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왕이’로소이다…광폭행보 2박 3일

입력 2020.11.27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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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2박 3일 방한 일정을 마치고 중국으로 돌아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예방,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뿐 아니라 여권 인사들을 두루 만났습니다.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 문 대통령의 복심이라고 불리는 윤건영 의원, 대통령 외교·안보특보인 문정인 교수가 왕이 부장과 마주 앉았습니다.

왕 부장의 방한은 미국의 대선 직후라는 미묘한 시기 때문에 더욱 시선을 끌었습니다. 미국의 새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미국에 너무 치우치지 말라는 메시지를, 미국의 주요동맹인 한국에 전하기 위한 것 아니겠냐는 관측이 많았습니다.


■ "한반도 운명, 남북 손에 줘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오늘 오전 박병석 국회의장을 예방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왕 부장은 "한반도의 운명은 남북 양측의 손에 주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왕 부장의 발언은 박병석 의장이 "남북한의 최종 결정 권한은 남북한이라는 소신을 갖고 있다"는 언급에 호응하며 나왔습니다.

왕이 부장은 "남북 양측이야말로 한반도의 진정한 주인"이라면서 "중국은 한반도의 중요한 이웃으로 계속 건설적인 역할을 해 나가겠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듣기에 따라 한국이 주도적으로 남북관계를 이끌어 달라고 주문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입니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아시아의 번영과 평화·안정에 있어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과 비핵화는 대단히 중요한 사안"이라면서 "북한이 대화·협상의 장으로 나오도록 (중국이) 더 많은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 "문재인 정부, 전쟁과 파국을 막았다."

앞서 왕이 부장은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와 홍익표, 홍익표·윤건영 민주당 의원 등 여권 관계자들과 조찬을 가졌습니다. 약속했던 시간을 넘겨 1시간 20여 분 동안 진행된 이 자리에서는 한반도 비핵화 해법 등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교환했다고 합니다.

한 참석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한중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새로운 개방주의, 다자주의로 가기 위해 한중 협력이 중요하다는 등의 이야기가 조찬 중에 오갔다"고 전했습니다. 대통령 예방이나 외교장관 회담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자리인 만큼, 중국이 한국 정부에 기대하는 내용도 전해졌을 것으로 보입니다.


어젯밤 저녁은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와 함께했습니다. 왕 부장은 이 자리에서 "지금은 (남북이) 소강 국면이라고 하지만, 이 정도의 소강상태도 쉬운 일이 아니다"라면서 "전쟁과 파국을 막았다"라고 평가했다고, 동석했던 민주당 김한정 의원이 전했습니다. 또 "싱가포르 북미 합의는 이행돼야 하고, 방향이 바뀌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시진핑 "여건이 허락될 때 방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남북 관계 진전에 대한 지지라는 메시지는 방한 기간 내내 반복됐습니다. 왕이 부장은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도 "남북의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중국 측의 지지를 재확인하고, "앞으로도 함께 협력해 나가겠다"라고 말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향한 진전을 이룰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중국 측의 계속적인 협력을 당부한 데 대한 답변이었습니다.

관심을 모았던 시진핑 국가주석 연내 방한 여부에 대해서는 의지를 재확인했습니다. 왕이 부장은 "국빈 방문 요청에 감사하고, 여건이 허락될 때 방한하고자 한다"는 내용의 시진핑 주석의 구두 메시지를 문 대통령에 전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 상황이 안정되는 대로 한국에서 만나 뵙길 기대한다"고 화답했습니다.

강경화 장관을 만난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선 코로나 장기화 국면에서 신속통로 확대나 항공편 증대 같은 교류 필요성에 의견을 같이했습니다. 한반도 정세에 대해서는 '유동적'이라는 평가를 공유했습니다. 한국은 안정적 관리를 위한 중국의 역할을 주문했고, 왕이 부장은 '이런 시기일수록 상대를 자극하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한국이 한중간 민감한 사안을 제대로 처리하고 양국 간 상호 신뢰와 협력의 기반을 유지하기를 기대한다"는 발언도 내놨습니다.


■ "이 세계에 미국만 있는 게 아니다"

민감한 시기에 방한한 만큼, 미·중 갈등 현안에 대한 중국 입장 설명에 주력할 거라는 관측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물론 우리는 한국과 중국 외에 국제, 지역 정세를 고려해야 하지만 이 세계에 미국만 있는 게 아니다."

'미국 편에 서지 말라는 메시지를 한국 정부에 전하러 왔느냐'는 직설적인 질문에는 "외교가 그렇게 간단하다고 생각하느냐? 학자들처럼 하면 외교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반문했습니다. 이번 방한의 주목적은 미국 견제가 아니라 한중 협력 강화라는 설명입니다.

■ 한중 협력, 다자주의 강조…외교적 수사 속뜻은?

방한 기간 왕이 외교부장은 한중 협력 확대와 북핵 문제 등 역내 이슈 논의에 집중했습니다. 미국 행정부 출범과 관련해서는 다양한 면담 자리에서 긍정적 기대감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다자주의와 국제 협력이라는 기조는 중국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겁니다.

