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코로나 역설’ 사고 감소…손해보험사 순이익↑
교통사고 줄고, 병원 안 가고…손해율↓
“7~8월 집중호우 없었으면 이익 더 컸다.”
이건 정말 심각합니다. 요즘 코로나 이야기입니다. 500명 넘는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걱정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요?
특히, 경제에는 심각한 타격입니다. 코로나19가 퍼져갈수록 밖에서 돈 쓸 일은 없어졌고, '사업 잘 되시죠'라는 안부 인사는 금기어가 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용히 돈을 벌고 있는 회사가 있습니다. 백신 만드는 회사도 아니고, 마스크 회사도 아닙니다. 보험사가 돈을 벌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손해보험사가 주로 돈을 벌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코로나에도 9달간 5조 5천억 벌었다
금감원에서 1~9월 보험회사 경영실적을 발표했습니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보험사들이 벌어들인 당기순이익은 5조 5747억 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이맘때와 비교해 3195억 원이 증가했다고 합니다. 6.1% 증가한 규모입니다.
보험사는 '생보'와 '손보'가 있죠, '손보'가 더 벌었습니다.
생명보험사는 전년동기 대비 946억 원을 더 벌었는데, 손해보험사는 전년동기 대비 2249억 원을 더 벌었습니다. '생보'는 3.1% 증가, '손보'는 10.2% 증가입니다.
그런데 겉으로 보면 보험사가 돈 벌기 힘든 환경입니다. 먼저, 저금리 시대 속에 보험사가 채권 등을 사들여 얻는 이자수익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다 최근 환율도 떨어졌습니다. 보험사가 외국에 투자해놓은 자산으로 돌려받는 이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겁니다.
투자만 어려웠을까요. 코로나로 보험료 내기 어려운 사정을 겪는 사람들이 해약도 했을 겁니다. 이래저래 보험사에겐 '코로나19'가 악재로 보이기 쉽습니다.
가입자에게 받은 보험료로 투자를 잘 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보험을 잘 팔기도 어려운 시대인데요. 그래도 보험사가 돈을 번 비결이 있었습니다.
■코로나 '반사이익'...손해율 떨어졌다
비결은 손해율이었습니다.
코로나19에 따른 자동차·장기보험 손실이 줄었습니다. 쉽게 말하면, 보험금 나갈 일이 줄었다는 소리일 겁니다. 사고도 전반적으로 줄었다는 소리입니다. 코로나 공포 속에 밖에 나가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손 씻기는 생활화됐습니다. 교통량도 줄었습니다. 자동차 사고도 당연히 덜 나고, 병원 갈 일도 별로 없어졌습니다.
그래서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줄 돈이 줄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손해보험사가 이익이 됐습니다. 이른바 코로나 '역설'입니다.
실제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전년동기 대비 -4.5%p, 장기 보험 손해율은 -0.3%p를 기록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일시적으로 당기순이익이 늘었다고 평가해볼 수도 있겠습니다.
이번 3분기에는 비와 바람이 많았는데, 이게 아니었다면 순이익이 더 늘 수도 있었습니다. 일반보험 쪽에서 나간 보험금 등이 많았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심각해진 상황 속에서 집중호우와 태풍이 없었다면, 보험사는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손해율 줄었다고, 보험료 안 늘까?
자동차 사고도 덜 난다면, 보험료도 안 올릴까요? 보험업계에서는 자동차 보험에 보험료 동결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가 솔솔 나오고 있습니다. 사고도 덜 나는데, 보험료도 줄이는 게 맞지 않냐는 겁니다.
다만 보험업계에서는 '논하기는 이르다'는 식의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업계 관계자는 "단정적으로 보험료를 인상하지 않겠다는 회사는 아직까진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손해율이 개선돼 동결될 가능성이 있는 건 맞지만, 보험료 동결이 결정되기엔 시기상조"라고 말했습니다.
코로나19로 덕을 본 보험업계라지만, 일시적으로 손실이 줄어든 효과라서 실제 보험료가 동결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코로나가 경제 더 때리면...보험사도 손실 불가피
그렇다고 보험사가 계속 수익을 내는 건 아닐 겁니다. 손해율은 줄었지만, 보험 팔아서 이득을 보고 있는 건 아닌 수익구조 탓입니다.
보험사의 수익 구조를 보면, 보험 장사로 돈 버는 구조가 아닙니다. 보험으로는 적자를 만들고, 보험료를 받아 투자한 것으로 '커버'를 하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저금리 탓에 투자로 쉽게 돈 벌기 어려워 수익성이 안 나는 상황입니다. 보험사는 해외 대체투자라든가, 고위험 자산에 손을 대기 쉬워집니다. 아직 그런 자산에 보험사들이 투자해놓은 게 위험으로 드러나진 않았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해외에서도 정부 지원 등으로 부실을 유예해놓은 상황이다"라면서 "유예된 부실자산이 시장원리대로 돌아가 손실을 일으킨다면 보험사 손익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최악의 경우는 코로나19 이전으로 손해율이 돌아가게 되고, 보험사는 보험금을 제때 지급하지도 못하는 처지가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코로나19를 맞은 보험사가 사고 줄었다고 순이익 증가를 조용히 누리는 것도 어렵다는 이야깁니다. 코로나19가 가져다준 복잡한 소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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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악몽’에도 보험회사 순이익 오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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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0-11-28 07:01:43
‘코로나 역설’ 사고 감소…손해보험사 순이익↑<br />교통사고 줄고, 병원 안 가고…손해율↓<br />“7~8월 집중호우 없었으면 이익 더 컸다.”
