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 제로’ 자랑하던 북한…거리두기는 ‘초특급’?

입력 2020.12.02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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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판 '사회적 거리두기'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강화된 우리와 마찬가지로, 최근 북한 매체에서도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용어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위의 사진은 지난여름 수해로 집을 잃은 북한 주민들이 새집에 입주하는 '새집들이 경사'를 전하는 조선중앙TV의 방송화면입니다. 실내에서는 좌석을 띄어 앉는 것은 물론, 실외에서도 2미터 이상의 거리를 두는 방식은 우리의 방역 지침과 거의 같은 모습입니다. 주민들은 푸른색 마스크를, 군인들은 검은색 마스크를 일괄적으로 쓰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띕니다.

북한 주민의 사회적 거리두기 모습이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달 16일, 북한의 어머니날을 기념하는 행사에서입니다. 당시 실내 공연에서 좌석을 띄어 앉은 모습이 확인됐는데 이번 '새집들이 경사'에서는 실외에서도 거리두기를 하는 모습이 확인됐습니다.

북한 매체들은 연일 코로나19와 관련한 특집 방송을 편성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손 씻기,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라는 당부와 함께, 겨울철이 되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생존율이 높아지는 만큼 특히 방역에 유의하라는 내용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 '초특급' 비상방역단계 복원…사실상 처음?

북한 라디오방송인 조선중앙방송은 오늘(2일) "초특급 비상방역조치들을 복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따라 일부 상점이나 음식점, 목욕탕 등의 영업이 중지되고, 지역별 인원 이동도 강력히 제한한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의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은 지난 10월 '비상방역법'의 내용을 소개하며 방역단계가 1급·특급·초특급의 3단계로 나뉜다고 보도했습니다. 오늘 내린 '초특급 비상방역조치'는 이 가운데 최고등급인 셈입니다. '초특급' 단계에서는 육해공의 모든 국경이 통제되고 모임이나 학업이 중지되며, 지역 봉쇄가 시행되는 것으로 우리의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내지는 3단계에 해당하는 내용입니다.

'비상방역법'이 소개된 10월 이후로는 '초특급'이라는 표현이 처음 등장한 것인데, 북한은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지난 2월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 '초특급 방역조치'라는 말을 사용한 적은 있습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2월에 사용한 '초특급'이라는 표현은 수사적인 것이고, 비상방역법이 최근에 제정됐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번 조치가 사실상 처음"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임 교수는 "확진자 수가 늘면 거리두기 단계를 높이는 우리의 방식처럼, 북한 내 상황이 그만큼 나빠졌기 때문에 내린 조치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상점의 영업을 중지하는 것은 경제적 부담이 큰 조치여서 단순히 세계적 유행이나 겨울철 유행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차원은 아닐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임 교수는 "북한이 상점 영업을 중지하는 조치는 북한 연구자로서도 처음 보는 상황"이라고 강조했습니다.

■ 여전히 확진자는 '제로'…의심환자는 8,594명


세계보건기구(WHO)는 전 세계 코로나19 상황을 집계해 매주 보고서를 내고 있습니다. 위의 사진은 지난달 27일 자 보고서의 일부인데 북한은 여전히 확진자가 없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 그런데 이 보고서에는 북한에서도 WHO가 중국을 통해 보낸 진단 장비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시행하고 있다는 사실과 그 통계도 나와 있습니다. 11월 27일을 기준으로 누적 검사 건수는 16,914건이고 여기에는 외국인도 11명이 포함돼 있습니다. 의심 증상을 보인 사람도 8,594명이나 되는 걸로 집계돼 있습니다.

앞선 통계를 보면, 9월에 3천 건이던 검사 건수가 11월 초에 1만 건을 넘긴 것으로 보아 최근 북한은 한 달에 4천~5천 건 정도를 검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9월부터의 통계에서 눈에 띄는 점은 검사 건수와 함께 의심환자 수도 크게 늘고 있다는 것입니다. 9월 초 1,700명이었던 의심환자는 11월 첫째 주에 6,173명으로 늘었습니다.

11월에는 3주 동안 2천 명이 넘는 의심환자가 발생했습니다. 검사 건수는 인위적인 조절이 가능하지만, 의심환자 수는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임을출 교수도 "북한에서 '의심환자'라고 표현하는 환자가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며 조심스러운 추측을 내놨습니다.