다만, 행간을 읽을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한국 현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평가, '남북이 한반도의 진정한 주인', '한반도의 운명은 남북 양측의 손에 주어야 한다'는 외교적 수사 뒤에는 한미 동맹이 크게 강화되는 흐름에 대한 경계심이 깔려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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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왕이’로소이다…광폭행보 2박 3일
    • 입력 2020-11-27 17:17:36
    취재K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2박 3일 방한 일정을 마치고 중국으로 돌아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예방,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뿐 아니라 여권 인사들을 두루 만났습니다.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 문 대통령의 복심이라고 불리는 윤건영 의원, 대통령 외교·안보특보인 문정인 교수가 왕이 부장과 마주 앉았습니다.

왕 부장의 방한은 미국의 대선 직후라는 미묘한 시기 때문에 더욱 시선을 끌었습니다. 미국의 새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미국에 너무 치우치지 말라는 메시지를, 미국의 주요동맹인 한국에 전하기 위한 것 아니겠냐는 관측이 많았습니다.


■ "한반도 운명, 남북 손에 줘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오늘 오전 박병석 국회의장을 예방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왕 부장은 "한반도의 운명은 남북 양측의 손에 주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왕 부장의 발언은 박병석 의장이 "남북한의 최종 결정 권한은 남북한이라는 소신을 갖고 있다"는 언급에 호응하며 나왔습니다.

왕이 부장은 "남북 양측이야말로 한반도의 진정한 주인"이라면서 "중국은 한반도의 중요한 이웃으로 계속 건설적인 역할을 해 나가겠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듣기에 따라 한국이 주도적으로 남북관계를 이끌어 달라고 주문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입니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아시아의 번영과 평화·안정에 있어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과 비핵화는 대단히 중요한 사안"이라면서 "북한이 대화·협상의 장으로 나오도록 (중국이) 더 많은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 "문재인 정부, 전쟁과 파국을 막았다."

앞서 왕이 부장은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와 홍익표, 홍익표·윤건영 민주당 의원 등 여권 관계자들과 조찬을 가졌습니다. 약속했던 시간을 넘겨 1시간 20여 분 동안 진행된 이 자리에서는 한반도 비핵화 해법 등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교환했다고 합니다.

한 참석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한중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새로운 개방주의, 다자주의로 가기 위해 한중 협력이 중요하다는 등의 이야기가 조찬 중에 오갔다"고 전했습니다. 대통령 예방이나 외교장관 회담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자리인 만큼, 중국이 한국 정부에 기대하는 내용도 전해졌을 것으로 보입니다.


어젯밤 저녁은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와 함께했습니다. 왕 부장은 이 자리에서 "지금은 (남북이) 소강 국면이라고 하지만, 이 정도의 소강상태도 쉬운 일이 아니다"라면서 "전쟁과 파국을 막았다"라고 평가했다고, 동석했던 민주당 김한정 의원이 전했습니다. 또 "싱가포르 북미 합의는 이행돼야 하고, 방향이 바뀌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시진핑 "여건이 허락될 때 방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남북 관계 진전에 대한 지지라는 메시지는 방한 기간 내내 반복됐습니다. 왕이 부장은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도 "남북의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중국 측의 지지를 재확인하고, "앞으로도 함께 협력해 나가겠다"라고 말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향한 진전을 이룰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중국 측의 계속적인 협력을 당부한 데 대한 답변이었습니다.

관심을 모았던 시진핑 국가주석 연내 방한 여부에 대해서는 의지를 재확인했습니다. 왕이 부장은 "국빈 방문 요청에 감사하고, 여건이 허락될 때 방한하고자 한다"는 내용의 시진핑 주석의 구두 메시지를 문 대통령에 전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 상황이 안정되는 대로 한국에서 만나 뵙길 기대한다"고 화답했습니다.

강경화 장관을 만난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선 코로나 장기화 국면에서 신속통로 확대나 항공편 증대 같은 교류 필요성에 의견을 같이했습니다. 한반도 정세에 대해서는 '유동적'이라는 평가를 공유했습니다. 한국은 안정적 관리를 위한 중국의 역할을 주문했고, 왕이 부장은 '이런 시기일수록 상대를 자극하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한국이 한중간 민감한 사안을 제대로 처리하고 양국 간 상호 신뢰와 협력의 기반을 유지하기를 기대한다"는 발언도 내놨습니다.


■ "이 세계에 미국만 있는 게 아니다"

민감한 시기에 방한한 만큼, 미·중 갈등 현안에 대한 중국 입장 설명에 주력할 거라는 관측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물론 우리는 한국과 중국 외에 국제, 지역 정세를 고려해야 하지만 이 세계에 미국만 있는 게 아니다."

'미국 편에 서지 말라는 메시지를 한국 정부에 전하러 왔느냐'는 직설적인 질문에는 "외교가 그렇게 간단하다고 생각하느냐? 학자들처럼 하면 외교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반문했습니다. 이번 방한의 주목적은 미국 견제가 아니라 한중 협력 강화라는 설명입니다.

■ 한중 협력, 다자주의 강조…외교적 수사 속뜻은?

방한 기간 왕이 외교부장은 한중 협력 확대와 북핵 문제 등 역내 이슈 논의에 집중했습니다. 미국 행정부 출범과 관련해서는 다양한 면담 자리에서 긍정적 기대감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다자주의와 국제 협력이라는 기조는 중국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겁니다.

다만, 행간을 읽을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한국 현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평가, '남북이 한반도의 진정한 주인', '한반도의 운명은 남북 양측의 손에 주어야 한다'는 외교적 수사 뒤에는 한미 동맹이 크게 강화되는 흐름에 대한 경계심이 깔려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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