이건 정말 심각합니다. 요즘 코로나 이야기입니다. 500명 넘는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걱정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요?
특히, 경제에는 심각한 타격입니다. 코로나19가 퍼져갈수록 밖에서 돈 쓸 일은 없어졌고, '사업 잘 되시죠'라는 안부 인사는 금기어가 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용히 돈을 벌고 있는 회사가 있습니다. 백신 만드는 회사도 아니고, 마스크 회사도 아닙니다. 보험사가 돈을 벌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손해보험사가 주로 돈을 벌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코로나에도 9달간 5조 5천억 벌었다
금감원에서 1~9월 보험회사 경영실적을 발표했습니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보험사들이 벌어들인 당기순이익은 5조 5747억 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이맘때와 비교해 3195억 원이 증가했다고 합니다. 6.1% 증가한 규모입니다.
보험사는 '생보'와 '손보'가 있죠, '손보'가 더 벌었습니다.
생명보험사는 전년동기 대비 946억 원을 더 벌었는데, 손해보험사는 전년동기 대비 2249억 원을 더 벌었습니다. '생보'는 3.1% 증가, '손보'는 10.2% 증가입니다.
그런데 겉으로 보면 보험사가 돈 벌기 힘든 환경입니다. 먼저, 저금리 시대 속에 보험사가 채권 등을 사들여 얻는 이자수익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다 최근 환율도 떨어졌습니다. 보험사가 외국에 투자해놓은 자산으로 돌려받는 이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겁니다.
투자만 어려웠을까요. 코로나로 보험료 내기 어려운 사정을 겪는 사람들이 해약도 했을 겁니다. 이래저래 보험사에겐 '코로나19'가 악재로 보이기 쉽습니다.
가입자에게 받은 보험료로 투자를 잘 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보험을 잘 팔기도 어려운 시대인데요. 그래도 보험사가 돈을 번 비결이 있었습니다.
■코로나 '반사이익'...손해율 떨어졌다
비결은 손해율이었습니다.
코로나19에 따른 자동차·장기보험 손실이 줄었습니다. 쉽게 말하면, 보험금 나갈 일이 줄었다는 소리일 겁니다. 사고도 전반적으로 줄었다는 소리입니다. 코로나 공포 속에 밖에 나가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손 씻기는 생활화됐습니다. 교통량도 줄었습니다. 자동차 사고도 당연히 덜 나고, 병원 갈 일도 별로 없어졌습니다.
그래서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줄 돈이 줄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손해보험사가 이익이 됐습니다. 이른바 코로나 '역설'입니다.
실제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전년동기 대비 -4.5%p, 장기 보험 손해율은 -0.3%p를 기록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일시적으로 당기순이익이 늘었다고 평가해볼 수도 있겠습니다.
이번 3분기에는 비와 바람이 많았는데, 이게 아니었다면 순이익이 더 늘 수도 있었습니다. 일반보험 쪽에서 나간 보험금 등이 많았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심각해진 상황 속에서 집중호우와 태풍이 없었다면, 보험사는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손해율 줄었다고, 보험료 안 늘까?
자동차 사고도 덜 난다면, 보험료도 안 올릴까요? 보험업계에서는 자동차 보험에 보험료 동결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가 솔솔 나오고 있습니다. 사고도 덜 나는데, 보험료도 줄이는 게 맞지 않냐는 겁니다.
다만 보험업계에서는 '논하기는 이르다'는 식의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업계 관계자는 "단정적으로 보험료를 인상하지 않겠다는 회사는 아직까진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손해율이 개선돼 동결될 가능성이 있는 건 맞지만, 보험료 동결이 결정되기엔 시기상조"라고 말했습니다.
코로나19로 덕을 본 보험업계라지만, 일시적으로 손실이 줄어든 효과라서 실제 보험료가 동결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코로나가 경제 더 때리면...보험사도 손실 불가피
그렇다고 보험사가 계속 수익을 내는 건 아닐 겁니다. 손해율은 줄었지만, 보험 팔아서 이득을 보고 있는 건 아닌 수익구조 탓입니다.
보험사의 수익 구조를 보면, 보험 장사로 돈 버는 구조가 아닙니다. 보험으로는 적자를 만들고, 보험료를 받아 투자한 것으로 '커버'를 하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저금리 탓에 투자로 쉽게 돈 벌기 어려워 수익성이 안 나는 상황입니다. 보험사는 해외 대체투자라든가, 고위험 자산에 손을 대기 쉬워집니다. 아직 그런 자산에 보험사들이 투자해놓은 게 위험으로 드러나진 않았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해외에서도 정부 지원 등으로 부실을 유예해놓은 상황이다"라면서 "유예된 부실자산이 시장원리대로 돌아가 손실을 일으킨다면 보험사 손익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최악의 경우는 코로나19 이전으로 손해율이 돌아가게 되고, 보험사는 보험금을 제때 지급하지도 못하는 처지가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코로나19를 맞은 보험사가 사고 줄었다고 순이익 증가를 조용히 누리는 것도 어렵다는 이야깁니다. 코로나19가 가져다준 복잡한 소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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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 기자 hit@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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