북한에서도 의심환자를 대상으로 격리 조치를 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격리를 해제하고 있습니다. WHO 보고서에서 동아시아 10개국에서만 한주에 35만 명의 신규환자가 발생하는 상황입니다. 수천 명의 의심 환자가 있고 격리 조치된 사람도 있는 북한에 공식 확진자가 없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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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2-02 17:18:32
    취재K
■ 북한판 '사회적 거리두기'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강화된 우리와 마찬가지로, 최근 북한 매체에서도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용어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위의 사진은 지난여름 수해로 집을 잃은 북한 주민들이 새집에 입주하는 '새집들이 경사'를 전하는 조선중앙TV의 방송화면입니다. 실내에서는 좌석을 띄어 앉는 것은 물론, 실외에서도 2미터 이상의 거리를 두는 방식은 우리의 방역 지침과 거의 같은 모습입니다. 주민들은 푸른색 마스크를, 군인들은 검은색 마스크를 일괄적으로 쓰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띕니다.

북한 주민의 사회적 거리두기 모습이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달 16일, 북한의 어머니날을 기념하는 행사에서입니다. 당시 실내 공연에서 좌석을 띄어 앉은 모습이 확인됐는데 이번 '새집들이 경사'에서는 실외에서도 거리두기를 하는 모습이 확인됐습니다.

북한 매체들은 연일 코로나19와 관련한 특집 방송을 편성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손 씻기,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라는 당부와 함께, 겨울철이 되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생존율이 높아지는 만큼 특히 방역에 유의하라는 내용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 '초특급' 비상방역단계 복원…사실상 처음?

북한 라디오방송인 조선중앙방송은 오늘(2일) "초특급 비상방역조치들을 복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따라 일부 상점이나 음식점, 목욕탕 등의 영업이 중지되고, 지역별 인원 이동도 강력히 제한한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의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은 지난 10월 '비상방역법'의 내용을 소개하며 방역단계가 1급·특급·초특급의 3단계로 나뉜다고 보도했습니다. 오늘 내린 '초특급 비상방역조치'는 이 가운데 최고등급인 셈입니다. '초특급' 단계에서는 육해공의 모든 국경이 통제되고 모임이나 학업이 중지되며, 지역 봉쇄가 시행되는 것으로 우리의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내지는 3단계에 해당하는 내용입니다.

'비상방역법'이 소개된 10월 이후로는 '초특급'이라는 표현이 처음 등장한 것인데, 북한은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지난 2월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 '초특급 방역조치'라는 말을 사용한 적은 있습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2월에 사용한 '초특급'이라는 표현은 수사적인 것이고, 비상방역법이 최근에 제정됐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번 조치가 사실상 처음"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임 교수는 "확진자 수가 늘면 거리두기 단계를 높이는 우리의 방식처럼, 북한 내 상황이 그만큼 나빠졌기 때문에 내린 조치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상점의 영업을 중지하는 것은 경제적 부담이 큰 조치여서 단순히 세계적 유행이나 겨울철 유행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차원은 아닐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임 교수는 "북한이 상점 영업을 중지하는 조치는 북한 연구자로서도 처음 보는 상황"이라고 강조했습니다.

■ 여전히 확진자는 '제로'…의심환자는 8,594명


세계보건기구(WHO)는 전 세계 코로나19 상황을 집계해 매주 보고서를 내고 있습니다. 위의 사진은 지난달 27일 자 보고서의 일부인데 북한은 여전히 확진자가 없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 그런데 이 보고서에는 북한에서도 WHO가 중국을 통해 보낸 진단 장비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시행하고 있다는 사실과 그 통계도 나와 있습니다. 11월 27일을 기준으로 누적 검사 건수는 16,914건이고 여기에는 외국인도 11명이 포함돼 있습니다. 의심 증상을 보인 사람도 8,594명이나 되는 걸로 집계돼 있습니다.

앞선 통계를 보면, 9월에 3천 건이던 검사 건수가 11월 초에 1만 건을 넘긴 것으로 보아 최근 북한은 한 달에 4천~5천 건 정도를 검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9월부터의 통계에서 눈에 띄는 점은 검사 건수와 함께 의심환자 수도 크게 늘고 있다는 것입니다. 9월 초 1,700명이었던 의심환자는 11월 첫째 주에 6,173명으로 늘었습니다.

11월에는 3주 동안 2천 명이 넘는 의심환자가 발생했습니다. 검사 건수는 인위적인 조절이 가능하지만, 의심환자 수는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임을출 교수도 "북한에서 '의심환자'라고 표현하는 환자가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며 조심스러운 추측을 내놨습니다.

북한에서도 의심환자를 대상으로 격리 조치를 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격리를 해제하고 있습니다. WHO 보고서에서 동아시아 10개국에서만 한주에 35만 명의 신규환자가 발생하는 상황입니다. 수천 명의 의심 환자가 있고 격리 조치된 사람도 있는 북한에 공식 확진자가 없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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