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충전에 100km”…‘테슬라 잡자’ 현대도 전기차 ‘뼈대’ 공개

입력 2020.12.02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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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의 뼈대 플랫폼의 중요성

자동차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엔진과 변속기도 중요하지만, 차를 좀 아는 분들은 플랫폼을 꼽는 경우도 많습니다.

플랫폼은 자동차의 뼈대입니다. 하체의 차대와 충격흡수장치, 엔진룸과 운전석의 구조 등이 여기에 들어갑니다.

플랫폼 하나를 잘 만들어두면 그걸로 여러 차종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이전 세대 쏘나타와 K5, 그랜저와 싼타페는 같은 플랫폼을 공유해 차종별 특성에 맞게 쓰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자동차 업계에서 플랫폼 개발은 회사의 앞날이 걸린 중대한 과제입니다. 한 번 만든 플랫폼은 잘 바꾸지도 못합니다. 쏘나타는 40년 가까이 생산되고 있고 8세대 쏘나타까지 신차가 나왔지만 최근 개발된 차세대 플랫폼은 3세대에 불과합니다.

■ 전기차 전용 플랫폼 없었던 현대차…테슬라는 전용 플랫폼으로 '훨훨;

지금까지 현대차그룹의 전기차들은 전용 전기차 플랫폼을 쓰지 않았습니다. 내연기관 겸용 플랫폼을 좀 고쳐서 썼습니다.

내연기관  플랫폼을 활용해 제작된 기존 아이오닉 전기차내연기관 플랫폼을 활용해 제작된 기존 아이오닉 전기차

가장 문제는 바닥이 평평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내연기관차는 배기가스를 엔진에서 차 뒤로 빼내기 위해서 바닥 정 중앙에 긴 통로가 설치돼 있습니다. 이것 때문에 전기 배터리 배치도 어중간했습니다.

전기차는 동력 구조가 단순합니다. 엔진룸에 모터 외에 큰 부품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내연기관용 플랫폼을 쓰면 엔진룸에 비는 곳이 많게 되는 겁니다.

처음부터 오로지 전기차 생산만을 염두에 둔 플랫폼을 개발한 테슬라에 밀렸던 이유 가운데 이 뼈대 문제도 있었습니다.

■ 5분 충전에 100km, 80% 충전까지 18분에…1회 완충에 500km 이상 주행

현대차그룹이 처음으로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발표했습니다. 평평한 바닥에 배터리를 넓게 설치하고 운전석 공조설비 등 주요부품을 엔진룸 쪽으로 밀어 실내가 넓어졌습니다.

전용 전기차 플랫폼은 바닥이 평평하고 운전석 크기를 줄일 수 있다.전용 전기차 플랫폼은 바닥이 평평하고 운전석 크기를 줄일 수 있다.

충돌 시 배터리를 보호할 수 있도록 안전성도 보강됐습니다. 현대차 측에서는 커다란 타이어를 단 차량도 이 플랫폼으로 제작할 수 있다면서 다채로운 디자인으로 차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전기동력 계통에 있습니다. 지금은 400V 충전이 대세인데 현대차의 새 플랫폼은 800V 충전을 기본으로 설계됐습니다.

이에 따라 5분만 충전해도 100km를 달릴 수 있습니다. 기존 전기차는 5분 충전할 경우 30~40km가량만 주행할 수 있었습니다.

또, 배터리 80% 충전을 18분에 마칠 수 있다는 것이 현대차의 설명입니다. 1회 완충에 예상 주행거리는 500km 이상입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속도를 높이는 데 걸리는 시간은 3.5초이고 최고 속도는 260km/h까지 가능합니다.

■ 5년 이내에 세단과 SUV 등 11종 전용 전기차 출시...전 세계 연 100만 대 판매

현대차그룹은 현대와 기아, 제네시스 등의 브랜드로 이 E-GMP를 이용해 5년 뒤까지 전용전기차 11종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세단뿐 아니라 크로스오버 차량(CUV)과 SUV, 7인승 차량까지 개발할 계획입니다.

현재의 차량 분류로는 아반떼급인 C 세그먼트부터 쏘나타와 그랜저 급인 E 세그먼트까지 이 뼈대로 개발하겠다고 현대차 기술진이 밝혔습니다.

기존 플랫폼을 활용한 차종을 합쳐 현대차는 5년 뒤에는 23개 차종으로 연간 100만 대의 전기차를 판매할 계획입니다.

