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尹 정치 불참 선언해야”…‘거리두기’ 언제까지?

입력 2020.12.03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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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명백히 선언해야 한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어제(2일) 윤석열 총장에게 이렇게 요구했습니다. 민주당이 자꾸 윤석열 총장이 정계에 발을 들일 거라고 '오해'를 한다면서, 아예 윤 총장이 먼저 정치를 안 하겠다고 선언하면 깔끔하다고 말했습니다.

주 원내대표가 '윤 총장 대망론'에 견제구를 날린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주 원내대표뿐 아니라 야권 정치인 다수가 '검찰총장 윤석열'은 인정해도, '정치인 윤석열'에 대해서는 상당히 거리를 두는 모습입니다. 윤 총장을 보는 야권의 시선을 따라가 봤습니다.


■"야권 후보 다 죽는다"...경계 또 경계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총장 이름이 등장한 건 올 초부터입니다. 윤 총장이 지난 2월 "여론조사에서 이름을 빼달라"고 했지만 '대선후보 윤석열'은 올해 내내 정가에 회자됐습니다. 그러다 지난달 11일엔 윤 총장이 이낙연·이재명 지사를 제치고 차기 대선주자 1위를 했다는 한 여론조사 결과가 보도됐습니다. 오차범위 내였지만 윤 총장이 유력 주자 대열에 올랐다는 소식에 국민의힘이 영입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섣부른 관측이 제기됐습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내내 신중했습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윤석열 총장은 정부 사람"이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여러 번 '신중론'을 폈습니다. 이미 지난 8월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정치는 경륜이 중요하다"면서, 백마 탄 초인을 기다려선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달 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는 "국민 속을 시원하게 해 주던 분이, 정치권에서 그전에 쌓은 성과를 까먹은 경우를 많이 봤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지도부는 일단 야권 대선주자 지지율 잠식을 경계하는 거로 보입니다. 윤 총장에게 과도한 관심을 보이는 것 자체가 야권 인물난을 인정하는 꼴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윤석열 총장이 여론조사 대상에 들어간 것 자체가 야당에는 반갑지 않은 현상"이라면서 "지금 여론조사에는 이낙연·이재명·윤석열만 보인다. '도토리 키재기'하던 야당 주자들이 질식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국민의힘이 윤 총장을 과도하게 띄우면 여론의 역풍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하는 분위기도 관측됩니다. 윤 총장을 이용해 여당을 공격하려다가, 오히려 밉상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겁니다.

■당분간 거리두기…"공격 빌미 줄 필요 없다"

복수의 당 의원들도 "윤 총장을 굳이 지금 당으로 끌어들일 필요가 없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윤 총장 행보가 우연히 야당에 도움이 되는 것일 뿐 한동안은 윤 총장과 거리를 두는 게 맞다는 의견들이었습니다.

한 중진 의원은 "윤 총장이 당 밖에서 정부 비리를 열심히 수사하도록 독립성을 보장해주는 게 우리가 할 일이다. 지금부터 우리가 '오버'하면 민주당이 윤 총장을 공격할 빌미를 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한 재선 의원은 "민주당은 어차피 윤 총장을 찍어낼 것이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민주당의 무리수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면서 "지도부가 일부러 거리를 두는 게 당연하다"고 전했습니다.

"어차피 내년 7월 퇴임 전까지는 윤 총장과 거리를 둘 수밖에 없으니 지켜보자", "윤 총장과의 갈등으로 민주당 지지율이 떨어지면, 당 입장에선 '손 안 대고 코 풀기',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되는 격'이라고 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국민의힘, 윤석열 총장 영입할 가능성은

그러면 국민의힘이 윤석열 총장을 영입할 가능성은 전혀 없는 걸까요?

주 원내대표는 일단 여지를 남겨뒀습니다. 어제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총장 영입 가능성을 묻는 말에 주 원내대표는 "시간이 많이 남았기 때문에 알 수 없는 일"이라면서 "내일의 일을 말하면 귀신이 웃는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농반진반으로 답했습니다. 크게 의미부여 할 필요는 없지만, 문을 완전히 걸어 닫는 건 아니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당 안팎에선 일단 내년 4월 보궐선거 결과를 보고 판단하자는 기류가 강합니다. 서울·부산시장 선거에서 이기면 대선주자들이 늘어나 인물난이 자연스레 해소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윤 총장에게라도 손을 벌려야 한다는 겁니다. 한 재선 의원은 "정치는 아무도 모른다. 사람이 없다면 윤석열 총장도 충분히 고려해볼 수 있다"면서 "부족한 정치력은 다른 의원들이 메워 주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떡 줄 놈은 생각도 않는데…."라는 말이 떠오르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당분간 국민의힘은 윤 총장에 일부러 관심을 두지 않으려 할 것으로 보이는데, '윤석열 대망론'은 한동안 야권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거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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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호영 “尹 정치 불참 선언해야”…‘거리두기’ 언제까지?
    • 입력 2020-12-03 07:01:16
    취재K

"윤석열 검찰총장이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명백히 선언해야 한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어제(2일) 윤석열 총장에게 이렇게 요구했습니다. 민주당이 자꾸 윤석열 총장이 정계에 발을 들일 거라고 '오해'를 한다면서, 아예 윤 총장이 먼저 정치를 안 하겠다고 선언하면 깔끔하다고 말했습니다.

