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언제든 와서 보라더니’…中 직업훈련소 실상은?

입력 2020.11.30 (21:23) 수정 2020.12.01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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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을 앞두고 중국 외교부에서 다소 뜬금없는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바로 중국 북서쪽에 위치한 '신장위구르 자치구 직업훈련소 졸업생'을 인터뷰하는 자리였는데요.


KBS와 CNN, 러시아 통신사 등 딱 4개 외신만 참석한 화상 회견이었습니다.

■훈련생들이 말하는 직업훈련소…"내 인생을 바꾼 곳" 극찬

훈련생들에 따르면 직업훈련소에서는 월~금까지 중국어, 중국 법규 등을 배우고 미용, 자동차 정비 기술 등을 훈련받았다고 합니다.

모든 수업료는 물론 합숙 비용까지 무료이고, 스포츠, 문화 공연 등도 자유롭게 이뤄졌다고 강조했습니다.

특이한 점은 회견에 참석한 졸업생 6명 모두가 연령, 성별 상관없이 훈련소를 극찬했다는 점입니다.


-쉬랄리 아마르잔/ 신장위구르 자치구 직업훈련소 졸업생
"정부와 선생님들이 우리를 제때 구해줬고 내가 이 훈련에 참가하지 않았다면 어떤 사람이 됐을지 상상도 못하겠어요."

-아블라잔 아브라트/ 신장위구르 자치구 직업훈련소 졸업생
"자동차 수리 기술을 터득해 뛰어난 실력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이구동성, 훈련소 덕분에 더 잘 살게 됐고 또 더 행복해졌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훈련소 이전의 삶, 자신의 과거에 대해서는 '자아 비판식' 말들을 잊지 않았습니다.


-아블라잔 아브라트/ 신장위구르 자치구 직업훈련소 졸업생
"이전에 나는 극단적인 종교 사상의 영향을 받아 불법적인 종교 활동에 참가했고 직업을 구하지도 않고 일을 하지도 않았습니다. 돈이 없어 부모님께 요구하니, 아버지의 근심은 늘고 어머니는 항상 눈물을 흘리고는 하셨어요."

-아이샴 라술/ 신장위구르 자치구 직업훈련소 졸업생
"한동안 법의식이 희박했어요. 옳고 그름을 판별하는 능력이 부족해 많은 잘못된 관점이 생겨났습니다."

좋다면서 왜 신장에만 훈련소가?

이렇게나 훌륭한 교육시설이라는데, 중국 다른 지방에는 신장 위구르 자치구 성격의 직업훈련소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대체 왜 2017년부터 신장 위구르 지역에만 '직업훈련소'라고 이름 붙여진 기관이 들어서게 됐을까요?


신장 위구르 자치구는 고대 중국인들의 서역이라고 부르던 지역의 일부입니다.

이 지역에는 10개가 넘는 소수민족이 살고 있는데요.

인구의 절반 가량은 위구르족이고 이들은 대다수가 이슬람 교도들입니다.

중국 한족과는 생김새도, 언어와 종교도 다른 이 곳에 중국 당국이 소수민족을 '교육'시키는 훈련소를 만들어 놓은 것이죠.

사진 출처 : AP=연합뉴스사진 출처 : AP=연합뉴스

2018년 10월 중국은 이례적으로 '직업훈련소'의 운영 목표를 공개했습니다.

신장 자치구 당국이 아예 '신장 자치구 반극단주의' 조례를 통과시켜 직업훈련소를 합법적으로 설치해 운영화할 수 있도록 만든 직후입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은 이 훈련소에서는 "위구르족들이 종교적 극단주의에 빠지지 않게 하려고 중국어와 현대 과학, 기술 등을 가르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몇년 동안 위구르 독립세력의 무력 공격으로 중국 당국은 이 지역의 종교적 극단주의를 막아야 한다는 명분이 생겼고 그 수단으로 직업훈련소가 생겨났다는 해석이 가능한 부분입니다.

결국 직업훈련소는 미래 일자리를 찾아주는 교육 기관임과 동시에 위구르족들이 종교적으로 단합해 반중국 세력이 될 가능성을 차단하는 역할도 분명히 갖고 있다는 걸 역설적이게도 훈련소 목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외신들 눈에는 '강제 수용소'…중국, "언제든 와서 보라."

그래서 졸업생들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치켜세우는 직업훈련소를, 실제 외신들은 전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 등 서방 언론들은 직업훈련소가 소수민족을 탄압하는 구금시설이라고 지적합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중국 기밀 문서 등도 잇달아 공개했습니다.

지난해 11월 공개된 한 극비 문서에 따르면 중국이 어떻게 수십 만명의 소수민족들을 훈련소에서 강압적이고 치밀하게 세뇌 시키는지 나와 있습니다.