현대차는 테슬라 등 경쟁업체의 플랫폼에 비해 뭐가 더 낫냐는 질문에 800볼트 충전이 가능한 전력 시스템과 더 큰 타이어를 쓸 수 있는 구조, 여기에 더 높은 품질과 소음·진동(NVH) 개선 등을 꼽았습니다.

새 뼈대를 적용한 첫 전기차는 내년 출시될 현대의 아이오닉5와 기아의 가칭 CV가 될 예정입니다.

■ 세계 자동차 업계 '전용 플랫폼' 전쟁

현대차뿐 아니라 테슬라의 성공에 고무된 다른 주요 자동차 업체 역시 최근 속속 전용 전기차 플랫폼 발표하고 있습니다.


전기차·플러그인 하이브 업계 2위인 폭스바겐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 MEB를 발표했습니다. GM과 메르세데스 벤츠도 전용 전기차 플랫폼을 적용한 차량을 내년부터 양산할 계획입니다.

경쟁사 사이에 합종연횡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일본 혼다는 GM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활용해 차를 만들 계획입니다. 현대차그룹도 "이미 연락이 온 다른 제조사가 있다"면서 타사와의 협력 가능성을 열어뒀습니다.

■ "800볼트 충전소 20곳 설치"…부족한 충전 설비가 관건

기존 전기차 충전 설비는 400볼트 기준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현대차의 새 플랫폼을 적용한 차량도 400볼트로 충전은 가능하지만 목표처럼 짧은 시간에 충전하긴 어렵습니다.

지금도 충전 설비가 부족한데, 앞으로 전기차 보급이 늘어나면 더 문제가 되지 않을까요?

일단 현대차는 전국 고속도로를 중심으로 20곳 가량의 800볼트 충전소를 건설할 계획입니다. 충전소마다 6기씩 총 120대의 충전기가 보급됩니다.

하지만 전 국토를 커버하기에는 턱없이 적은 수입니다. 지금도 일부 아파트에서는 충전 자리를 놓고 주민 갈등까지 벌어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인프라 문제는 전기차 보급이 늘어날수록 더 문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전용 플랫폼 부분에서 한 발짝 앞서 나간 테슬라가 그동안 시행착오를 거쳐 쌓아 올린 플랫폼 기술력을, 현대차가 언제쯤 따라잡을 수 있느냐도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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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분 충전에 100km”…‘테슬라 잡자’ 현대도 전기차 ‘뼈대’ 공개
    • 입력 2020-12-02 16:54:52
    취재K

■자동차의 뼈대 플랫폼의 중요성

자동차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엔진과 변속기도 중요하지만, 차를 좀 아는 분들은 플랫폼을 꼽는 경우도 많습니다.

플랫폼은 자동차의 뼈대입니다. 하체의 차대와 충격흡수장치, 엔진룸과 운전석의 구조 등이 여기에 들어갑니다.

플랫폼 하나를 잘 만들어두면 그걸로 여러 차종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이전 세대 쏘나타와 K5, 그랜저와 싼타페는 같은 플랫폼을 공유해 차종별 특성에 맞게 쓰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자동차 업계에서 플랫폼 개발은 회사의 앞날이 걸린 중대한 과제입니다. 한 번 만든 플랫폼은 잘 바꾸지도 못합니다. 쏘나타는 40년 가까이 생산되고 있고 8세대 쏘나타까지 신차가 나왔지만 최근 개발된 차세대 플랫폼은 3세대에 불과합니다.

■ 전기차 전용 플랫폼 없었던 현대차…테슬라는 전용 플랫폼으로 '훨훨;

지금까지 현대차그룹의 전기차들은 전용 전기차 플랫폼을 쓰지 않았습니다. 내연기관 겸용 플랫폼을 좀 고쳐서 썼습니다.

내연기관  플랫폼을 활용해 제작된 기존 아이오닉 전기차
가장 문제는 바닥이 평평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내연기관차는 배기가스를 엔진에서 차 뒤로 빼내기 위해서 바닥 정 중앙에 긴 통로가 설치돼 있습니다. 이것 때문에 전기 배터리 배치도 어중간했습니다.

전기차는 동력 구조가 단순합니다. 엔진룸에 모터 외에 큰 부품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내연기관용 플랫폼을 쓰면 엔진룸에 비는 곳이 많게 되는 겁니다.

처음부터 오로지 전기차 생산만을 염두에 둔 플랫폼을 개발한 테슬라에 밀렸던 이유 가운데 이 뼈대 문제도 있었습니다.

