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후] ‘성폭행도 모자라 거짓 험담까지’…여자친구 두 번 울린 20대

입력 2020.11.30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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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11월 17일 오후 10시쯤 경북 영주시의 한 주점.

A(22)씨는 당시 이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같은 학교 친구 B(여·22)씨와 술을 마셨다. 약 2시간 동안 두 사람은 소주 한 병 반을 나눠 마셨고 B 씨는 술에 취했다. A 씨는 B 씨를 택시에 태워 B 씨 집으로 갔고, 만취해 잠든 B 씨를 성폭행했다.

결국 B 씨는 임신 중절 수술을 받아야 했다. 당시 두 사람 나이는 만 19세였다.

이후 두 사람은 잠시 사귀었지만, 이별했다. A 씨는 헤어진 후 B 씨에 대해 주변에 ‘거짓 험담’을 하고 다니는 등 '뒤끝' 있는 모습을 보였다.

A 씨는 2018년 3월부터 6월까지 자신의 같은 학교 재학생 친구 3명에게 “사실은 B가 바람이 나서 나에게 헤어지자고 통보하더라. 나한테 돈을 빌려 갔는데 갚기 싫었는지 헤어지자고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A 씨의 이 같은 말은 모두 사실이 아니었고, 결국, A 씨는 준강간 및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A 씨는 수사기관에서 자신의 범행을 시인했지만, 재판에서는 B 씨와 합의하에 성관계를 했을 뿐 성폭행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먼저 “피해자는 수사기관과 법원 등 총 3차례에 걸쳐 출석해 피해 사실을 진술했다”며 “피해자는 이 사건 범행이 일어난 시기, 장소, 느낀 주관적인 감정 등에 관해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그 진술 내용 중 특별히 경험칙에 반하거나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부분도 없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재판부는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에 대해 여러 차례 인정한 바 있다”며 “피고인은 피해자와 친구들 앞에서 피해자가 성폭행과 낙태한 것을 인정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긍정하였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A 씨는 “피해자에게 폭행을 당했고 피해자가 남자친구를 부르겠다고 해 그 자리에 계속 있으면 위험할 것 같아서 성폭행 사실은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당시 그 자리에 있던 피해자의 친구들은 모두 피해자 피고인과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인 여자들로서 피고인과 아는 사이였다”며 “강간죄가 가지는 법률적 사회적 의미 등을 고려했을 때 피고인이 단순히 피해자가 피고인을 때렸다거나 남자친구를 부른다고 해 학교 동기들이 여럿 있는 자리에서 피해자에 대한 ‘강간’ 범행을 인정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사건 조사 당시 군 복무 중이던 A 씨는 또 군 검찰에서 강요에 의한 자백을 했다며 신빙성이 없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서도 “피고인에 대한 군 검찰 조사는 단 한 차례 이루어졌을 뿐인 점, 피고인에게 진술거부권 및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고지되었고, 피고인 스스로 '추후 변호인을 선임하겠다'라고 기재했다”며 “또 피고인은 조사를 마치고 약 7분간 조서를 열람한 후 서명한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군 검찰 자백의 신빙성은 높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제주지방법원 형사2부(장찬수 부장판사)는 위와 같은 근거를 들어 A 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와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 복지시설에 취업제한 10년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그에게 호감을 갖고 있던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음을 이용해 피해자를 간음하였고,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해 그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며 “피해자가 피고인의 범행으로 임신 중절 수술을 해야 했던 점에 비추어 보면 비난 가능성도 크고, 피해자는 현재까지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이 초범이고 피고인의 나이와 범행 후의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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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건후] ‘성폭행도 모자라 거짓 험담까지’…여자친구 두 번 울린 20대
    • 입력 2020-11-30 11:50:34
    취재후·사건후

지난 2017년 11월 17일 오후 10시쯤 경북 영주시의 한 주점.

A(22)씨는 당시 이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같은 학교 친구 B(여·22)씨와 술을 마셨다. 약 2시간 동안 두 사람은 소주 한 병 반을 나눠 마셨고 B 씨는 술에 취했다. A 씨는 B 씨를 택시에 태워 B 씨 집으로 갔고, 만취해 잠든 B 씨를 성폭행했다.

결국 B 씨는 임신 중절 수술을 받아야 했다. 당시 두 사람 나이는 만 19세였다.

이후 두 사람은 잠시 사귀었지만, 이별했다. A 씨는 헤어진 후 B 씨에 대해 주변에 ‘거짓 험담’을 하고 다니는 등 '뒤끝' 있는 모습을 보였다.

A 씨는 2018년 3월부터 6월까지 자신의 같은 학교 재학생 친구 3명에게 “사실은 B가 바람이 나서 나에게 헤어지자고 통보하더라. 나한테 돈을 빌려 갔는데 갚기 싫었는지 헤어지자고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A 씨의 이 같은 말은 모두 사실이 아니었고, 결국, A 씨는 준강간 및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A 씨는 수사기관에서 자신의 범행을 시인했지만, 재판에서는 B 씨와 합의하에 성관계를 했을 뿐 성폭행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먼저 “피해자는 수사기관과 법원 등 총 3차례에 걸쳐 출석해 피해 사실을 진술했다”며 “피해자는 이 사건 범행이 일어난 시기, 장소, 느낀 주관적인 감정 등에 관해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그 진술 내용 중 특별히 경험칙에 반하거나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부분도 없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재판부는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에 대해 여러 차례 인정한 바 있다”며 “피고인은 피해자와 친구들 앞에서 피해자가 성폭행과 낙태한 것을 인정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긍정하였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A 씨는 “피해자에게 폭행을 당했고 피해자가 남자친구를 부르겠다고 해 그 자리에 계속 있으면 위험할 것 같아서 성폭행 사실은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당시 그 자리에 있던 피해자의 친구들은 모두 피해자 피고인과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인 여자들로서 피고인과 아는 사이였다”며 “강간죄가 가지는 법률적 사회적 의미 등을 고려했을 때 피고인이 단순히 피해자가 피고인을 때렸다거나 남자친구를 부른다고 해 학교 동기들이 여럿 있는 자리에서 피해자에 대한 ‘강간’ 범행을 인정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사건 조사 당시 군 복무 중이던 A 씨는 또 군 검찰에서 강요에 의한 자백을 했다며 신빙성이 없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서도 “피고인에 대한 군 검찰 조사는 단 한 차례 이루어졌을 뿐인 점, 피고인에게 진술거부권 및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고지되었고, 피고인 스스로 '추후 변호인을 선임하겠다'라고 기재했다”며 “또 피고인은 조사를 마치고 약 7분간 조서를 열람한 후 서명한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군 검찰 자백의 신빙성은 높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제주지방법원 형사2부(장찬수 부장판사)는 위와 같은 근거를 들어 A 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와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 복지시설에 취업제한 10년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그에게 호감을 갖고 있던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음을 이용해 피해자를 간음하였고,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해 그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며 “피해자가 피고인의 범행으로 임신 중절 수술을 해야 했던 점에 비추어 보면 비난 가능성도 크고, 피해자는 현재까지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이 초범이고 피고인의 나이와 범행 후의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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