주 원내대표가 '윤 총장 대망론'에 견제구를 날린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주 원내대표뿐 아니라 야권 정치인 다수가 '검찰총장 윤석열'은 인정해도, '정치인 윤석열'에 대해서는 상당히 거리를 두는 모습입니다. 윤 총장을 보는 야권의 시선을 따라가 봤습니다.


■"야권 후보 다 죽는다"...경계 또 경계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총장 이름이 등장한 건 올 초부터입니다. 윤 총장이 지난 2월 "여론조사에서 이름을 빼달라"고 했지만 '대선후보 윤석열'은 올해 내내 정가에 회자됐습니다. 그러다 지난달 11일엔 윤 총장이 이낙연·이재명 지사를 제치고 차기 대선주자 1위를 했다는 한 여론조사 결과가 보도됐습니다. 오차범위 내였지만 윤 총장이 유력 주자 대열에 올랐다는 소식에 국민의힘이 영입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섣부른 관측이 제기됐습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내내 신중했습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윤석열 총장은 정부 사람"이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여러 번 '신중론'을 폈습니다. 이미 지난 8월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정치는 경륜이 중요하다"면서, 백마 탄 초인을 기다려선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달 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는 "국민 속을 시원하게 해 주던 분이, 정치권에서 그전에 쌓은 성과를 까먹은 경우를 많이 봤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지도부는 일단 야권 대선주자 지지율 잠식을 경계하는 거로 보입니다. 윤 총장에게 과도한 관심을 보이는 것 자체가 야권 인물난을 인정하는 꼴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윤석열 총장이 여론조사 대상에 들어간 것 자체가 야당에는 반갑지 않은 현상"이라면서 "지금 여론조사에는 이낙연·이재명·윤석열만 보인다. '도토리 키재기'하던 야당 주자들이 질식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국민의힘이 윤 총장을 과도하게 띄우면 여론의 역풍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하는 분위기도 관측됩니다. 윤 총장을 이용해 여당을 공격하려다가, 오히려 밉상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겁니다.

■당분간 거리두기…"공격 빌미 줄 필요 없다"

복수의 당 의원들도 "윤 총장을 굳이 지금 당으로 끌어들일 필요가 없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윤 총장 행보가 우연히 야당에 도움이 되는 것일 뿐 한동안은 윤 총장과 거리를 두는 게 맞다는 의견들이었습니다.

한 중진 의원은 "윤 총장이 당 밖에서 정부 비리를 열심히 수사하도록 독립성을 보장해주는 게 우리가 할 일이다. 지금부터 우리가 '오버'하면 민주당이 윤 총장을 공격할 빌미를 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한 재선 의원은 "민주당은 어차피 윤 총장을 찍어낼 것이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민주당의 무리수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면서 "지도부가 일부러 거리를 두는 게 당연하다"고 전했습니다.

"어차피 내년 7월 퇴임 전까지는 윤 총장과 거리를 둘 수밖에 없으니 지켜보자", "윤 총장과의 갈등으로 민주당 지지율이 떨어지면, 당 입장에선 '손 안 대고 코 풀기',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되는 격'이라고 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국민의힘, 윤석열 총장 영입할 가능성은

그러면 국민의힘이 윤석열 총장을 영입할 가능성은 전혀 없는 걸까요?

주 원내대표는 일단 여지를 남겨뒀습니다. 어제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총장 영입 가능성을 묻는 말에 주 원내대표는 "시간이 많이 남았기 때문에 알 수 없는 일"이라면서 "내일의 일을 말하면 귀신이 웃는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농반진반으로 답했습니다. 크게 의미부여 할 필요는 없지만, 문을 완전히 걸어 닫는 건 아니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당 안팎에선 일단 내년 4월 보궐선거 결과를 보고 판단하자는 기류가 강합니다. 서울·부산시장 선거에서 이기면 대선주자들이 늘어나 인물난이 자연스레 해소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윤 총장에게라도 손을 벌려야 한다는 겁니다. 한 재선 의원은 "정치는 아무도 모른다. 사람이 없다면 윤석열 총장도 충분히 고려해볼 수 있다"면서 "부족한 정치력은 다른 의원들이 메워 주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떡 줄 놈은 생각도 않는데…."라는 말이 떠오르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당분간 국민의힘은 윤 총장에 일부러 관심을 두지 않으려 할 것으로 보이는데, '윤석열 대망론'은 한동안 야권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거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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