신 기사 보기
http://news.kbs.co.kr/news/list.do?icd=19588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특파원리포트] LA 카운티 오늘부터 야외 영업 금지…왜 우리만?
    • 입력 2020-11-27 00:04:29
    • 수정2020-12-01 11:39:46
    특파원 리포트

LA 시내 주차장에서 영업하는 음식점. 오늘이 11월의 마지막 야외 식사인 셈

요즘 LA 시내 모든 야외 주차장을 보면 사진처럼 부분마다 천막이 설치돼 있습니다. 코로나가 심해지면서 음식점이나 술집의 실내 영업을 제한하자 야외 주차장에 천막을 설치하고 손님을 받는 겁니다. 손님이 한 명이라도 아쉬운 업주들은 너도나도 천막을 설치해 영업했습니다. 그런데 여름철에는 사방이 뚫려 있었지만, 날이 추워지면서 벽이 만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요즘엔 난로까지 갖다놓는 음식점과 술집도 생겼습니다. 마치 겨울철 한국의 포장마차가 된 셈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코로나 19가 또 급속히 확산하면서 LA 카운티 정부가 식당과 음식점의 야외 영업도 금지했습니다. 25일 수요일 밤 10시 한국시각 오늘(26일) 오후 3시부터 입니다. 이번 조치는 12월 16일까지 최소 3주간 이어집니다. 이로써 LA 카운티 일대 식당과 술집은 야외 영업 대신 테이크아웃 드라이브스루 배달만 제공할 수 있습니다. 카운티 보건국장은 최근 들어 코로나 확산 세가 심각해지고 있어 마스크를 쓰지 않는 영업에 제한을 가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음식점 술집은 야외라 하더라도 음식을 먹기 위해 마스크를 벗어야 해서 조치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LA카운티는 지난 20일부터 밤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음식점과 술집 등 모든 영업을 금지했습니다. 영업 가능 시간에도 식당과 술집의 경우 영업 규모를 50% 제한했습니다. 엿새 만에 여기에 또 야외 영업 금지를 추가한 겁니다.


가장 분노하는 사람들이 업주들입니다. 상당수 식당 업주들은 코로나로 인해 수입이 줄었음에도 종업원들을 위한 개인 보호 장비, 야외영업에 필요한 각종 장비를 사들여야만 했는데 야외 영업까지 못 하게 하면 엄청난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추수감사절 연휴에 12월 크리스마스 등 연말연시 대목을 앞둔 상태라 업주들의 불만은 말 그대로 하늘을 찌르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레스토랑 연합은 LA 카운티 법원에 야외 식사 금지 명령의 시행을 유보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러면서 야외 식사를 중단해야 하는 의학적 과학적 증거를 제시해달라고 요구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미국에선 확진자의 동선을 한국처럼 밝히지 않습니다. 동선은 프라이버시 문제이기 때문에 아예 고려 대상이 아닙니다. 따라서 추적할 시스템도 인력도 없습니다. 이러다 보니 어디서 누구한테 감염됐는지 정확히 알 길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음식점이나 술집이 코로나 확산의 온상이 된 것처럼 걸핏하면 영업 중단 제한 조처를 한다는 게 업주들이 분노한 이윱니다. 요식업계는 전체 코로나 확진 사례 중 식당에서 감염된 것으로 조사된 비율은 3%에 불과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카운티 정부가 야외영업을 금지한 것은 제일 만만한 대상이고 쉬운 조치라는 게 업주들의 생각입니다. 최근 코로나가 확산하면서 조치는 취해야겠는데 마땅히 할 수 있는 조치가 없으니 무능한 공무원들이 음식점이나 술집 영업만 쥐었다 풀었다 한다는 겁니다.


실효성 없는 조치로 비판에 오른 게 하나 더 있습니다.
LA 카운티에 이어 LA 시는 캘리포니아주를 방문하는 여행객들을 상대로 2주 자가격리 준수 안내서 서명을 의무화했습니다.
오늘부터 LA에 도착하는 여행객은 자가 격리 권고 안내서를 받은 뒤 서명하고 제출해야 합니다. 만약 지키지 않으면 최대 500달러의 벌금을 부과합니다. 그런데 자가 격리를 어기면 벌금을 부과하는 게 아니라 서류를 제출하지 않으면 벌금을 부과합니다. 즉 자가 격리를 제대로 하는지 여부는 확인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결국, 불편한 절차 하나만 늘려놨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로스앤젤레스 카운티는 누적 확진자 37만 4천 명으로 미국 내에서 가장 심각한 카운티라는 불명예를 벗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주부터 '에릭 가세티' LA 시장 관사 앞에 시위가 시작됐습니다. 시위대는 캘리포니아주와 LA 시의 조치를 성토하며 야간 통행금지와 야외 영업금지 명령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가세티 시장은 새로 출범하는 바이든 정부의 연방 교통부 장관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분노는 더욱 커지는 모습입니다. '우리는 못살게 해 놓고 당신은 좋은 데 가냐'는 겁니다.
그래서 시위대의 손에 'STAY HOME ERIC'도 적혀있습니다.
▶ ‘ 코로나19 현황과 대응’ 최신 기사 보기
http://news.kbs.co.kr/news/list.do?icd=19588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