■ 5분 충전에 100km, 80% 충전까지 18분에…1회 완충에 500km 이상 주행

현대차그룹이 처음으로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발표했습니다. 평평한 바닥에 배터리를 넓게 설치하고 운전석 공조설비 등 주요부품을 엔진룸 쪽으로 밀어 실내가 넓어졌습니다.

전용 전기차 플랫폼은 바닥이 평평하고 운전석 크기를 줄일 수 있다.
충돌 시 배터리를 보호할 수 있도록 안전성도 보강됐습니다. 현대차 측에서는 커다란 타이어를 단 차량도 이 플랫폼으로 제작할 수 있다면서 다채로운 디자인으로 차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전기동력 계통에 있습니다. 지금은 400V 충전이 대세인데 현대차의 새 플랫폼은 800V 충전을 기본으로 설계됐습니다.

이에 따라 5분만 충전해도 100km를 달릴 수 있습니다. 기존 전기차는 5분 충전할 경우 30~40km가량만 주행할 수 있었습니다.

또, 배터리 80% 충전을 18분에 마칠 수 있다는 것이 현대차의 설명입니다. 1회 완충에 예상 주행거리는 500km 이상입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속도를 높이는 데 걸리는 시간은 3.5초이고 최고 속도는 260km/h까지 가능합니다.

■ 5년 이내에 세단과 SUV 등 11종 전용 전기차 출시...전 세계 연 100만 대 판매

현대차그룹은 현대와 기아, 제네시스 등의 브랜드로 이 E-GMP를 이용해 5년 뒤까지 전용전기차 11종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세단뿐 아니라 크로스오버 차량(CUV)과 SUV, 7인승 차량까지 개발할 계획입니다.

현재의 차량 분류로는 아반떼급인 C 세그먼트부터 쏘나타와 그랜저 급인 E 세그먼트까지 이 뼈대로 개발하겠다고 현대차 기술진이 밝혔습니다.

기존 플랫폼을 활용한 차종을 합쳐 현대차는 5년 뒤에는 23개 차종으로 연간 100만 대의 전기차를 판매할 계획입니다.

현대차는 테슬라 등 경쟁업체의 플랫폼에 비해 뭐가 더 낫냐는 질문에 800볼트 충전이 가능한 전력 시스템과 더 큰 타이어를 쓸 수 있는 구조, 여기에 더 높은 품질과 소음·진동(NVH) 개선 등을 꼽았습니다.

새 뼈대를 적용한 첫 전기차는 내년 출시될 현대의 아이오닉5와 기아의 가칭 CV가 될 예정입니다.

■ 세계 자동차 업계 '전용 플랫폼' 전쟁

현대차뿐 아니라 테슬라의 성공에 고무된 다른 주요 자동차 업체 역시 최근 속속 전용 전기차 플랫폼 발표하고 있습니다.


전기차·플러그인 하이브 업계 2위인 폭스바겐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 MEB를 발표했습니다. GM과 메르세데스 벤츠도 전용 전기차 플랫폼을 적용한 차량을 내년부터 양산할 계획입니다.

경쟁사 사이에 합종연횡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일본 혼다는 GM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활용해 차를 만들 계획입니다. 현대차그룹도 "이미 연락이 온 다른 제조사가 있다"면서 타사와의 협력 가능성을 열어뒀습니다.

■ "800볼트 충전소 20곳 설치"…부족한 충전 설비가 관건

기존 전기차 충전 설비는 400볼트 기준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현대차의 새 플랫폼을 적용한 차량도 400볼트로 충전은 가능하지만 목표처럼 짧은 시간에 충전하긴 어렵습니다.

지금도 충전 설비가 부족한데, 앞으로 전기차 보급이 늘어나면 더 문제가 되지 않을까요?

일단 현대차는 전국 고속도로를 중심으로 20곳 가량의 800볼트 충전소를 건설할 계획입니다. 충전소마다 6기씩 총 120대의 충전기가 보급됩니다.

하지만 전 국토를 커버하기에는 턱없이 적은 수입니다. 지금도 일부 아파트에서는 충전 자리를 놓고 주민 갈등까지 벌어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인프라 문제는 전기차 보급이 늘어날수록 더 문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전용 플랫폼 부분에서 한 발짝 앞서 나간 테슬라가 그동안 시행착오를 거쳐 쌓아 올린 플랫폼 기술력을, 현대차가 언제쯤 따라잡을 수 있느냐도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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