인권단체들 역시 직업훈련소는 위구르족의 종교와 문화적 정체성을 말살하려는 강제수용소라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교육생이라는 신분으로 강제 노동을 하고 있다는 점도 큰 문제로 손꼽힙니다.

사진 출처 : AP=연합뉴스사진 출처 : AP=연합뉴스

하지만 중국측 반응은 한결 같습니다.

첫째, 신장위구르 자치구 훈련소에 종교나 인권 탄압 등은 없고 서방국들의 주장은 내정 간섭을 위한 음모라는 주장입니다.

둘째, 그러니 언제든 신장에 와서 직접 보라고 말하는데요.

-겅솽/중국 외교부 대변인 (2019년 11월 27일)
"중국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사고를 갖고 있는 외국인들이 신장을 방문하는 것을 환영합니다."

-아이샴 라술/ 신장위구르 자치구 직업훈련소 졸업생
"해외의 친구들이 우리의 신장에 와서 많이 보고, 걸어보고, 몇 년 동안 있었던 신장의 커다란 변화와 우리의 아름답고 행복한 생활을 좀 느끼길 바랍니다."

■왜 이 시점에 회견 열었나?

그들의 말과는 다르게 신장 위구르 자치구 직업훈련소는 그동안 몇몇 언론들과 외교관들 극소수에게 초청 형식으로 몇 차례 공개됐을 뿐입니다.

아무나 아무 때나 갈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이번 기자회견 역시 4개의 해외 언론들의 질문지를 사전에 미리 받아 이뤄졌고, 현장에서 기자가 추가로 질의를 하는 것은 사전에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자신들이 보여주고 싶어하는 모습, 들려주고 싶어하는 말들만 공개하는 것이 아닌지 하는 의구심이 강하게 드는 대목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자리를 굳이 이 시점에 마련했을까요?

전문가들은 이 시점에 화상 인터뷰를 진행한 건 새로운 행정부가 들어설 미국을 의식한 대응이라고 분석합니다.

미국 하원은 지난 5월 '위구르 인권법'을 통과시킨데 이어 미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9월 신장에서 만든 의류 등을 수입 제한하는 조치까지 내렸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아래 미국은 신장 위구르에서는 인권 탄압이 이뤄지고 있고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물품도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내걸고 있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내년부터는 바이든 행정부라는 새 맞수를 상대해야 합니다.

역대 미국의 민주당 정권이 인권과 민주주의를 중시해온 만큼 사전에 갈등을 빚을 만한 민감한 사안들에 대해서 선제 방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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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언제든 와서 보라더니’…中 직업훈련소 실상은?
    • 입력 2020-11-30 21:23:42
    • 수정2020-12-01 11:39:42
    특파원 리포트
지난 주말을 앞두고 중국 외교부에서 다소 뜬금없는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바로 중국 북서쪽에 위치한 '신장위구르 자치구 직업훈련소 졸업생'을 인터뷰하는 자리였는데요.


KBS와 CNN, 러시아 통신사 등 딱 4개 외신만 참석한 화상 회견이었습니다.

■훈련생들이 말하는 직업훈련소…"내 인생을 바꾼 곳" 극찬

훈련생들에 따르면 직업훈련소에서는 월~금까지 중국어, 중국 법규 등을 배우고 미용, 자동차 정비 기술 등을 훈련받았다고 합니다.

모든 수업료는 물론 합숙 비용까지 무료이고, 스포츠, 문화 공연 등도 자유롭게 이뤄졌다고 강조했습니다.

특이한 점은 회견에 참석한 졸업생 6명 모두가 연령, 성별 상관없이 훈련소를 극찬했다는 점입니다.


-쉬랄리 아마르잔/ 신장위구르 자치구 직업훈련소 졸업생
"정부와 선생님들이 우리를 제때 구해줬고 내가 이 훈련에 참가하지 않았다면 어떤 사람이 됐을지 상상도 못하겠어요."

-아블라잔 아브라트/ 신장위구르 자치구 직업훈련소 졸업생
"자동차 수리 기술을 터득해 뛰어난 실력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이구동성, 훈련소 덕분에 더 잘 살게 됐고 또 더 행복해졌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훈련소 이전의 삶, 자신의 과거에 대해서는 '자아 비판식' 말들을 잊지 않았습니다.


-아블라잔 아브라트/ 신장위구르 자치구 직업훈련소 졸업생
"이전에 나는 극단적인 종교 사상의 영향을 받아 불법적인 종교 활동에 참가했고 직업을 구하지도 않고 일을 하지도 않았습니다. 돈이 없어 부모님께 요구하니, 아버지의 근심은 늘고 어머니는 항상 눈물을 흘리고는 하셨어요."

-아이샴 라술/ 신장위구르 자치구 직업훈련소 졸업생
"한동안 법의식이 희박했어요. 옳고 그름을 판별하는 능력이 부족해 많은 잘못된 관점이 생겨났습니다."

좋다면서 왜 신장에만 훈련소가?

이렇게나 훌륭한 교육시설이라는데, 중국 다른 지방에는 신장 위구르 자치구 성격의 직업훈련소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대체 왜 2017년부터 신장 위구르 지역에만 '직업훈련소'라고 이름 붙여진 기관이 들어서게 됐을까요?


신장 위구르 자치구는 고대 중국인들의 서역이라고 부르던 지역의 일부입니다.

이 지역에는 10개가 넘는 소수민족이 살고 있는데요.

인구의 절반 가량은 위구르족이고 이들은 대다수가 이슬람 교도들입니다.

중국 한족과는 생김새도, 언어와 종교도 다른 이 곳에 중국 당국이 소수민족을 '교육'시키는 훈련소를 만들어 놓은 것이죠.

사진 출처 : AP=연합뉴스
2018년 10월 중국은 이례적으로 '직업훈련소'의 운영 목표를 공개했습니다.

신장 자치구 당국이 아예 '신장 자치구 반극단주의' 조례를 통과시켜 직업훈련소를 합법적으로 설치해 운영화할 수 있도록 만든 직후입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은 이 훈련소에서는 "위구르족들이 종교적 극단주의에 빠지지 않게 하려고 중국어와 현대 과학, 기술 등을 가르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몇년 동안 위구르 독립세력의 무력 공격으로 중국 당국은 이 지역의 종교적 극단주의를 막아야 한다는 명분이 생겼고 그 수단으로 직업훈련소가 생겨났다는 해석이 가능한 부분입니다.

결국 직업훈련소는 미래 일자리를 찾아주는 교육 기관임과 동시에 위구르족들이 종교적으로 단합해 반중국 세력이 될 가능성을 차단하는 역할도 분명히 갖고 있다는 걸 역설적이게도 훈련소 목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외신들 눈에는 '강제 수용소'…중국, "언제든 와서 보라."

그래서 졸업생들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치켜세우는 직업훈련소를, 실제 외신들은 전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 등 서방 언론들은 직업훈련소가 소수민족을 탄압하는 구금시설이라고 지적합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중국 기밀 문서 등도 잇달아 공개했습니다.

지난해 11월 공개된 한 극비 문서에 따르면 중국이 어떻게 수십 만명의 소수민족들을 훈련소에서 강압적이고 치밀하게 세뇌 시키는지 나와 있습니다.


인권단체들 역시 직업훈련소는 위구르족의 종교와 문화적 정체성을 말살하려는 강제수용소라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교육생이라는 신분으로 강제 노동을 하고 있다는 점도 큰 문제로 손꼽힙니다.

사진 출처 : AP=연합뉴스
하지만 중국측 반응은 한결 같습니다.

첫째, 신장위구르 자치구 훈련소에 종교나 인권 탄압 등은 없고 서방국들의 주장은 내정 간섭을 위한 음모라는 주장입니다.

둘째, 그러니 언제든 신장에 와서 직접 보라고 말하는데요.

-겅솽/중국 외교부 대변인 (2019년 11월 27일)
"중국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사고를 갖고 있는 외국인들이 신장을 방문하는 것을 환영합니다."

-아이샴 라술/ 신장위구르 자치구 직업훈련소 졸업생
"해외의 친구들이 우리의 신장에 와서 많이 보고, 걸어보고, 몇 년 동안 있었던 신장의 커다란 변화와 우리의 아름답고 행복한 생활을 좀 느끼길 바랍니다."

■왜 이 시점에 회견 열었나?

그들의 말과는 다르게 신장 위구르 자치구 직업훈련소는 그동안 몇몇 언론들과 외교관들 극소수에게 초청 형식으로 몇 차례 공개됐을 뿐입니다.

아무나 아무 때나 갈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이번 기자회견 역시 4개의 해외 언론들의 질문지를 사전에 미리 받아 이뤄졌고, 현장에서 기자가 추가로 질의를 하는 것은 사전에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자신들이 보여주고 싶어하는 모습, 들려주고 싶어하는 말들만 공개하는 것이 아닌지 하는 의구심이 강하게 드는 대목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자리를 굳이 이 시점에 마련했을까요?

전문가들은 이 시점에 화상 인터뷰를 진행한 건 새로운 행정부가 들어설 미국을 의식한 대응이라고 분석합니다.

미국 하원은 지난 5월 '위구르 인권법'을 통과시킨데 이어 미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9월 신장에서 만든 의류 등을 수입 제한하는 조치까지 내렸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아래 미국은 신장 위구르에서는 인권 탄압이 이뤄지고 있고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물품도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내걸고 있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내년부터는 바이든 행정부라는 새 맞수를 상대해야 합니다.

역대 미국의 민주당 정권이 인권과 민주주의를 중시해온 만큼 사전에 갈등을 빚을 만한 민감한 사안들에 대해서 선제 방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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